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완 시인과 함께하는 그림책 산책 『앗, 깜깜해』 & 『멍멍 의사 선생님』

이해완 시인 승인 2020.04.10 15:53 의견 0

이번에 소개할 그림책은 존 로코의 『앗, 깜깜해』와 배빗 콜의 『멍멍 의사 선생님』입니다. 『앗, 깜깜해』에서는 갑작스러운 정전으로 가족 간의 화목을 이뤄내는 내용을, 『멍멍 의사 선생님』 에서는 병이 나게 된 원인과 치료를 통해 아이들이 건강한 생활 습관을 갖게 해주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앗, 깜깜해』

글 그림 : 존 로코

옮긴이 : 김서정

출판사 : 다림

 

토요일 오후, 우리 가족은 세종 도서관으로 책을 빌리러 갔다. 차에서 내리자마자 마스크를 착용했다. 도서관 문을 밀고 들어갔더니, 예전과 다르게 한 줄로만 들어가게 되어있었다. 쇠기둥으로 펜스가 둘러 있고 윗부분은 빨간 테이프로 연결되어 있었다. 그 끝에는 열 감지기가 작동되고 있었는데, 내가 그곳을 지나가려고 하자 ‘삐’ 소리가 났다. 마음속으로 ‘어, 이거 뭐야?’ 하고 있을 때, 감지기를 체크 하던 분이 내 뒷사람을 향해 커피를 두고 통과하라고 했다. 커피를 내려놓고 통과하자 아무 소리도 나지 않는다. 내 뒷사람이 들고 있는 커피잔의 열까지 감지해 내는 것을 보니 어쩐지 안심이 된다.

도서관 안은 한산했다. 많은 사람들이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었다. 스피커에서는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사람은 도서관 출입을 금지하겠다는 안내방송이 10분 간격으로 흘러나왔다. 마치 재난영화에나 나올법한 상황이다.

평소 같으면 느긋하게 책을 골랐을 텐데 이번에는 필요한 책만 서둘러 골라 빠져 나왔다. 도서관에 갈 때 그랬듯이 올 때도 거리는 한산했다. 중국발 코로나19가 위세를 떨면서 세종뿐 아니라 이 나라의 풍경이 달라졌다. 뉴스를 보니 아예 방독면을 쓰고 출근하는 직장인까지 등장했다고 한다.

집에 돌아와 빌려 온 책을 몇 장 넘기는데, 문자 오는 소리가 나서 폰을 켰다. 도서관에서 보낸 문자였는데 3월 2일까지 휴관한다는 내용이었다. 이때가 2월 25일에 있었던 일이다.

이날을 기점으로 연구소도 강연도 개인적으로 운영하는 센터도 문을 닫고 집에 들어앉아 책이나 봐야 하는 생활이 계속되고 있다. 누군가 갑자기 스위치를 내려버린 것처럼 깜깜한 어둠이 시작되었다. 이는 비단 나 혼자만이 겪는 일은 아닐 것이다.

존 로코의 『앗, 깜깜해』는 예기치 못한 ‘정전’으로 한 가족이 유대를 강화하고 더 나아가 사회적 동질감을 회복해가는 과정을 담아내고 있다. 아이는 게임을 하고 싶어 한다. 두 명 이상이 함께하는 게임이다. 게임기를 들고 누나에게 간다. 누나는 누군가와 통화 중이다. 엄마는 컴퓨터와 씨름 중이다. 아빠는 요리 중이다. 모두 너무 바쁘다. 게임을 같이할 사람이 없다. 이것이 현대인의 모습이다. 가족이라고는 해도 집에 돌아오면 고치 속에 웅크린 애벌레처럼 모두 자신의 영역을 고수하고 있다. 가족이면서 제 각자의 삶!

그런데 전기가 갑자기 나가 버린다. 세상이 온통 암흑천지가 되어버린 것이다. 불도 안 들어오고 전화도 안 된다. 이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하지만 위기는 기회를 만드는 법이다. 어둠은 가족들을 한자리에 모이게 한다. 가족들은 함께 모여 촛불을 켜고 식탁에 둘러앉아 손그림자로 토끼도 만들고 개와 고양이를 만들며 즐거운 한때를 보낸다. 그러다 한여름의 더위를 피해 옥상에 올라가 봤더니, 밤하늘에는 별들이 아름답게 펼쳐져 있고, 다른 집 가족들도 옥상에서 지붕 위에서 파티를 열고 있다. 길거리에서는 아이스크림을 공짜로 나누어 주고 있다. 다시 불이 들어오고 보통 때와 똑같아지지만 조금 특별한 일이 생긴다. 가끔은 일부러 불을 끄고 촛불을 켜고 가족 간의 오붓한 시간을 갖는다.

우리는 지금 코로나19로 마치 정전의 시간과도 같은 어둠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이 시기를 잘못 보내면 치명타를 입을 수 있다. 우리 모두 지혜를 발휘하여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해나갈 일이다.

