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사의 품격, 대전 대덕구 자원봉사 센터 윤대진 사무국장

봄이 스르륵, 코로나에 맞선 마음 방역

김경희 기자 승인 2020.05.11 14:18 의견 0

봄이 스르륵 찾아왔다. 두 팔 벌려 마냥 기뻐할 수 없지만 마음에 핀 꽃은 날마다 한 뼘 씩 자라고 있다. 코로나19로 ‘사회적 거리두기’라는 애석한 명제 아래 우리의 일상은 주눅들어있다. 겨울의 끝에 쓰나미처럼 우리 사회를 집어 삼킨 코로나는 봄이 오는 길목도 막아버리고 동작그만이라는 구호로 우리를 꼼짝 못하게 만들었다.

아이들은 학교에 갈수 없는 상상 밖의 돌발 상황에 적응이 쉽지 않았다. 3개월 전에는 폭풍 같은 쓰나미를 속수무책으로 맞고만 있었지만 우리는 일상을 회복하면서 확진자를 줄이고 숨통을 열고 있다. 곤경 속에서 할 수 있는 일을 하나씩 찾기 시작했다. 위기는 기회라는 말이 있다. 혼돈에 갇혀 무작정 숨어있을 수만은 없었다. 상처 속에서 훈훈한 미담들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윤대진 국장


◆ 대덕구 자원봉사센터에서 코로나19로 위축된 대구 시민을 위해 특별한 봉사를 기획하셨는데 어떤 프로그램인가요?

코로나19가 2020년 1월 말부터 시작되어 3월 달에는 걷잡을 수 없는 속도로 진행되었습니다. 상황은 악화일로에 들어섰고 우리도 뭔가를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마스크 한 장을 구매하기 위한 끝없는 줄은 공포로 다가왔습니다. 3월부터 대구는 전쟁터를 방불케 하는 위험한 상황에 몰렸습니다.

그 즈음 대구 자원봉사센터에서 공문이 왔습니다. 매일 쏟아지는 확진자들로 의료 환경은 최악으로 치닫고 있었습니다. 모든 것이 부족했습니다. 의사들의 방호복 수술복이 부족하다는 요청 공문 이었습니다. 격리자들을 위한 급식과 용품도 요청이 있었습니다. 대전 대덕구에서도 대구의 요청에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물품은 전달해야 하는데 당시 대구의 여건이 섣불리 도시로 들어가기가 불안한 여건이었습니다. 드라이브 스루 방식으로 물품을 모아서 택배로 보내겠다는 마음으로 봉사자들에게 알렸습니다.

1톤 트럭 정도 예상했지만 이틀 만에 1톤 트럭 두 대를 넘기고 4.5톤으로 한차에 꽉 찼습니다. 물품이 많아지면서 어려울 때 아낌없이 돕는 봉사자들의 마음에 감동이 컸습니다.

대면 접촉이 위험한 여건이라 차만 보내려 했지만 물품이 많았고 차만 보내기가 안타까워 직접 대구에 갔습니다. 저도 컨디션이 좋지 않았던 때라 직접 대구에 가는 동행이 망설여지기는 했습니다. 드라이브 스루 방식이라 차에서 차로 이동하지만 대구라는 여건에 불안한 마음은 있었습니다.

3월 13일 오전 7시에 물품을 싣고 출발했습니다. 생수 18,000개, 라면 1,100개 방호복과 수술복 700벌, 그 외 다른 물품들까지 수치상으로도 엄청난 숫자지만 4.5톤 트럭에 한가득 실린 물품들은 당장이라도 코로나19가 물러갈 듯 온정은 곧 힘이 되었습니다.

 

대구로 보내는 기부 물품들. 4.5톤 트럭에 꽉채워 대전의 온정을 보냈다.


대구에 9시에 도착해서 다시 차로 각 구별로 이동시켜서 배정했습니다. 뉴스에서 봤던 분위기대로 대구의 상황은 낯설고 경직되어있었습니다. 시계가 멈춘 것 같은 대구에 다녀오면서 직접 다녀오기를 잘했다는 생각과 더불어 비단 대구뿐 아니라 우리가 사는 대전 대덕구에도 노약자나 기저질환자 등 외출이 두려운 분들이 생각났습니다. 그분들을 위한 드라이브 스루를 또 기획하게 되었습니다.

 

자원봉사센터에서 준비한 봄나물, 과일, 봄꽃들


대덕구 자원봉사센터에서 코로나19대응 2탄으로 준비한 ‘안녕 봄 스루’ 는 어떤 미담이 담겼을까요?

가족봉사단원들이 따뜻한 봄 선물을 준비했습니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이동약자들과 기저질환자들은 더 큰 곤경에 처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들에게 위로가 되는 활동들이 하나씩 늘어나면서 차츰 회복의 길로 들어섰습니다. 물리적인 거리는 2미터이지만 마음의 거리는 나에서 우리로 좁혀 나갔습니다. 그 마음들을 실천하는 따뜻한 가족 봉사단의 이야기가 마음의 백신 역할을 톡톡히 해냈습니다.

대전 ‘대덕구 자원봉사센터’에서는 ‘안녕 봄 스루’ 라는 이름으로 센터에 소속된 가족봉사단의 부모와 아이들이 봄 선물을 들고 외출이 두려운 어르신들과 기저질환자들을 찾았습니다. 60가정이 참여했고 한 가정이 세 분정도의 취약 계층 분들께 선물을 전달했습니다. 200가정이 서로 온정을 주고받게 되었습니다. 대면이 어려운 여건이라 ‘드라이브 스루’ 형식을 빌렸고 간혹 문을 열어 선물을 받아주시는 분들이 감동으로 다가왔습니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사만 나눈 채 뒤돌아 나왔지만 주는 기쁨이 더 컸던 나눔이었습니다.

