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태의 길벗 명리학] 자신을 조화(調和)롭게 한다는 것은?

강경태 박사 승인 2021.06.07 15:55 의견 0

이번 달은 하지(夏至)가 들어있는 계절로 하루 중에 낮의 길이가 가장 길어지는 시기(時期)이다. 모든 만물은 좋든 싫든 낮의 길이만큼 활동시간이 길어질 수밖에 없다. 명리학에서는 이를 음양(陰陽)과 오행(五行)의 관점으로 바라본다. 동지(冬至)부터 하지(夏至)까지를 양(陽)이 커져 나가는 시간으로, 하지부터 동지까지의 시간을 음(陰)이 커져 나가는 시간으로 보고 있다. 양(陽)이 커진다는 것은 낮의 길이가 점점 커져 나가는 운동성을 의미하는데, 만물은 이러한 운동성에 맞게 활동시간을 늘려간다. 커져 나가던 양(陽)의 기운이 끝에 이르면 다시 음(陰)의 기운이 시작된다.

모든 것의 끝은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것이듯 만물도 이때부터 새로운 것을 만들기 위해 계획하고 준비하는 시점이 된다. 여름은 가을을 준비하는 계절로 식물이라면 열매를 맺을 준비를 하는 것이며, 인생의 결과물을 만들고자 하는 운이기도 하다. 어떻게 보면 가장 왕성한 활동을 보이지만 또한 도박과 같이 가장 위험한 시기이기도 하다.

오행으로 보면 여름은 화(火)의 기운이 왕성한 계절이며, 과거를 보면 봄을 이어받은 계절로 목(木)의 성장이 있었다면 이것을 이어서 가을로 넘겨주기 위해 노력해야 하며 가을의 결과물인 금(金)으로 승계하는 작업을 하는 계절이다. 즉 火의 기운을 어떻게 잘 조율하는가에 따라 木이 상처를 당하지 않게 해야 하며, 또한 열매를 잘 이루도록 관리를 잘해야 하는 중대한 임무가 여름에 있다. 인간 사회로 대비하면 木은 자신의 성장을 뜻하며, 여름은 중간관리자로서 아래와 위를 잘 융화시키기 위해 노력해서, 결과물인 金으로 최고의 결정자 자리에 오르는 것이다.

여름에 출생(出生)한 사람이 자신을 조화(調和)롭게 한다는 것은 火의 왕성한 기운을 잘 조율하는 것에 있다. 火의 염열(炎熱)한 기운은 자신의 과거와 미래의 모든 것을 소멸시키는 결과를 가져오기에 매우 위험하다고 볼 수 있다. 어떻게 해야 과거와 미래를 잘 지켜 낼 수 있겠는가? 火의 성정(性情)은 밝음으로 만물을 키우듯 자신의 능력을 외부에 내어서 모든 것을 잘 조율하는 경향이 있다. 즉 최고의 결과물을 내고자 하는 것으로 타인들의 기준이 되어야 하지만 지나치면 타인보다 더 많은 것을 갖고자 무리를 하게 된다. 양화(陽和)한 기운이 잘 쓰이면 타인을 지도하는 지도력으로 나타나지만 잘못 쓰이면 타인을 경쟁대상으로 삼아 시기와 질투하는 모습으로 나타나게 된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타인에게 뒤처지는 두려움을 갖고 있는데, 이것은 자신뿐만 아니라 주변 환경까지 파국으로 몰고 가는 현상을 만들게 된다.

상담을 하다보면 사람들 대부분은 자신이 하고 싶은 일만을 주장하는 것을 보게 된다. 여름에 출생하여 양화(陽和)한 기운을 가진 자는 어찌 보면 리더의 자질을 갖추고 태어난 사람이다. 자신의 성장은 만인의 꿈을 통해 이루어지는 모습이 되어야 하기 때문에 자신이 원하는 것보다 타인이 원하는 것을 공동의 목표로 삼아 협조를 이끌어내는 지도력이 발휘되어야 바람직하다. 리더의 모습은 분명 하고 싶은 일보다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해야 한다. 여름의 기운을 가진 사람은 아래를 잘 보살피고 위를 살펴 올바른 결과를 내도록 돕는 역할로 책임감이 매우 필요하다. 부모의 자리는 하고 싶은 일만 하는 자리가 아니라 자녀들을 잘 키우기 위해 해야 할 일을 하는 것과 같다.

내담자의 경우를 예로 들어보겠다.

여름에 출생하여 양화(陽和)한 기운을 많이 가지고 있는 여성이 상담을 하기 위해 찾아왔다. 그녀가 운영하는 음식점은 주변 음식점들과는 다르게 독특한 음식 메뉴로 나름 손님이 끊이지 않는 곳이다. 음식솜씨 뿐만 아니라 지위가 있는 사람들과 인맥을 잘 유지하는 영업력도 갖췄다.

