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선수 아슬라조경(주) 대표 “인맥, ‘일 끝’에 구축돼야 제대로 관계 열려”

깔끔한 일 처리로 신뢰를 쌓고, 다음 사람을 만나라

정여림 작가 승인 2022.11.04 14:14 의견 0
강선수 아슬라조경(주) 대표

강원도 정선군 임계면 출신 강 대표. 대학에서 회계학을 전공하고 수도권 대기업 등지에서 직장생활을 10여 년 하다 조경 사업에 뛰어들어 올해로 19년째다. 사업 초기 일감이 없자 대기업 유통사를 무작정 찾아가 ‘매출을 올려 드리겠다.’며 담판을 지어 공사 수주의 ‘연타발’을 창조했다. 인맥은 ‘일 끝’에 구축된다는 신념으로 완벽한 일 처리로 먼저 신뢰를 얻어 관계를 만들어간다는 그. 그는 천생 사업가의 기질을 타고났다. 남다른 혜안과 통찰을 가진 그는 오랜 조경 사업으로 바라본 나무론도 펼쳤다. 모든 나무는 가진 재능이 다르고 사람이 가꾸기에 따라 그 모양새도 달라진다고 한다. 결국 모든 문제의 답이 나에게 있고, 나로부터 문제가 출발한다는 메시지가 아닐까 한다.

강선수 아슬라조경(주) 대표

강 대표의 ‘나무론’… 주인이 가꾸기에 따라 달라지는 나무, 모든 나무는 Talent(재능)가 다르다

경기도 화성시에 위치한 아슬라(阿瑟羅)조경. 그 이름이 흔치 않고 마치 외국어처럼 낯설었는데, ‘언덕 아’, ‘큰 거문고 슬’, ‘거물 라’라는 한자를 쓴다. 언덕에서 거물을 넓게 펼쳐 던지면, 뭔가 얻어 올릴 수 있을 것 같아 지은 회사명이다.

그가 항상 만지는 게 나무다. 특별히 애착하는 나무가 있냐고 물으니 “어떤 나무를 좋아하기 보다는 모든 나무에 다 애착이 간다.”며 말문을 열었다.

“감나무, 모과나무, 매실나무에 거름 주고 전지해주면 열매가 무럭무럭 달려 보람으로 돌아온다. 방치하면 병충해가 생기고, 꽃이 순식간에 곯아떨어진다. 무슨 나무든 간에 주인하기 나름이다.”

나무는 1년, 2년을 돌봐야 서서히 결실이 보이고, 보람도 늦게 돌아온다며 나무를 보고 인간사를 배울 수 있다고도 했다. 옛말에 ‘임목(林木)사업 해서 망하는 경우는 잘 없다.’고 했다. 화재나 수해의 천재지변이 아니면 임목사업은 정성을 들인 만큼 결실이 사람에게 돌아온다는 것인데 그가 나무를 키우는 정성스런 자세를 내비쳤다.

“산에 누군가 담배꽁초라도 던져 불이 나면 그런 위치에 나무를 심어놓은 내 잘못이다. 모든 선택은 내가 한 것이니 남의 탓으로 돌리지 않는다. 인생도 그렇다. 모든 것이 나의 선택에 대한 결과니 내 행동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을 나무를 통해 배운다.”

그의 지론에 따르면 세상의 만물도 그렇고 나무도 당연히 그렇다. 만물에는 자기 안에 깃든 자기만의 길이 있다. 자신만의 성격을 타고 난 나무는 연못에 심어야 하는 나무, 마른 땅에 심어야 하는 나무가 다 다르다. 가로수에 심어 잘 자라는 나무, 화단에 심어야 어울리는 나무. 그는 이런 나무들의 성격을 잘 알아, 나무들이 잘 어울리게 심는 것이 조경이며 각각 나무들마다의 ‘재능’을 살려 이를 돋보이게 만드는 것이 사업의 주안점이라 소개했다.

