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브리핑] 고맙습니다, 코로나19 최전선의 간호 장교, 군의관 후배에게

정책기자 이재형 승인 2020.04.10 13:31 의견 0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것, 지금 대한민국 국군이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사명이다. 사진은 국군간호사관생도 60기 임관식 모습


60기 간호 장교 여러분! 반갑습니다. 저도 여러분처럼 육군 장교로 34년간 군복을 입고 근무했습니다. 국가와 국민의 생명을 지키는 임무를 수행하고 2018년 퇴역했습니다. 먼저 늦었지만 여러분의 임관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지난 3월 3일 임관식 후 여러분이 곧 바로 대구로 떠나는 모습을 보고 울컥하는 마음을 주체할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선배 장교로서 조금이나마 힘이 되고자 이 글을 씁니다.

 

‘대한민국 육군 소위에 임한다!’

자랑스러운 육군 소위 임관사령장에 나오는 문구입니다. 얼마나 기다려온 임관식입니까? 지난 4년간 고생한 보람을 느끼는 자리가 임관식입니다. 또한 가족과 친지 등이 와서 축하해주고 빛나는 소위 계급장을 달아주는 자리입니다. 그동안의 고생이 주마등처럼 스쳐 눈물이 나기도 합니다. 임관식은 인생에서 가장 빛나야 할 순간입니다. 그런데 코로나19로 사랑하는 가족들이 직접 축하해주지 못해 얼마나 안타까웠을까요?

하지만 지금 우리나라는 코로나19로 무척 어려운 상황입니다. 코로나가 우리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크게 위협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여러분의 임관식은 달랐습니다. 임관식도 하루 앞당겨졌습니다. 그만큼 여러분의 투입이 절박했기 때문입니다. 임관식 후 가족들과 따뜻한 밥 한 끼도 사치였습니다. 전투복으로 갈아입은 채 대구로 떠나는 여러분의 모습은 마치 최전선으로 떠나는 전사 같았습니다.

여러분이 입은 전투복이 어떤 의미인지 잘 아시죠? 4년간 수없이 들었겠지만, 군인에게 전투복은 곧 수의(壽衣)입니다. 전투복을 입고 대구로 떠나는 여러분의 마음은 비장했을 겁니다. 임관 후 여러분이 부여받은 첫 임무는 코로나19와 싸워 이기는 겁니다.

‘대한민국 국군은 대한민국의 자유와 독립을 보전하고 국토를 방위하며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고 국제평화의 유지에 이바지함을 그 사명으로 한다.’

여러분이 귀에 못이 박히게 들은 것 중의 하나가 ‘국군의 사명’일 겁니다. 여기서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것, 지금 대한민국 국군이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사명입니다. 국가적 위기 상황에서 국민의 생명을 보호하는 것은 군인의 가장 숭고한 사명입니다. 그래서 여러분은 국가와 국민의 부름을 받고 대구로 떠난 것입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간호 장교 여러분은 대구 각지의 병원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와 사투를 벌이고 있을 겁니다. 연일 TV를 통해 나오는 코로나19 뉴스를 보면 간호가 아니라 사투입니다. 보호복이 비 오듯 흐른 땀에 젖어도 감염 우려로 함부로 벗지도 못합니다. 식사도 마음대로 하지 못합니다. 그야말로 전쟁과 같은 상황입니다. 그러나 조금도 두려워하지 마십시오. 전 국민들이 여러분을 응원하고 있습니다.

 

임관 후 첫 임무로 코로나19 민간 확진자 의료지원에 투입된 신임 간호 장교들이 지난 3월 4일 오후 국가감염병전담병원인 경북 경산시 하양읍 국군대구병원에서 교육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믿음직스러운 군의관 후보생 여러분!

여러분도 신임 간호 장교처럼 코로나19 바이러스를 막기 위해 전국에 파견됐습니다. 코로나 상황이 긴박해 훈련 기간도 6.5주에서 2주로 단축했습니다. 그리고 전문 의료 인력 충원을 요청하는 지방자치단체에 파견됐습니다. 의료 인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여러분의 헌신은 코로나19 확산을 막는 데 크게 기여할 것입니다.

