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민우, 탄소중독의 삶에서 벗어나 탄소순환사회로 가자

대덕기후화폐를 고안한 오민우 멸종저항활동가

이연자 작가 승인 2021.10.05 15:25 의견 0

기후화폐는 지역통화제도를 만든 한밭레츠가 지난 21년간 쌓아 온 기반에서 출발하였다. 기후화폐는 기존의 지구를 파괴하는 데 일조한 성장경제 개념과 반대쪽에 서 있는 대안경제로서의 화폐이다. ‘환경을 위한 대안화폐’로서 탄소배출을 줄이는 실천은 지구환경을 위한 기후화폐인 ‘그루’가 생성된다. 그루는 나무를 세는 단위를 차용했는데 채식하기, 텀블러 사용하기, 환경관련 책 읽기 등으로 적립할 수 있다. 적립한 그루로 기후화폐사업단에서 마련한 교육 프로그램, 페스티벌 등에 참여하거나 제휴된 사회경제적 조직에서 할인받을 수 있다. ‘기후품앗이’에서 만든 채식음식과 업사이클한 제품을 살 수도 있다.

기후학교는 기후교육을 하는데, 기후화폐 이론, 시민정치 행동, 기후위기에 대한 심리적 대처, 채식, 농부가 바라본 기후위기 등으로 짜여있다. 기후 페스티벌은 기후 품앗이로 만든 채식음식과 제품을 나누고 공연을 열 예정이다. 기후화폐는 기후위기를 위해 탄소를 줄이는 친환경 경제로 가는 발걸음이다.


대덕기후화폐에 대해 소개를 부탁합니다.

기후학교는 8월부터 10월까지 2개월 동안 기후위기와 마음의 생태학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와 활동가들의 생생한 강의로 진행하고 있다. 지역화폐는 적극적 대응을 위해 창안되었고 기후위기실천단 쑥쑥단을 공개 모집하였다. 쑥쑥 자란다는 의미를 담고 있는 쑥쑥단은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다양한 실천을 배운다. ‘기후통장’을 받아 기후화폐를 적립한다. 기후학교 강의를 신청하고 강의 시간에 맞추어 밴드에 공유되는 줌(zoom)으로 접속해 공부한다.​ 기후학교 강의마다 기후화폐 10그루를 사용하고, 기후위기 활동으로 인정해 3그루를 적립한다. 온라인 강의 주소를 밴드에 공지하기 때문에 밴드 가입은 필수이다. 잘 알려진 아나바다, 리사이클, 업사이클을 통해서도 기후화폐를 적립할 수 있다.

내가 제안한 기후화폐는 한밭레츠의 지역화폐 경험과 신승철 박사의 생태적지혜 이론을 교집합으로 탄생했다. 금융위기, 기후변화, 석유 고갈 위기, 코로나변종 등 수많은 문제들이 우리들을 덮치고 있다. 영국의 환경운동가 마셜은 그의 책에서 ‘기후변화는 집단적인 대응을 필요로 하는 포괄적인 문제이며 따라서 이런 방관자 효과에 특히 영향을 받기 쉽다(<기후변화의 심리학>, p.49)’고 했는데 이는 기후변화가 명백하게 과학적 사실임에도 너무나 광범위하고 개인이 대면하기에 애매하게 느껴져서 일반인들이 아무 행동도 취하지 않고 있다고 생각한다.

기후변화를 위해 고립된 지적 활동이 아닌 의식과 두려움을 공유할 수 있고 서로 헌신에 의지할 수 있는 신념 공동체를 만들어야 한다(p.334). 기후를 에고와 공포로만 다루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연대의식을 가져야 한다. 인간의 종말로 향한 욕망의 폭주를 멈추려면 당장 기후활동을 해야 한다. 더 적극적으로 기후위기에 대응하고 싶다면, 자신이 발행한 기후화폐만큼 현금을 모아 기후위기대응 사업에 기부하시기 바란다. 채식식당, 넷제로, 제로웨이스트 상점들과 함께 활발히 소통하는 ‘쑥쑥단’이 늘어나면,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순환적이고 지속가능한 기후화폐 생태계가 구축될 것이다. 대덕기후화폐 사업이 그 출발점이 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기후학교, 기후품앗이, 기후 페스티벌, 기후자료집 등 우리가 활동하고 있는 내용과 활동회원 인터뷰를 기록해서 백서를 남길 것이다. 올해 여러 사업팀의 활동이 150페이지 정도의 자료집으로 남겨서 길잡이 역할의 설명서를 만들 것이다. 플랫폼으로 기후위기에 대한 대응에 대해 우리가 실험적으로 시도했다. 성과와는 상관없이 기후위기에 대한 모두 다 관심을 가져야 하고 지속가능한 프로젝트가 되기를 바란다.


한밭레츠(LETS)가 역사가 길다고 들었습니다.