강선수 아슬라조경(주) 대표

대기업 직장생활 접고 삼십 대 후반, 조경 사업 시작

강원도 정선군 임계면 출신인 강 대표. 대학에서 회계학을 전공하고 수도권 대기업 등지에서 직장생활을 10여 년 하며 나름의 위치도 확보했다. 그러나 활달하고 진취적인 그의 체질상 사업가가 되고 싶었다. 전국 상위권 조경업체가 많은 서울 서초구 등지에서 조경의 정보를 접하며 사업성에 대한 확신으로 그는 의중을 굳히고 있었다.

이후 한 대기업 계열사의 대표이사를 맡아 M&A(기업 인수 및 합병)를 성공시켰는데, 그 성공보수로 사업자금을 마련할 수 있었다. 친분이 두텁던 화성시 한 지인의 권유를 받아들여 화성시 마도면에 사무소를 가진 지도 올해로 19년째. 건네받은 명함에는 조경‧설계‧시공‧공사‧법면‧녹화‧석축공사‧준공수‧조경석‧수목 판매 등의 사업내용이 빼곡했다. 동분서주하며 사업을 일으킨 결과 지역과 서울 경기권에서 신망 있는 조경업체로 자리 잡고 있다.

“삼십 대 후반 시작한 조경은 내 전공이 아니었다. 사업체를 열려면 조경면허 포지(抱持)가 확보돼야 했고, 수목도 다품종 보유해야 하는 등 많은 조건이 필요했다. 그런 요건을 충족하기 위해 사방팔방으로 뛰어다녔다. 초창기에는 일거리가 없어서 피가 마르는 시절도 있었다.”

강선수 아슬라조경(주) 대표

사업에서 나무가 차지하는 원자재 비율은 65%다. 그는 전주‧순천 등지에서 나무를 구매해 오기도 하지만, 수급의 중요성을 감안해 주요 나무 품목은 그의 회사에서 직접 키우고 관리하는 시스템을 만들었다.

“나무의 소유권은 애매할 때가 있다. 심겨진 곳의 토지주가 연결이 안 될 수도 있어 이중 거래의 사고도 생긴다. 조경은 건설 공사의 제일 마지막 공정이다 보니 대금 결제 순에서도 밀린다. 건설주가 대출받아 결제해준다며 큰소리치다 나중에 잠적하는 일도 생기니 여러 경험과 주의가 필요하다.”

그런 위험성이 따르는 반면, 조경 사업의 수익과 비용은 잘 드러나 계획성을 가질 수 있다. 관리비는 미리 예산을 잡는데 전지작업, 농약 살포 등 드러난 공정의 비용이 어느 정도 관측가능하다. 그는 현재 아슬라조경, 청록조경, 푸른조경, 장운조경, 엘코리아 등 다섯 개의 조경업체를 운영하고 있으며 일 년에 열대여섯 건의 관급공사를 수주하고 있다. 관급공사와 더불어 국내 일군건설 업체에서도 공사를 수주받는다.

조경업체 간 경쟁도 치열해 건설 정보에 촉수를 세우는 것은 병가지상사다. 강 대표는 지역의 친목 단체나 발전 단체에 참여하고, 지역 소식에도 귀를 열고 지역민과 화합하는 것도 놓치지 않아 보였다. 그의 일정표는 초를 다투듯 매일이 가득 차 있었고, 그의 손전화는 3분, 5분 간격으로 수시로 울려댔는데 익숙하게도 전화응대를 하며 인터뷰를 이어갔다.

“네, 네 예쁘게 심어드릴 게요. 그래요. 네…….”

시원시원하면서도 정감 있게 들리는 그의 목소리는 때로는 발주와 공사 주문의 응대였고, 때로는 만나고자 하는 사람을 반기며 “네, 내일 점심…… 네, 좋습니다.”라는 유쾌하고 인정어린 응답이었다.

아슬라조경의 작품

20여 년 전, 조경 사업 시작하고 공원에 가서 나무 공부했다

20여 년 전, 조경이라는 세계에 첫발을 내디딘 서른 후반. 우선 수목을 알아야 했기에 공원을 찾아다녔다. 나무들을 살피고 이름표를 보며 이름을 외웠다. 라일락, 백일홍, 은목서, 단풍나무……. 식물원도 찾아 식물마다 사진을 찍고 특이 사항을 기록해 파일을 만들고 수시로 찾아보았다.

