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완시인과 함께하는 그림책 산책 『날 좀 입양해주실래요?』& 『안 돼, 말리!』

이해완 시인 승인 2020.02.11 16:20 의견 0

| 이번 호에는 반려견에 대한 그림책을 준비했습니다. 『날 좀 입양해 주실래요』는 버려진 개 아피가 자신을 좀 입양해 달라는 내용이고, 『안 돼, 말리!』는 입양해 온 개가 너무 말썽을 피워 파양의 기로에선 내용입니다.

 

『날 좀 입양해 주실래요』

글 그림 : 트로이 커밍스

옮긴이 : 신형건

출판사 : 보물창고

지난해 추석 명절을 지내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었다. 오른쪽으로는 기찻길이 동행하고 있고, 왼쪽으로는 논밭이 펼쳐져 있었다. 내 앞으로는 차가 한 대도 보이지 않았다. 톨게이트는 멀지 않았지만, 명절 뒤끝의 분주함은 어디에도 찾을 수 없었다. 여유롭게 한참을 달리고 있는데, 어디서 나타났는지 아주 작고 하얀 개 한 마리가 내 차를 향해 돌진해 왔다. ‘어, 저 녀석이 왜 저러지!’ 하며 속도를 줄이면서 조심스럽게 차를 갓길에 멈춰 세웠다.

차를 멈추고 기다리는 사이, 뒤따라 오던 차가 앞질러가기 시작했다. 그러자 이번에는 그 차를 향해 정신없이 뛰어가는 것이었다. 우리 가족은 차 안에서 말없이 지켜보고 있었다. 그런데 차가 멀리 사라져버리자 다시 우리 차 쪽으로 달려오는가 싶더니 어느 순간 사라져버렸다. 녀석의 행동을 보면서, 누군가 차를 타고 가다가 이쯤에서 내버리고 간 것은 아닐까 싶었는데 기우였나 보다.

기분 좋게 출발하려고 막 시동을 켜려고 하는데, 아내가 혹시 차 밑에 있을지 모르니 살펴보는 게 좋지 않겠냐고 했다. 차에서 내려 고개를 숙이고 차 밑을 살펴보았다. 그런데 있었다, 거기. 뒷바퀴 앞 어둠을 깔고 앉아 내 눈길을 받아내고 있었다. 말없이 손을 내밀었다. 녀석은 거부하지 않았다. 목덜미를 잡고 들어 올려 녀석을 품에 안았다. 작고 순한 녀석의 따뜻한 체온이 내게 전해졌다.

그곳에 그냥 내버려 두면 달리는 차에 치일 것 같아 안고 탔다. 차 안에 있던 우리 가족 모두의 눈길이 이 작은 강아지에게 쏠렸다. 그 속에는 쿠니의 호기심 가득한 눈빛도 있었다.

쿠니는 우리 가족이 입양해서 13년째 키우고 있는 말티즈다. 이 녀석이 강아지를 거부할까 봐 은근히 걱정했는데, 다가와 냄새를 맡으며 잠시 관심을 보이다가 제자리로 돌아가 다시 잠을 자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나는 상관없으니 좋을 대로 하라는 뜻 같았다. 녀석을 막내의 무릎에 앉혀주었더니 세상모르고 곤히 잠이 들었다. 그 모습은 한없이 평온해 보였다. 그렇게 해서 우리와 함께 살게 되었다.

차가 나타날 때마다 뒤쫓아 간 것은 행여 자신을 버리고 간 차가 다시 나타난 것은 아닐까 하는 일말의 기대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이 책 『날 좀 입양해 주실래요』를 읽고 나서는 자신을 좀 입양해 달라는 간절한 신호처럼 느껴졌다.

요즘은 반려동물을 키우는 가정이 많아졌다. ‘반려’란 짝이 되어 함께 한다는 뜻이다. 반려견을 들인 것은 인간과 개가 짝이 되어 서로 정서적으로 의지하고자 함이었을 것이다. 그랬으면 책임이 필요하다. 사람의 손에 길들여진 개는 사람을 떠나서 살기 힘들기 때문이다.

그런데 해마다 버려지는 개들이 증가하고 있다. 강아지였을 때는 예쁘고 귀엽다고 서로 안으려고 맘껏 애정을 주다가 덩치가 커지면 슬슬 밥 주고 똥 치우는 것도 귀찮아지고 비용도 만만치 않다는 이유로 유기하는 것이다. 물론 더 절박한 사정도 있을 터이다. 그런데 사람과 함께 살다 갑자기 버려지게 되면 그 심정이 어떨까?

아피가 어떤 이유로 버려졌는지는 알 길이 없지만, 아피는 자신을 버린 주인에 대한 원망을 내비치지 않는다. 대신 누군가 자신을 좀 입양해달라고 편지를 쓴다. 그러나 받아주겠다는 가정이 없다. 아피는 어떻게 될까?