 

드라이브 스루로 진행되는 봄 선물 배송


대덕구 자원봉사센터는 봄나물 봄꽃들 먹거리들을 선물로 준비하고 가족봉사단을 기다렸습니다. 봄나물인 방풍나물, 참나물, 오렌지, 바나나, 딸기 등 봄 과일, 봄꽃을 넣어 봄 상자를 한가득 만들었습니다. 준비하는 과정은 코로나로 위축된 지역 상권 활성화에도 작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가족봉사단은 자원봉사센터에서 준비해준 선물 외에 집에서 그 가정이 보탤 수 있는 선물을 또 준비했습니다.

초등학교 3학년 꼬마는 엄마와 같이 견과류 파이를 굽고 선물을 하나라도 더 넣고 싶은 마음에 선물 꾸러미 부피를 늘려갔습니다. 아빠도 방풍나물을 조물조물 무치는 꽃 손으로 온정을 담았습니다. 고등학생 형은 손 편지까지 덤으로 얹어 봄으로 꽉 찬 선물을 만들었습니다. 지역의 작가들과 가족들이 ‘굿바이 코로나’ 라는 액션 페인팅으로 분홍빛 꽃비를 내려 보내며 코로나19가 물러가기를 바라는 염원을 담아 한 폭의 봄을 완성했습니다.

 

외출이 어려운 어르신들께 온 가족 봉사의 참 의미를 배우게 됐다.


가족 봉사단은 구청에서 받은 기저질환자와 어르신 명단을 받고 그 분들의 집으로 향했다. 대면인사가 낯설어진 분들은 현관 앞에 선물을 두고 왔다. 문을 열어 감사를 전하는 어르신들께는 수줍은 미소도 같이 배달했다. 대면이 어려워 문 앞에 선물꾸러미를 놓고 나오면서 직접 전달 못한 아쉬움은 컸지만 마음을 전달한 발걸음에는 힘이 실렸다. 대면하지 못한 분들이 감사의 마음을 뒤늦게 전화로 전해 올 때의 감동은 더 커졌다.

온 가족이 어려운 이웃을 직접 찾아나서 선물을 드리고 마음을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코로나 19가 아니었다면 경험하지 못할 일들이 다시 또 아이들에게 선물로 다가왔다.

온 가족이 참여한 ‘안녕 봄 스루 ’봉사.

마음처럼 봄이 스르륵 찾아와 가슴에 꽃 한 송이 피어올랐다. 선물로 준비했던 프리지아 향기가 이웃의 마음과 시선이 머무는 곳마다 배어있어 모두에게 큰 위안이 되었다.

 

윤대진 국장이 생각하는 봉사의 방향은 어떤 것일까요? 의미 있던 봉사 활동도 소개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기존의 봉사는 노력봉사에 국한되어 있었습니다. 이제는 바뀐 사회에 대응할 수 있는 봉사 활동이 필요한 시기입니다. 누군가 그런 역할을 하고 변화된 세상에 맞춰서 우리가 사회의 문제들을 능동적으로 해결하는 창구가 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대덕구 자원봉사센터는 공무원들이 운영 하는 조직으로 시작했지만 2012년도에 사단법인으로 전환했습니다. 저는 2018년에 사무국장으로 근무를 하게 되었습니다. 자원봉사를 바라보는 인식이 바뀌면서 노력봉사와 신체적인 도움을 주는 봉사에서 사회의 전반적인 의식 변화까지 이끌어가는 봉사로 위상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봉사는 주는 기쁨을 더 많이 얻을 수 있는 가치 있는 사회적 행위입니다. 저희 센터에는 가족봉사단이 많습니다.

부모님과 자녀들이 함께 봉사하는 봉사단입니다. 봉사하면서 성장하는 아이들의 미래는 밝고 건강할 수밖에 없습니다. 건전하고 품위 있는 봉사문화가 정착되도록

가정과 사회가 같이 협력해야 합니다. 앞으로 코로나19보다 더 어려운 시기를 맞게 될 것은 자명한데 우리사회가 전반적으로 이웃을 돕고 서로 정을 나누는 문화가 정착되어 간다면

앞으로 위기에도 슬기롭게 대처할 수 있을 것입니다. 2019년 청소년 안녕학교를 진행했습니다. 청소년들이 대학생 멘토들과 우리 주변의 문제들을 찾아내고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고

결과를 발표하는 과정까지 진행하면서 아이들이 우리사회의 미래이자 희망이라는 생각에 한 번 더 방점을 찍었습니다. 청소년들의 봉사는 다른 어느 세대보다 더 의미가 크다고 하겠습니다.

 

윤대진 국장은 청소년 쉼터를 시작으로 대안학교에서 아이들의 친구로 선생님으로 선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2018년부터 대덕구 자원봉사센터 사무국장으로 근무하고 있다. 건강한 사회, 더불어 함께하는 사회를 위한 작은 보탬이 되려는 윤대진 국장의 실천들이 어려운 시기에 큰 힘이 된다. ‘드라이브 스루’, ‘안녕 봄 스루’ 로 이어진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따뜻한 봉사가 2020년 우리사회의 아름다운 역사의 한 페이지로 남게 되었다. 30대의 청년, 두 아이의 아빠인 윤대진 국장의 따뜻한 마음이 우리 사회를 ‘안녕, 봄’으로 만드는 작은 씨앗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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