그 결과 고객이 문의하면 즉석에서 “이걸 심어라.”, “그곳에는 이런 나무가 좋다.”라는 말이 부드럽게 나왔다. 매번 ‘내 집에 조경을 한다면 나는 어떻게 공간을 연출하겠는가?’라는 자세로 조경의 미적인 연출을 고심한다며 작업 과정을 설명했다.

조경은 자연을 그대로 고객의 공간에 옮기는 것이라고 말하는 그는 공사 전 완성된 그림을 머릿속에 그려보고 그대로 실현시킨다. 공사 발주부터 공사 진행 과정, 마무리까지 몸소 관리하고 챙긴다는 그는 사업 초기부터 ‘한 건 공사하면 얼마 남는다.’는 근시안적 계산을 하지 않았다.

아슬라조경의 작품

“고객에게 저는 무조건 ‘예스맨’이었다. 그들이 어려운 데를 다 긁어줬다. 일이 발생되면 고객께 나한테 직접 전화하라고 한다. 대표가 일일이 전화 받는 이유는 발주하는 업무를 듣고 그에 따른 서류적 절차와 세부적인 공사 점검을 속도감 있게 처리할 수 있어서다. 발주처의 성향을 파악하고, 작업의 수익성도 미리 관측해 계약을 조절하는 것은 직접 대표가 챙겨야 한다.”

대학에서 회계를 전공한 그는 경영에도 밝아, 여러 해 쌓인 경험으로 이제 손익구조를 한 눈에 파악하는 편이다.

“거래의 전표가 발생되면 반드시 그 근거가 있고 자금의 움직임도 보인다. 덤프트럭이 움직이면 부수적인 장비도 같이 움직이기 마련이다. 원인이 있으면 과정이 있고 결과가 있다. 이 표준틀을 가지고 큰 나무, 낙엽수, 관목, 초화 등 심는 단위로 수목별 예산을 세우고 공사를 마치면 사무실에서 자는 한이 있어도 항상 엑셀 작업으로 기록하고 정리한다. 조경은 공기가 빠른 만큼 수익도 빠르게 드러난다.”

강선수 아슬라조경(주) 대표

화성시, 중소시장의 한계를 뛰어넘어… 대기업 유통사 찾아가 제안 “아울렛의 매출을 대폭 올려드리겠습니다!”

화성시에 조경업체를 꾸렸지만 중소 도시라 사업이 많지 않고 수주도 어려워 고심 중 그는 대기업 유통업체를 공략해 보자는 복안을 냈다.

당시 수원에 개점한 대기업의 A아울렛이 넓은 건물 외부 공간이 아스팔트로 덮여 사장돼 있다는 점을 발견한 그는 그 업체 디자인팀을 무작정 찾아 책임자를 만났다.

“저희가 아울렛의 매출을 대폭 올려드리겠습니다! 매장 외부 공간에 만남의 장소를 만들고 판매대를 설치하십시오. 광장에 인공 폭포를 조성하고 벚나무를 심고 걸을 수 있는 데크를 설치해 젊은이들이 ‘우리 ○○아울렛 앞에서 만나.’라는 말이 나오게 하겠습니다.”

아슬라조경의 작품

그의 치밀한 기획과 창의적인 발상에 “공사비는 얼마 들겠냐?”라는 긍정 답변이 돌아왔고, 일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A유통점은 광장 공사 후 대박이 났다. 벚꽃이 만발하고 폭포수가 장관으로 넘치게 변모한 야외 매대에 사람들의 발길이 넘쳐났고, 이 공간은 지역의 명소로 이름을 높였다. 덩달아 그의 사업도 날개를 달았다.

그는 이 계열사가 시행하는 광명시‧안산 등지의 아울렛, 백화점 등 조경공사를 독식했고, 한동안은 일거리가 줄을 이었다. 하지만 시작이 있으면 끝도 있는 법. 그 회사가 조경회사를 인수해 연줄은 끊어졌고 그는 또 다른 배에 올라타기를 시도했다.

조경 식재형에서 관리형으로의 전환을 꾀해 연타로 이어졌다.

