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9-10 15:57 (화)
이해완시인과 함께하는 그림책 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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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완시인과 함께하는 그림책 산책
  • 시사저널 청풍
  • 승인 2019.07.08 1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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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완시인과 함께하는 그림책 산책>

이번 호에는 여름휴가를 소재로 한 그림책 두 권을 소개합니다. 『한 줌의 모래』는 바닷가로 휴가를 다녀온 후 바닷가의 추억을 되살려보려는 아이의 이야기이고, 『할머니의 여름휴가』는 휴가를 떠나지 못한 할머니가 혼자서 상상으로나마 바다로 휴가를 떠나는 이야기입니다.

 

『한 줌의 모래』

글 그림 : 시빌 들라크루아

옮긴이 : 임영신

출판사 : 북스토리아이

 

여름이면 아이들을 데리고 바다로 휴가를 가곤 한다. 아이들이 어렸을 때는 주로 서해로 갔다. 서해는 갯벌이 발달하여 체험거리가 참 많기 때문이다.

어느 여름, 학원 일을 마치고 휴가에 필요한 짐을 차에 싣고 오후 다섯 시쯤 출발해서 변산 모항에 도착했을 때 하늘에는 마침 붉은 노을이 깔리기 시작했다. 우리는 도로변에 차를 세우고 나란히 서서 하루해가 지는 광경을 눈부시게 바라보았다. 너무 아름다운 광경 앞에서 모두 말을 잃었지만 그 순간 우리 가족은 영원히 함께 공유할 추억 하나를 선물 받았다.

다음 날은 아이들과 모래성을 쌓고 게를 잡고 조개를 캐고 맛조개를 잡으며 놀았다. 지치면 헤엄도 치며 바다가 베풀어주는 은혜를 맘껏 누렸다. 이렇게 바닷가에서 며칠 머물다 와야 숙제를 다하고 학교에 가는 것처럼 개운한 마음으로 한 해를 보낼 수 있었다.

이젠 아이들이 훌쩍 커서 동해 바다를 선호한다. 짙푸른 동해는 선뜻 품어주지는 않지만 멀리서 바라보기에 좋다. 망망대해, 끝없이 펼쳐진 바다 위를 나는 갈매기에 자신의 이상을 얹어보는 사유의 공간이 열렸기 때문일까?

《한 줌의 모래》는 여름휴가의 흔적이 담긴 모래를 통해 행복한 추억을 되살리는 그림책이다. 이 책을 한 장 한 장 넘기노라면 여름휴가의 따뜻한 기억들이 새록새록 떠오를 듯싶다.

여름휴가가 끝나는 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율리스의 눈에는 눈물이 잔뜩 고였고, 누나의 마음에도 아쉬움이 가득 남았다. 그리고 신발 속에는 모래가 가득 남았다. 내 아이가 그랬듯이 이 아이도 바닷가에서 모래성을 쌓으며 놀았을 터이다.

내 아이는 그날 집에 돌아와서 바닷가의 추억을 일기장에 동시로 남겼다.

 

파도 (이한결 )<제4회 '바다사랑 글짓기 대회' 동상 수상작>

 

바닷가 모래밭에

내 이름을 써 놓았더니

파도가 나랑 친구가 되고 싶었는지

내 이름이 갖고 싶었는지

얼른 가져가 버렸다.

 

쓰고 쓰고 몇 번을 써도

파도는 쉬지 않고

이름을 가져갔다.

 

이름 가지고 뭘 하려는 걸까?

혹시 바닷가에서 재미있게 놀다간 나를 잊지 말라고

물고기들에게 내 이름을 가르쳐 주려는 것 아닐까?

 

현관 계단에 걸터앉아 한 줌의 보드라운 모래를 만지작거리고 있을 때 율리스가 “누나, 뭐 해?”라고 묻는다. 그때 무슨 생각이 떠올랐는지 “율리스, 이리 와 봐, 우리 모래를 심어 보자” 하니까, “우아! 무엇이 자랄까?” 하며 율리스와 누나는 함께 상상의 나래를 펼친다. “어쩌면 파라솔 밭이 되어서 해님에게 인사를 하지 않을까?”, “아니면 풍차 숲이 되어서 배가 바람을 타고 앞으로 나아가게 할지도 몰라.”, “아이스크림 꽃밭이 되지 말란 법도 없지? 레몬 맛이면 참 좋겠다!” "어쩌면 아주 튼튼한 요새가 될지도 몰라. 파도에 절대 쓸려 가지 않는 요새 말이야."

