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소식 대전광역시 경찰청장, 시민 안전 위해 ‘원팀(One Team)’ 된 대전 경찰

경찰 내?외부를 아우르며 쌓아온 다양한 경험 선구안(選球眼) 되다
부드러운 카리스마로 ‘직원들의 기 살리기’를 항상 연구

정여림 작가 승인 2022.10.07 14:15 | 최종 수정 2022.10.12 13:06 의견 0
윤소식 대전광역시 경찰청장

10월 21일은 경찰의 날이다.

이날은 1945년 10월 21일 미 군정청 산하 ‘경무국’ 창설 이후 역경과 시련을 극복한 경찰사를 되새기고 선진조국 창조의 역군으로서 경찰의 결의를 다지기 위해 제정한 법정기념일이다. 경찰의 날에 즈음하여 지난해 12월 취임해 대전광역시의 치안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윤소식 대전경찰청장을 만났다.

윤소식 대전광역시 경찰청장

‘시민과 함께하는 더 안전한 대전 경찰’을 지향하며 부드러운 카리스마로 ‘직원들의 기 살리기’를 항상 연구한다는 윤 청장.

그는 대전광역시의 치안 수장으로서 막중한 책임감을 느끼며 시민들의 자발적인 협조도 거듭 강조했다.

“대전경찰청장의 자리는 윤소식 개인의 것이 아니다. 3,700명 대전 경찰 전체의 무게다. 그런 만큼 대전 경찰 전체가 원팀이 되어 함께 해 나가야 한다. 범죄는 갈수록 다양화, 고도화되고 있어 시민들의 협조와 소통도 절실하다.”

시민이 진정으로 원하는 점을 파악해 경찰이 이를 충족시키려 노력하고 있다며 경찰 직원에 대한 당부와 책임감도 내비쳤다.

“투철한 사명감‧소명의식으로 매사 적극적 치안을 행해라. 적극적, 선의의 치안에서 나온 문제점에 대해서는 청장이 책임지겠다.”

경찰대학 입학식

◆ 20년 장기미제사건 피의자 검거… 대한민국 경찰의 쾌거, 대전경찰청

최근 대전경찰청은 한껏 고무돼 있다. 대전의 대표적 장기미제사건이었던 ‘국민은행 강도살인 사건’의 피의자 2명을 지난 8월 검거했기 때문이다. 이 희소식은 대전지역뿐만 아니라 전국 경찰관들에게도 획기적이고 중요한 성과로 회자 됐고, 대한민국 경찰의 쾌거로 일컬어졌다.

대전경찰청 형사과 미제팀 행안부 장관 특별승진 포상

‘국민은행 강도살인 사건’ 개요

2001년 12월 21일 대전광역시 둔산동에서 벌어진 이 사건은 은행 지하 주차장에서 현금 수송 중이던 차량을 피의자 두 명이 승용차로 가로막으면서 벌어졌다. 피의자들은 탈취한 38구경 권총으로 현금호송 중이던 직원 중 출납 과장 김모(당시 45세) 씨를 쏴 사망케 하고 현금 3억 원이 든 가방을 들고 달아났다는 혐의다.

사건 후 경찰은 범행에 사용된 차량에서 마스크와 손수건을 발견했지만 당시에는 분석 기술이 미흡해 사건은 미궁에 빠져있었다.

이후 2017년 10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두 증거물에 대한 유전자 정보를 의뢰했고 중요한 정보를 받을 수 있었다. 2015년 충북 소재 불법 게임장 유류물에서 검출된 유전자와 국민은행 강도 살인사건에서 드러난 유전자가 동일하다는 감정 결과였다.

올 3월, 대전경찰청 미제사건 전담팀은 해당 게임장 출입 가능성이 있는 1만 5천여 명을 대상으로 국민은행 사건과의 범행 연관성을 일일이 확인하고 조사한 결과, 피의자를 특정 지을 수 있는 단계에 이르렀다. 사건 발생 7,553일 만인 지난 8월 25일, 피의자 두 명은 검거됐다.

