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고와 권고사직

노무법인 정음 이은정 승인 2020.08.07 16:02 의견 0

어느 날, 사장님이 근로자를 호출하더니 심각한 얼굴로 말한다. “열심히 해줘서 고맙긴 한데 우리 회사와는 잘 맞지 않는 것 같아요.” 이 말을 듣는 근로자의 머릿속은 복잡하다. “나가라는 건가? 이거 해고 아니야?” 사장님의 너무나 갑작스러운 말에 당황하고 억울한 마음이 들었다가 문득 치사하고 더럽다는 생각이 든다. 순간 사장님이 내어주는 사직서를 작성하고 회사 문을 박차고 나오며 “가만있지 않을 거야. 이건 부당해고니까.”라고 생각한 후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담당하고 있다는 지방노동위원회의 문을 두드린다. 그러나 근로자는 부당해고 구제신청에서 철저히 지고 만다. 왜일까?

당사자의 의사표시에 의한 근로관계종료는 ▲해고 ▲사직 ▲합의퇴직으로 구분할 수 있다.

해고란 “사용자”의 일방적인 의사표시에 의한 근로관계 종료로서 「근로기준법」 제23조 제1항은 “정당한 이유”없이 근로자를 해고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고, 판례는 정당한 이유에 대하여 근로관계를 지속할 수 없을 정도로 근로자에게 책임이 있는 사유라고 판시하고 있다. 해고는 일정한 절차를 준수하여야 하는데, 「근로기준법」 제26조는 해고예정일 30일 전에 해고예고를 하고 그렇지 못하는 경우 30일분의 임금을 수당으로 지급하는 해고예고제도를 규정하고 있고, 제27조는 해고는 반드시 그 사유와 시기를 “서면”으로 통보하여야 함을 규정하고 있다. 임금은 근로자와 그 가족의 생계수단이기 때문에 사용자가 함부로 해고할 수 없도록 이를 제도화하고 있는 것이다.

한편, 사직이란 “근로자”의 일방적인 의사표시에 의한 근로관계 종료이다. 근로자는 직업선택의 자유가 있기 때문에 언제든지 사직의사표시를 할 수 있으나, 갑작스러운 사직이 사용자로서는 반갑지 않을 수 있다. 사용자가 후임자가 구해질 때까지 또는 인수인계를 이유로 근로자에게 근로를 강요하는 것은 「근로기준법」 제6조 강제근로의 금지를 위반하는 것이므로 허용되지 않는다. 단, 사용자는 근로자의 사직의사를 수리하지 않을 수 있고 이 경우에는 「민법」 제660조에 따라 1 임금 지급기를 경과한 후에 근로관계가 자동종료되므로, 근로자는 그때까지 근로할 의무가 발생한다.

마지막으로 합의퇴직이란, 말 그대로 근로관계 종료에 대해 쌍방이 동의(합의해지)하는 것을 말한다. 대표적으로 “권고사직”이 있고, 앞선 사례가 바로 이에 해당한다. 사장님은 일방적인 해고의사표시를 한 것이 아니라 사직을 권고하는 의사표시를 한 것인데, 근로자가 이를 해고로 오인하여 부당해고 구제신청까지 하게 된 것이다. 더욱이 근로자가 사직서까지 작성하였기 때문에 해당 근로관계가 합의로 종료되었다는 것은 너무나 명확한 것이다. “아, 이렇게 억울할 수가. 결국 나가라는 말은 똑같은 것 아닌가. 권고사직은 무슨, 그냥 그건 해고야!”라며 가슴을 치는 독자들이 계실 것 같다. 하지만 법률상 의사표시로는 해고와 권고사직은 명확히 다르게 보고 있다.

이렇듯 실제 현장에서는 개인의 사전지식의 수준, 해당 의사표시의 명확성, 당시의 상황 등에 따라 과연 이것이 해고인지, 권고사직인지 애매하여 당사자간 분쟁이 될 수 있다. 따라서 이러한 경우가 있을 때에는 반드시 그 의사표시를 명확히 정리하여야 한다. 경황이 없을 수 있겠지만 “사장님, 이건 저를 해고하시는 건가요?”라고 묻거나 “권고사직으로 사직서 작성을 요청”하는 순간의 수고로움은 아름다운 이별을 대비하게 하는 것이다.

가야할 때가 언제인가를 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 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진정 아름다운 뒷모습은 의사표시를 명확히 확인하는 것에 달려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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