아이들은 바닷가의 추억을 상상력으로 펼치며 아쉬움을 달랜다.

아빠는 그 마음을 알고 내년 여름에 또 바닷가에 데려가겠다고 약속한다. 그러자 아이들의 얼굴이 환해진다.

 

 

 

『할머니의 여름휴가』

글 그림 : 안녕달

출판사 : 창비

 

바닷가의 추억은 아이들에게만 추억으로 남는 것이 아니다. 나이 들어 거동하기 힘든 할머니의 가슴속에도 고스란히 남아있다.

더운 여름날, 바닷가에 다녀온 손자가 혼자 사는 할머니를 찾아온다. 손자는 휴가를 떠나지 못하는 할머니를 위해 바닷소리가 들리는 소라를 선물한다. 할머니는 소라를 통해 뜻밖의 여름휴가를 떠나게 된다.

작가 안녕달은 그 특유의 상상력을 발휘해 할머니와 개가 소라 속으로 들어가 바닷가에서 휴가를 보내는 장치를 했지만 기실 손자가 주고 간 소라에 귀를 대는 순간 과거의 기억들이 파도처럼 밀려왔을 것이다.

상상력은 경험을 바탕으로 펼쳐지는 것이다. 꿈도 마찬가지다. 혹자는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용 같은 상상의 동물들이 꿈속에 나오는 것은 뭐냐고 따지기도 하는데, 이는 간접경험을 통해 이미 학습한 것이다. 그러기에 선천성 시각장애인들은 꿈도 소리로 꾸는 것이다. 어쨌든 할머니는 소라에 귀를 대는 순간 과거의 경험들을 바탕으로 공간이동을 한다.

할머니는 모래 위에 돗자리를 깔고 비치파라솔 대용으로 우산을 펴서 햇빛가리개를 하고 강아지와 함께 파도가 밀려오는 모습을 바라보고 있다. 할머니와 강아지 뒤에는 수박이 있다. 반으로 가른 수박 속이 빨간 것이 잘 익어 달디 달 것 같다.

냄새를 맡았는지 갈매기 세 마리가 할머니 옆으로 다가온다. 고개를 옆으로 돌리고 마치 수박은 전혀 보지 못한 것처럼 연기를 하고 있다. 이 유머러스한 장치는 안녕달이 평소 동물을 유심히 관찰한 끝에 나온 산물이 아닐까 싶다.

할머니는 갈매기들이 수박을 먹고 싶어 하는 것을 알고 수박을 갈라 함께 먹는다. 수박을 다 먹고 나서는 모래 위에서 바다표범과 뒹굴며 햇볕에 살을 태운다.

할머니는 집에 돌아와서도 바닷가의 추억을 잊지 못해 빨간 고무 대야에 물을 채우고 강아지와 물놀이를 즐긴다. 뿐만 아니라 기념품 가게에서 사 온 조개껍질을 고장 난 선풍기에 끼워 바닷소리를 듣는다.

이제는 고인이 되셨지만, 장인이 살아 계셨을 때 바닷가에 모시고 간 적이 있다. 자식들을 키우느라 변변한 바캉스 한 번 즐기지 못하다가 모처럼 만난 바다에서 소년처럼 헤엄 치며 즐거워하시던 모습이 선하다.

아이가 할머니랑 또 가자고 하니까 엄마가 할머니는 힘들어서 못 간다고 얼른 대답한다. 하지만 어른들도 함께했을 때 추억은 다채로워지는 것이다.

연필과 색연필로 작가 안녕달은 오밀조밀 재미있는 장치를 여기저기 숨겨두었다. 어디에 그런 장치들이 숨어 있는지 아이들과 머리를 맞대고 찾아보는 것도 좋겠다.

작가는 할머니의 방에 가족사진을 보기 좋게 배치해 두었다. 나이 들면 많은 시간을 외로움 속에 지내야 한다. 그럴 때면 사진을 들여다보며 자식들의 지난날을 회상하며 미소 지으리라.

 

 

● 이해완 약력

- 시인

- 시집 우리 시대 현대시조 100인 선에 선정되어 『내 잠시 머무는 지상』 태학사 발간

경기문화재단 우수작품 창작지원 작품에 선정되어 『수묵담채』 고요아침 발간

『한국을 움직이는 인물들』 수록, 중앙일보 발간

- 대전 시민대 동화창작 강의

- 한국그림책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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