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브리핑] 청년공동체 활성화로 살맛나는 마을살이

정책기자 조수연 승인 2020.04.09 16:20 | 최종 수정 2020.04.10 13:32 의견 0

청년들이 도시로 빠져나오면서 농어촌 등 지방에서는 인구 감소가 심각하다. 이에 정부는 인구 감소 지역에 청년들이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다양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그 중 하나가 행정안전부에서 2017년부터 시행하고 있는 청년공동체 활성화 사업이다. 청년 일자리 창출과 지역 불균형 해소를 위해 청년들의 경제적 자립기반 조성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상대적으로 인구 감소가 심각한 강원도 지역에서 청년공동체를 꾸려가는 청년들이 있다. 바로 강원문화발전소 협동조합이다. 지난 2018년 행정안전부의 ‘청년참여형 마을기업’으로 선정됐고, 2018년 청년공동체 활성화 사업 경진대회에서 공동체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강원문화발전소 한주이 대표를 만났다.

 

‘문화’로 만난 청년들

강원문화발전소는 지난 2014년, 전문예술인인 한주이 대표가 원주에서 활동을 시작하며 기획됐다. 연말에 뜻있는 청년들과 성과보고회를 하면서 청년들과 예술인이 합심해 지역에서 문화콘텐츠를 만들 수 있는 희망과 가능성을 보게 됐다.


이후 문화콘텐츠 관련 활동을 진행하면서 지역 청년들이 자연스레 모여들었다. 한 대표는 당시를 회상하며 “청년들이 지역에서 가능성을 보자 많이 찾아오게 됐고, 자연스럽게 강원문화발전소가 형성됐다”고 밝혔다. 이렇게 ‘문화’ 분야에서 활동하는 청년들이 모여 협동조합으로 탄생했다. 구성원들 대부분은 전문예술인과 생활예술인, 청년활동가다.

 

한계점에서 만난 청년공동체 사업

출발은 순조로웠다. 하지만 수도권과 달리 지방에서는 문화예술 관련 활동 영역과 기반 시설이 턱없이 부족해 한계에 부딪쳤다. 지역을 떠나는 청년들이 늘어나고, 남아있던 청년들도 힘들어하던 상황에서 시청 공무원의 소개로 우연히 행정안전부 청년공동체 사업을 추천받았다.

‘칼을 뽑았으면 무라도 베자’라는 심정으로 청년공동체 사업에 지원했고, 그렇게 2018년 행정안전부 ‘청년참여형 마을기업’에 선정됐다.

 

청년공동체 사업, 청년에게 날개가 되다

기존 청년지원 사업과 달리, 청년공동체 사업은 청년들에게 사업을 맡겨 자율적으로 꾸며나가는 점이 색달랐다. 한 대표는 “마치 날개를 달아준 것 같았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정부의 지원을 바탕으로 다양한 문화콘텐츠 사업을 기획했다. 수십 개의 사업 중 아직까지도 깊은 여운을 주는 사업은 ‘살맛나는 마을살이 프로젝트’. 강원도 원주시 구도심인 원인동 지역에서 어르신과 함께한 문화콘텐츠 프로젝트다.

10년 넘게 재개발이 묶여 생활 여건이 불편했다. 빈집이 많아 을씨년스러운 분위기에 일부 담장은 부식돼 붕괴 직전의 상황까지 놓였다.

살맛나는 마을살이 프로젝트는 이 지역에 살고 있던 어르신과 함께 어울리는 프로그램으로 꾸며졌다. 먼저 부식된 담을 고치고, 벽화를 그려 산뜻한 분위기를 냈다. 또 식재료를 구입해 어르신이 요리사가 돼 청년들과 음식을 해먹었다.

경로당에서 어르신과 청년들이 음식을 준비해 작은 마을잔치를 진행했고, 어르신이 들려주는 소설 같은 마을 이야기를 모아 ‘담소록’을 제작, 배포했다. 3개월 정도 예상했던 프로젝트는 기한을 넘겨 최근 코로나19 사태가 진행되기 전, 5개월 동안 이어졌다.


한 대표는 “처음에는 어르신과 청년들 모두 어색한 분위기에서 시작됐지만, 서로 마음을 열고 다가갔다”며 “나중에는 어르신과 함께 수시로 뜨개질도 하는 등 어르신과 청년 모두에게 큰 시너지 효과가 일어났다”고 밝혔다.

 

이외에 지역 청년들과 네트워크를 형성해 지역에서 하고 싶은 문화예술콘텐츠 사업을 맘껏 진행할 수 있었다. 또 청년들의 니즈를 반영한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지역 문화예술가를 길러내기도 했다.

청년공동체 사업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강원문화발전소. 과연 올해 강원문화발전소와 한 대표의 꿈은 무엇일까. 한 대표는 “기존에는 청년공동체 사업으로 청년에게 ‘할 수 있다’는 마음을 전한 불쏘시개였다면, 올해는 청년들이 활동할 수 있는 기반과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싶다”고 말했다.

한 대표는 행정안전부의 청년공동체 활성화 사업을 직접 경험한 입장에서, 사업을 준비하는 청년들에게 따뜻한 위로와 격려의 말도 전했다.

“청년들이 할 수 없는 건 없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경험이 부족하고 잘 모르기 때문에 시도하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청년공동체 활성화 사업을 통해 공동체라는 이름으로 함께해보길 바랍니다. ‘나’에서 벗어나 ‘우리’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며, 공동체에 대해 직접 경험해본다면 더 좋은 시너지가 나올 것이라 확신합니다.”

한 대표의 말처럼 지역 청년에게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실어주고, 청년 일자리 창출과 지역 불균형 해소에 이바지하는 청년공동체 활성화 사업. 매년 신청을 받고 있으니(올해는 마감) 공동체에 관심이 있다면 지금부터라도 준비해 보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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