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태의 길벗명리학] 우주는 하나로 연결되어 있다

강경태 박사 승인 2021.04.12 14:01 의견 0

길벗명리학 하정 강경태

4월의 따뜻한 기운으로 많은 식물이 움을 틔운다. 뿌리가 튼튼하지 못하면 봄을 맞이하면서 꽃피울 시기에 꽃을 제대로 피울 수가 없게 된다. 텃밭의 작은 풀들조차 따뜻한 공기를 마시며 움을 틔우려고 시간을 기다린다. 텃밭이 가정이라면, 따뜻한 공기는 가족 간의 사랑이다! 자녀들은 부모의 애정 어린 훈육을 통해 사랑과 배려를 배우면서 사회에 나가 처세 등을 자연스럽게 익힐 수 있다.

우리는 모두 연결된 존재이다.

가정은 가장 근본으로 관계의 시작점이다. 가정에서 어른이 있듯이 사회의 각 분야에서도 어른이 있을 때 젊은이들이 믿고 의지하며 성장할 배경을 얻게 된다. 각자의 성향에 따라 환경에 성품을 부리고 산다. 자신이 마주하는 환경 안에 많은 사람들과의 관계를 구성해나가는 과정에 성품은 중요한 역할을 한다. ‘중용’에서 성(性)은 “하늘이 명(命)하신 것을 性이라 이르고, 性을 따름을 道라 이르고, 道를 품절(品節)해 놓음을 교(敎)라 이른다.”라고 되어 있다. 그리하여 “사람과 물건이 태어남에 각각 부여받은 바의 이치(理)를 얻음으로 인하여 건순·오상(健順·五常)의 덕(德)을 삼으니, 이른바 性이다.”라고 하였다. 그러면 하늘이 명한 것을 인간이 어떻게 알 수 있는가? 명리학의 월령론(月令論)에서 이것의 단초를 찾아볼 수 있다. 월령론은 하늘 즉 자연의 변화를 관측하여 인간의 성품과 결부시킨 학문이기에 인간이 타고난 고유의 성품을 알아보는데 매우 좋은 방법론이다. 월령론에서는 양(陽)의 기운이 점점 커지는 시기인 4월에 출생한 사람의 선천적 성품은 외부와의 교류 관계가 매우 중요해서 사회에서 중심에 서고 싶어 한다.

상담하다 보면 어머니는 자식의 진로에 대해 걱정을 많이 하는 것을 보게 된다. 자신의 사주를 놓고 자식을 물어보거나, 자식의 사주를 보면서 자신의 감정을 하소연하는 경우이다. 부모의 걱정은 언제나 자식을 위한다는 명분을 앞세우지만 정작 속내를 들여다보면 자식이 아니라 자기의 입장만을 이야기하는 경우가 많다. 결국 나는 종종 자식의 입장에서 부모에게 자식의 대변자가 되기도 한다. 부모 이전에 어른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것을 말하게 된다.

금빛 나비가 되려면 혼자 힘으로 허물을 벗어야 한다.

다음에 두 가지 사례를 이야기하면서 어머니의 역할에 대해 같이 생각해보자.

몇 해 전에 입시학원 원장이 자식의 진로 문제로 상담을 해왔다.

“선생님! 우리 아이를 서울 소재 의대에 보내려고 하는데 어떨까요?”

사주 간명을 해보니 서울 진입은 어려운 사주였다.

“조금 낮추어서 지방으로 생각하시는 것은 어떨까요?”

“우리 아이는 성적도 좋고 꼭 서울에 있는 대학으로 가야 해요.”

나는 사주에서 보여주는 대로 성적이 안 나올 것이라고 속으로 걱정하였지만 강권할 수는 없고 넌지시 제안하였다.