내가 꿈꾸는 미래의 기후화폐의 근간은 한밭레츠이다. ‘Local Exchange Trading System’의 약자로서 ‘지역교환 거래체계’를 뜻한다. 한밭레츠에 통용되는 화폐 ‘두루’는 우리말의 ‘널리’, ‘두루두루’라는 뜻을 가진 단어이다. 회원이 620명 정도 있다. 세계에서 지역 화폐와 같은 대안경제 운동을 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한국을 대표하는 지역화폐 조직이 되었다. 공동체 복원, 사회적 일자리 창출, 지역경제 활성화, 환경문제 해소 등에도 적지 않은 기여를 해왔다. 우리 공동체가 관계 중심의 매개로 작동하며 마을 안에서 나눔과 연대라는 형태로 끊임없이 살아있다.

한밭레츠는 홈페이지에서 많은 소통이 이루어지고 있다. 여러 품앗이와 물품을 공유하고 있다. 이동영화관, 두루부엌, 여성일자리 창출, 소규모생산과 판매 활동, 소모임, 지역모임 등이 조직되어서 운영되고 있다. 자원의 나눔과 공유는 끊임없이 다양한 형태로 실천되고 했다. 어느덧 21년 넘게 지역 안에서 공동체를 경험하며 지속가능한 생태적인 삶을 보여주고 있다.

나는 대학을 졸업하고 천안의 공장에 있었는데 학생운동을 같이 한 선배에게 갑자기 호출이 와서 한밭레츠의 창립멤버가 되었다. 레츠는 1983년 캐나다의 섬마을 밸리에서 마이클 린튼이 설계한 시스템으로 박용남 시민운동가의 소개로 1999년 대전에서 시작되었다. 한마디로 지역 품앗이로써 지역화폐를 통해 회원들이 노동과 물품 거래, 다자간 품앗이제도, 상호신뢰를 바탕으로 한 회원간 교환제도로서 지역공동체적인 연대의식이 필요하다. 다른 사람에게 물품과 서비스제공 기회를 통해 자신이 가치 있는 사람이라는 인식, 자신의 능력과 자원활용 결과적으로 고용기회 창출한다.

직접 교환을 통해 상호간 이해증진과 연대감이 강화되고 지리적 영역에 통용되는 화폐는 지역 내에서 지속적으로 순환 교환되며 궁극적으로 지역경제가 활성화될 수 있다. 지역 중심의 경제활동은 비용이 저렴하며 환경친화적 경제에 기여한다. 20년 동안 지역통화를 지켜오면서 함께 하는 기쁨과 즐거움을 나누었다. 이제 함께 기후위기의 시계를 멈추자.

오민우는 ‘멸종저항 활동가’

머릿속에 있는 아이디어들을 프로그램으로 만들었고, 사람들을 만나서 설득하고 공감을 해야 하는데 코로나 때문에 어려움과 제약이 많다. 기후학교를 같이 하면서 소감을 발표할 때, 나 혼자 고민한 것이 아니라 위기 속에서 동질감을 찾아가고 함께 돌파구를 찾아갈 수 있어서 고맙다. 위기는 전 지구적으로 다가오는데 개인은 공포차원에서 머물고 있으니 관이나 조직이 합리적인 시스템이 없다는 것과 공포감만 조성하는 것이 조금 아쉽다. 시간이 촉박하다. 그러나 기후에 대한 대응은 폭력적이지 않아야 한다.

경제라는 관점은 모든 것을 두루두루 파괴하였다. 우리가 기대어 사는 지구뿐 아니라 같이 공생하는 생명체들에게 재앙을 되돌려주고 있다. 성장경제에서 발생하는 플라스틱, 일회용품, 쓰레기가 환경오염과 기후위기를 더욱 가파르게 촉진하고 있다. 지구 대기권에 이산화탄소가 많아져 지구 온난화가 가속화되고 있다. 가까운 거리는 걸어 다니고 빈 방의 전등은 꺼 두는 사소한 선택들이 하나하나 모여서 거대한 변화를 일으킨다. 기후학교, 생태전환, 녹색연합, 멸종저항운동을 생활 속에서 조금씩 실천하면 누구나 활동가라고 할 수 있다.


삶의 다른 방식을 선택하다―스스로 소수자(minority)가 되다.