그는 조경공사 수주에만 몰입하고 있었는데, 어느 날 공사를 하기 보다는 심어놓은 나무를 관리하는 업무에 돌입해야겠다는 전략수정을 했다. 태풍이 오거나 장마가 지면 그에 따른 수목의 하자 보수거리가 많았다. 조경공사에 최적화 돼 있던 직원들을 풀 깎고, 전정하고 약 치는 관리 업무로 보강시켰고 그는 관공서를 찾아가 조경관리업무를 달라고 먼저 제안했다.

시‧군청 녹지과, 공원관리과, 읍‧면‧동사무소 등지와 접촉하니 그들은 오히려 반겼다. 예산은 책정돼 있으니 먼저 알아서 찾아와 주니 그들로서는 반가운 일이었고 수주로 이어졌다. 인근 시 군으로 그의 ‘관리형’ 조경 사업이 소문에 소문이 났고 관급계약으로 이어져 그의 표현을 빌리자면 ‘연타발’이 오기에 이르렀다.

아슬라조경의 작품

하루에 4시간 반 자고, 직원들 새벽에 가식장에 집결해 작업을 시작한다

그의 회사는 현재 ‘1종 나무병원’으로 승인된 조경 회사다. 산림에 대한 전문 자격 중 수목의 상태를 진단하고 치료 방법을 제시하는 ‘나무의사’를 채용하고 ‘나무간호사’ 격인 ‘식물보호산업기사’를 채용해 있어야 획득 가능한 인증이다. 나무의사는 수목의 병증을 진단하고 외과치료, 투약 등의 처방을 내려 농약 오남용을 방지한다.

강 대표의 일과는 매일이 전투와 같이 긴박하고 바쁘게 돌아간다. 12시 넘어서 자고 새벽 4시 반이면 기상한다. 5시에 직원들이 아슬라조경 사무실 앞으로 집결해 식사를 마치면, 가식장(假植場)으로 모인다. 회사의 가식장에는 80여 종의 나무가 이식을 기다리며 임시로 심겨져 있고 각종 장비나 부품, 농약 보관 창고도 곁들여져 있다. 가식장은 고객들이 나무의 상태를 점검하는 장이 되기도 하고, 이식이 확정된 나무는 트럭에 실려져 현장에 옮겨지는 중간 정착지다.

충남 당진 회사의 만 평 부지에서 자라고 있는 여러 수목들이 이 가식장으로 옮겨온다.

조경에 쓰는 자재들

“소나무는 조경에서 가장 많이 선호되며, 조경수로 최고의 기품을 자아낸다. 사계절 푸르름을 간직하고 그 둥치나 가지의 모양새에서도 강인한 기상을 드러낸다. 나무의 둥치는 굵을수록 좋다. 새벽마다 가식장을 둘러보며 나무의 건강 상태를 체크하고, 밖으로 내보낼 나무를 선택한다. 여기서 고객이 나무들을 고르기도 한다.”

작업 시 나무를 캐서 옮겨 심는 일이 다반사로 일어나는데. 캘 때도 잘 캐야 하지만 심을 때도 잘 심어야 한다고 그는 강조했다.

“나무를 캐서 뿌리를 잘 싼 후 차량에 싣는다. 운반 중에는 특히 주의해야 한다. 급브레이크에도 손상이 가기 때문이다. 차에서 내릴 때, 심을 때도 철저한 주의가 필요하다. 트럭에 너무 겹쳐 싣거나 이동 중 흔들리면 분이 밀리거나 달린 흙이 떨어져버려 뿌리에 손상이 가니 운반 과정도 참 중요하다. 그래서 중요한 나무는 회사가 직접 기르고 조달해 조심스럽고 정성스레 가꾼다.”

나무를 심어 나중에 하자가 발생하면 사후 관리를 해줘야 하는데, 하자보증 기간은 2년이다. 나무를 심을 때도 비용이 들어가지만, 하자가 발생해 사후 처리에도 그만큼 비용이 든다. 앞으로 남고 뒤로 밑진다는 말이 이런 데서 생긴 말이다. 그는 대표이사가 넥타이 매고, 골프치고 다니면 이런 모든 것을 챙기기 어렵다. 공정마다 대표가 직접 챙기는 게 필수라며, 다부진 몸으로 가식장을 누비고 애정 어린 눈길로 나무를 살핀다.

