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10-10 14:54 (목)
박승일 시평 | 김수영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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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승일 시평 | 김수영 '눈'
  • 시사저널 청풍
  • 승인 2019.09.09 16: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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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은 살아 있다

떨어진 눈은 살아 있다

마당 위에 떨어진 눈은 살아 있다

 

기침을 하자

젊은 시인이여 기침을 하자

눈 위에 대고 기침을 하자

눈더러 보라고 마음놓고 마음놓고

기침을 하자

 

눈은 살아 있다

죽음을 잊어버린 영혼과 육체를 위하여

눈은 새벽이 지나도록 살아 있다

 

기침을 하자

젊은 시인이여 기침을 하자

눈을 바라보며

밤새도록 고인 가슴의 가래라도

마음껏 뱉자

 

돌아보면 모든 게 대결의 형상이다. 정치도 경제도 이웃나라도 서로 한 치의 양보도 없다. 답답할 따름이다. 모두 삼복더위에 갇혀 게걸게걸 복수의 거품만을 내뿜고 있다. 이 대립의 시절, 바라건대 눈이라도 한바탕 퍼부어 주었으면 하는 마음.

김수영의 초기 시를 대표하는 눈은 부조리한 세상과의 비타협과 저항 자유를 절규하고 있다. 눈과 기침, 새벽과 밤, 영혼과 육체는 모두 대립적 언어 구도이다. 이것의 반복을 통하여 당시의 시대상황을 처절히 그려내고 있는 것이다.

연마다 반복되는 눈을 피로 고쳐본다면 좀 더 이해가 쉬울 것이다. 이름 석 자로만 남아 거들먹거리는 늙은 시인이 아닌 젊은 시인더러 침을 뱉으란다. 무엇을 뜻함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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