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의 명의] 세포를 살리는 한의사 햇님쉼터한의원 이기웅 원장

이연자 작가 승인 2020.12.10 15:45 의견 0

은혜라는 단어가 내 인생을 관통하는 것 같았다. 우주의 진리와 본질을 완성하는 마음이 생각보다 깊었다. 인간의 신비 구조 속에서 머리에서 꼬리뼈까지 이어지는 통로가 있다. 인간은 머리카락보다 많은 수많은 감정과 생각, 속상함 등 불안의식에 싸여있다. 감정과 불안이 머리로 올라가면 지옥이 된다. 용서와 사랑을 취하면 꼬리뼈 쪽으로 내려간다. 세포를 살리려면 머리로 치올라오는 기운을 꼬리뼈 쪽으로 내려야 한다. 모든 사람 안에는 생명의 빛이 있으며 신성의 빛이다. 자아에서 깨어나면 세포의 생명력이 피어난다.

이기웅 한의사


◆ 여태까지 봐왔던 한의원과 진료실이 많이 다른 풍경입니다.

햇님쉼터한의원을 개원하기 위해 많은 준비를 하였다. 1년간 안식년을 가지면서 땅하고 교감하며 어떻게 같이 흘러갈 것인가를 알아갔다. 논산 사포리에 내가 원하는 스타일의 한의원을 대목수님과 함께 건축하였다. 복잡하고 기계적인 경쟁 시스템에서 심신이 지친 환자들을 황토방에서 이완을 시키고 싶었다. ‘황토찜질방 치료실’이라는 생경한 디자인의 한의원을 개원할 때 담당 공무원을 설득하는 데 많은 시간이 걸렸다. 인간이 소모품처럼 전락했지만 주체를 회복해 스스로 감동하는 삶이 되기를 소망한다. 스스로가 얼마나 존귀하고 아름다운 존재인지 그 우주적 존재감을 느끼도록, 자기를 만나도록 아궁이에 불을 붙이는 것, 그것이 바로 나의 치료의 본질이다.

◆ 유방암 4기였던 어머니를 완치시키다

7남매의 막내인 내가 초짜 한의사 노릇하고 있을 때 73세 어머니가 내 손을 끌어다 막대기처럼 딱딱한 젖을 만지게 하셨다. 대학병원에서 유방암 4기(말기)라고 진단받았다. 맏형이 한의사인 나더러 결정하라고 했다. 25년 전 암은 사형선고에 가까웠던 무지의 시대였다. 나는 노인의 암 진행은 느리기 때문에 치료하다 돌아가시나, 아니거나 시간은 같을 것이다. 투병에 시달리게 하느니, 인간과 생명에 대한 한의학적인 관(觀)으로 접근하기로 결심했다.

나는 어머니에게 “암인데 평생 사모하던 하나님 나라에 갈 준비를 하시라. 새벽부터 밤까지 자식 걱정하는 대신에 천국을 준비하셔라. 자궁(꼬리뼈를 의미) 안에 하나님이 계시니 숨을 후우욱 길게 내쉬면서 만나셔라.” 어머니는 남편에 대한 깊은 원망과 자식 걱정을 정말로 놓았다. 한 달 반 만에 만져보니 막대기가 없어졌다. 어머니의 모든 세포가 빛나는 것을 보았던 경험이 내게 확신을 주었다. 97세인 어머니는 지금도 애기처럼 천진하여져서 지내신다.

◆ 아, 원장님은 어렸을 때부터 사람들을 세포로 느끼셨다던데요.

나는 사람을 만나면 그 사람의 기운이 손끝으로 세포 하나하나까지 다 느껴졌다. 삶을 대하는 구조가 너무 진지한 구조였기 때문에 속마음과 겉모습의 차이를 많이 안타까워했다. 사람들은 생존의 방법만을 배웠지 삶에 대해서는 제대로 못 배웠다.

꽁꽁 언 땅처럼 인간의 내면이 냉기로 얼어 있으면 몸도 마음도 차츰 병이 든다. 마음에 온기가 사라지고 화가 뭉쳐진 냉기가 병으로 나타난다. 에고, 내면아이로 지칭되는 수많은 자아들이 존재를 인정받지 못하면, 병으로 발현돼 알아봐 달라고 아우성친다.

