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 父女의 대물림된 기부 선행 ‘父 강해달 씨, 딸 강라홍 씨’

라홍(羅虹)―누군가의 무지개(꿈)를 펼쳐주는 기부천사

김경희 작가 승인 2021.05.10 16:18 의견 0

父女의 대물림된 기부 선행이 어렵고 힘든 시기를 균일하게 마감질 하고 있다.

강라홍 작가님은 기부천사다. 귀에 쏙 들어오는 ‘라홍’이라는 이름, 펼칠 라 무지개 홍.

어쩌면 봉사 기부에 걸맞은 이름이다. 누군가에게 무지개 같은 꿈을 펼쳐주는 강라홍 작가님.

강라홍 화가

아버님의 충남대 장학금 쾌척 미담이 감동을 주었습니다. 듣고 싶네요.

아버지(강해달)가 이번에 충남대학교에 1억 원을 기부하셨어요. 어려운 학생들 장학금으로 잘 쓰이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보도를 원치 않으셔서 제가 아버님 대신해서 유지를 설명드리고 있습니다. 저도 이런 자리가 낯설기는 합니다.

아버지는 법원 공무원 생활을 하던 분이라 경제적으로 풍족해서 기부를 하신 것은 아닙니다.

대청댐 수몰지구인 동면에서 성장하시고 어려운 여건 가운데 충남대학교에서 공부한 분이세요. 당시 학업 중 경제적으로 어려워서 휴학의 시간을 보내기도 하셨어요. 청춘의 한 때, 속앓이 하던 분이십니다.

그 경험이 후배들에게 장학금을 쾌척하는 계기가 되었다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힘들 때 작은 도움의 손길이 사람을 살릴 수 있다는 것을 알고 계십니다.

돈이 없어서 하고 싶은 공부를 못하는 후배들을 돕고 싶은 마음으로 많은 선행의 길 중에서 장학금 기부를 선택하셨습니다.

강해달 선생님

강라홍 화가가 들려준 아버님의 일화는 아버님이 거액의 장학금을 아낌없이 쾌척할 수 있었던 근간을 여실히 드러내주었다. 우리가 흔히 기부나 봉사는 ‘오른손이 한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한다’는 말로 그 선행이 자랑의 차원이 아닌 숨은 봉사일 때 그 가치가 더 돋보인다고 생각하고 있다. 물론 사람들이 그런 생각을 가지게 된 데에는 우리나라의 유교적 정서도 한몫을 할 것이다.

충남대학교 강도묵 동문회장에게 강해달 아버지를 대신해 강라홍씨가 장학금을 전달하고 감사패를 전달받았다

영화배우 유아인의 경우 봉사나 기부를 많이 하는 연예인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봉사 후에 항상 SNS 계정을 통해 봉사 활동을 수시로 업데이트한다. 남들 눈에 ‘나서기’로 비춰질 수 있지만 그는 거리낌 없이 이야기한다.

“봉사나 기부는 감출 일이 아니다. 아름다운 일이다. 더 많이 나누고 확장되어야 한다. 그래서 나는 알리기로 작정했다.”

전적으로 동감한다. 이제는 오른손이 한 일을 왼손이 바로 알게 해야 한다. 기쁜 일은 나누면 두 배가 되고 어려운 일은 나누면 반으로 줄어든다. 우리가 기부는 낯선 일, 숨겨야 하는 일이라는 생각에서 벗어나 남을 돕는 일이 세상의 전면으로 나올 수 있도록 사고의 틀을 바꿔야 한다. 기부 봉사의 이름으로 선순환의 연결고리가 만들어질 때 마주잡은 손길들의 온도가 조금씩 올라갈 것이다.

강라홍 화가는 기부를 알리지 말라는 아버님의 유지(維指)는 받들지만 본인도 모교인 목원대학교에 장학금을 기부하고 쑥스럽게 카메라 앞에 섰다. 아직도 낯선 카메라지만 모교에서도 기부를 통한 선행을 알리는 것이 도움의 손길을 늘려나가는 선의의 방법이 된다고 독려했다. 강라홍 화가도 본인의 이름과 사진을 보도 자료에 올리면서 기부 문화의 홀씨가 되는 시작점을 찍었다.

강라홍 화가는 목원대학교에 장학금을 전달했다

또 강라홍 선생님은 캄보디아 아이들에게도 그림을 가르치며 예술을 후원하셨다. 과거 공산국가였던 캄보디아는 상대적으로 문화 예술 환경이 열악하다. 라홍 선생님은 배편으로 미리 그림 도구나 재료들을 보내고 혼자 캄보디아로 떠난다. 준비하는 과정은 보이지 않은 숨은 노력이 필요한지만 혼자서 묵묵히 캄보디아를 다녀오셨다.

아이들의 초롱초롱한 눈망울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는 강라홍 선생님. 코로나의 영향으로 2년째 아이들을 만나지 못해 안타까움을 갖고 있다.

강라홍 화가 캄보디아 미술 봉사
강라홍 화가 캄보디아 미술 봉사
강라홍 화가 캄보디아 미술 봉사
강라홍 화가 캄보디아 미술 봉사

기부 봉사가 대물림된 아버지와 딸. 아직은 보기 드문 부녀다.

기부의 손길들이 늘어날 때마다 어두운 길모퉁이에서 세상을 원망하던 누군가가 작은 도움의 손길로 세상 밖으로 나올 수 있다.

나비효과처럼 지금 당장은 아니더라도 작은 날갯짓이 모여 한 사람 한 사람에게 분명 힘이 될 것이다. 기부가 선행을 넘어 아름다운 문화로 자리 잡아 가는 시작점에 다 같이 서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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