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 맛집] 가장동 수구리 원조 풍년식당

46년째 한 가지 음식 승부, 식당내부 허름하지만 단골손님들 붐벼

신현구 TJBM 편집장 승인 2020.01.06 15:40 | 최종 수정 2020.01.06 15:42 의견 0

| 수구레 건져 먹은 뒤 국물에 라면사리 먹고 밥 비벼 먹으면 배가 남산 만해져
전골은 육수를 내지 않고 특제 양념장을 넣고 끊여 국물에 느끼함이 없는 게 특징

수구리 원조 풍년식당(042-525-3306)은 올해 이곳에서만 40년 넘게 장사를 하고 있는 맛집이다. 풍년식당은 이정의 할머니(81세)의 손맛이 있는 46년째 그대로 남아있어 단골손님들이 즐겨 찾는다. 최근에는 포장해가는 고객이 더 많다. 전통의 수구레전골 원조집인 ‘풍년수구리’는 수구레볶음과 수구레전골로 유명하다. 아직도 이정의 대표가 직접 양념을 해준다. 지난 1972년 창업해 46년 된 대전 수구레 원조집은 낮에는 이정의 대표가 장사를 하지만 저녁때는 셋째아들과 며느리가 대를 잇기 위해 장사를 하고 있다. 저녁엔 술 손님들이 자주 찾는다.

풍년식당은 가장동 복개천 인근에 위치해 허름한 곳이었지만 몇 해 전 새 단장으로 그나마 깨끗해졌다. 간판에는 수구레가 아닌 수구리로 되어 있다. 수구레볶음은 별도 육수를 만들지 않고 깨끗하게 손질된 수구레와 콩나물과 양파만 넣고 볶아낸다. 볶음으로 국물이 조금 작아 찜처럼 볶아내는 음식인데 매콤하면서도 시원하다. 쫄깃쫄깃한 수구레와 콩나물의 아삭한 식감이 더해져서 맛이 일품이다. 고추장이 들어가지 않는 특제 양념장 맛이 풍년식당의 비법이다. 수구레전골도 육수를 내지 않고 특제 양념장을 넣고 끓여 먹은 뒤 라면 사리를 넣어 먹고 밥을 볶아 먹으면 배가 터지는 느낌이다. 숟가락을 놓고 싶어도 수구레 맛 때문에 밥까지 먹게 된다.

수구레는 소의 가죽과 살 사이에 붙은 피하조직을 부르는 명칭이다. 경상도 쪽에서는 수구리, 소구레라고 부르기도 한다. 수구레는 소의 가죽 안쪽의 쫄깃한 아교질 부위로 힘들고 어려운 시절 서민들에겐 소고기 느낌이 나는 최고의 영양공급원이었다. 가죽에 붙어 있는 살코기 하나라도 버릴 수 없어 탕으로 끓여먹기 시작했다는 서민들의 애환이 서려있다. 수구레 고기는 소 목덜미 아래 특수부위로 지금은 쫄깃한 식감에 저지방 웰빙 식품으로 별미 중의 별미로 손꼽힌다. 고기와 가죽의 사이인 만큼 비계처럼 느끼할 것 같지만 부드러우면서 꼬들꼬들한 식감은 고기 맛 이상이다. 이 식당 간판에는 ‘수구리’라는 표현을 썼다.

질기면서도 씹을수록 구수한 맛이 나는 수구레는 한번 맛들인 이들은 잊지 않고 찾게 된다. 게다가 콜라겐과 엘라스틴 성분이 많아 맛이 담백하고 고소하다. 씹을 때 콜라겐 성분 특유의 쫀득쫀득하고 탄력 있는 식감 덕분에 일부 미식가는 수구레를 소고기 여러 부위 중 으뜸으로 꼽는다. 특히 어르신들의 무릎 관절 개선에도 효과적이고 비타민 B1이 함유되어 신경계 질환인 각기병 예방에도 좋다고 알려졌다. 수구레는 소 한 마리에서 2kg정도 나온다고 알려져 있다. 수구레는 잘 끓이지 않으면 질겨서 먹기가 어려우므로 끓이는 법이 꽤 까다롭다. 그래서 오랫동안 수구레를 다룬 경험이 있어야 요리를 제대로 만들 수 있다. 풍년식당의 이정의 대표도 수구레를 2시간 넘게 삶은 뒤 썰어서 5시간 이상 보관한다. 이 과정이 가장 힘들다고 말한다. 즉 전골이 되기까지 손질을 엄청나게 많이 해야 한다. 40년 넘게 수구레를 썰다보니 손가락이 휘어지기까지 했다.

