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진 칼럼] 눈물을 사랑하는 사람

김종진 작가 승인 2020.05.11 15:04 의견 0

나는 눈물이 없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눈물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한 방울 눈물이 된 사람을 사랑한다
기쁨도 눈물이 없으면 기쁨이 아니다
사랑도 눈물 없는 사랑이 어디 있는가
나무 그늘에 앉아 다른 사람의 눈물을 닦아주는 사람의 모습은 그 얼마나 고요한 아름다움인가

정호승 시인의 시 ‘내가 사랑하는 사람’의 두 번째 연이다.

아내가 우는 것을 질질 짠다며 싫어하던 남편이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부인보다 더 많이 우는 경우가 있다. 이것은 호르몬의 변화이기도 하고 본인의 기질이 늦게 나타나는 것이기도 하다. 이와 같이 눈물을 흘리는 것은 단순한 감정표현을 넘어 사람의 가슴을 후련하게 해주는 정화 작용을 한다. 눈물을 흘림으로써 담아둔 감정까지 해소하고 더불어 스트레스도 푸는 것이다. 때문에 눈물을 흘리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라기보다 자신을 위한 감정청소라고 할 수 있다. 뜻대로 되지 않아 화가 치밀어 올라 흘리는 분노의 눈물과는 다르다.

미국의 생화학자 윌리엄 프레이(William Frey)박사는 양파를 깔 때처럼 감정 없이 흘리는 눈물과는 달리, 기쁠 때나 슬플 때 흘리는 눈물에는 카테콜라민(catecholamine)이 다량으로 함유되어 있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카테콜라민은 인간이 스트레스를 받을 때 몸속에서 대량 생성되는 호르몬이다. 반복적으로 축적되면 다양한 질병을 야기한다고 한다. 즉 인간의 눈물은 카테콜라민을 몸 밖으로 자연스럽게 배출시켜주는 자기방어수단이다. 슬플 때 흘리는 눈물은 심혈관에 부담을 주는 스트레스 호르몬을 시원하게 몸 밖으로 배출시키는 역할을 한다. 현대인들은 다양한 사회적 억압 기제 속에서 자신의 감정표현을 극도로 억제하며 살고 있다. 현대인들을 위한 ‘울기 프로그램’을 매스컴을 통해 심심치 않게 접할 수 있다. 이를 통해 그간 억눌렸던 감정을 격정적으로 토해내게 되어 스트레스나 정신건강에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또한 미국에서 심리치료요법의 일종으로 각광받고 있는 <프라이멀 요법 Primal Therapy>은 인간관계의 초기단계라고 할 수 있는 ‘유아기의 고통’을 다시 경험하게 함으로써 인간 내면의 상처를 치유하는 방법이다. 그 과정에서 인간 최초의 언어인 ‘울음’은 치료의 매개 역할을 한다. 울음으로 감정을 토해놓는 정신적 치료방식이 효과가 있다고 이해하면 될 것이다. 실제로 1997년 다이애나 황태자비가 교통사고로 사망한 후, 갑자기 영국 내 우울증 환자의 수가 상당수 줄어들었다는 연구결과는 울음의 효과를 뒷받침하고 있다.

슬프거나 격한 기쁨을 느낄 때 흘리는 눈물은 해묵은 감정의 찌꺼기를 밖으로 내보낸다. 눈물을 흘리면 쌓였던 불필요한 감정들이 빠져나가고, 막혔던 수로가 뚫린 것 같은 시원함을 느낄 수 있다. 눈물은 마음의 안정을 되찾아준다. 숙면을 취할 수 있게 한다. 스트레스 해소에도 큰 도움이 된다. 눈물을 사랑하는 사람이 되자. 요즘 SNS에 감동 영상이나 감동 글이 참 많다. 보면서 차갑고 메마른 마음을 촉촉이 적시는 것도 필요하고 코로나19 사태에 어려운 사람의 눈물을 닦아주는 사람이 되는 것, 얼마나 아름다운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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