경찰의 날 기념식

◆ 찬사 뒤의 어둠을 보는 경찰 돼야… “경찰의 모든 행적은 한 연장선”

9월 14일, 대전경찰청은 입장문을 발표하고 사건이 있은 당초 2002년 충남경찰청 수사본부로부터 용의자로 지목되어 고통을 겪었던 3명의 당사자들에게 사과했다. 또 그 피해의 보상과 명예 회복을 위해 적극 협력하겠다고도 약속했다.

빛과 어둠을 동시에 볼 줄 아는 대전경찰청과 윤 청장의 사려 깊은 행보, 양심적인 발언에서 존경받고 사랑받을 수 있는 경찰의 싹을 발견한다. 윤 청장은 남은 미제사건 해결에도 강한 의지를 보였다.

“현재 대전경찰청의 미제사건 전담팀원은 4명으로 전체 미제사건 6건 중 1건이 해결되어 나머지 사건을 추가적으로 수사하고 있다. 장기미제사건 공소시효가 폐지돼 지속적이고 꾸준히 미제사건을 해결해 나갈 방침이다.”

대전경찰청 협력단체 감사패 전달

◆ 과학수사의 눈부신 발전, CCTV‧블랙박스‧유전자(DNA)검사… “검거가 곧 예방, 예방만이 제대로 된 치안”

윤 청장은 경찰의 다양한 과학수사에 대해 자신감을 드러냈다. “국민은행 강도살인 피의자 검거로 한번 발생한 사건은 끝까지 추적돼 검거된다는 메시지를 우리 사회에 증명해 보일 수 있어 다행”이라는 의견도 내보였다.

“요즘은 사건이 발생해도 대개 한 이틀이면 피의자가 다 검거되고, 길면 일주일 이내로 해결된다. 범죄가 일어나면 도처에 CCTV‧블랙박스가 설치돼 있어 조회되고, 유전자 검사로 인적 사항 등을 확인할 수 있다.”

과거 한 유명 경찰은 학교 등지에 강의를 가면 항상 얘기하는 것이 있었다. “범인은 반드시 흔적을 남긴다. 범행을 저지르면 반드시 검거된다.”였다. 하지만 그의 단언에도 불구하고 미제사건이 계속 생겨났다. 첨단 수사 방법이 개발되지 않았을 때라 어려움이 컸다고 윤 청장은 술회했다.

“하지만 지금은 그 말이 옳다. 그 당시는 증거를 수집해도 확인 기술이 발달하지 않아서 심증만 가지고 물증을 못 잡아 범인을 놓치는 일이 공공연히 발생했다. 연쇄살인 사건도 일어날 수 있었다. 범인을 못 잡으니, 악순환으로 범행이 이어졌다. 신속한 검거가 곧 예방이다. 범죄 대처보다는 예방에 무게를 실어야 제대로 된 치안(治安)이다.”

권총강도살인사건 검거 유공, 행정안전부 장관 포상 및 간담회 참석

◆ 그의 삶의 방식은 신중함과 통찰 “복과 화는 항상 같이 온다.”

그는 대대로부터 여러 명의 왕후를 배출했고, 벼슬로도 이름 높은 파평 윤씨의 혈맥을 가졌다. 틈틈이 유학과 도가의 경서를 탐독해 왔고 현대의 서적도 즐겨 읽는 독서가이기도 하다. 인문학적인 소양이 깊은 까닭일까? 그는 주위 사람에 대한 배려가 깊다는 평을 듣는다. 오늘의 그가 있기까지, 가장 영향을 받은 것에 대해 물었다.

“서울과 대전 등 여러 지역과 부서에 근무하며 선배‧동료들의 업무도 지켜봐 왔다. ‘가끔은 이게 답이 아닌데…….’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매사, 어떻게 가는 것이 맞는지 통찰의 시간을 갖기도 하며 일희일비하지 않는다. 대부분은 화와 복은 같이 오는데, 호기에 취해, 오는 화(禍)를 못 볼 수 있다. 지금 잘됐다고 하던 일이 언제 최악의 문제로 만들어질지 모르니 항상 신중하려 애쓴다.”

윤 청장은 직원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말을 전했다.

“세상은 변한다. 그래서 반전, 역전의 용사라는 말이 있다. 당장 눈앞의 모양만 보고 판단해서는 안 된다. 근시안적 시선을 지양하고 항상 노력하며 최선을 다했으면 한다.”

