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경석의 단상] 화패이입자역패이출(貨悖而入者亦悖而出)

홍경석 편집위원 승인 2021.05.10 16:38 의견 0

지난 4·7 보궐선거는 서울시장과 부산시장을 뽑는 투표였다. 그러나 대한민국 1, 2위의 매머드급 도시였던 까닭에 국민적 관심을 모았다. 4·7 보궐선거에서 여당은 참패했다.

패인은 한둘이 아니다. 이른바 ‘조국 사태’에 이어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은 임기 내내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척을 지고 싸웠다. 윤미향 의원이 연루된 정의연 기금운용 의혹은 심지어 개나 소나 다 의원 한다는 국민적 조소의 강물로 범람했다.

전 서울시장의 성추행으로 인해 치러지는 4·7 보궐선거였거늘 여당은 당초의 불출마 당헌까지 바꿔가며 후보를 냈다. 서울시장 후보 캠프에서 활약한 모 의원은 고 박원순 시장과 관련된 피해 여성에게 ‘피해 호소인’이라는 듣보잡 신조어까지 만들며 줄기찬 ‘내로남불’을 이어나갔다.

이어 LH 직원과 공직자들의 부동산 투기문제가 가뜩이나 힘겨운 서민들 가슴에 비수를 꽂는 듯한 분노감으로 이어졌다. 헛발질은 계속됐다. 김상조 전 청와대 정책실장과 박주민 의원도 일구이언의 악재였다.

잇따른 부동산 정책실패와는 별도로 180석에 달하는 여당의 힘을 입법 독주에 질주한 결과, 부동산 임대차 3법까지 일사천리로 밀어붙였다. 그 결과 곳곳에서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으며 정책 취지와 달리 서민들이 크게 고통받았다.

전세 물량 실종, 전·월세 급등, 전국적인 집값 폭등까지 파장이 계속되었다. 이런데도 부동산 투기로 물의를 빚어 물러났던 전 청와대 대변인이 비례대표 국회의원 배지를 다는 모순이 국민들 가슴에 또 염장을 질렀다.

더욱이 코로나의 장기화로 인해 국민들은 지칠 대로 지친 상태였다. 이런 때 참신한 뉴스와 공약도 시원찮을 마당에 여당은 야당 후보를 비난하는 네거티브 전략으로 일관했다.

선거를 앞두면 곧잘 “민심이 무섭다”는 말을 한다. 맞다. 그 말은 결코 허언이 아니다. 군주민수(君舟民水)가 달리 있는 게 아니다. 임금은 배, 백성은 강물과 같다. 하지만 강물은 배를 띄우기도 하지만 화가 나면 배를 뒤집을 수도 있다.

정치인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게 유권자의 변심이다. 유권자가 변심을 안 하게 하려면 평소 언행일치의 모범을 보여야 한다. 4·7 선거에서 여당이 참패하는 것을 보면서 ‘화패이입자역패이출’(貨悖而入者亦悖而出)이란 생각이 들었다.

이는 부정한 수단으로 얻은 재화는 역시 부정한 수단으로 나가게 된다는 뜻이다. 민주당은 174석을 가진 집권당이다. 이는 유권자들이 그 자리를 선물한 것이다. 그런데 여당은 오만으로 일관했다.

4차 재난지원금 지급과 가덕도 신공항특별법까지 처리하는 무리한 정책수단을 동원했다. 심지어 문재인 대통령은 가덕도까지 내려가 “가슴이 뛴다”며 부산 민심에 호소했다.

그렇지만 화가 난 서울과 부산 유권자들은 미동도 하지 않았다. 단단히 뿔이 났기 때문이다. 즉 집권여당이 174석이나 되는 국회의원을 가진 공룡몸집은 유권자들이 준 재화(財貨)였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들은 이 소중한 재화를 허투루, 그리고 아무렇게나 마구 탕진했다. 그것도 서민들을 더 못 살게 만드는 법을 양산하고 괴롭혔다. 당연한 논리겠지만 바람과 함께 온 것은 물과 함께 사라진다.

선거 결과는 유권자들의 준엄한 명령이다. 지금 야당도 언제 민심의 격랑으로 인해 군주민수에 침몰당할 지 모른다. 평소 유권자를 부모님 모시듯 하고 겸손하며 민의를 최우선으로 하는 정책의 시종일관이 반드시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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