조경에 쓰는 자재들

사람 관계란 항상 팔 벌려 받아들일 준비해야… “주면 더 많이 얻게 돼, 받으려고만 하면 얻어지지 않아”

대중에게 특정 아이템을 팔아야 하는 사업가는 다양한 인적 네트워크의 지원과 호응이 필수다. 그는 지역에서도 다방면 인사와 친목을 가지고 넓은 인맥으로도 정평이 나 있는데 그의 관계 지론을 들어봤다.

“나는 사람을 좋아하지, 그가 지닌 자리를 보지 않는다. 그의 직위는 변경되면 끝이다. 나는 연을 맺은 분이 정년퇴직을 해도 꾸준히 그를 찾고 인연을 이어간다. 그것이 나의 인적자산 의 포인트다. 나에게 이득이 안 되면 바로 내치고, 금방 단절하다 보면 나중에 남는 사람이 없다. 사람에게 항상 진솔하게 대하고 진심을 보여주려 한다. 손님이 와서 의문을 제시하면 자세하게 설명해 그들의 마음이 움직이고 진심이 통해야 한다. 사람을 대함에 있어 항상 팔 벌려 받아들일 준비를 해야 한다. 주려고 하면 더 많은 것을 얻게 된다.”

자신의 인간관계론을 열심히 펼치던 그가 갑자기 기자에게 질문을 던져왔다.

“두더지 게임 해봤어요? 어떤 놈이 맞아요?” 그는 자신을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면 반드시 그 이면에 싫어하는 사람도 있다며, 굳이 나서서 손가락질 받는 일을 경계했다. 꾸미지 않은 있는 그대로의 자신으로 항상 비춰 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현장 팀장들이 같이 밥 먹자고 할 때가 가장 기분 좋다. 그들은 10년, 20년 된 사이다. 내가 편하니까 밥 먹자고 하는 것이지. 불편하면 먹자 하겠나. 일을 하다 보면 3, 40대 젊은 공무원들도 자주 대하는데 젊고 참신한 그들의 방식에서도 배울 것이 많았다.”

그는 지난 21일 ‘경찰의 날’에는 동탄 경찰서장상을 받았다. 사업을 하며 지역을 빛내고 업계에서도 화합을 도모하며 지역 발전에 더 모범을 보이는 그의 선의를 인정한 것이 아닌가 한다.

강선수 아슬라조경(주) 대표

인맥은 ‘일 끝’에 구축된다

화성시에 자리 잡은 사업 초기, 그를 신뢰하는 지역의 유력 인사가 지원의 손길을 보내왔지만 그는 그 손을 덥석 잡지는 않았다.

“저는 일 끝에 일을 만드는 과다. 아는 얼굴 찾아가 일을 달라고 하지는 않았다. ‘이 사람 일 잘하네.’라는 평가와 인정을 먼저 받으려 했다. 진심이 통했는지 사업하고 8년 정도 지나니 여러 곳에서 우리 회사를 찾아줬다.”

우리는 새로운 누구를 알게 되면, 또 그의 친구를 알게 되고, 거기서 또 새로운 인맥이 파생된다. 하지만 새 사람을 만나도 형제, 자매가 아닌 바에야 그 사람과 가까워지기는 쉽지 않다. 같이 밥 먹기도 어렵고 마음의 문을 열기도 어렵다. 하지만 그의 말대로 일 끝에 사람을 만나면 다르다. 잘 처리된 결과물을 보게 되면 상대를 진정으로 인정하게 되고 그 마음은 쉽게 열릴 수 있다. “나이가 어떻게 돼요?” 묻게 되고 많으면 ‘형’이라는 호칭이 쉽게 나오고, 나이가 작으면 ‘동생!’하며 호감을 산다. 그는 시종일관 먼저 일을 잘해야 된다고 강조했다.

인터뷰가 길어지고, 예정 업무를 기다리는 독촉하는 전화가 자꾸 오자 그는 “30분을 좀 뺏으면 어떨까?”라며 양해를 구했고, 다행히 인터뷰가 계속하여 이어졌다.

