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9-10 15:57 (화)
자동차극장, 우리의 밤이 당신의 밤보다 아름다운 그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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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극장, 우리의 밤이 당신의 밤보다 아름다운 그곳
  • 시사저널 청풍
  • 승인 2019.07.08 14: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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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떠들어도 전화가 와도, 민폐 끼칠 일 없어 호응 높아

별빛마을 자동차극장 관람기

 

자동차극장, 우리의 밤이 당신의 밤보다 아름다운 그곳

아이들이 떠들어도 전화가 와도, 민폐 끼칠 일 없어 호응 높아

 

자동차에 앉아 영화를 본다. 1960년부터 80년대 미국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자동차극장. 아이와 함께 팝콘을 던지거나 감탄사를 연발해도 나무랄 사람은 없다. 고즈넉한 자연에 둘러싸여 여름이면 출몰하는 반딧불이가 운치를 더하는 이곳, 오늘은 별빛마을 자동차극장에서 영화 한 편 감상해 보는 것은 어떨까?

 

대전광역시 서구 벌곡로 294. 행정구역상 광역시 일부임이 분명하나 장태산 자락 덕분에 흡사 산림휴양지에 온 듯 착각마저 든다. 밤이 되면 별빛이 무더기로 쏟아진다 해서 별빛마을로 명명했다는 이곳은 대전에서 유일하게 자동차에서 영화를 감상할 수 있는 곳이다. 대전무역전시관은 몰라도 대전 자동차 극장은 알던 그 시절, 엑스포 자동차극장이 별빛마을의 전신이다.

 

“1999년 대전 엑스포에서 개관했습니다. 당시 전국에서 자동차극장이 인기를 끌었는데 대전에만 없었던 거로 기억해요. 직업이 될 줄 모르고 시작했던 영화관 주인 노릇을 지금까지 하게 됐네요.”

 

2016년 폐관 후 휴식기를 갖은 우종만 대표는 2018년 2000평 부지의 별빛마을에 자동차극장을 재개관을 했다. 자동차극장이 다시 개관했다는 소식을 듣고 찾아온 관람객 중엔 엑스포 자동차극장에서의 우 대표를 기억하는 이들이 많아 반가운 재회도 이어졌다고. 각각 60여 대 수용 가능한 상영관 두 곳과 각종 편의시설을 구비한 쉼터도 마련해 가족 단위 관람객이 부쩍 많아졌다.

 

“최근 어떤 커플이 반갑게 아는 척을 했어요. 집에서 손수 싸 온 김밥을 건네며 엑스포 자동차극장에서 프로포스 이벤트를 했던 커플이라고 소개하더라고요. 아이와 함께 활짝 웃던 모습이 오랫동안 생각납니다.”

 

우 대표는 많은 사람들이 본인을 매표원이나 극장 종업원으로 알고 있다며 ‘오래 근무하시네요’라고 감탄한다고 웃는다. 밀짚모자를 눌러쓰고 2,000평 부지를 손수 가꾸거나 차량을 안내하는 등 온갖 잡무를 맡아 하니 그도 그럴 법하다.

 

영화를 보며 추억도 쌓는 이곳, 별빛마을

 

“저는 아직도 어릴 적 아버지와 함께 봤던 영화가 기억나요. 누나를 따라가서 봤던 영화도 기억나요. 구미호였어요.(웃음) 영화는 또 하나의 문화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영화를 보는 공간을 좋은 추억으로 기억하게 만들고 싶었습니다.”

 

미니 사과와 야생화를 심은 화단 주변엔 산에서 주워온 돌로 꾸몄다. 이름 모를 들꽃도 생김새도 들쑥날쑥한 돌이 장태산 자락과 어울려 근사하게 예뻤다. 기껏해야 토끼풀 정도만 알던 그가 텃밭을 능숙하게 일구고 황금측백나무로 담장을 두를 줄 누가 알았을까. 오늘 거름을 줬다며 글라디올러스를 자랑하고 백일홍을 쓰다듬는 손길은 애정이 뚝뚝 묻어났다.

 

“영화를 보고 ‘잘 쉬다 간다’는 손님의 말이 그렇게 기뻤어요. 아이들과 함께 본 반딧불이와 이렇게 많은 별을 감상하긴 처음이란 그런 소감들이 저를 움직이게 하는 것 같아요. 누군가에게 좋은 추억으로 남을 공간을 내가 직접 가꾸는 일이란 노동이 아니라 즐거움이거든요.”

 

90년대 개관부터 휴관을 거쳐 재개관까지. 돌아보면 상처받고 힘들었던 순간이 그라고 왜 없었을까. 하지만 그에게 영화라는 장르와 추억의 의미는 남다르기에 오늘도 별빛마을 구석구석을 다지고 재정비한다. 이제 성인이 된 딸이 엄마에게 영화를 보여주기 위해 찾거나 휴일에 본인만 잘 쉬어 미안했다는 남편이 아내 손을 잡고 영화를 선물하는 이곳은 언제나 기분 좋은 실랑이도 함께한다.

 

“자동차극장이라고 하면 젊은 커플이 데이트하는 곳이란 선입견이 많은데 가족 단위 관람객이 오히려 많죠. 엄마에게 영화를 보여주는 딸이 참 예뻐 보였어요. 엄마는 늘 지쳐있고 이십 대는 가난하죠. 서로 관람료 내려고 옥신각신하는 모습이 애잔하면서도 사랑스러웠어요. 폐소공포증을 겪거나 계단을 오르내릴 수 없는 몸이 불편한 분도 많이 찾아요.”

 

엄마와 딸이 서로 카드를 내밀면 1초의 망설임 없이 딸 카드로 결제한다는 우종만 대표. 대신 기특한 마음이 예뻐 소정의 할인 혜택을 준다고. 장애인과 홀로 오는 1인 관람객도 할인받는다. 작지만 기분 좋은 할인과 아무 곳에서 찍어도 인생 샷을 남길 수 있는 풍광은 덤이다. 텐트를 치고 관람하고 싶다면 그것 또한 자유롭다. 영화관 한쪽엔 바비큐 그릴도 구비했다. 소정의 숯값만 지불하면 무료로 바비큐를 즐길 수 있다. 별빛마을 한쪽을 차지한 텃밭은 관람객이라면 마음껏 채취할 수 있다. 단체라면 2층 VIP 실을 이용하면 된다. 30명도 수용 가능해 단체 영화감상이 선사하는 색다른 재미도 즐길 수 있다.

 

“저는 재미있게 하는 일이 좋아요. 한때 좌우도 살필 겨를 없이 앞만 보며 일했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몸이 나빠지는 게 직접적으로 와 닿더군요. 나무는커녕 하늘을 올려다볼 시간도 없었어요. 그래서 별빛마을에서 감상하는 밤하늘은 의미 깊어요. 누군가는 이렇게 해서 돈은 어떻게 버느냐고 걱정하는데 내가 가는 길로 가다 보면 손님은 자연스럽게 온다고 생각해요. 다만 별빛마을에 오셔서 만족하고만 가길 바라죠.”

 

올해 이원에서 사와 심은 묘목이 잘 자리 잡았다. 5년 뒤엔 부쩍 자란 묘목이 울창한 담장이 되어줄 것이다. 해가 지면 별빛이 돋아나고, 급할 것 하나 없이 자리 잡은 사람들이 각자의 방법으로 영화를 관람한다. 비가 오면 비와 함께 영화를 감상하고 눈이 오면 더 운치 있는 이곳, 당신의 낮보다 아름다운 별빛마을의 밤이 그렇게 깊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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