윤 청장은 주위 사람들에게 소소한 인정을 잘 표현하고 베푸는 것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그 비결을 물었다.

“나를 내세우면 상대와 다툴 수밖에 없다. 어떤 만남이든 소통과 배려로 원팀(One Team) 된 심정으로 만나야 한다. 나를 내세우지 말고 중심을 상대로 옮겨가 바라보면 누구나 이해할 수 있다. 나를 고집하면 상대의 표면밖에 안 보인다.”

제1회 겸·경수사실무 합동세미나

◆ 대전의 모든 경찰 조직은 ‘원팀’이 돼야…

그는 경찰대학을 졸업하고 1991년 대전 서부경찰서에 경위로 첫 임용 됐다. 주로 대전과 서울에 근무했으며 현재 치안감의 책무를 졌다. 대한민국 13만 명에 달하는 전국 경찰관 중 최고위직으로 분류되는 치안감, 치안정감, 치안총감(검찰청장)은 단 38명. 그 일원이 돼 봉직할 수 있는 것이 영광스럽다는 그는 지난해 12월, 30년 전 초임 발령지였던 대전에 이번엔 대전경찰청장으로 부임했다.

대전 시민과 함께하는 더욱 안전한 대전을 추구한다. 존경과 사랑받는 대전 경찰이 되기를 지향한다. 그는 경찰 조직에 적극적인 직무수행과 시민의 입장으로 소통하고 그들에게 존중과 배려하기를 늘 주문한다. 또한 대전 경찰 조직이 모두 한마음처럼 똘똘 뭉쳐 원팀(One Team)이 되기를 촉구한다.

그는 대전 유성구가 고향인 데다 초임부터 시작해 대전에 근무한 경험이 많다 보니 지역사회나 단체에 아는 얼굴이 많다. 그만큼 지역민들의 기대치가 있다며 부담을 갖기도 한다. 경찰로서 그의 지나온 이력에 대해 이야기를 옮겼다.

경찰대학 졸업 및 임관식


윤소식 경찰청장의 이력을 돌아보다

1. 경찰 내‧외부 아우른 경험으로 선구안 만들어 줘… 각종 교통단속 제도화에 일조

그는 국무총리실, 행정자치부, 경찰청, 서울청, 서울 중‧서부‧강서 경찰서 등의 요직을 두루 보직 받아 옮겨 다니며 경험을 쌓았다. 2000년도 경정 때는 총리실에 파견근무를 나가 일했고, 2008년 총경 때는 행정자치부 자치경찰실무 추진단에서 근무했다. 2010년에는 경찰청 재정담당관으로서 경찰청의 예산을 총괄해 살림을 꾸리는 중책을 맡았다. 2013년에 경찰청의 장비 담당관으로 직원들과 함께 안전 장구를 개발하기도 했다.

경찰 밖의 조직으로 나가 조직을 바라보기도 했고, 내부에 깊숙이 들어와 조직을 조명해 보기도 했다. 모든 자리마다 어렵고 책임감 무거운 자리였는데, 지나고 나니 여러 경험이 약으로 작용했다. 그런 시간들은 그가 세상과 이 사회의 다양한 면을 보는 선구안을 만들어 준 것 같다.

그는 교통업무를 특히 많이 봐왔는데, 교통 ‘무인 구간단속’ 아이디어를 낸 주인공이기도 하다. 2016년 경찰청 교통 안전과장 때는 보행자를 위한 제한속도를 규정하는 ‘안전속도 5030’ 제도를 고안했을 뿐만 아니라 그의 인터뷰에서 언급해 공론화했다.

교통 범죄수사팀을 만들고 전국적으로 확대해 폭주족. 보복 운전에 경종을 울렸고, 아이디어에 멈춰 있던 ‘암행순찰차’ 제도를 체계화해 보급하기도 했다.

가정폭력 없는 안전 캠페인

2. 경청 리더십… “‘직원 기 살리기’ 연구한다.”

그는 과거와 같이 권위적인 카리스마로는 조직 운영이 어렵다고 했다. 2012년 대전서부경찰서장 시절에는 ‘신바람 TF’를 만들어 직원들이 건의하는 것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였다. 과거와 같은 상명하달식 시대는 졌다고 본 것이다. 경청 리더십이 답이라 했다.

