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완 시인의 그림책 산책] 『당나귀 실베스터와 요술 조약돌』 & 『행복한 네모 이야기』

이해완 시인 승인 2021.02.10 13:19 의견 0

이번 호에는 어려움을 극복하고 더 소중한 삶을 얻게 된 이야기를 준비했습니다. ‘슈렉’의 작가인 윌리엄 스타이그의 『당나귀 실베스터와 요술 조약돌』과 마이클 홀의 『행복한 네모 이야기』입니다.

『당나귀 실베스터와 요술 조약돌』

글 그림 : 윌리엄 스타이그

옮긴이 : 이상경

출판사 : 다산기획

길을 걷는데 뒤에서 꼬맹이 둘이서 뭐라고 뭐라고 조잘대는데 가만 들어보니 한 아이가 돈이 아주 많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그러자 옆에 있던 친구는 한술 더 떠서 돈이 마구 나오는 요술 램프가 있으면 좋겠다고 한다. 뒤돌아보니 초등학교 1학년쯤 되어 보인다. 이 꼬맹이들의 입에서 소원들이 끝없이 쏟아져 나오는데 다 먹을 것 타령이다. 돈이 생기면 떡볶이도 사 먹고 치킨도 사 먹고 피자도 실컷 사 먹겠다는 것이다. 행여 기특한 생각이 튀어나올까 기다려봤지만 제 입에 들어갈 것만 쏟아낼 뿐이다. 아이는 역시 아이일 뿐이다.

만약 아이들의 소원처럼 뭐든지 들어주는 요술 조약돌을 얻게 된다면 어떤 소원을 빌까?

이상한 모양과 색을 가진 조약돌을 모으기 좋아하는 당나귀 실베스터는 냇가에서 놀다가 조약돌 하나를 줍는다. 그 조약돌은 요술 조약돌이다. 내리던 비도 그치게 할 수 있고 다시 비가 내리게도 할 수 있는 신기한 조약돌! 이제 바라는 것을 모두 이룰 수 있겠다고 기뻐하며 집으로 가던 실베스터는 그만 사자를 만나고 만다. 하지만 초강력 요술 조약돌이 있는데 뭐가 걱정이겠는가!

그런데 어린 실베스터는 다급한 마음에 바위로 변했으면 좋겠다고 말해 버린다. 실베스터는 바위가 되면서 손에 쥐고 있던 요술 조약돌마저 떨어뜨리고 만다. 바위가 된 실베스터는 엄마 아빠가 있는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슬픔에 잠긴 채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실베스터를 잃은 엄마 아빠는 실베스터를 찾아 온 동네를 헤매고 다닌다.

실베스터가 당나귀로 돌아갈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누군가 빨간 요술 조약돌을 주워 “이 바위를 당나귀로 변하게 해 주세요.” 하고 소원을 빌어줘야 하는데 그게 가능할까?

결국 실베스터도 점차 희망이 없음을 알고 바위처럼 살아가려고 노력한다.

시간이 흐르고 봄이 오자 실베스터를 그리워하며 딸기 언덕으로 소풍을 간 엄마 아빠는 바위가 된 실베스터 위에 소풍 자리를 마련하다가 그 곁에서 요술 조약돌을 발견한다.

빨간 조약들이 요술 조약돌인 줄만 알면 그토록 찾고 싶어 했던 실베스터를 안고 행복해할 텐데 과연 그럴 수 있을까? 윌리엄 스타이그는 이 문제를 가족에 대한 사랑에서 풀어낸다. 예전에 한 텔레비전 프로그램에서 아빠들이 나와 자녀들이 좋아하는 것들을 알아맞히는 모습을 본 적이 있다. 자녀에 대해 많이 알아맞히는 아빠가 우승하는 프로였다. 이 프로의 우승자라면 바위로 변한 실베스터를 구해낼지 모르겠다. 힌트가 여기에 있으니까.

조약돌을 보면서 실베스터의 엄마 아빠는 어떤 생각을 할까? 그리고 바위로 변한 실베스터를 어떻게 본모습으로 돌아오게 할까 궁금하신 분은 도서관으로 서점으로 달려가기 바란다.

자식의 취미를 잘 알고 있는 부모 덕분에 실베스터는 다시 당나귀 실베스터가 된다. 그리고 엄마 아빠의 품으로 돌아온다.

윌리엄 스타이그는 이 작품을 통해 가족의 따뜻한 사랑이 요술 조약돌보다 더 소중함을 보여준다.