나는 서울 신림동에서 태어나 초등학교 3학년 때 대전에 이사왔다. 충남대 약대에 93학번으로 입학했고 문학회 서클활동과 문화운동을 했다. 직업이 약사로서 지역사회운동에 자연스럽게 스며들었다. 천안에서 직장을 마치고 약국에서 약사로 일하고 있었던 나는 현재 품앗이생협 이사장인 당시 한밭레츠 간사 김성훈 님이 의료생협활동을 하자고 제안해서 지금까지 함께 하고 있다. 민주화가 완성되기 이전에 사회운동적 시각으로 출발했다가 지역사회에 정착하게 되었고 지역화폐 아이디어를 차용했다. 지역사회활동을 하는 것은 사회변혁과 사상적 변화를 위해 활동했지만 지역에 살다보니 일상생활에서 만남과 조직에 변화와 행동들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환경에 대한 관심이 자연스럽게 나를 2008년 완전 채식주의자가 되도록 이끌었다. 비건의 삶을 시작한 계기는 내가 다른 동물의 힘을 뺏지 않고 살고 싶었다. 여러 모임으로 소통을 하고 있는데 비건 커뮤니티인 “아삭아삭” 부대표로서 건강한 식습관을 널리 알리는 데 주력하고 있다. 혁신청 주도 아래 지역문제해결 플랫폼의 한 부분으로 공적자금을 통해 지역문제를 해결해가는 “비긴&비건(begin&vegan)”을 통한 공유와 확산이 늘어가고 있다. “탄잡채 네트워크-탄소를 잡는 채식”도 주도하고 있는데 소를 키우기 위해 거대한 아마존 밀림이 사라져가는 것을 채식으로 막을 수 있다는 경고성 네이밍이다.

채식이 건강이라는 국소적 의미에서 지구와 동물복지권, 인류의 생존과 다른 생물과의 조화를 향한 생태계에 열려가도록 같이 걸어가고 있다. 나는 혈연 지연 학연에 매몰되는 것을 거부하고 뜻을 같이하고 있는 사람들과 협동하고 사회적 관계망에 협업한다. 나는 약사로서 매일 지역주민을 100여 명 정도를 만나는데, 비건의 철학으로 상담을 많이 해드리고 영양제를 사려는 분들에게는 약보다는 자연식과 소식 운동 등을 권장하는 편이다.


생명에 대한 존중감을 공적 영역으로

죽음은 삶의 대극이 아니라 그 일부로 존재한다고 ‘노르웨이의 숲’에서 하루키는 말했다. 내가 속한 공간은 내가 존재하고 있는 공간으로서 마음의 은유이자 투사이기도 하다. 육체를 담는 공간과 함께 마음의 공간은 어떤가? 불확실한 세상을 살아가는 불확실한 영혼들이 아니라 이제는 여러 가지가 자명하다.

사회의 경제 성장율이 낮아지면 계층 간의 격차는 더욱 벌어진다고 한다. 우리 사회에서 계급은 사라졌지만 계층은 존재한다. 지역에 따라 계층이 극단적으로 갈라지기도 한다. 현재의 젊은이들은 직업에 따라 계층이 세분화된다. 물론 배경은 부모가 제공한 교육이다. 정규직 대기업 전문직의 대척점은 비정규직 비전문직 시간제 노동자 등이다. 나는 그들 곁에 있으려 한다.

행복(happiness)은 그냥 일어나다(to happen)에서 유래했다. 행복은 그냥 생겨나는 것이지 행복을 찾는다고 찾아지지 않는 것이란다. 씨앗이 발아해서 잎이 나고 꽃이 피고 시들고 낙엽이 되어 떨어지고 자연으로 돌아가며 씨앗을 남기는 과정은 자연의 순환이다. 자연스러운 것이다.

<춤추는 죽음>에서 진중권은 ‘공동체 속에서 죽는 것은 축복’이라고 지적했다. 개인이 사라지면 모두 사라지는 것이다. 죽음을 터부, 고통, 슬픔, 이별이 아니라 순환의 일부로 받아들인다. 죽음은 생명체의 필연적인 과정이다. 지구 한 모퉁이를 공유하는 개체로서 조화롭게 똑같이 살다가 많은 흔적을 남기지 않고 돌아가고 싶다.

인터뷰를 마치며

인터뷰에서 그는 선문답의 경계를 무심히 왔다갔다 가로지르고 있다. 한밭레츠 오민우 대표는 세상을 해체하려는 것이 아니라 세상 속에서 끝까지 버티고 있다.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중도에 있으려 한다. 내적 성찰보다 세상 속에서 살아가는 것이 더 위대함을 알고 있다. 극락, 천국, 니르바나 등 피안의 세계를 추구하지 않는다. 지금 여기 현장에서 부대끼며 살아가는 위대함을 알고 있다. 어떻게? 바로 이데올로기에 함몰되지 않는 유연함이다. 앞으로도 그가 추구하는 것들도 같은 형태이다. 그가 지역에서 만들어가는 네트워크의 마디는 유연성으로 닫혀있지 않고 열려있다. 비가시적인 가치가 그를 통해 지역에서 체화하고 물성화하고 있다. 필자는 오민우 대표에게 ‘멸종저항 활동가’라는 면류관 한 개를 얹어주었다.

한밭레츠 (042)638-2465, www.tjlets.or.kr

저작권자 ⓒ 시사저널 청풍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