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10-10 14:54 (목)
이해완시인과 함께하는 그림책 산책 | 도깨비 감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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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완시인과 함께하는 그림책 산책 | 도깨비 감투
  • 시사저널 청풍
  • 승인 2019.10.10 13: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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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호에는 여러분이 잘 알고 있는 옛이야기 그림책 두 권을 소개합니다. 『도깨비감투』는 도깨비감투를 얻어 못된 짓을 하다 벌을 받는 이야기이고, 『호랑이 뱃속 잔치』는 소금장수, 숯장수, 대장장이가 호랑이 뱃속에 들어갔다 살아나온 이야기입니다.

『도깨비감투』

글 :정해왕

그림 : 이현승

출판사 : 시공주니어

일주일에 한 번씩 목요일이면 어린이집으로 그림책 책놀이 수업을 하러 가는데, 은행나무에서 노란 은행이 후드득 떨어진다. 마을 사람이 지나가다 그 모습을 보고 검정 비닐봉지에 주워 담기 바쁘다.

산자락에 자리 잡은 대전 숲어린이집에 들어섰더니, 원장이 요즘 산에 도토리도 엄청 많이 떨어져 있다고 한다. 도토리뿐 아니라 밤나무도 밤송이의 무게로 휘어졌던 산고의 아픔을 털고 제자리로 돌아가고 있을 것이다. 밤나무 밑에는 밤알이 흩어져 있으리라.

바야흐로 산야는 결실의 계절이어서 그 밑을 거니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넉넉해진다.

태백 교육 지원청에서 마지막 강의가 있던 날, 혼자 태백산에 올랐다. 차를 주차해 두고 터벅터벅 올라가다 보니 줄곧 눈길을 끄는 풀이 있다. 처음엔 무심히 지나쳤지만, 산행 내내 이어지고 있어서 쪼그려 앉아 유심히 보니 질경이다. 큰 나무 밑에 앉은뱅이처럼 작은 질경이가 나를 안내하고 있었던 것이다.

10분쯤 걸어 올라가니 태백사라는 작은 절이 나온다. 들어갈까 말까 망설이다 그냥 지나친다. 태백사를 지나자 갑자기 경사가 심해졌다. 평발에 운동량이 많지 않은 나에게는 만만치 않다. 조금 더 오르자 벌써부터 이마에서는 땀이 흐른다.

그런 나를 보고 질경이는 한 발짝 한 발짝 떼다 보면 정상이 멀지 않다고 앞장을 선다. 어이쿠야, 내 목적은 태백산 등정이 아니니 이쯤에서 돌아가겠다고 하니 바람이 땀을 씻어주고 등을 밀어준다.

자연이 나에게 베풀어준 호의를 물리칠 수 없어 억지로 발을 뗐지만 30분도 못 되어 주저앉는다. 그러자 이번에는 나무가 가지를 내밀어 손을 잡아 일으켜 준다.

몸을 일으켰더니 저만치에서 사람들이 몸을 구부려 뭔가를 하고 있다. 다가가니 사람들은 산길에 떨어져 있는 도토리를 줍고 있었다. 나도 그들처럼 도토리를 줍기 시작했다.

그들은 하산 길에서 만난 도토리를, 나는 등산길에서 만난 도토리를 줍느라 서로 여념이 없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그만 돌아가고 싶은 마음은 싹 가시고 힘든 줄도 모르고 도토리를 주우며 산길을 오른다.

한 손에 가득했던 도토리가 양손에 가득해지고. 다음엔 윗주머니에 다음엔 바지 주머니가 빵빵해진다. 도토리 몇 톨에도 이렇게 욕심이 가는데, 도깨비감투를 얻으면 어떻게 될까?

『도깨비감투』는 욕심을 경계하는 옛사람들의 지혜가 담긴 이야기다. 이 책에서 주목할 점은 평범한 사람이 도깨비감투를 얻어 변해가는 과정을 담았다는 점이다.

성실했던 사람이 도깨비감투를 얻자 도둑질을 먼저 한 것은 벗어날 수 없는 가난의 질곡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착하고 성실하지 않으면 복이 오히려 화가 됨을 교훈적이고 해학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하산하는 길에는 열심히 주웠던 도토리를 하나씩 숲 속에 던져주었다. 도토리를 먹고 겨울을 날 다람쥐들을 생각하니 발걸음이 가벼워졌다.

 

● 이해완 약력

- 시인

- 시집 우리 시대 현대시조 100인 선에 선정되어 『내 잠시 머무는 지상』 태학사 발간

경기문화재단 우수작품 창작지원 작품에 선정되어 『수묵담채』 고요아침 발간

『한국을 움직이는 인물들』 수록, 중앙일보 발간

- 대전 시민대 동화창작 강의

- 한국그림책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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