치료실을 황토방으로 만든 이유이다. 황토방에서 누워서 침을 맛은 후 따뜻한 온기에 스르르 무장해제되면 굳었던 몸도 마음도 녹아내린다. 깊은 잠에 빠졌다가 일어나면 그 순간 자신 안에 본래 있었던 치유의 빛이 환하게 피어나기 시작한다. 영체가 깨어나고 완치시킬 수 있는 계기가 된다.

보이차, 음악, 환자상담이 몇 시간째 이어진다


◆ 그 유명한 ‘햇님쉼터 침법’이란 무엇입니까?

기맥은 3차원적인 형태는 없으나 명확히 존재하는 무형의 실체이다. 나는 환자의 떠 있는 기맥을 본래의 자리로 돌려 제 기능을 발휘하게 하는 침법을 사용한다. 황토치료실에서 먼저 환자의 두 발을 오랫동안 잡은 후 6개 정도의 침을 사용하여 기본적으로 위장을 풀어낸다. 기운이 본맥을 찾으면 몸과 마음이 조화를 이루며 내면의 심상 치료가 시작되며 삶의 치유까지 이어진다. 본래 밝은 세포 에너지 파장이 드러난다.

◆ 햇님쉼터 상담 치료법도 소개하시죠.

나는 들어주는 사람으로 조언보다는 질문을 하는 사람이다. 일상이 아니라 또 다른 세계를 확 만나게 하는 역할이다. 각자가 만들어 낸 삶의 형태 속에서 자기 안에 답이 다 있는데, 헤매고 있는 꼴이며, 영혼이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이 부족하다. 나이가 들면서 사회적인 언어는 정교해져도 자신의 내면과 영혼을 표현할 언어는 부족하다. 상처를 안고 삭이기만 하다가 여기까지 오는 데 많은 시간이 걸렸을 것이다. 나는 그동안 30년간 한의사로서 만났던 2천여 명의 환자들을 대부분 기억한다. 치유 인연이 그 사람 내면에서 작은 반딧불로 오롯이 빛나기를 원한다.

개인 의원에서 오랜 시간 한 환자에게 집중해서 몸과 마음과 삶을 풀어내는 작업을 하지만 객관성을 증명하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나 개의치 않는다. 여기에 오는 사람들은 먼저 울기 시작한다. 아무리 사소하더라도 이번에는 스스로 선택할 것이며 그 정도 자유의 권리는 가지고 있음을 격려받는다. 에고가 아닌 참나의 삶을 연주하도록 경청한다.

환자에게 맞는 음악 선곡


◆ 오디오가 좋아보입니다.

군악대에서 클라리넷을 불었다. 음악 역시 중요한 방편으로, 환자에게 적합한 음악이 딱 떠오르는데 대부분 좋은 치료수단이 된다. 새댁이 찾아와서 만남이 시작되었는데 만삭이 된 그녀는 진료 중에 마당으로 나가 기쁨의 춤을 추었다. 자기 안의 자신을 만나는 순간이었다. 벌써 두 아이의 엄마로 개념이 아니라 ‘지금 여기’를 살고 있다. 세상의 에너지가 긴장과 경직이라면 햇님쉼터의 에너지는 우주와 닿아있다. 인간은 분별하고 규정하면서 편리한 세계를 확대했지만 자신은 억압으로 갇혀버렸으며, 영혼은 질식하여 생기를 잃어버렸다. 여성은 다양성을 지닌 포괄적인 존재인데, 경직된 가부장제도에서 좋은 엄마노릇 하다가 본인을 잃고 난 후 찾아오신다. 치료과정에서 환자가 내면의 빛과 영혼의 빛이 피어날 때 깊은 감사를 느낀다.

침 맞으러 오면서 툭 놓고 가신다


◆ 삶을 치료합니다.

나는 마음 치료가 아니고 삶의 치유를 지향하고 있다. 최근에 마음이라는 표현은 본질과는 멀어져서 길바닥에 떨어진 단어처럼 뭉개져버렸다. 유행처럼 ‘마음’을 이야기했고, ‘마음 챙김’을 하거나, ‘마음을 바꾸면 병이 낫는다’고 했지만, 일시적인 위로는 될지언정 완전히 낫지는 않았다고 본다. 내 어머니도 마음을 바꾼 것이 아니라 평생 자기로 알고 살아온 자기(에고)를 내려놓았다.

