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올리스트 & 지휘자 안용주

연주, 지휘, 교육으로 뻗어가며
청중과 호흡하는 진정한 예술가를 꿈꾼다!

최성미 기자 승인 2020.03.16 14:20 의견 0

“비올라는 그 음이 바이올린과 첼로 사이 중음이어서 실내악을 하면 다리 역할을 해주는데, 지휘도 똑같다고 생각해요. 청중과 연주자, 악기와 악기 관계를 연결시켜주지요. 리드해 나가야 하는 점이 제 성격하고도 잘 맞고, 지휘를 하는 것은 음악 해석에 있어 더 많은 배움이 되는 것 같아요.”

 

한국음악협회 콩쿠르 대상과 서울 청소년 실내악 콩쿠르 금상 입상. 서울예고 비올라 수석 입학, 더 큰 꿈을 향해 유학의 길에 올랐던 비올리스트 안용주. 그는 어려서부터 비올리스트 어머니의 영향으로 음악적 가정환경에서 자라며 바이올린과 비올라를 배웠다.

그는 뉴잉글랜드 콘서바토리 음악원 예비학교, 샌프란시스코 음악원에서 학사와 석사, 최고연주자 과정을 전액 장학금으로 마쳤고 Des Moines Symphony Oechestra 최연소 단원, 미국 NYO Music Festival, 이탈아 Zephyr International Chamber Music Festival, 아스펜 뮤직 페스티벌, 탱글우드 음악제 등 다수의 음악 페스티벌에 초청되어 연주하였다.

지난 1월 8일 대전 예술의전당 앙상블홀에서 공연했던 앙상블 다미치 신년음악회를 성공적으로 마쳤고, 특히 헨델-할보르센의 ‘파사칼리아’를 통해 비올리스트로 역량을 남김없이 보여주었다. 3월 칸타빌레 챔버 오케스트라 객원 지휘로 예정되어 있는 비올리스트이자 지휘자, 안용주를 만나보았다.

 

◆ 어린 시절의 꿈은 무엇이었고, 지금은?

어린 시절에는 열심히 연습해서 좋은 비올라 연주자가 되기 위한 꿈을 꾸고 노력했다면, 지금은 음악을 사랑해주시는 청중을 위해 좋은 연주를 많이 들려드릴 수 있는 예술가가 되고 싶어요. 또 좋은 선생님으로, 대학에서 가르치는 기회를 통해 제자들이 잘 되게 하는 것이 꿈이죠. 유학 이후 이렇게 한국에 오래 있는 게 처음이에요. 보통 1~2주 한국에 있다 나갔는데 지금은 거의 상주하고 있다고 봐야죠. 개강이 연기된 상태이긴 한데 새롭게 만날 학생들이 기대되고, 대학에서 학생들을 지도하면서 또 미국 유럽에서 활동도 계속 할 계획입니다.

 

◆ 음악공부를 해 오면서 힘들었던 기억이 있다면?

제 경우 서울예고 1학년 때 제주도에서 열렸던 음악캠프에서 현 보스턴 심포니 비올라 수석 스티븐 안셀을 만난 후 유학이 급하게 결정 되었어요. 준비 과정이 없이 가게 된 거에요. 언어적인 부분을 준비한 게 없어서 1년 정도 고생했죠. 초기엔 그 부분이 힘들었던 것 같아요. 당시 영어는 힘들었는데 도리어 비올라는 어려운 곡을 할 수 있는 또래 아이가 없었어요. 저는 대학생, 대학원생들이 연주하는 곡을 했으니, 그런 면에서는 도리어 편했죠.

점차적으로는, 어려운 곡 하나만 연습해서 되는 게 아니라 체계적으로 다 배우고 단계를 올라가야 한다는 것이었어요. 음악을 시작했을 때 연습만 하면 된다고 생각했지만 유학을 통해서 기본기 충실과 연주하는 작곡가에 대한 시대적 이해와 역사의 이해, 그리고 이론적인 악보 분석도 같이 알아야 더 좋은 음악이 나온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많은 고민과 노력을 통해 극복했던 것 같아요. 슬럼프가 없었던 건 아니지만 작곡가에 대한 음악적 공감, 시대를 거슬러 현재와 과거를 이어주는 감정과 느낌을 깨달았을 때에 배우는 기쁨이 컸죠.

 

◆ 지금까지 많은 연주회 중 기억에 남는 연주회는?

