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백의 복지 이야기] 수목장

김동백 교수 승인 2021.04.12 14:07 의견 0


전 세계적으로 환경에 대한 관심과 환경을 지키려는 노력이 그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다. 한국에서도 역시 ‘환경보호’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 있는 상태다.

요즈음 장례분야에서는 환경보호의 작은 실천인 자연장이 각광을 받고 있는데 자연장 중에서도 대표적인 수목장에 그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자연장 이용율은 2016년 16.7%에 그쳤지만 2027년에는 50%에 달할 것으로 예측됐다. 90%에 육박하는 화장율을 고려하면 가장 자연친화적인 수목장에 관심을 가지게 되는 것이 자연스러운 현상일 것이다.


2014년 고려대 산학연구원 장사 방법 선호도 조사에서도 자연장의 일종인 수목장(44.2%) 선호도가 봉안당(37%)를 뛰어넘고 있다. 한때 인기가 있었던 납골묘가 지나친 자연파괴와 고비용 및 위화감 조성이 문제 되면서 대안으로 봉안당이 주류로 부상했다.

그러나 봉안당이 가진 한계가 너무 뚜렷해서 사람들에게 만족감을 주지 못했다. 첫째로 지나치게 인위적인 시설이라서 임시거처 같은 느낌을 주었고 층별로 메겨진 가격구조로 좋은 자리는 지나치게 고비용이라는 점, 그리고 집단 시설이라서 추모의 분위기를 느끼기 힘들다는 점이 문제였다. 그러나 이처럼 수목장으로 대표되는 자연장의 인기가 날로 치솟고 있지만 여전히 수목장 공급은 부족인 상태다.


인단 일반인이 수목장을 이용하려고 해도 국·공립 수목장이 너무 적다. 양평 하늘숲 수모원은 시설이나 관리상태가 최고라 할 수 있지만 서울에서 거리가 다소 멀고 가족목은 만장이며 추모목이 경사진 곳에 위치해 다소 불편하다는 단점이 있다. 특히 지방 거주자는 이용하기 힘들다는 점이 큰 약점이다. 서울이나 수도권이 아닌 지방에서 국·공립 수목장을 이용하기는 접근성이 떨어진다. 충남 보령에 제2 국립수목장림을 조성중이지만 아직도 기간이 좀 필요하다.

전국에 공설 수목장이 있지만 아직 시설의 질이 기대에 못 미치고 있고 대부분 공동목 및 잔디장 이라서 높아진 소비자의 니즈를 채우기 힘들다는 문제가 있다. 물론 가격은 매우 합리적이어서 소비자들에게 큰 혜택이다. 그러나 공동목에 거부감을 가지는 사람도 많고 이용할 수 있는 사람이 한계가 있다. 이런 틈새로 사설 수목장이 파고들고 있다. 사설 수목장은 산을 깎아 내리고 계단식으로 부지를 조성해 나무를 식재하는 형태로 조성되었다.

수목장 조성은 허가도 까다롭고 초기 투자비용도 많이 든다. 그래서 초기 분양으로 투자비용을 회수하려고 분양가를 높게 책정한다. 그래서 수목장을 이용하고 싶어도 사설에서 부르는 게 값이라서 수도권의 수목장은 천정부지로 가격이 뛰어오르기 마련이다.

사설수목장을 이용하려면 추모목과 토지를 분양받아야 하는데 추모목의 가격은 수백만 원에서 수천만 원에 달한다. 특히 위치나 나무 종류에 따라 가격이 천차만별이다. 가장 저렴한 몇백만 원짜리는 무릎높이의 가냘픈 나무로 과연 제대로 살 수 있을지 의심되는 나무다. 몇백만 원에서 시작한 추모목 가격은 허리높이는 6~700만 원대 가슴높이 천만 원대 키높이는 1~2천만 원대로 훌쩍 뛰어 오른다. 잘생긴 2미터 넘는 소나무는 수천만 원이 되고 부지가 넓으면 억 단위까지 가격이 치솟는다.


관리 감독만으로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이 아니고 사설 수목장 사업자들이 단기적 수익보다 장기적 안목에서 아름다운 수목장지를 조성하고 국민들이 합리적 가격으로 질 좋은 수목장을 이용할 수 있도록 힘써야 할 것이다. 그리고 관계부처가 모범적인 국·공립 자연장지를 더욱 늘려야 한다.

삶이 가치가 있듯, 죽음 또한 의미를 담을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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