환자들은 생활 속에서 병이 들었고, 낫기를 원하고, 당연히 나을 수 있다. 먼저 침으로 다스린 후, 수십 년간 자기 삶의 트랙에서 몸과 마음을 어떻게 사용해왔는지, 상담을 통해서 들여다본다. 환자는 말문을 열면서 신기하게도 자신의 세포를 살리는 치유의 길을 선택하고 시작한다. 나는 단지 동행자일 뿐이다. 치유의 빛이 이끄는 여정에 함께 하면서.

세종, 서울, 영월, 대전에서 오신 분들


◆ 60여 년 넘게 살아오신 동네 분들이 사랑방처럼 드나들면서 침을 맞으신다고요.

그렇다. 나는 11년 동안 점심식사 후 1시간 정도 환자들과 논두렁 밭두렁을 산책한다. 언제나처럼 어르신들과 활짝 웃으며 인사를 나눈다. 평생 농부로 사시며 잠시도 쉬지 못하신다. 치료를 받으려면 논산까지 나가셔야 했는데 차츰 ‘이무롭게’ 드나드시게 되었다. 나도 마을의 막둥이다. 아, 저 호박들은 허리가 아파 침을 맞으신 분이 고맙다고 가져다주시고, 동네 분들도 침 맞으러 오시면서 하나씩 놓고 가셨다. 나중에 호박죽을 쑤어서 환자분들과 나누어 먹을 예정이다.

◆ 자생적인 모임이 활발하다면서요?

어느 정도 몸이 치유되고 치료가 끝났지만 계속 오시는 분들이 많다. 환자들은 어느새 가족처럼 바뀐다. 워낙 오래된 단골환자들이 많이 축적되다 보니, 서로 정이 쌓이고 친구이자 형제자매가 되고 있다. 햇님쉼터가 언제나 돌아올 수 있는 마음의 고향이라니 감사하다.

음악회 끝난 후 신문지밥상 뒤풀이

한의원에서 벌이는 행사에 참석하고 서로 대화를 트다 보니 정기적인 모임이 결성되었다. 바로 매주 월요일 밤에 3시간 정도 진행하는 명상모임이다. 라즈니시의 영문반야심경 독해도 얼마간 같이 했다. 한적한 시골에서 때 아닌 학구열이었다. 몸을 쓰는 것도 중요하기 때문에 태백산 지리산 제주도 등 3박4일 치유여행 프로그램도 가끔 운영한다. 멀리 바이칼, 라다크도 같이 가거나 환자 혼자 보내기도 한다.

◆ 문화운동도 활발하다고 소문이 자자합니다.

하하하. 건축 당시부터 마루 형태의 진료실을 문화의 장으로 사용하려고 염두에 두었다. 1년에 4번 분기별로 다양한 아티스트들이 퍼포먼스를 벌이도록 진료실을 내드린다. 관객은 포개 앉으면 100여 명도 거뜬하다. 이장님도 당연히 오신다. 홀로 고독하고 치열하게 예술혼을 불태우는 가난한 아티스트들을 초청한다. 캄캄한 밤하늘에 높이 뜬 별이 밤길을 환히 비추듯이 예술을 바탕으로 진보하는 그분들과 우리는 한 마음이 된다. 삶이 있고 꿈이 있고 기쁨의 장이 펼쳐지는 문화도 햇님쉼터한의원에 ‘치유의 여정’ 프로그램에 들어있다.

언제나 그 자리에

햇님쉼터한의원 이기웅 원장

대전 부여 은산 출생

원광대학교 한의학과 졸업

은혜한의원 원장(가수원동에서 17년간 운영)

햇님쉼터한의원 원장(논산 사포리에서 2010년 개원)

충남 논산시 연산면 선비로821번길 104, 010-2362-5788

http://cafe.daum.net/euenhae 햇님쉼터카페

저서 : 어설픔(2010), 혼자 아파하는 사람들(2016)

해외에서도 많이 구입하는 스테디셀러.

비용걱정 없이 복용하고 기혈을 돌리도록 자모환과 영기원을 개발하였다.

자모환(慈母丸) : 임상 10년하고 나서 여성들이 아랫배가 냉하고 아궁이가 다 꺼져 허한 기운이 만병이 시초가 되었다. 익모초와 순한 약재 10가지를 합해서 만들었다. 한 달 분 2통 6만 원

영기원(靈氣原) : 30년 가까이 세포를 살리는 방식을 했는데 영혼과 영체를 피어나게 하는 약으로 인체에 간과 신장을 보호하는 공진단 기본에 약재를 더해서 영기를 회복하는 것으로 1알에 만 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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