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문화인들을 무극시장으로 적극 모십니다! 지역 특색에 맞춘 전략으로 재래시장 활로 찾다

음성무극시장 상인회장 김상오
???????음성무극시장문화관광형시장육성사업단장 민경석

정여림 작가 승인 2022.10.11 16:04 의견 0
김상오 음성무극시장 상인회장

‘대형마트에 밀려 전통 시장이 생존 위기를 맞고 있다’라는 우려를 흔히 접한다. 하지만 충청북도 음성군 금왕읍에 위치한 무극시장의 경우는 예외다. 점포 수 108개로 전형적인 중소시장인 무극시장은 2019년 기준 현재까지 연 매출이 매년 늘고, 1일 방문고객 수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이는 관계자들이 전통시장을 살리기 위한 국가 공모사업 등을 적극 활용해 지역맞춤형 시장으로 거듭나는 노력을 멈추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역색에 맞춘 시장 생존의 좋은 사례를 보여주는 무극시장 관계자들을 만났다.


■ “이 시장만의 특별함은?” 시장에 이름표 달아주기 붐

전통시장에 고객 발길이 갈수록 뜸해지고 있다. 하지만 무극시장이 예외인 이유는 무엇일까? 상권전문가들은 전통시장에 가면 그 시장의 특성과 개성부터 찾아 이미지메이킹을 시도한다. 이 시장에서 가장 튀는 게 뭐지? 이곳만의 특별함은? 시장의 개성을 만들어 주려 그들은 내내 고민한다.

대도시에는 백화점, 대형마트가 많아 도시민들은 대형 매장을 쉽게 찾는다. 하지만 중소도시는 아직 대규모 시설 투자가 덜하다. 또한 상대적으로 거주민의 연령대가 높아 전통시장을 더 친근하게 여기는 면이 있다. 중소도시에 시장이 살아남는 이유다.

또 최근 들어 전통시장은 ‘구매의 기능보다는 보고 즐기는 관광지의 개념이 점점 커지고 있다’고 소개하는 무극시장 문화관광형시장육성사업 민경석 단장의 설명을 들어봤다.

민경석 음성무극시장문화관광형시장육성사업단장


■ 고연령대 주민과 다국적 외국인, 관광형 내방객을 주요 타깃으로 삼다

“현재 무극시장의 충성고객은 노령층과 외국인이다. 거기에 레트로(Retro: 복고주의)가 유행하며 가족 단위 관광객이 전통시장을 찾고 있다. 그들은 물건을 구입하기 보다는 시장 구경만 하고 음식을 사 먹고 즐기는 쪽이다. 이러한 콘셉트에 맞춰 시장이 변모해야 한다. 정찰제, 카드, 제로페이 등 젊은이들의 결재방식을 준비하는 것도 중요하다.”

시대가 변하고, 고객층의 취향도 관광형이다 보니 시장의 구색은 1차 식품군의 판매는 줄어들고, 대신 방문객들이 찾아 즐기는 음식점들이 많이 들어서는 추세라고 전했다.

관광형 고객들이 늘지만 무극시장 일대의 내로라하는 관광지가 달리 없어 시장과 연결된 고리를 확대하기는 힘들다. 대신 음성군은 대기업 공장들이 여러 개 자리해 있는데, 도축장 등 소위 말하는 3D업종이 대부분이다보니 주로 다문화인들을 고용하고 있다. 중국, 베트남, 필리핀 등의 외국인들인데 이들은 음성군의 인구비율 중 큰 부분을 차지한다.

민 단장은 음성군에 등록된 외국인만 해도 8천여 명이 넘는데, 등록되지 않은 체류자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파악된다며 다문화인들의 생활 패턴을 소개했다.

“이 외국인들의 특징은 마트의 ‘소포장 문화’를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주중엔 꼬박 일하고 일주일에 한 번 정도 장을 보니, 식재료를 대량으로 구입해 놓고 먹는 편이다. 그러니 양이 푸짐하고도 저렴한 재래시장이 맞아 시장을 찾는다.”

■ ‘금빛학교’는 소통창구… 다문화인들을 모으고 교육한다.

