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천 정무영의 여행이야기] 황매산

영남의 금강산 산상화원 황매산에서 여명을 깨우는 청아한 새소리를 들으며 일출을 보다

소천 정무영 승인 2022.06.07 15:24 의견 0

4월 마지막주부터 매일 황매산군립공원 홈페이지를 들락거린다. 아침햇살에 빛나는 진분홍 철쭉을 보고 싶은 설렘에 실시간 개화상황을 들여다 본다. 올 해는 일부 철쭉의 냉해로 인하여 철쭉1, 2, 3군락지와 베틀봉과 정상 사이 산청 쪽 철쭉의 개화 시기가 많이 차이가 나는 듯 하다. 만개 시기가 오늘일까 내일일까 지켜보다 참지 못하고 평일 새벽으로 날을 잡고 출발하기로 한다. 오늘은 30여 년을 같은 직장에서 동고동락을 했던 절친 ‘박인호 점장’도 동행하기로 하여 이런 저런 준비를 당부하고, 새벽2시 고속도로 톨게이트 근처에서 만나서 황매산으로 출발한다. 황매산까지는 2시간 30분이 소요될 예정이고 늦어도 5시 전에는 오토캠핑장 주차장에 도착 하여야 일출 시간을 맞출 수 있어서 마음이 먼저 달려간다.

황매산 개화 시즌이면 전국에서 황매산성을 배경으로 은하수 촬영을 하는 작가님들과 황매평원의 만개한 철쭉 위로 일출을 담으려고 하는 작가님들의 방문이 밤새 줄을 잇는다. 조금만 늦어도 캠핑장 주차장이 만차가 되어 올라갈 수 없고, 일출 시간을 맞추지 못하거나 날씨가 좋지않으면 멋진 일출을 볼 수 없어서 철쭉평전 위로 떠오르는 일출을 본다는 것은 큰 행운이라 할 수 있다. 새벽 4시 이전까지만 은하수 촬영이 가능하기 때문에 우리는 은하수 사진은 다음으로 미루고, 예상보다 조금 일찍 도착하여 주차를 한 다음 컵라면으로 아침 허기를 달래고 부지런히 1철쭉 군락지와 2철쭉 군락지 사이 바위 아래 일출 포인트에 오른다.

벌써 철쭉 사이사이 틈이 있는 자리와 일출 조망터에는 수많은 작가님들과 등산객들이 빼곡하다. 우리도 바위 아래 적당한 곳에 자리를 잡고 햇님을 기다린다. 어느새 여명은 밝아오고 점점 산그리메 위로 하늘이 붉어지기 시작한다. 마음을 두드리는 청아한 새들의 합창 소리는 햇님의 기상을 재촉 하기에 충분하다. 잠시 눈을 모산재 쪽으로 돌리니 멀리 가까이 산그리메 사이사이로 잦아든 운무의 모습이 천상의 동양화를 연출하고 있다. 이곳이 무릉도원이 아닌가 싶다. 드디어 청아한 새들의 합창에 화답하듯 해님이 빼꼼히 얼굴을 내밀고 이내 오렌지빛으로 하늘을 꽉 채운다. 참 아름다운 아침이다. 철쭉은 이미 아침 햇살에 물들어 진분홍으로 반짝반짝 빛나고 점점 동그랗게 세상을 비추는 태양은 보는 사람들의 가슴을 터지도록 벅차오르게 하고 있다.


두근두근 뛰는 가슴을 진정시키고 2군락지와 3군락지의 만개한 철쭉길을 누비며 아침을 만끽한다. 하늘계단을 올라 전망대에서 군락지를 내려다보고 베틀봉을 넘어 왼쪽으로 산청군락지를, 오른쪽으로 황매평전을 바라보며 능선을 걸어 황매산성 마루에 앉아 물 한 모금으로 잠시 여유를 즐긴다. 다시 멋진 데크길을 따라 가파른 계단을 올라 황매산 정상에 올라선다. 정상에는 정상석이 두개다. 바위위에 위험하게 서있는 작은 정상석 아래 큼지막한 새로운 정상석이 새로 자리 잡고 있다. 위험한 곳에 정상석이 있어서 늘 위험했는데 다행이다. 산청 너머로 지리산이 훤하게 보인다. 오른쪽으로는 삼봉, 중봉, 하봉 줄줄이 늘어서 있고 그 아래로 합천호가 손에 닿을 듯하다.

정상을 뒤로하고 올라온 길을 돌아 내려와 황매평전의 바람을 안으며, 갈대밭을 도란도란 걸어 내려와 ‘철쭉과 억새 사이’ 휴게소에 들렀다. 절묘하게 평전과 어우러진 휴게소에서 사이사이로 철쭉과 정상을 뒤돌아보며 오늘의 산행을 마무리 하고 늦은 아침을 나누고 집으로 돌아간다.

