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진 칼럼] 사람 사이의 적절한 거리

김종진 작가 승인 2023.02.09 15:40 의견 0

이제 실내에서도 마스크를 벗고 학생들의 얼굴을 바로 보게 되었다. 코로나19 이후 몇 년 만인가? 초등학교 방과 후 수업을 하는 나는 3년 동안 학생들과 적절한 거리 두기를 하며 지냈다. 코로나 때문에 사람과 사람과의 거리 두기는 물론 마음의 거리두기도 저절로 생성되었다.

엄동설한에 추위에 떨던 고슴도치 두 마리가 서로 꼭 안아 온기를 나누려 했다. 그러나 서로 몸에 난 가시 때문에 안으면 안을수록 상대방을 아프게 했고 서로 떨어지면 얼어 죽게 될 것이 뻔했다. 두 마리의 고슴도치는 안았다 떨어지기를 몇 차례 반복하다 서로 온기를 유지하면서도 아프지 않게 하는 거리를 찾았고 그제야 편안하게 잠들 수 있었다. 심리학에서는 이것을 ‘고슴도치 효과(hedgehog effect)’라고 한다. 가족사이든, 연인 사이든, 부부 사이든, 동료 사이든, 친구 사이든, 사제 사이든 서로 온기를 나누는 두 마리의 고슴도치처럼 적절한 거리를 유지하는 것이 가까이 묶여있는 것보다 오히려 완벽한 상태에 이를 수 있다.

사랑한다는 이유로 ‘휴대폰 내놔 봐.’ 자식의 휴대폰을 빼앗아 보고, 사랑한다는 이유로 ‘옷이 그게 뭐야. 다른 사람들이 쳐다보는 거 싫으니까 벗어.’ 하면서 아내에게 짧은 옷을 입지 못하게 하고, 사랑한다는 이유로 ‘도대체 누굴 만나는 거야?’ 하면서 남편에게 다른 사람을 만나지 못하게 구속하고 억압한다면? 사랑한다는 이유로 상대를 생지옥에서 살게 하는 것이다. 자유를 막는 행위이며 몸과 마음을 꽁꽁 묶어 움직이지 못하게 하는 폭행이다.

인간은 모두 서로 다른 환경에서 살아왔고, 서로 다른 교육을 받았으며 다른 생각을 하며 산다. 관계가 친밀할 때 정도를 넘어서면 문제가 생기게 마련이다. 하버드 대학의 한 심리학자는 “사람이 가장 취약한 것이 감정이다. 너무 소원해지면 감정이 메마르고, 너무 가까워지면 심리적인 피로를 느끼게 한다. 적당한 거리를 유지해야만 좋은 관계를 유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적당한 관계, 쉽지만 어렵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는 서로 상처를 주지 않는 적절한 거리가 필요하다. 이 거리를 유지하면서 함께 살아가는 목적을 이룰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가정에서도 학교에서도 직장에서도 적절한 심리적 거리를 유지해야 원칙에서 벗어나는 실수를 방지할 수 있다.

인간관계에 있어서 적당한 거리는 미덕이며 일종의 보호 장치다. 사람과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면 서로를 객관적으로 볼 수 있는 힘과 자유로움이 생기며 이해와 공감을 할 수 있다. 서로의 소중함을 알게 되고 함께 잘 살아갈 수 있는 능력을 발휘할 수 있다. 그렇게 살아감으로서 서로에게 상처가 되지 않고 건강하게 꽃피는 삶을 살아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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