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성의 캐리커처] 남간정사(南澗精舍)의 봄

조희성 생활미술아카데미 원장 승인 2020.05.06 15:35 의견 0

봄의 화사한 향기를 머금은 자색 연산홍이 흐드러지게 피어난 주말의 오후!

春興을 못 이기고 꽃길 따라 찾아든 가양동 우암 사적공원에 발길을 옮겨 남간정사에 이르러 스케치북을 펼친다. 이곳 주변공간과 잘 어울리는 경관에 꽃을 피울 즈음이면 “花無十日紅”이라! 꽃이 쉬이 떨어지는 것이 아까워 매년 같은 장소에서 그림을 그리곤 하였는데 나이가 들면서 매번 느끼는 감회가 남다르다.

대전광역시 유형문화재 제4호인 남간정사는 조선 중기의 대학자인 우암 송시열(1607∼1689)이 지은 것이다. 우암은 소제동에 살 때 서재를 짓고 능인암이라 하여 학문을 연마하였다. 숙종 9년(1683) 능인암 아래에 이 건물을 지었는데, 많은 제자를 기르고 그의 학문을 대성한 유서 깊은 곳이다.

앞면 4칸·옆면 2칸 규모이며, 지붕은 옆면에서 볼 때 여덟 팔(八)자 모양을 한 팔작지붕이다. 2칸 대청마루를 중심으로 왼편은 앞뒤 통칸의 온돌방을 들였다. 오른편 뒤쪽 1칸은 방으로 하고 앞쪽 1칸은 마루보다 높은 누를 만들어 아래에 아궁이를 설치하였다. 계곡의 샘에서 내려오는 물이 대청 밑을 통하여 연못으로 흘러가도록 하였는데, 이는 우리나라 조경사에서도 매우 중요하고 독특한 양식이다.

건물 앞에는 잘 가꾸어진 넓은 연못이 있어 운치를 더하고 있다. 남간정사 오른쪽에는 일제강점기때 소제동에서 옮겨 지은 기국정이, 뒤편 언덕에는 후대에 지은 사당인 남간사가 있다. 또한 송시열의 문집인 『송자대전』 목판을 보관한 장판각이 맞은편 언덕에 있다.

자연을 거스르지 않고 오히려 자연과 동화되고자 했던 우리 조상의 지혜가 자연에서 태어나 자연을 사랑하며 자연을 닮아가려는 삶을 살다 자연의 품으로 돌아가려는 순리에 순응해온 삶은 이처럼 훌륭한 문화유산으로 남아있다.

 


그러나 이 시대에 사는 우리는 조상들이 물려준 자연을 파괴하고 환경을 오염시킴에 따라 멸망을 경고하는 기후와 질병의 엄청난 재앙을 지구상에서 맞고 있다. 현재 세계적으로 확산 되어버린 코로나19 바이러스 감염 확진자 숫자만 무려 200만 명에 육박하였고, 사망자 또한 20만 명이 넘어 우리의 고귀한 생명을 위협하고 있다.

그러함에도 우리는 훌륭한 문화유산을 바탕으로 세계의 어느 민족보다 높은 민주의식과 창조적 가치로 나라가 위기에 처할 때마다 더욱 뭉치고 강해지는 대한민국으로 세계인의 주목을 받고 있다.

우리가 지닌 우수한 방역 시스템과 의료 봉사자들의 노력, 국민들의 질서의식으로 세계적으로 모범적인 코로나 퇴치사례를 남기는 일들이 우연이 아니라, 어쩌면 자연을 아끼고 문화를 창조하여 물려준 선조들의 유전자 덕분이 아닌가 싶다.
 

남간정사 부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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