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홍철의 아침단상] 정호승 시인의 어머니, 사랑 그리고 고통

염홍철 승인 2020.03.17 14:30 의견 0

코로나19는 삶의 많은 부분을 정지 시킵니다.

그제는 제가 회원으로 있는 ‘백분포럼’에서

정호승 시인 초청 포럼이 계획되었었는데

취소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정호승 시인의 시중에 “산산조각나면

산산조각으로 살아 갈 수 있지”라는 구절이 있는데,

그것으로 위로를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정호승 시인의 시와 산문을 읽어보면

그에게는 몇 개의 화두가 있습니다.

어머니, 사랑 그리고 고통입니다.

그는 시인이 된 결정적 역할을 한 분이 어머니라는 것이지요.

어머니가 세상을 떠나기 직전 정호승 시인에게

“시는 슬플 때 쓰는 것”이라는 말을 했고

이 말에서 많은 상상력을 얻은 것 같습니다.

 

그는 “신이 인간을 사랑하는 방법은

고통의 방법”이라는 말을 하면서

고통을 통해 삶이 풍부해지고 자연적인 삶을

살 수 있다고 강조합니다.

진통제를 맞고 무통분만을 통해 태어난 아기 보다는

고통을 느끼며 정상 분만한 아기가

엄마 젖을 빠는데 걸리는 시간이 훨씬 빠르다는 것이지요.

 

정호승 시인은 “사랑은 고통이다”라고 썼는데

그의 시 <미안하다>를 보면 그 고통은

사랑과 연민의 역설이었습니다.

 

“길이 끝나는 곳에 산이 있었다

산이 끝나는 곳에 길이 있었다

다시 길이 끝나는 곳에 산이 있었다

산이 끝나는 곳에 네가 있었다

무릎과 무릎 사이에 얼굴을 묻고 울고 있었다

미안하다

너를 사랑해서 미안하다”

 

2월의 마지막 날 아침,

엊그제 포럼의 무산의 아쉬움을

그의 시로 달래봅니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 청풍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