수구레 고기는 담백하면서도 쫄깃쫄깃한 맛이 있어 해장국으로 최고다. 수구레는 좀 질긴 듯한 느낌이 있지만 씹으면 씹을수록 구수한 맛을 낸다. 비계처럼 느끼할 것 같지만 부드러우면서 꼬들꼬들한 식감은 고기 맛 이상이다. 수구레국밥은 가난했던 시절 서민들의 대표 영양음식으로 꼽힌다. 고기값이 비쌌던 시절 서민들은 이 수구레로 고깃국을 끓여 단백질을 채웠다.

대전 가장동의 풍년식당은 수구레 양도 많이 주지만 콩나물도 수북하게 준다. 전골을 먹고 난 뒤에는 콧등과 뒷목에 땀이 맺힌다. 텁텁함이 없고 개운하다. 보통 수구레를 삶을 때 뜨는 기름이 이곳에서는 찾을 수 없다. 그만큼 수구레 손질에 정성을 다하기 때문이다. 수구레는 센 불에 오랫동안 삶는데 삶는 동안 기름기를 제거하면서 세척과 손질을 계속 해야 한다. 또 세척과정과 불의 세기와 삶는 시간에 따라 맛이 달라지므로 숙련된 기능이 필요하다. 이곳에서는 수구레를 한 번 삶아서 기름 제거 등 일일이 손질을 한 다음 한 번 더 삶아 지방을 제거하는 정성으로 국물에 느끼함이 없는 게 특징이다.

이정의 대표는 조치원에서 태아나 24살 때 결혼해 충남도청에 다니던 남편과 결혼했다. 그러나 술을 좋아하던 남편이 48살 때 갑자기 세상을 떠나는 바람에 3형제를 키워야 했다. 방값을 주지 못해 쫓겨나기도 했으며 3형제를 키우기 위해 수구레 장사를 시작했다. 처음엔 수구레를 행상으로 팔러 다니다가, 수구레로 끓인 찌개를 손님들에게 맛보여 드렸더니 너무 맛있다고 해 그때부터 수구레 전골을 시작했다. 둘째 아들이 시원한 국물 맛을 위해 콩나물을 넣고 음식을 해보라고 조언해 지금까지 콩나물 수구레 전골을 만들고 있다.

1972년 식당 문을 열었을 때는 건설현장이 많아 막일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앉을 자리가 없어 길에서 식사하는 사람도 적지 않았다. 당시에는 막일하는 사람들이 대부분 외상 하는 경우가 많아 밥값을 떼이는 경우가 허다했다. 막일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장사를 오래 하다 보니 소녀 같던 이 대표는 어느새 욕쟁이가 되고 억센 여자가 되어버렸다.

이정의 대표는 “처음엔 3형제를 키우느라 집세 내기도 힘들었고 빚 때문에 머리도 잡혀보고 갖은 고생을 다 했다. 나를 뒤돌아 볼 시간은 전혀 없었다. 지금은 세 아들이 모두 장성해 첫째와 둘째는 직장생활을 하고 있으며 막내 내외가 수구레 식당 일을 이어가고 있다”며 “지금도 식당에 냉장고가 10대나 된다. 모두 수구레를 손질해서 보관하고 있으며 식당 판매보다 직접 사가지고 가는 포장판매가 더 많은 실정이다. 간혹 내가 자리를 비우면 손님들이 왔다가 그냥 가는 경우도 있을 만큼 단골손님들과 친해졌다. 처음엔 집도 없어 월셋방을 살면서 설움도 많이 당했지만 이제는 내 집도 장만해 지금은 행복했다. 특히 아직까지 건강이 허락해 장사를 하고 있는 것도 감사하다. 앞으로 몇 년 있으면 이곳이 재개발 되어 이사를 가야하는데 수구레 전골집을 계속해야할지 고민이다”라고 말했다.

 

가장동 수구리 원조 풍년식당 ☎ 042-525-3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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