『행복한 네모 이야기』

글 그림 : 마이클 홀

출판사 : 상상박스

네모가 있었다. 똑같이 생긴 옆면이 네 개이고 똑같이 생긴 모서리도 네 개인 정사각형이었다. 네모는 자기가 정사각형이어서 너무나 행복했다. 그런데 월요일이 되자, 네모는 여러 조각으로 잘리고 동그란 구멍들이 생겨서 흩어져버렸다. 이제 더는 정사각형이라고 할 수도 없게 되었다. 이런 상황과 맞닥뜨렸을 때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지금 우리는 네모가 겪은 불행을 겪고 있다. 코로나19가 그것이다. 처음 중국 우한에서 시작된 코로나가 우리나라에 전파되었을 때만 해도 사람들은 오래지 않아 종식되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한 해를 꼬박 보내고 새해를 맞이했지만 종식될 기미는 보이지 않고 있다. 백신이 개발되어 한시름 놓는가 싶었지만 부작용과 변이바이러스가 생겨나면서 만만한 상대가 아님을 새삼 깨닫고 있다. 실로 무서운 놈이 온 것이다.

네모는 자신의 몸이 여러 조각으로 잘리고 동그란 구멍이 생겼을 때 어떻게 했을까? 사람들은 이런 경우 절망에 빠져 헤쳐 나오기 쉽지 않다. 하지만 네모는 흩어진 자기 조각들을 모아 분수를 만든다. 그리고 콸콸 물을 뿜어내면서 손뼉을 치며 행복해한다.

문제가 생겼을 때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저마다 다르다. 문제를 적극적으로 해결하려는 사람도 있고 회피하려는 사람도 있고 포기하려는 사람도 있다.

이번 코로나19를 대처하는 방법도 나라마다 다 달랐다. 우리나라의 경우 어느 나라보다 먼저 진단 키트를 개발하고 방역 당국의 지침에 적극 호응했다. 국민들의 불편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생계의 위험도 감수해야 했다. 아니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그러나 코로나19는 우리에게 기회이기도 했다. 우리나라가 위기를 잘 극복해나가는 나라로 인식되면서 우리의 국제적 위상도 높아졌기 때문이다.

문제는 한 번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화요일이 되자 네모는 조각조각 찢어져버린다. 그러나 이제 처음 닥쳐왔을 때 느낀 공포와 두려움은 많이 해소되었다. 이는 큰일을 겪어낸 자의 자신감이 형성되었기 때문이다. 네모는 흩어진 자기 조각들을 모아 꽃이 가득한 뜰을 만든다.

한 주 동안 찢어지고 흩어지고 조각나는 일이 계속되지만, 네모는 그때마다 좌절하지 않고 새롭게 변신하며 극복해나간다. 위기의 순간들을 잘 극복한 네모는 더 이상 아무 일이 생기지 않자 스스로 변화를 만든다. 이 변화로 네모는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해하고 아이들까지 행복하게 만든다. 『행복한 네모 이야기』는 문제가 생겼을 때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는 걸 보여주고 있다.

나는 이번 코로나19를 겪으면서 우리 국민들이 많은 자신감을 얻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또한 세계의 많은 국가들도 우리를 다시 보는 계기가 되었으리라. 이 사태가 있기 전에는 우리 스스로에 대해 늘 위축되고 소심한 면이 없지 않았다. 그런데 막상 선진국이라고 하는 미국이나 유럽 그리고 우리의 이웃 국가인 일본 등이 보여준 코로나에 대한 대처 방법을 보면서 우리 국민이 얼마나 대단한지 자각하게 된 것이다.

요즘 세계가 주목하는 나라는 바로 대한민국이다. 코로나라는 어려운 난관을 잘 극복해나가는 점에서도 그렇고 우리의 문화와 기술력이 뛰어나다는 것을 세계인이 인식했기 때문이다. 이는 오랜 역사 속에 수없이 많은 난관을 극복해온 경험이 축적되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네모가 깨어지고 찢어져도 포기하거나 절망하지 않았던 것처럼.

이해완 약력

- 시인

- 시집 우리시대 현대시조 100인선에 선정되어 『내 잠시 머무는 지상』 태학사 발간

경기문화재단 우수작품 창작지원 작품에 선정되어 『수묵담채』 고요아침 발간

『한국을 움직이는 인물들』 수록, 중앙일보 간

- 대전시민대 강사 역임

- 한국그림책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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