[박승일의 시평] 정동진 횟집 / 김이듬

박승일 승인 2020.08.07 14:42 의견 0

정동진 횟집/김이듬

분이 다 풀릴 때까지 전처 딸을 팬 횟집 여자가 하품을 하며 손질한다. 바다는 전복 속을 뒤집어 놓고 입 큰 물고기들의 딸꾹질로 연신 출렁댄다. 푸른 등을 돌린 다랑어 내장같이 우린 칼등으로 서로를 기억의 도마 밖으로 쓸어내고 싶은 거다. 자주 발라먹은 속살에 질려 산중턱을 떠가는 흰 배 곧추선 닻을 본다. 이름 난 여행지가 대부분 그러하듯 실망스러운 벗음 몸을 보여주고 벼려온 파혼을 감행하기 좋은 모래바람이 분다.

 

시를 읽는 순간 내가 흡사 정동진 앞바다에 서있는 느낌.

그러나 “분이 다 풀릴 때까지 전처 딸을 팬 여자가 하품을 한다” 어떤 연유인지 매 맞은 아이는 아프고도 슬픈데 그럼에도 불구 나 몰라라 하품이나 하는 행동은 익히 보아온 권력의 본성.

“전복 속을 뒤집어 놓고 입 큰 물고기의 딸꾹질로 연신 출렁댄다” 허구한 날 그 얘기가 그 얘기, 그놈이 그놈인 까닭에 아예 산 중턱으로 떠가는 뱃사공이 많은데 아니 그럴까 기대를 갖고 떠난 이름난 여행지다. 그러나 예전에 발라먹은 속살과 판박이다. 이러느니 파행을 택함이 옳은지도 모를 일.

모래바람과 같은 갈등이 칼과 도마를 빌려 얽히고설키는 김이듬의 시다.

 

 

김이듬 경남 진주

시집 <별 모양의 얼룩>, <마르지 않은 티셔츠를 입고>, <표류하는 흑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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