사업단은 이들을 적극적 고객으로 끌어들이는 전략을 폈다. ‘금빛학교’라는 프로그램을 기획해 다양한 국적의 외국인들에게 실용 회화를 가르쳤다.

“할머니, 이거 얼마야?”

한국말이 서툰 외국인들은 존댓말에 익숙지 않고 의사 표현에도 갑갑함을 느낀다. 이러한 애로를 알아차린 사업단이 내린 처방이 ‘외국인 한글 가르치기’ 사업이다. 한글 교육은 실용 위주다. 우리말의 기초 문법부터 가르치기보다는 “할머니, 이거 얼마예요?”라는 문장을 통으로 가르쳐 바로 사용할 수 있게 한다.

또한 시장 상인들도 외국 고객을 위해 그들의 말을 배운다. 외국인 도움센터와 협의해 한국어 교육을 받은 외국인이 가게를 일일이 순회하며 그들의 말을 한글로 써 보여주며 상인들을 교육한다. 지금까지 80여 명의 외국인들이 금빛학교를 통해 배워 한국어시험을 치르기도 했다.

올해 금빛학교의 상인교육은 10월에 열릴 예정이다. 다국적 언어 습득과 다문화 함양 등이 목표다.

코로나 이전 무극시장 외국인 내방객 비율은 70%에 육박했는데 지금은 50% 정도를 차지한다. 사업단은 아동지원센터에 이어 다문화자녀를 위한 외국인 아동지원 프로그램도 한다. 부모가 없는 집에서 아이들이 갈 곳이 다양하지 않다는 배려로 쿠킹클래스를 열었고 호응이 좋다. 잠재고객일 수 있는 그 아동들을 사전에 모으고 시장과 익숙하게 느끼게 하는 면도 있다.

■ 홈쇼핑과 유튜버가 결합, 실시간 시장 제품 주문 시스템 구축

판매 동영상을 유튜버에 실시간으로 공개해 주문을 받는 ‘라이브커머스’도 사업단은 활용한다. 홈쇼핑과 유튜버 네이버 채널 등을 이용해 미리 홍보하고, 실시간 방송해 주문 전화를 받는다. 물건의 질이 좋으면 재주문은 수시로 이어지게 돼 있었다.

작년부터 추석 ‘라이버커머스추석선물특별전’을 열었는데 첫 개장임에도 174건의 주문이 들어와 1,500여만 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올해는 112건의 주문이 들어왔다. 일부 주문자는 작년에 받은 명함으로 지속적으로 주문을 하기도 한다. 제품군은 쇠고기, 꿀, 떡 등 식품선물세트 위주로 구성했다. 실시간 주문 전화가 들어오면 택배로 물품을 배송하는데, 배송료는 상인회 차원에서 보조가 가능하니 판매자와 주문자 모두가 유리하다.

시장의 발전에는 2015년 음성 무극시장 상인회 회장에 취임한 김상오 회장의 열성과 헌신이 있었다. 그의 임기 중, 시장 상인과 지역민들의 소통과 교육의 장인 ‘무극시장고객지원센터’가 지원금으로 설립되었고 여러 자문과 도움을 받아 국비지원사업에서 선정될 수 있었다.

■ 무극시장을 친근하게 느낄 수 있는 홍보와 이벤트는 계속된다

올해로 마무리되는 2차 문화관광형 사업은 코로나가 조금씩 종식돼 체험행사 위주로 시행한다. 고객지원센터를 중심으로 다문화인, 관광객, 지역민과 상인 맞춤형 교육 체험 활동을 진행한다. 미싱 교육, 재활용품 활용, 음성품바축제, ‘놀장’ 등이다. 외부인이 무극시장을 친근하게 느낄 수 있도록 홍보와 이벤트를 겸한다.

민단장은 사업단에서 일할 수 있는 적당한 인력 구하기가 쉽지 않아 애를 먹는다 했고, 상인들의 협조도 부탁했다.

“상인들의 다양한 목소리와 민원을 조율하는 것도 쉽지 않다. 소속감과 서비스 마인드를 부탁드린다.”

무언가를 새롭게 만들고 변화를 시도한다는 것은, 많은 과오와 시행착오 뒤에 얻을 수 있는 달콤한 열매가 아닌가? 무극시장을 나서며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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