대략적인 사주의 구성은 丙午生이 午月 巳時에 乙木日干으로 출생하였다. 공무원과 결혼하였으며, 시댁으로부터 꽤 많은 유산을 받아 음식점을 시작하였다. 乙木이 陽和한 기운인 丙火가 지나치게 있다. 양화한 기운을 본 乙木의 성질(性質)은 한 가지에 만족하지 못하고 많은 것을 얻고자 여러 가지에 관심을 갖는 특성을 지닌다. 만물에서도 잎만 너무 무성하면 열매를 맺지 못하듯 결과를 얻지 못하는 것이다. 또한 양화한 기운이 지나치면 염상(炎上)이라 하여 열이 치열해져서 木의 기운을 오히려 마르게 하고, 金의 기운을 사라지게 해서 결과를 만들어내지 못하게 된다. 木이 마르면 인연이 사라지는 것이고, 金이 사라지면 재물을 지키지 못하고 손상을 입게 된다.

“선생님, 제가 음식점을 정리하고 펜션사업을 하고 싶은데 어떨까요?”

“제가 보기에 앞으로 주변에 대형 펜션이 들어오니 펜션사업은 경쟁력이 없어 보입니다. 차라리 펜션 손님들을 상대로 메뉴를 더 개발해서 음식업을 더 확장하는 것이 어떨까 싶습니다.”

“사람을 쓰는데 힘도 들고, 여러 가지로 어려움이 많아요. 지금 음식점 자리를 수리해서 펜션으로 전환하고 싶어요.”

“리모델링을 하려면 투자금도 많이 들고 펜션사업은 대형으로 가지 않고는 경쟁력이 없습니다. 주변 환경의 변화를 보고 메뉴 개발을 더 하셔서 경쟁력을 높이는 쪽이 훨씬 유리해 보입니다. 제가 드릴 말씀은 남이 한다고 해서 따라가다 보면 오히려 손실이 더 커집니다.”

때마침 음식점 주변에 펜션이 하나둘씩 생겨나면서 점점 대형화되는 추세를 보이고 있었다. 하지만 이 여성은 기어코 리모델링을 통해서 펜션사업으로 전환하였으며, 현재는 주변 상황에 밀려 어떻게 할 수 없는 상황까지 몰렸다. 집중과 특화 대신 여러 가지 일을 벌려 놓은 상태이며, 배우자를 한심하다고 생각하여 자신이 고집하는 대로 하다가 별거에 가깝게 생활하고 있다. 안타깝게도 인연도 멀어지고 재산도 점점 줄어들고 있는 상태를 초래했다.

다른 상담사례를 보면, 午月 庚金日干이 丙戌時에 출생으로, 양화한 기운을 잘 조율하는 壬水를 가지고 태어났다. 내담자는 현재 종교인의 삶을 살아가고 있는데 종교재단에서 꽤 신망(信望)을 받고 있다. 자신을 내세우지 않고 타인이 걸어갈 길을 잘 인도해주는 설득력을 가지고 있다. 어떠한 일을 처리할 때도 주변 환경을 잘 살피는 특징을 가지고 있으며, 매우 신중하여 자신의 생각보다 여러 사람의 의견을 수렴해서 합리적 판단을 한 후에 일 처리를 한다. 독단이 아닌 사람들과의 소통을 매우 중시하는 인물이다. 午月의 양화한 기운을 이끌어 결과물을 낼 줄 아는 인물로 사회인이라면 분명 정치인으로도 촉망받을 만한 사람이라고 볼 수 있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오월의 양화한 기운을 가지고 출생하면 많은 사람의 모범이 되는 인물이 되어야 한다. 양화한 기운을 잘 사용하면 만인(萬人)을 이롭게 하는 인물이 되지만, 잘못 사용하면 자신이 하고 싶은 것만을 추구하게 된다. 이는 독단으로 이어져 인연뿐만 아니라 재물에 손실까지 입게 되어 말년에는 아무것도 남지 않은 삶을 살지도 모른다. <중용(中庸)>에 이르기를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 했다. 현명함이 지나치면 욕심이 되며, 욕심은 자신뿐만 아니라 주변 환경까지 파탄으로 이끌게 된다. ‘무엇인가를 내려놓는다’고 하지만 정작 무엇을 내려놓아야 할까? 자신이 하고 싶어 하는 것을 잠시 접으면 해야 할 일이 눈에 보이는 법이다.

양과 음이라는 표면의 상대세계가 멈추는 그곳이 태극의 세계이다. 다른 말로 절대 세계일 것이다. 인생살이는 시간과 공간의 주어진 네트워크에서 만나진 인연들이 이런저런 인생 드라마를 펼쳐내는 장이다. 지구에 존재하는 모든 존재는 유일무이(唯一無二)하다는 자각으로 만나면 생태적으로 열린 마음을 가지게 된다. 자신을 조화(調和)롭게 한다는 것은 어쩌면 나와 관계를 맺는 사람들을 존중하면서 이루어질지도 모른다. 특히 가까운 가족, 자주 접하는 타인의 생각과 스스로 써 내려가는 삶에 대해 지나친 간섭을 줄이고 존중하는 연습을 시작해보면 어떨까!

인생 대학에서 우리는 진화를 위해 만났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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