“아무래도 안전하게 선택하는 것이 좋겠습니다.”라고 말하니 입시전문가를 자처하는 내담자의 얼굴에 서운함과 함께 못마땅한 기색이 역력했다. 이후 그 학생은 3번을 재수하고 지방대에 입학했다. 이 경우에서 보듯 자식의 그릇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모성애라는 명제에 갇혀서 아이를 잘못된 길로 인도하였다. 어머니가 형성한 애착 관계는 아이가 성장하면서 정체성에 시달리게 되고, 사회생활을 하면서도 자기의 직업에 대한 확신이 줄어들면서 직업의 변화가 예상된다. 어머니의 적극적 개입으로 아이가 겪어야 할 통과의례가 더 지속되고 말았다. “긍지는 인간이 입을 수 있는 가장 훌륭한 갑옷”이라는 명언이 있듯이 어머니의 입장만 강하게 내세워 결국 자녀들의 자긍심을 무참히 꺾지 않는지 살펴볼 일이다.

다른 케이스를 소개하겠다.

성호는 모든 면에서 볼 때 온순하고 바르게 잘 자란 아이이다. 공부도 열심히 했고 재수를 통해서 모두가 선망하는 서울의 S대에 진학하였다. 졸업 후 바로 좋은 직장에 취업했다. 순탄하기 이를 데 없었다. 그런데 직장의 스트레스를 견디지 못하고 부모와 상의 없이 그만두었다. 수재답게 차근히 자신의 다음 직업을 철저하게 준비하였다. 성호 어머니는 앞으로 새로운 직장에 대해 잘 적응할 것인지 내게 상담을 하러 왔다. 살펴보니 성호는 평생에 단 한 번 있을 엄청난 시련의 시기에 속해있었다. 나는 사주에 나타난 성호의 시기를 잘 설명하며 겪어야 할 시련이며 견딜 수 있도록 옆에서 지켜보라고 조언하였다. 성호는 이직한 직장에서 아주 우연히 작은 실수를 저질렀는데 태풍의 눈처럼 엄청난 악재로 다가왔다. 그동안의 노력이 물거품이 되었다. 성호 어머니는 곁에서 담담히 지켜보며 성호가 멘탈이 불안할 때 어머니로서 다독여주었다. 위기의 순간은 지나갔고, 성호는 훨씬 못 미치는 곳으로 직장을 옮겼지만 불안보다는 행복을 느끼며 잘 지내고 있으니 다행이다.

기다리는 부모의 마음은 우주의 본질과 같다.

위의 두 사례 중 당신은 어떤 어머니 혹은 아버지가 되고 싶은가?

우리가 살아서 알듯이 인생은 길다. 험한 언덕을 오르려면 처음에는 천천히 걸어야 한다. 정글 같은 세상에서 초기에 겪는 실패는 오히려 수습이 쉬울 수 있다. 자녀들이 실패를 겪도록 놓아두는 것이, 중장년기에 삶의 기반이 흔들리는 실패보다 훨씬 너끈할 것이기 때문이다. 텃밭에 작은 풀조차 꽃을 피우기 위해 죽을 만큼 애를 쓴다. 곤충이 탈각을 스스로 해야지 멋진 나비도 되고 우렁찬 매미도 되는 것이다. 스스로 껍질을 벗어야 하는데 어머니의 안타까운 마음으로 껍질을 벗겨주면 그만 죽어버리고 만다. 그것이 자연의 이치이다.

‘포스트 코로나 이후’에 관한 많은 사상적인 접근이 활발하다. 신생물학의 거대담론 관점에서 쓴 ‘자발적 진화’라는 책에서 립튼(Bruce H. Lipton)은 현재 인간은 애벌레로 태어났지만 나비(신인류)로 변신하기 위해 어두운 고치 속에서 통과의례를 호되게 치르고 있다고 말했다. 애벌레에서 나비로 의식의 진화를 이루어낸 깨어난 사람들이 일정한 숫자에 도달하면 ‘나비문명’이라는 역사상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했던 새로운 창조의 문명(New Creation)이 가능하단다.

가정에서 책임감을 배우고 인간관계 형성을 원만하게 만드는 기초를 쌓고, 사회의 각 분야에서도 소통이 원만해지면 건강한 사회가 구성될 것이다. ‘대학’에 “修身齊家 治國平天下”라는 말이 있듯이 사회의 기반은 가정이 되어야 한다. 가정은 씨앗이 어두운 땅에 갇힌 시간을 견디고 마침내 꽃망울이 활짝 꽃을 피워내도록 기다리는 텃밭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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