“건강한 조직이 되려면 청장이 아이디어 내서 지시하기보다는, 직원들이 좋은 아이디어를 내게 해 그것을 합리적으로 수용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러면 오히려 성과가 더 나더라. 직원들에게 스트레스를 되도록 주지 않으려 하고 직원 기 살리기를 항상 연구한다.”

그는 직원들에게 “눈치 보지 마라. 권리다.”라며 주어진 휴가를 십분 활용하라고 권유한다.

학교폭력근절 캠페인

3. 부드러운 카리스마, ‘혼잡과 짝퉁의 대명사’로 악명 높은 동대문 일대 정비

2014년, 그가 서울중부경찰서장으로 있을 때다. 관할 동대문상가 부근은 관광특구로 내‧외국인 밀집 지역이었다. 그런데 600여 개 노점 대부분이 짝퉁을 판매하면서 상권이 위기에 처했다. 연관해 도로 점거, 주‧정차 위반, 무단횡단 등이 만연해 보행권 확보와 시민 안전을 위해 근본적 해결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었다.

특히 동대문은 경찰관서 기동본부가 위치한 곳이라 버젓이 벌어지는 불법을 경찰이 그대로 방관하고 있다는 비난까지 봉착하게 됐다.

“경찰 체면이 안 섰다. 도로 문제가 고질적이어서 무척 고민했다. 주정차위반 단속과 짝퉁 단속에 상인들이 거세게 저항하면서 경찰과 대치하는 국면이 벌어졌다. 고민 끝에 중구청과 연합한 합동 테스크포스(TF)를 조직했고, 여러 단체와도 협업체계를 구축했다. 주·야간 경찰 부서를 기능별‧역할별로 분담해 대대적 합동단속을 실시하여 동대문의 긍정적 변화가 만들어졌다.”

교통안전 캠페인

4. 공권력… 적절한 집행이 필요하지만, 강약 조절해 필요 이상의 마찰은 피해야

그는 6개월여를 저녁마다 동대문에 머물며 상황을 예의주시했다. TF 합동단속이 이어지고 시간이 흐르자 무질서가 점점 줄어들었고 깨끗해진 도로에 시민들의 호응과 만족이 컸다.

단속에 그치지 않고 불법 주정차 출구전략도 제시했다. 동대문 디자인플라자(DDP) 주차공간을 야간시간에 개방하고 주차료도 대폭 할인하도록 관광특구 측과 협의 실행해 시민의 큰 반발 없이 주변 환경의 단계적인 변화를 가져왔다는 호평을 받았다.

그는 불법 단속을 전략적으로 단계별 수행한 것이 큰 효과를 본 것 같다고 했다.

“먼저 주정차위반 단속으로 주의를 환기해 보행 공간을 확보했다. 그 후 짝퉁 판매 상인 단속 순으로 불법 현장을 죄어들어가다 보니 시간이 지나자 불법행위가 점점 약화 되는 효과가 나타났다. 구청에서 불법점유 단속 때도 외곽 쪽 정도가 덜한 데부터 서서히 단속하게 했다. 밀집돼 있던 상인들이 단속을 알아차리고 스스로 철거하도록 분위기 조성을 한 셈이다.”

그는 공권력이라는 게 시민들을 위해서 있는 건데, 적절한 집행이 필요하지만, 강약을 조절해 필요 이상의 마찰은 피해야 한다는 의식이 강하다.

윤소식 대전광역시 경찰청장

5. 주취자 공무집행방해위자료소송 전담 경찰 지정… 경찰도 보호하고, 재발도 방지

음주의 부정적 산물이며 공권력을 무시하는 심각한 문제로 ‘매 맞는 경찰관’이 있다. 공무집행방해 사범의 대부분은 주취자(酒臭者)다.

2014년 그가 서울중부경찰서장 시절에도 주취자의 공무집행방해 행위가 한 달에 몇십 건이나 발생해 해당 경찰관들의 신체적 손상과 정신적 피해도 컸다. 그는 고민 끝에 복안을 냈다. 직원 한 명을 전담시켜 매 맞은 경찰관의 ‘위자료 청구소송’을 제기하도록 일임한 것이다. 위자료 소송 비용은 직원들 월급 지급 시 자투리 금액을 이용하도록 동의하에 징수했다.