『멍멍 의사 선생님』

글 그림 : 배빗 콜

옮김 : 박찬순

출판사 : 보림

 

 

중국의 코로나19 확산세가 급속하게 진행될 때도 우리는 나름대로 선방하고 있었다. 그런데 신천지발 급속 확산이 시작되면서 빨간불이 켜졌다. 이때부터 우리 집에서도 개인위생에 대한 지침이 내려졌다. 우리 집의 군기반장인 딸의 잔소리가 시작된 것이다. 기침이나 재채기를 할 때 무의식중에라도 옷소매로 입과 코를 가리지 않으면 아빠인 나도 속수무책으로 잔소리의 소나기를 피할 수 없었다. 잠시의 외출이라도 마스크를 챙기지 않았다가는 가장의 권위는커녕 막냇동생 취급당하기 일쑤여서 무조건 “네, 알겠습니다.”하고 백기를 들어야 한다. 그리고 외출에서 돌아오면 바로 손을 깨끗이 씻어야 한다. 그렇지 않았다가는 또 딸에게 혼나기 때문이다.

밖에 나가보면 여기저기 ‘사회적 거리 두기’ 현수막이 걸려있다. 이는 감염병 억제를 위해 사람 간의 접촉을 줄여서 감염의 기회를 차단하려는 데 있다. 호흡기질환의 경우 마스크 착용이나 손 씻기보다 더 근본적인 예방법이라고 한다.

나 또한 ‘사회적 거리 두기’ 캠페인에 동참하기 위해 매주 화요일마다 대전 한밭도서관에서 진행하고 있는 아동문학창작 모임을 온라인으로 진행하고 있다. 종교 단체에서도 온라인으로 종교예식을 진행하고, 기업에서는 재택근무를 도입하여 출퇴근 및 사무실에서의 직접 접촉을 줄이고 있다고 한다. 호흡기 감염병인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 확산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우리 모두 동참해야 할 일이다. 거창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이것이 나와 내 가족을 지키고 나아가 우리나라를 구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멍멍 의사 선생님』은 이 시국에 온 가족이 함께 읽으면 좋을 그림책이다. 검보일 씨네 가족들이 병이 나자, 이 가족을 돌보는 멍멍 의사 선생님이 병이 나게 된 원인과 치료를 통해 아이들이 건강한 생활 습관을 갖게 해준다.

자전거 창고에서 몰래 담배를 피운 커트, 외투도 안 입고 모자도 안 쓰고 밖에 나갔다가 감기에 걸린 거티, 서캐가 생겨 머리를 벅벅 긁어 대는 케브, 화장실에 갔다가 손도 씻지 않은 막내, 툭하면 어지럽다고 하는 피오나, 볶은 콩에 맥주를 좋아해서 뱃속에 가스가 가득 찬 할아버지께 멍멍 의사 선생님은 병에 걸리게 된 까닭, 병이 걸리면 우리 몸 어느 곳이 어떻게 되는지 따위를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추어 이해하기 쉽게 알려준다.

이 책은 독후 활동하기에도 참 좋다. 책 속에 등장하는 인물과 같은 증상을 가진 사람에게 편지를 쓰게 하는 것이다. 한 아이는 아빠에게 담배를 피우면 왜 안 되는지 편지를 썼는데, 아빠가 글을 읽고 당장 금연을 하겠노라 맹세했다며 자랑스럽게 이야기를 늘어놓았다. 이는 멍멍 의사 선생님이 알려 준 지식을 바탕으로 설득력 있는 글을 썼기 때문이다. 담배를 피우면 몸에 왜 해로운지, 이 책은 얼마나 쉽게 전달하고 있는지 한번 구경해보자. “우리 가슴 속에는 스펀지 같은 것이 있어요, ‘폐’라고 해요. 숨을 쉬는데 필요한 기관이지요. 담배를 피우면 폐에 타르라는 더러운 찌꺼기가 가득 차요. 그러면 폐가 제대로 움직이지 못해서 기침이 나오지요.” 멍멍 의사 선생님의 이런 설명과 함께 담배를 물고 있는 아저씨의 몸속에 시커멓게 된 그림을 보여줘서 아이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게 해준다.

우리는 지금 참 어려운 시기를 만나 모두 힘겨워하고 있다. 이런 시기에 이런 책을 읽는다면 더 오래 기억되지 않을까 싶다.

 

● 이해완 약력

- 시인

- 시집 우리시대 현대시조 100인선에 선정되어 『내 잠시 머무는 지상』 태학사 발간

경기문화재단 우수작품 창작지원 작품에 선정되어 『수묵담채』 고요아침 발간

『한국을 움직이는 인물들』 수록, 중앙일보 간

- 대전시민대 강사 역임

- 한국그림책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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