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동환의 골프이야기] 21세 이전 PGA 두 번 우승한 우즈 이후 최초의 선수

“김주형의 전설은 계속된다”… ‘무서운 스물’ 향해 외신도 극찬
슈라이너스 칠드런스 오픈서 ‘72홀 노보기’ 우승
“우즈 같은 골퍼 되겠다”… 13년 뒤 꿈 이룬 당찬 스무 살
김주형, PGA 우승컵… 2000년대생으론 최초

육동환 편집위원 승인 2022.11.08 14:58 의견 0

최근 언론보도를 인용하면 김주형(20세)은 10월 8일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시지필드CC(파70)에서 열린 윈덤챔피언십 마지막 라운드를 후 언론 인터뷰에서 “마지막 퍼트를 하고 많은 생각이 머릿속을 스쳤다”고 말했다.

그에게 별처럼 밝게 빛나는 순간은 2009년 11월 호주 멜버른에서 살던 김주형은 일곱 살 때 골프 티칭프로인 아버지 손에 이끌려 타이거 우즈가 출전하는 대회를 보러 갔다. 호주 마스터스 대회였다.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가 참가한 당시 300만 달러 넘는 초청료를 받고 온 우즈를 보러 갤러리가 무려 11만 명 운집했다. 그날 이후 김주형은 “나도 우즈처럼 되고 싶다”는 소망을 품었다고 했다.

우즈를 더 가까이에서 보려고 선수 이동 화장실 앞에서 기다리고 있을 때, 거짓말처럼 우즈가 나타났다. 용기를 내 “고! 타이거!”라고 외쳤지만 수줍어서 악수하거나 사진을 찍겠다고 하지는 못했다. 하지만 어마어마한 갤러리 앞에서 압도적 경기력으로 우승컵을 들어 올리는 우즈의 모습은 이후 김주형의 인생을 가리키는 별이 됐다. “나도 우즈처럼 멋진 골퍼가 되겠다”는 꿈이 한시도 떠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김주형은 다섯 살 위 형과 함께 바게트 하나를 나누어 먹으면서 온종일 골프 연습을 해도 하나도 배고프지 않았다. 열여섯 살 때 처음 자신만을 위한 맞춤 클럽이 생길 때까지 여기저기서 얻은 클럽으로 백을 채워 넣고 골프 대회에 출전해도 주눅 들지 않았다. 한국에서 태어나 중국, 호주, 필리핀, 태국을 거치며 잡초처럼 살아남은 ‘골프 노마드(유목민)’ 김주형에게는 골프를 하는 곳이 곧 집이었다. 가슴에 품은 그 별은 그를 ‘꿈의 무대’ PGA 투어로 이끌었고, 마침내 8일 ‘한여름 밤의 꿈’처럼 기적 같은 우승을 맛봤다.

김주형은 8일 PGA 투어 시즌 최종전인 윈덤 챔피언십 4라운드에서 무려 9타를 줄이며 합계 20언더파 260타로 정상에 올랐다. 공동 2위 임성재와 재미교포 존 허를 5타 차로 제치고 역대 한국인 최연소(20세 1개월 18일) PGA 투어 우승을 차지했다. 김주형은 우승 상금 131만4000달러(약 17억 원)와 함께 꿈에 그리던 PGA 투어 카드를 받았다. 세계랭킹도 지난주 34위에서 21위로 뛰어올랐다. 한국 선수 중 임성재(20위)에 이어 둘째로 높은 순위다.

김주형은 지난달 디오픈에서 PGA 투어 특별 임시 회원 자격을 얻어 출전 대회 수 제한이 없어졌고, 지난주 로켓 모기지 클래식에서 7위에 올라 페덱스컵 포인트로 다음 시즌 PGA 투어 카드를 사실상 확정 지었다. 하지만 여전히 PGA 투어 정회원이 아닌 김주형이 페덱스컵 플레이오프에 진출할 유일한 길은 최종전인 이 대회 우승밖에 없었다. 그 어려운 일을 해냈다. 미국 골프 채널은 “시즌을 연장하기 위해서는 김주형에게 시나리오가 딱 하나만 있었다”며 “전반 9홀에서 8타를 줄인 건 새로운 한국 스타에게 꿈처럼 느껴졌을 것”이라고 했다. 김주형은 올 시즌 9번째, 2020년 PGA 챔피언십 이후 15번째로 참가한 PGA 투어 대회에서 우승했다. 2000년대생이 PGA 투어 대회에서 우승한 것은 김주형이 처음이다. 2013년 조던 스피스(존 디어 클래식·19세 10개월 14일)에 이어 둘째로 어린 나이에 PGA 투어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그의 우승 기록은 우즈보다 빨랐다. 1996년 10월 6일 라스베이거스 인비테이셔널에서 처음 우승할 때 우즈는 20세 9개월 6일이었고. 김주형은 최경주(52), 양용은(50), 배상문(36), 노승열(31), 김시우(27), 강성훈(35), 임성재(24), 이경훈(31)에 이어 한국 국적 선수로는 아홉 번째로 PGA 투어 트로피의 주인공이 됐다.

김주형은 첫날 1번 홀(파4) 러프에서 실수를 거듭하며 속칭 ‘양(兩)파’라고 하는 쿼드러플 보기를 했다. 하지만 이후 71홀에서 24언더파를 치는 거짓말 같은 반전 드라마를 썼다. 미국 골프다이제스트는 “어린이 애니메이션 ‘토머스 더 트레인(토머스와 친구들)’에서 이름을 딴 톰 킴(김주형)은 언덕을 힘겹게 오르는 열차가 아닌 고속 열차”라고 찬사를 보냈다.

김주형은 이날 PGA 투어에서도 정상급이라는 평을 듣는 아이언 샷을 뽐냈다. PGA 투어의 까다로운 코스에서 그린을 놓친 게 18홀 가운데 단 한 홀뿐이었다. 김주형은 이 대회에서 평균 비거리 301야드와 페어웨이 안착률 72%를 보인 안정된 티샷 능력, 그리고 종합 퍼팅 능력 1위에 오른 정교한 퍼팅까지 흠잡을 데 없이 플레이했다. 김주형은 “PGA 투어는 정말 어려운 곳이다. 난 아직 갈 길이 멀다”고 했다.

김주형도 우리의 영웅이라고 말을 할 수 있다. 하루 15시간 피아노 건반을 두드려 연습한 클라이번 콩쿠르 정상에선 피아니스트 임윤찬이나 피나는 연습으로 숨조차 흐트러지지 않는 ‘칼군무’의 경지에 오른 K팝 스타들처럼, 무슨 일이든 잘할 때까지 좋은 습관을 반복하면 몸에 배기 마련이고 놀라운 힘을 발휘하게 된다.

또한 김주형은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미국)의 초대를 받았다.

타이거 우즈가 주최하는 히어로 월드 챌린지 대회 본부는 5일(한국 시간) 올해 대회에 출전할 선수 명단을 발표하면서 이미 출전을 확정한 임성재(27)에 이어 김주형이 경기에 나선다고 밝혔다.

오는 12월 1일부터 바하마 올버니에서 열리는 히어로 월드 챌린지에는 세계랭킹 톱21 중 17명이 참가해 그야말로 특급 대회에 버금가는 출전명단이 확정됐다. 총 참가선수는 20명으로 3명은 추후 발표한다.

세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대회에서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2승을 기록한 김주형도 땀의 위대한 가치를 발휘하여 롱런하기를 바란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 청풍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