코로나19와 싸우는 군 의료진을 보면서 안중근 의사의 ‘위국헌신 군인본분(爲國獻身 軍人本分)’이라는 말이 생각났습니다. 나라가 어려울 때 나서는 것이 군인의 본분이라는 말은 예나 지금이나 다를 바 없습니다. 저는 신임 간호 장교와 군의관 후보생들이 코로나19로부터 국민을 지키라는 명령에 한 치의 흔들림 없이 임무를 수행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코로나19로 국민들은 많이 지쳤습니다. 이런 상황 속에서 대구로 향하는 신임 간호 장교들을 보면서 한 줄기 희망을 봤습니다. 앳된 소위들이지만 어렵고 힘든 막중한 임무를 잘 수행하라며 자식처럼 응원도 합니다. 또한 군의관 후보생들이 의료 인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지방자치단체로 파견을 간 것은 가뭄의 단비와 같습니다. 국민들은 여러분께 뜨거운 박수를 보내고 있습니다.

올해가 3·1독립운동이 일어난 지 101년 되는 해입니다. 101년 전 우리나라는 독립을 위해 많은 열사들이 싸웠습니다. 그 열사들 덕분에 오늘날 우리가 자유와 평화를 누리며 살고 있습니다. 저는 코로나19를 막기 위해 싸우는 모든 사람들을 ‘의료 열사’라 부르고 싶습니다. 신임 간호 장교와 군의관 후보생 그리고 질병관리본부와 보건복지부, 각 병원 의료진 등 코로나19와 싸우는 모든 사람들이 ‘의료 열사’가 아닐까 싶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3월 2일 오후 대전광역시 유성구 국군간호사관학교에서 신임 소위들의 선별진료소 훈련 참관 뒤 관계자들과 대화하고 있다.


자랑스러운 군 의료진 여러분!

지금 우리는 코로나19와 전쟁 중입니다. 여러분들은 국민으로부터 특명을 부여받았습니다. 코로나19를 종식시키는 데 앞장서 달라고 말입니다. 신임 간호 장교들이 임관하자마자 특명을 받은 것은 이례적인 일입니다. 그만큼 코로나19 상황이 엄중하다는 겁니다.

많은 군 의료진들이 최전선에서 코로나19와 싸우고 있습니다. 이 전쟁에서 이겨야 국민의 생명이 지켜질 수 있습니다. 거의 탈진할 정도로 힘이 들 것입니다. 감염 방지를 위해 마스크를 항상 쓰다 보니 콧등에 밴드를 붙이고 일하는 모습에 마음이 아픕니다. 하지만 여러분의 헌신이 코로나19를 반드시 종식시킬 것입니다. 지금 상황이 많이 나아지고 있는 것도 여러분 덕분입니다.

 

“대구 시민의 건강과 안전을 위해서 작은 보탬이 되고 싶습니다.”

신임 간호 장교들이 대구로 떠나면서 한 말이 귓가를 맴돕니다. 전쟁터나 다름없는 대구로 떠날 때 부모님들은 얼마나 안타까웠을까요? 저 또한 딸을 키우는 입장이라 그 마음 이해하고도 남습니다. 그런데도 신임 간호 장교들은 “간호 장교로 대구에 갈 수 있어 영광”이라며 군인다운 패기를 드러내보였습니다. 총탄이 빗발치지는 않지만 코로나19와의 전투 현장에서 싸우는 여러분이 자랑스럽습니다.

여러분의 선배들은 2003년 사스, 2015년 메르스 때 국내 곳곳의 병원에 파견돼 환자를 돌봤습니다. 메르스 당시 “우리는 알지 못하는 공포가 있을 때 여러분과 함께 할 것입니다”는 간호 장교의 말이 큰 힘이 됐습니다. 그 때처럼 우리 군 의료진들이 코로나19 극복에 큰 힘이 되길 기대합니다. 그리고 부여된 임무를 성공적으로 완수하고 건강한 몸으로 돌아오길 간절히 바랍니다. 저는 선배 장교로서 여러분이 너무 자랑스럽고 대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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