가장 기억에 남는 연주회는 2012년 여름 이탈리아 모넬리아 산타크로제 성당 오라토리홀 초청 연주예요. 모넬리아는 해안 도시인데 그곳에서 제플 국제 음악제(Zephyr International Chamber Music Festival)가 열렸어요. 직사각형의 벽에는 르네상스시대의 화가 루카 캄비아소의 벽화가 그려져 있었어요. 10세기에 만들어진 것으로 알고 있는데 마리아 그림이 배경이었어요. 전 세계에서 모인 유명한 연주자들이 함께 하는데, 오래된 건축물이라 에어컨도 없는 상태에서 거의 사우나처럼 땀을 흘리며 연주를 했죠. 객석도 나무의자이고 무대는 객석과 붙어있을 정도로 작았어요. 어마어마한 열기 속이라 비록 연주를 하기에는 어려운 조건이었지만 마음이 와 닿을 정도로 끝까지 들어주고 함께 호흡하며 격려해주던 관객들과 함께 했던 시간은 정말 특별한 감동이었어요.

 

◆ 좋아하는 작곡가 연주가가 있다면?

좋아하는 작곡가는 너무 많죠. 그 중에 꼽는다면 베토벤과 브람스를 좋아해요. 특히 사이먼 레틀 지휘의 베토벤 심포니 7번과 브람스 심포니 4번은 어렸을 때 듣고 처음으로 눈물이 날 만큼 저의 감정이 움직이는 것을 느꼈던 곡이에요. 비올라 연주자는 각 곡마다 연주자 개인의 매력이 있는 것 같아요.

 

◆ 비올리스트와 지휘자?

저에게 비올라와 지휘는 같은 무게로 다가오는 것 같아요.

비올라는 그 음이 바이올린과 첼로 사이 중음이어서 실내악을 하면 다리 역할을 해주는데, 지휘도 똑같다고 생각해요. 청중과 연주자, 악기와 악기 관계를 연결시켜주지요. 리드해 나가야 하는 점이 제 성격하고도 잘 맞고, 지휘를 하는 것은 음악 해석에 있어 더 많은 배움이 되는 것 같아요.

저는 어려서부터 심포니를 많이 듣다보니 지휘에 대해 열려있는 편이에요. 지휘를 하면서 좋은 점은 전문 연주자 오케스트라나 청소년 오케스트라나 상관없이, 오디오 매니아들이 스피커를 튜닝하고 진공관을 바꾸는 작업을 하듯 하나하나 바꾸면서 만들어 가는 것처럼 음악의 재창조의 작업이고 그만큼 성취감이 큰 것 같아요. 현재는 샌프란시스코 Bach-Millennium Opera Festival Orchestra 지휘자, San Francisco Tri Valley Orchestra and Choir의 예술 감독 겸 지휘자로 활동하고 있어요.

비올라 연주는 실내악이나 솔로도 좋지만, 비올라 곡이 아닌 바이올린, 첼로 레파토리도 비올라로 연주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이전에 바이올린 프랑크 소나타를 원음키로 비올라 연주한 경험이 있고 파가니니 라 캄파넬라 등 비올라를 솔로 악기 영역으로 연주 영역을 넓혀가기를 원해요. 올해는 9월에 미국에서 두 번의 연주가 계획되어 있고 10월 10일에는 대전 예술의전당 앙상블홀에서 리사이틀을 할 예정입니다.

 

◆ 앙상블 다미치에 관하여

다미치는 이태리어로 친구들이란 뜻이에요. 이미 미국에서 활동을 하고 있었고, 작년에는 세 번의 연주를 하고 왔어요. 일리노이 주립대, 켄터키 주립대, 테네시 대학 등에서 지도교수로 있는 멤버들로 구성이 되어있고, 뉴욕 카네기홀이나 아스펜 축제나 탱글우드에서 만났던 친구들이에요. 내년에는 대만 연주도 기획하고 있어요.

 

◆ 음악 외에 취미가 있다면?

여행을 좋아하는 편이에요. 미국에서도 리허설, 연주와 학생들 가르치는 시간 외에는 여행을 좋아합니다. 잠시나마 다른 곳을 보면서 휴식을 하곤 해요. 특히 자동차 여행을 좋아하는데 미국 같으면 기본 5시간 이상 운전해서 여행을 해야 해서 차 안에서 그동안 못 들었던 음악도 듣고 좋아하는 사람들과 같이 이야기도 하고 책 한권 정도 가져가서 읽기도 하지요. 새로운 것을 보고 배울 수도 있는 기회라고 생각해요.

 

안용주는 비올리스트, 지휘자, 교육자로 한 걸음, 한 걸음 앞으로 진행 중이다. 늘 배우고 도전하는 마음으로 임하겠다는 마음이 더욱 그를 큰 나무로 성장할 것이라는 믿음을 준다. 작년 뉴욕 카네기홀에서 지도자상을 받은 것도, 샌프란시스코 총영사관 문화부 고문으로 위촉된 것으로도 이것을 말해 준다. 올해 계획된 리사이틀과 많은 연주들, 지휘, 교수에 이르기까지 그의 노력에 좋은 결실이 맺어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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