“돈 잘 주고, 잘 받는 게 당연한 줄 알았는데… 공사 돈을 안 주더라.”

날짜만 되면 월급 주던 대기업을 다니다 사업을 시작한 그. 공사를 해도 대금을 못 받는 일이 생겨나자 그제서야 그는 또 다른 세상이 있음을 알게 된다. 한때는 미결재가 많아 자금 운용에 고충을 겪고 부동산을 처분하기도 했다며 실효성 없는 일에 감정을 소모하지 않고 현명하게 대처하는 법을 연구했다.

“속옷까지 땀이 흠뻑 절게 공사해 놨는데 대금을 못 받는 경우도 생겨났다. 서울 은평구 공사업주가 부도를 맞아 못 주던 돈이 7,940만 원이었다. 나는 그 사업주 욕을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다. 오히려 그 사업주를 은인으로 여기고 멱살 한 번 잡지 않았다. 화낸다고 돈을 받을 수가 없다. 대신 나는 그 법인 대표에게 보증서를 하나 써 달라했다. 앞으로 돈 벌어 갚으라고, 그게 돈 받을 수 있는 유일하고 현명한 방법이었기에. 지금도 그 보증서를 사무실에 붙여 놨다.”

외가의 유서 깊은 학맥 영향, 초등학교부터 서당에서 천자문 시작… 명심보감, 반야심경 등의 고전 독서로 쌓아온 삶의 지혜가 남다른 그를 만들었다

사형제 중 둘째인 그는 농사를 짓는 부모 아래 자랐는데, 교육열이 남달리 강했던 그의 어머니는 명문 파평 윤씨 일족이었다. 어머니의 권유로 초등학교 다니기 전부터 마을의 서당에서 천자문 공부를 시작한 그는 고전을 두루 섭렵했다. 명심보감, 반야심경 등의 자기수양의 독서를 쌓아온 그는 세상을 보는 넓은 안목과 그만의 통찰이 깊다는 인상을 주었다.

하루에 8km를 걸어 통학한 강원도 산골 소년이었기에 지금도 그 체력으로 사업장을 누빈다는 그.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그에게 언제까지 그렇게 바쁠 것이냐는 질문을 했다.

“12월부터 1월까지는 우리 업계가 휴가다. 매년 그 기간이면 해외로 나가 골프도 치고, 스킨 스쿠버도 하며 충전한다. 낼모레 나이 육십이라, 앞으로 내가 놀 수 있는 것도 고작15년이다. 향후 5년 안에 사업은 접고 15년 멋지게 즐기며 재밌게 살고 싶다. 그런 꿈이 있어야 하지 않겠나.”

노모의 병환이 깊어 정기적 치료를 요해 요양병원에 모신지 2년째다. 그곳을 드나들며 요양병원에 대해 아쉬움이 많아, 시설 좋고 치료와 여유가 공존하는 고급 요양병원을 짓고 싶은 소망도 가지고 있다.

조경에 쓰일 나무를 직접 가꾸는 강선수 대표

“사업? 비포장도로 달리다 이제 고속도로 올랐지만, 앞길은 아무도 모르는 것”

인터뷰를 마치며 20여 년 조경 사업을 해온 소회를 물었다. 그는 사업체가 비포장도로를 달리다, 이제 겨우 고속도로에 오른 것 같다고 했다.

“비포장도로에서는 달리고 싶어도 제약이 있어 40~50km로만 달렸다. 고속도로에 오르면 70~ 80km는 간다. 근데 그게 마냥 가는 게 아니더라. 가다 보면 사회 경제적 문제에 봉착해 속도를 늦춰야 하고, 사고가 나 가고 싶어도 못 가는 경우가 생긴다. 차 고장으로 내리기도 해야 하고……. 앞으로의 사업도 평탄할 것이라고만 할 수 없다. 인생이 알 수 없는 것처럼…….”

지금껏 열심히 살아왔고 앞으로도 최선을 다해 살아보겠다는 그. ‘오늘 열심히 살면 내일도 열심히 살아질 것’이라는 그의 말에 전적으로 동의하며 자리에서 일어났고 그는 분주하게 약속 장소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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