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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은숙 칼럼 - 엄마의 지팡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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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은숙 칼럼 - 엄마의 지팡이
  • 시사저널 청풍
  • 승인 2019.08.22 14: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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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발장 문을 여니 지팡이가 보입니다. 3년 전 작고하신 친정 엄마가 그리워집니다. 지팡이를 사드려도 사용을 거부하시며 자신의 몸으로 걸으시려 무던히도 애쓰셨던 어머니가 더욱 그리워집니다. 지팡이에겐 슬픔이죠. 주인이 나를 거부하셨으니 ....... 하지만 인생의 후반부를 넘긴 딸은 엄마가 그리울 때 그 지팡이를 꺼내어 닦아줍니다. 그것으로 빈 마음이 채워지네요.

지팡이가 그리 다양한줄 몰랐습니다. 헤리포터를 본 후 정확한 마법을 위해서는 만들어진 재질에 따른 정확한 사용법에 최고의 마법사를 만든다는 것도 울림입니다. 등산용 지팡이부터 효도용 지팡이와 IOT와 LED가 접목된 안전 보행용 지팡이까지 .....

아직도 ‘수리수리 마수리’마법 주문을 외우면 신기하기 이를 데 없는 자신만의 요술세계로 이끄는 ‘마술사’가 되길 희망해서인지 모릅니다.

막대기를 자세히 관찰해 봅니다. 오랜 세월 세상풍파를 견디어 온 마른 막대입니다. 나이가 들어 혹이 튀어 나오고 모양도 휘어지고 반점도 제법 많지만 무척 단단하고 세월을 담은 멋진 모습입니다.

삶이 고통스러워...

잘 살아보고 싶었는데....

이젠 끝인가? 등의 절망의 흑사병이 속삭였던 그 어둠에 따스한 신이 다가와 감싸 안습니다.

“ 넌 세상에 올 때 빈손이었잖니. 지금 네가 가진 것 들을 나열해 보렴.”

현재 막대기인 지팡이도 세상의 어딘가에서 뿌리를 박고 있을 때는 늘 불안했겠지요. 홍수와 비바람 가뭄이 와도 흔들림 없이 그곳에서 당당히 서 있어야 했을 테니까요. 늘 더 높이 서있어야 남의 관심을 받을 수 있었고 생존 할 수 있었고 더 많은 것을 가질 수 있었지요. 지금은 이런 두려움이 전혀 없습니다. 떨어져 나간 나무 막내는 떨어진 그 자체에서도 새 삶이 시작할 수 있음을 기회임을 진정한 자아를 발견하는 참된 삶을 출발 할 수 있음을 배웠을 테니까요. 이젠 과거를 탓하지 않으며 과거에 연연하지도 않고 자신을 채찍질하지도 않습니다. 그저 평온한 마음으로 지금의 내 인연에게 빈 마음으로 최선을 다함이 온전한 행복임을 알았으니까요.

절망에도 사라지지 않았던 많은 것들이 보입니다.

무지개는 비가 없이는 뜨지 않는다는 간단한 진리가 ...

아름다운 향수의 원료인 발칸반도의 장미는 모두가 잠든 밤에 채취된다는 것도

비움은 채움의 또 다른 시작이라는 것도...

강을 떠난 물이 바다의 푸른빛을 더한다는 것을....

딸이 보내준 쟈스민 향수를 꺼내 봅니다. 창문을 활짝 열고 한여름의 햇살을 맘껏 흡입 합니다. 노오란 한지에 쟈스민 향수를 살짝 뿌리고 엄마의 지팡이를 예쁘게 다시 포장하여 제자리에 넣습니다. 엄마가 그립습니다. 그리고 언젠가는 예쁜 그리움이 대상이 되길 희망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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