황매산

황매산은 경상남도 합천군 가회면 대병면과 산청군 차황면의 경계에 있는 산으로 해발 1,113m에 이르며, 소백산맥에 속하는 고봉이다. 준령마다 굽이쳐 뻗어나 있는 빼어난 기암괴석과 그 사이에 고고하게 휘어져 나온 소나무와 철쭉이 병풍처럼 수놓고 있어, 영남의 금강산이라고 불리는 사계절 모두 아름다운 산이다. 암봉의 모양이 매화가 활짝 피어 있는 모습이라 하여 황매산이라 하였다 한다.


700~900m의 고위평탄면 위에 높이 약 300m의 뭉툭한 봉우리를 얹어놓은 듯한 모습으로, 북쪽 비탈면에서는 황강(黃江)의 지류들이, 동쪽 비탈면에서는 사정천(射亭川)이 발원한다. 산 정상에 오르면 합천호와 지리산, 덕유산, 가야산 등이 모두 조망되며, 주봉우리는 크게 상봉, 중봉, 하봉으로 나뉜다. 삼라만상을 전시해 놓은 듯한 모산재(767m)의 바위산이 절경이며 그 밖에 북서쪽 능선을 타고 펼쳐지는 황매평전의 철쭉 군락과 무지개터, 황매산성의 순결바위, 국사당(國祠堂) 등이 눈길을 사로 잡는다. 남쪽 기슭에는 통일신라 때의 고찰인 합천 영암사지(사적 131)가 있으며 1983년 합천군 ‘황매산군립공원’으로 지정되었다

산 아래의 황매평전은 목장지대와 고산철쭉 자생지가 있으며 봄이면 고산철쭉이 가득 피어 철쭉제가 열린다. 황매산은 철쭉이 만개하는 봄도 아름답지만, 낮은 구름들이 푸르른 초목으로 뒤덮이는 한 여름이나 억새풀이 흐드러지는 가을, 눈꽃이 피어나는 겨울의 모습도 놓치면 후회할 곳이다. 여느 산의 정상의 모습과는 달리 시야가 탁 트여 있어 그 어떤 계절의 모습도 그림처럼 다가온다. 시간을 할애하여 황매산의 절경인 모산재를 거쳐 정상까지 걸어 올라가면 온전히 황매산을 누릴 수 있는 행복을 맛볼 수 있다.

하늘과 맞닿을 듯 드넓은 진분홍빛 산상화원이 매년 5월이면 황매산에 펼쳐진다. 황매산은 소백산과 지리산 바래봉과 함께 철쭉 3대 명산으로, 만물의 형태를 갖춘 모산재의 기암괴석과 북서쪽 능선의 정상을 휘돌아 산 아래 황매평전 목장지대로 이어진 전국 최대 규모의 철쭉군락지로 유명하다. 철쭉 군락지인 정상 바로 아래는 과거 목장을 조성했던 평원으로 구릉진 초원이 이국적인 풍경을 자아내며, 황량한 겨울을 이겨낸 초목과 붉은 꽃의 조화가 끝없이 펼쳐진 산상화원의 모습이야말로 황매산 철쭉 산행의 백미입니다. 또한 철쭉군락지 초입까지 찻길이 나 있어 자동차로 편하게 접근할 수 있고, 철쭉군락지로 향하는 길도 목재데크 등으로 넓고 편하게 조성돼있어 아이들과 부모님을 동반한 가족 산행 코스로도 훌륭하다.

황매산의 황(黃)은 부(富)를, 매(梅)는 귀(貴)를 의미하며 전체적으로 풍요로움을 상징한다. 황매산에서 합천호는 가깝다 못해 잔잔한 물결의 흐름까지 보일 정도다. 합천호의 푸른 물속에 비쳐진 황매산의 세 봉우리가 매화꽃 같다 하여 수중매라고도 불린다. 이른 아침이면 합천호의 물안개와 부딪치며 몸을 섞는 산 안개의 장관을 만날 수 있다. 수십만평의 고원에 깔리는 철쭉의 융단과 억새 그리고 다섯 남녀의 애절한 사랑이 남아 있는 영화 ‘단적비연수’, 형제애 가슴 저미는 ’태극기 휘날리며’의 촬영지인 황매평원은 또 다른 환상을 느끼게 해준다. 해질 무렵 산청 너머로 지리산 천왕봉과 웅석봉, 필봉산 그리고 왕산으로 넘어가는 석양을 볼 수 있는 행운을 누리기 바란다.

