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10-10 14:54 (목)
이해완시인과 함께하는 그림책 산책 | 호랑이 뱃속 잔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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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완시인과 함께하는 그림책 산책 | 호랑이 뱃속 잔치
  • 시사저널 청풍
  • 승인 2019.10.10 13: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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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랑이 뱃속 잔치』

글 그림 : 신동근

출판사 : 사계절

올 한 해도 그림책 강연으로 전국 곳곳을 다니느라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강원도는 거의 매주 들락거리다 보니 멀게만 느껴지던 곳이 이제는 안마당을 거닐 듯 익숙해졌다.

금요일에는 3주에 걸쳐 경기도 의왕시에 있는 초등학교에서 교사 연수를 마쳤다. 선생님들의 반응이 뜨거웠다. 토요일 아침에는 전라북도 김제에 있는 초등학교를 향해 맑은 아침공기를 쐬며 달렸다.

이렇게 전국을 누비다 보니, 문득 아침에는 금강산에 나타났다가 조금 있으면 태백산으로 그러다가는 어느새 속리산에 나타나서는 사람을 잡아먹는 호랑이 이야기를 담은 『호랑이 뱃속 잔치』가 떠올랐다.

옛날 강원도 금강산 기슭에 소금 장수가 살았다. 하루는 산속에서 날이 저물어 하룻밤 묵을 곳을 찾다가 낯선 동굴을 발견하고는 들어가 봤더니, 그곳은 호랑이 뱃속이었다.

조금 지나서 무언가 쿵! 하고 떨어졌다. “아이고! 여가 어데라 고마?” 태백산 아래께 사는 경상도 숯장수였다. 그리고 또 출렁출렁 움직이더니 쿵! “아이고! 여기가 워디래유?” 이번에는 속리산 아래 사는 충청도 대장장이였다.

세 사람은 살 궁리를 의논하다가 배가 고파지자 그들이 가진 직업적 장점을 살려 호랑이 뱃속에서 불고기 파티를 연다. 호랑이 살점을 도려내 소금을 뿌리고 숯불을 피워 구워 먹은 것이다. 그러고는 곤히 잠이 들었는데 호랑이가 이리 펄쩍, 저리 펄쩍 날뛰다가 고꾸라져 머리 처박고 죽은 곳이 이곳 김제 만경평야다.

허풍이 심하기는 하지만 이야기꾼이 산만큼 커다란 호랑이가 널브러져 죽은 곳을 김제 만경평야로 잡은 걸 보면 지리적 상식이 풍부한 것 같다. 만경평야는 우리나라에서는 좀처럼 보기 드문 지평선을 볼 수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그림책 강의를 마치고 오려는데 교장 선생님께서 교문까지 나오셔서 벽골제에서 망해사로 가는 길이 아름다우니 들러보라고 하신다. 망해사로 가는 길 양옆에는 코스모스가 끝도 없이 늘어서서 우리를 향해 손을 흔들어준다. 손에는 저마다 꽃송이를 들고 있다. 어떤 코스모스는 까치발을 하고 얼굴을 내밀어 보인다. 홍조를 띠고 있다. 그 위로는 메타세쿼이아들이 도열해 있다. 교장 선생님이 왜 이 길을 가보라고 했는지 알 것 같다. 지나는 사람마다 차에서 내려 카메라에 아름다운 풍경을 담느라 여념이 없다.

벽골제 전망대 찻집에서 차를 한 잔 마시고 망해사로 출발했다. 바다가 보인다는 절, 망해사로 가는 내내 코스모스는 손에 꽃을 들고 따라와 주었다. 망해사는 큰 절은 아니었지만 아름다운 풍경을 볼 수 있는 곳이었다. 망해사에 와서 굴을 왜 석화라고 하는지도 알게 되었다. 예전에는 절 앞마당까지 바닷물이 들어와서 해산물이 풍부했는데, 하루는 이 절 주지인 진묵 스님이 굴을 따먹는 것을 보고 마을 사람이 왜 육식을 하느냐고 하니까 이것은 석화라고 해서 그때부터 굴을 석화라고도 한단다.

우리가 도착했을 때는 마침 해가 떨어지고 있었다. 사람들이 와와 소리치는 곳을 보니 서편 하늘이 붉게 노을 진 곳에 주먹만 한 해가 꼴깍 넘어가기 직전이었다. 이곳에 살아도 맑은 날이 아니면 쉽게 볼 수 없다는 행운을 잡은 것이다. 낙조, 하루의 거대한 문이 닫히자 우리는 서둘러 자동차 시동을 켰다. 넓은 만경평야에는 노랗던 벼들이 시나브로 어둠에 묻혀가고 있었지만 백미러에서는 여전히 붉은 노을이 한가득 들어차 있었다.

그런데 호랑이 뱃속에 들어간 세 사람은 어떻게 되었을까? 호랑이가 고꾸라지면서 물찌똥을 찍 갈기자 슝 튕겨 나온다. 마을 사람들은 죄다 들판에 나와 호랑이 고기로 잔치판이 벌어진다.

이곳 김제 벽골제는 해마다 '지평선 축제'가 열린다고 하니 『호랑이 뱃속 잔치』를 읽고 아이들과 함께 나들이를 떠나보는 것도 좋겠다.

 

● 이해완 약력

- 시인

- 시집 우리 시대 현대시조 100인 선에 선정되어 『내 잠시 머무는 지상』 태학사 발간

경기문화재단 우수작품 창작지원 작품에 선정되어 『수묵담채』 고요아침 발간

『한국을 움직이는 인물들』 수록, 중앙일보 발간

- 대전 시민대 동화창작 강의

- 한국그림책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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