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승일의 시평] 바람이 우리를 데려다 주리라 / 포루그 파로흐자드

박승일 승인 2021.10.07 16:49 의견 0

아, 나의 짧은 밤 동안

바람은 잎새를 만나려 한다

나의 밤은 통렬한 아픔으로 가득하니

그림자의 속삭임이 들리는가

이런 행복은 내게 낯설구나

난 절망에 익숙해 있으니

들어라,

그림자의 속삭임이 들리는 가

저 어둠 속엔 무슨 일인가

달은 불고 수심에 차

언제 무너질지 모를

지붕에 매달렸다

구름은 비탄에 잠긴 여인들처럼

비의 탄생을 기다리는구나

한순간이면 모든 것이 끝나니

창문 너머로 밤은 떨고 있구나

지구는 자전을 멈추었구나

창문 너머로 낯선 이가

그대와 나를 걱정하고 있으니

푸르른 그대여

그대의 손 그 불타는 기억들을

내 부드러운 손 위에 얹고

생명의 온기로 충만한 그대 입술을

내 갈망하는 입술에 맡기라

바람이 우리를 데려다 주리라

바람이 우리를 데려다 주리라

뛰어난 문학성을 바탕으로 구현하고자 했던 혁명적 페미니즘. 그러나 모국의 엄격한 이슬람 문화는 그녀를 수용하지 못한다. 32세라는 극적인 나이로 요절하지만 그녀는 20세기 이란에서 가장 추앙받는 여성 시인이다. 2021년의 아프가니스탄과 탄압의 대상으로 전락한 여성들…, 포루그 파로흐자드가 생각나는 시절이다.

*포루그 파로흐자드(1935~1967) 이란의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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