대부분의 아이들은 개를 좋아하고 키워보고 싶어 한다. 이 책을 함께 읽으면서 반려견을 키우려면 어떤 자세나 책임감이 필요한지 이야기해보는 것도 좋겠다.

 

『안 돼, 말리!』

글 : 존 그로건

그림 : 리처드 코드리

옮긴이 : 임미경

출판사 : 주니어RHK

추석, 귀경길에 만난 개에게 보름이란 이름을 지어주었다. 그리고 다음 날, 녀석을 안고 동물병원에 갔다. 병원은 개와 사람들로 가득 차 있었다. 차례를 기다리기 위해 의자에 자리 잡고 앉아 이리저리 둘러보는데, 벽에 이런 글귀가 적혀있었다. ‘만약 천국에 개가 없다면 나는 천국에 가고 싶지 않다. 그들이 있는 곳으로 가고 싶다.’ -짐 로저스-

세상에는 개를 좋아하는 사람이 참 많다. 저 사람도 나만큼이나 개를 좋아하는 사람인가 보다. 어쩐지 동질감이 느껴지고 병원에 있는 사람들이 다 친구처럼 느껴졌다. 그들 또한 내 마음 같았는지 스스럼없이 다가와 보름이를 쓰다듬으며 귀엽다고 감탄사를 쏟아낸다.

의사는 보름이의 치아를 살펴보더니 2개월 반쯤 된 진돗개 믹스견이라고 했다. 먼저 몸무게를 쟀다. 2.2Kg이었다. 기본 예방접종을 마치고 의사는 활동량이 많은 개니 운동을 자주 시켜주라고 했다.

집에 돌아와 목줄을 채우고 산책을 나갔다. 떠돌이 개의 습성이 배었는지, 뭐든지 보면 킁킁대며 먹으려고 달려들었다. 아파트 주변을 한 바퀴 돌고 정문 도로변을 지나고 있는데, 갑자기 목줄이 팽팽해졌다. 녀석이 뛰어가려고 하는 곳을 보니 하얀 승용차 한 대가 정문을 통과하고 있었다. 녀석은 차들이 지나갈 때마다 유심히 쳐다보다가 하얀 차가 지나가면 유독 낑낑거리며 쫓아가려고 했다. 그 모습을 보니 왠지 짠한 생각이 들었다.

이제 우리와 함께 한 지 5개월이 되어가는데, 그사이 몸도 마음도 많이 컸다. 2.2Kg이었던 녀석은 12Kg이 되었다. 산책을 나가도 더 이상 하얀 승용차에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일을 마치고 현관문을 밀고 들어가면 홀딱홀딱 뛰며 반긴다. 쿠니와 녀석이 서로 충성 경쟁을 하느라 요란해진다.

쿠니만 키울 때는 전혀 없던 일도 일어나기 시작했다. 이 녀석의 취미인 물어뜯기 때문이다. 실내화, 소파, 침대가 이미 결딴났다. 후각은 또 얼마나 좋은지 어쩌다 간식이 하나 소파 밑으로라도 들어가면, 그 하나를 찾아 먹겠다고 집요하게 긁어대는 소리에 하던 일을 멈추고 꺼내줘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시끄러워서 아무 일도 할 수 없다. 개를 좋아하지 않은 사람이라면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닐 터이다.

『안 돼, 말리!』에 등장하는 개는 한 수 위다. 변기 물을 마시고, 물그릇을 뒤집어엎고, 쓰레기통을 뒤지고, 안경을 잘근잘근 씹고, 돈도 삼켜 버린다. 그럴 때마다 엄마 아빠는 “안 돼, 말리!”를 외친다. 그러면 어린 딸 캐시도 “말리야, 안 돼!” 하고 외치고 아기 루이는 “마이아, 앙 대!” 하고 거든다.

그런데 하루는 말리의 장난이 너무 지나쳤다. 방석을 물어뜯어 방 안은 온통 눈보라가 친 것 같은 거실 한구석에 말썽꾸러기 말리가 있었던 것이다. 더는 견딜 수 없게 된 엄마 아빠는 말리를 입양 보내기로 한다. 말리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책 속 가득 펼쳐지는 지상 최고의 말썽꾸러기 말리 이야기는 작가 그로건의 실제 이야기를 바탕으로 했다. 그로건 가족이 말썽꾸러기 말리를 감싸 안으며 가족으로 받아들이는 과정이 따뜻하게 그려져 있다.

 

● 이해완 약력

- 시인

- 시집 우리 시대 현대시조 100인 선에 선정되어 『내 잠시 머무는 지상』 태학사 발간
경기문화재단 우수작품 창작지원 작품에 선정되어 『수묵담채』 고요아침 발간『한국을 움직이는 인물들』 수록, 중앙일보 발간

- 전) 대전 시민대학 동화창작 강의

- 한국그림책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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