가해자는 경찰을 폭행해 놓고도 별 처벌을 받지 않는다는 방심이 되풀이돼 폭행이 대수롭지 않게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면이 있었다.

“위자료 청구소송을 제기 받자 술 먹고 행패 부리던 주취자들이 정신 차리더라. 금전적인 불이익을 주는 방법이 폭행 억제력은 크다. 경찰 직원들의 고충은 덜어졌고, 훈방과 가벼운 처벌로는 매번 재발하던 문제들을 일소에 감소시킬 수 있었다. 공권력을 방해하는 무법 행위는 절대적으로 근절돼야 한다.”

물론 이런 극약 처방은 관할 서장의 굳건한 의지가 있어야 실행할 수 있고, 전담 업무를 처리하는 직원도 있어야 해낼 수 있는 일이었다. 열띤 업무 이야기에서 화제를 돌려 윤소식 청장 ‘개인’에게로 이야기를 옮겨갔다.

국립한밭대학교 특강

6. ‘청문감사관실’의 취지를 재조명하다

그는 감사관실이 ‘청문감사관실’로 바뀐 취지를 설명했다. 어느 조직이나 감찰부서는 힘이 세다고 여겨, 어려워하는 면이 있다. 이를 변화시켜 보고자 그는 고민했다.

감찰관실은 경찰들의 이야기를 먼저 청문(聽聞)해 어떤 애로사항이 있는지, 뭐가 막혀 있는지 이야기를 들으며 친해져야 한다. 그들이 감찰실을 피하면 안 된다. 감찰관실은 위험요소의 선제적 관찰과 조치, 예방적 감찰 활동이 필요하다. 과거 지적 위주의 감찰을 하니 직원들이 감찰의 거부감이 컸다. 윤 청장은 감찰관이 직원들과 만날 때는 음료수라도 들고 가 담소를 나누는 것부터 시작하라고 주문한다.

윤소식 대전광역시 경찰청장

평범한 한 사람, ‘윤소식’은 어떤 사람…

◆경찰대 입시… 성적이 아닌 혈압이 문제 일으켜

윤 청장은 현 대전 유성구 반석동(구: 충남 대덕군 판독면 반석리)에서 출생했다. 구순의 어머님이 건재해 계시지만 아버님은 돌아가신 지 20년째다. 농사를 지으셨던 부모님 슬하 2남 2녀 중 그는 막내다.

고등학교 때 경찰 제복에 대한 막연한 선망이 있었고, 범인을 검거하는 경찰의 활약을 보며 ‘경찰은 멋있는 직업’이라 생각했다. 아버지의 적극적 권유도 있었다. 대전 동산고등학교 재학 중 제대로 준비 없이 경찰대에 지원해 보기 좋게 고배를 마셨다.

재수해 경찰대 시험을 다시 봤다. 체력검사를 무난히 통과하고 마지막 신체검사만 남겼다. 제복 입은 자신의 모습이 눈앞에 보이는 듯 설렜다. 그런데 전혀 예상치 않은 난관을 만났다. 신체검사 혈압측정에서 정상 기준치를 넘긴 수치가 나와버린 것이다.

동행했던 아버지는 속을 태우다, 그를 불러내 커피 한잔을 내밀었다. 커피를 마시고 다시 혈압측정을 하자 커피의 효과인지 과도한 긴장이 좀 누그러져서인지 천만다행으로 혈압 정상 수치를 확인할 수 있었다. 그가 경찰대 합격장을 받아 들자 아버지는 펄쩍 뛸 듯이 기뻐했다.

경찰대학에서의 수련 시간이 순탄치만은 않았다. 1학년 때는 인대를 삐어 8개월여를 목발을 짚고 출석했고, 2학년 때는 어이없게도 출입 유리창을 들이받아 다치는 사고를 만났다.

“군대식 교육으로 군기가 바짝 들고 선배들 눈치도 많이 보던 시절이라 몸이 긴장돼 있었다. 순탄하지만은 않은 경찰대 과정을 견뎠고 무사히 졸업했다. 저 보고 경찰을 하라는 메시지가 아닌가 한다.”

기타 동호회

◆ 윤소식은 스포츠맨이자 로맨티스트… 가만히 있는 성격이 아니다?