철쭉과 억새 사이(황매산 휴게소)

황매산 아래 해발 850m 황매평원 한가운데 아름다운 건물 ‘철쭉과 억새 사이’ 휴게소가 위치하고 있다. 2021년 대한민국 공간문화대상 대상(대통령상) 수상, 한국건축가협회 건축상 수상, 제14회 경상남도 건축상 최우수상 수상 등에 빛나는 소박하지만 황매산의 철쭉과 억새와 어우러지는 풍경이 어느 계절이라도 아름답다. 산의 형상에 맞추어 반원모양으로 건축되어 혹시나 건축물이 풍광을 가릴까 그마저 군데군데 비워내 이가 빠진 천진한 아이의 웃는 모습처럼 사이사이로 철쭉과 억새를 언뜻언뜻 드러낸다. 카페, 식당, 화장실, 관광안내소를 갖추고 있으며 로컬푸드매장도 운영한다.
위치: 경남 합천군 가회면 황매산공원길 331(둔내리 산219-11)

모산재(767m)

황매산군립공원에 자리잡고 있으며, 합천팔경 가운데 제8경에 속한다. ‘신령스런 바위산’이란 뜻의 영암산으로 부르기도 한다. 삼라만상의 기암괴석으로 형성된 아름다운 바위산의 절경으로, 주능선 부분은 풍화작용으로 인해 넓은 평지를 이루고 흙이 두텁게 깔려 있으며 숲이 우거져 있다. 산이나 봉이 아닌 `높은 산의 고개`라는 뜻의 재라는 것이 특이하다. 산 전체가 하나의 거대한 바위덩어리로 보이는 모산재는 한 폭의 한국화를 연상케 한다. 각양각색의 형태를 한 바위와 그 바위틈에서 살아가는 소나무의 모습이 화폭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하다. 황매정사, 쇠사다리, 돛대바위, 황매산성, 순결바위가 능선을 이루며, 정상에는 한국 제일의 명당자리로 알려진 무지개터가 자리하고 있다. 돛대바위는 높은 쇠사다리 위의 넓은 암릉 끝에 돛대처럼 우뚝 솟아 있으며, 순결바위는 평소 생활이 깨끗하지 못한 사람이 이 바위의 틈에 들어가면 빠져나오지 못 한다는 말이 전해진다.

돛대바위

순결바위

추천코스개인의 산행 능력에 따라 소요시간이 다를 수 있습니다.

◆ 힐링코스

▶ 오토캠핑장주차장 → 1군락지 → 2군락지 → 3군락지 → 하늘계단 전망대 → 베틀봉 → 황매산성 → ‘철쭉과 억새 사이’ 휴게소 → 오토캠핑장 주차장 (4.5km, 2~3시간)

▶오토캠핑장주차장 → 1군락지 → 2군락지 → 3군락지 → 하늘계단 전망대 → 베틀봉 → 황매산성 → 황매산 정상 → ‘철쭉과 억새 사이’ 휴게소 → 오토캠핑장 주차장 (6km, 3~4시간)

▶산청 미리내파크 주차장 → 황매산성 → 황매산 정상 → 돌팍샘 → 미리내파크 주차장 (5.7km, 3시간30분)

◆ 건강코스

▶ 오토캠핑장주차장 → 1군락지 → 2군락지 → 3군락지 → 하늘계단 전망대 → 베틀봉 → 황매산성 → 황매산 정상 → ‘철쭉과 억새 사이’ 휴게소 → 1군락지 → 모산재 → 모산재 주차장 (9km, 5시간)

▶ 모산재 주차장 → 모산재 돛대바위 → 1군락지 → 2군락지 → 3군락지 → 하늘계단 전망대 → 베틀봉 → 황매산성 → 황매산 정상 → ‘철쭉과 억새 사이’ 휴게소 → 1군락지 → 모산재 순결바위 → 모산재 주차장 (11km, 6시간)

◆ 종주코스

▶ 덕만주차장 → 삼봉 → 하봉 → 중봉 → 상봉 → 황매산 정상 → 황매산성 → 베틀봉 → 하늘계단 → 3군락지 → 2군락지 → 1군락지 → 모산제 → 덕만주차장 (13.5km, 7~8시간)

▶ 장박마을 or 떡갈재 → 너배기 → 상봉 → 황매산 정상 → 황매산성 → 베틀봉 → 하늘계단 → 3군락지 → 2군락지 → 1군락지 → 모산재 → 모산재주차장 (10.5km, 5~6시간)

개화 현황은 황매산군립공원(http://www.hwangmaesan.kr/) 홈페이지에서 실시간 확인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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