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백의 복지이야기] 사회복지 기관 민영화

김동백 교수 승인 2022.10.12 14:11 의견 0

사회복지서비스 전달체계란 사회복지 서비스의 공급자와 소비자를 연결시키기 위한 조직적 연결로 정의할 수 있다. 즉 다수의 조직과 행위자들이 맞물려 있는 것이 바로 사회복지 서비스의 전달체계라는 것이다. 사회복지서비스 전달체계의 협의의 개념은 사회복지사와 서비스 받는 고객사이의 대면적 상호관계를 통하여 일정한 장면에서 서비스를 전달하는, 즉 서비스 전달업무를 실제로 ‘집행’하는 사회적 체계다.

우리나라 사회복지정책 중 민영화 전략으로 논의되고 있는 정책, 제도의 예(예: 의료보험 민영화 등)는 어떤 것일까?

사회복지조직의 민영화는 정부 소유의 사회복지시설의 소유권과 운영권을 민간에게 모두 이양하는 완전 민영화 방식은 거의 없고 정부가 사회복지시설의 소유권은 유지한 채 운영권의 전부 또는 일부를 민간에게 위임하는 방식이 대부분이다. 구체적으로 말해 정부가 공공사회복지시설의 운영을 민간에게 이양하고 운영을 위임받은 민간은 정부 대신 시민이나 요보호대상자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며 그 비용은 정부로부터 지급받는 방식의 민영화이다.

1980년대 이후 영국과 미국에서는 복지개혁이라는 이름하에 사회복지서비스 부문에서 이런 형태의 민영화가 광범위하게 이루어졌다. 이것은 사회복지 역사에서 상당히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왜냐하면 정부가 사회복지서비스 공급자라는 자신의 전통적 역할을 포기하고 구매자로 역할을 바꿨기 때문이다.

정부가 사회복지서비스의 구매자가 된 계기는 1967년 미국 ‘사회보장법’ 개정이다. 이 개정으로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민간비영리조직으로부터 서비스를 제공하게 하고 그 대가로 비용을 지불했다. 이를 프로그램 민영화라고 한다. 이후 신자유주의에 힘입어 공공사회복지서비스의 민영화가 확산되었다. 이에 따라 비영리사회복지조직에 대한 정부보조금이 비약적으로 증가해 비영리사회복지조직 재정수입의 반 이상을 차지하게 되었다. 민간비영리조직이 메디케어와 메디케이드 수급자에게 케어서비스를 제공하고 정부로부터 받는 돈도 매년 수십억 달러에 달하게 됐다.

정부지원이 이처럼 크게 증가하자 비영리조직의 프로그램이 다양해지고 수준이 향상되었으며, 정부를 상대로 벌이는 계약 협상기술과 재무관리기법도 비약적으로 발전했다. 그리고 정부는 서비스의 결과와 전달과정에서의 문제점에 대한 감시·감독과 법적 규제를 강화했다. 이는 비용을 지불하는 자의 당연한 의무였다. 간혹 서비스 공급자인 영리조직이 불법을 저지르기도 하는데, 정부가 위임하는 프로그램의 사명이 공익에 있는 반면에 서비스를 제공하는 영리조직은 수익을 증시하기 때문에 발생한다.

사회복지 부문의 민영화는 비정부조직 선호가 반영된 것이다. 비정부조직 선호는 정부가 제공하는 서비스보다는 민간이 제공하는 서비스를 더 선호하는 것이다. 1970년대 중반 이후 민영화는 경제부문뿐만 아니라 휴먼서비스 부문에서도 대세가 되었다. 민영화는 정부의 규모와 권한의 축소를 선호하는 정치 이데올로기로의 한 부분을 이룬다. 이러한 이데올로기는 정부조직에 대한 반감, 예컨대 수급자에 대한 관료적 규칙의 적용과 이용자 비친화적 시스템에 대한 반감과 민간부문에 대한 선호를 포함한다.

사회서비스를 민간사회복지 조직에게 민영화할 경우 사회서비스의 공급자는 민간사회복지조직이 되고 서비스 수급자는 소비자가 되며, 정부는 비용을 지급하는 제삼자가 된다. 그런데 수급자가 서비스 비용을 직접 지불하지 않기 때문에 자신에게 제공되는 서비스의 질이 적정한지 체크하기 어렵다. 게다가 수급자인 아동, 노인, 빈민 등 사회적 취약계층으로서 서비스에 대한 정보를 충분히 갖고 있지 않다. 제품에 관한 정보를 소비자가 충분히 숙지하지 못해 시장 안에서 경쟁과 소비자 선택이 보장되지 않는 것을 계약의 실패라고 한다. 계약의 실패는 정보의 비대칭성 때문에 발생한다. 이렇게 제삼자가 비용으로 부담하게 되면서 서비스 질과 가격의 적정성이 담보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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