경찰관 업무 자체가 딱딱하다 보니, 이 점을 상쇄할 수 있는 게 뭘까 찾았다. 기타를 배우고 색소폰도 잡아 봤지만 시간이 부족해 색소폰은 접게 됐다. 대학 때부터 쳤던 테니스는 지금도 계속해 주말 새벽이면 규칙적으로 코트로 나가는데 체력관리에는 그것이 최고다.

시간이 나면 기타를 잡아 곡을 연습해 본다는 그는 매사에 무언가를 하려고 몸을 움직이는 타입이라 했다. 바쁜 일정 때문에 그의 퇴근 시간을 훌쩍 넘기고 재개한 인터뷰. 그는 대뜸 기자에게 기습 제안을 했다.

“기타 한 곡 쳐 드릴까요? 어떤 노래 좋아해요?”

감미로운 멜로디가 좋다는 기자에게 그는 잠시 고민하더니 곁에 있던 기타를 잡아들었다.

“……곱고 희던 그 손으로 넥타이를 매어주던 때, 어렴풋이 생각나오. 여보 그때를 기억하오……”

‘어느 60대 노부부의 이야기’다. 수수한 목소리로 노래까지 곁들인 연주는 수준급이었다. 제복 밖으로 비치는 근엄하고 통솔력 강한 경찰청장의 모습이, 부드럽고 감성적인 평범한 한 범인(凡人)으로 비치는 순간이었다.

문득 윤 청장을 오랫동안 보아와 잘 안다던 이들의 말이 떠올랐다. ‘그분은 사람을 대함에 있어 모두를 평등하게 대한다. 지위가 높건, 낮건, 부자든 가난하든, 힘이 있든 없든… 모든 사람을 똑같이, 차별 없이 대한다. 때로는 강자에게는 오히려 강한 모습을 보이는 그분이 대단해 존경한다.’라는 진심 어린 인정이었다.

테니스 동호회

◆ 경찰대 2학년 때 만난 부인과 딸‧아들 둬

윤 청장은 경찰대 2학년 때 지금의 아내를 만났다. 친구가 “서울사범대 다니는 아가씨가 있는데 만나러 간다”고 해 그도 무심코 따라나섰는데, 운명인지 아내도 친구 따라 그 자리에 같이 나왔던 것이다. 윤 청장과 아내는 5년여를 교제했고, 마침내 백년가약을 맺었다.

그의 아내는 중학교 교사를 오랫동안 하다 몇 년 전 퇴직했다. 슬하에 딸, 아들 남매를 두었는데 둘 다 장성해 직장생활 중이라 한다.

선진교통안전 대상

“혹 정치도 생각 있으십니까?”라고 인터뷰를 접으며 심중에 있던 질문을 던졌는데 의미심장한 답이 돌아왔다.

“당장 내일 내가 어떻게 될지도 모르는 일인데… 굳이 먼 미래까지 미리 생각하지 않는다. 살아보니 매사는 갈망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더라. 애타게 갈망 안 해도, 될 일이면 저절로 이루어지더라. 다만 지금 이 자리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묵묵히 할 뿐이다.”

윤소식 대전경찰청장 ― 1965년 4월 15일생(58세)

출신지: 대전 유성구 반석동
소 속: 대전경찰청
학 력: 외삼초등학교
유성중학교
대전동산고등학교
경찰대학 졸업(5기)
고려대학교 정책대학원 행정학 석사

주요 경력
2000년 10월 국무총리실 안전관리개선기획단 파견(경정)
2008년 3월 행정자치부 자치경찰실무추진단 파견(총경)
2009년 1월 공주경찰서장
2010년 1월 경찰청 재정담당관
2012년 1월 대전서부경찰서장
2013년 11월 경찰청 장비담당관
2014년 1월 서울중부경찰서장
2015년 1월 서울청 교통안전과장
2016년 1월 경찰청 교통안전과장
2016년 12월 청주흥덕경찰서장(경무관 서장)
2017년 12월 충남지방경찰청 1부장
2018년 2월 경찰대학 교수부장
2019년 1월 서울강서경찰서장
2020년 1월 경찰청 정보심의관
2021년 2월 경찰청 공공안녕정보국장(치안감 승진)
2021년 12월 대전경찰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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