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의 꿈 놓지 않으니 이뤄져” 백인선, 김은주 부부듀엣 ‘마음자리’

거리 곳곳 버스킹 이어, 싱글앨범 발표하며 전업가수로 서다

정여림 작가 승인 2023.03.08 15:31 | 최종 수정 2023.03.13 13:22 의견 0

부부 듀엣 ‘마음자리’의 라이브 유튜브 조회수가 16만 회를 넘어섰다. 수통골 공영주차장에서 일요일 오후면 어김없이 열린 그들의 버스킹. 추우나 더우나 한결같은 모습으로 기타 들고 공연자리를 지키며 시민들에게 힐링을 전해왔는데, 한번 들으면 팬이 되고야 마는 마음자리의 개성 있는 음색과 창법, 낭만적 기타 연주는 대중들에게 시간이 갈수록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이제, 전업가수로 우뚝 서며 그들의 꿈에 이르고 있는 이들. 오늘의 각광 뒤에 숨은 그들의 땀 어린 이력을 들어봤다.

‘봄 색’, ‘가을 색’ 이질적 두 목소리가 만나 내는 하모니 중독성 있어… “‘마음자리’는 통기타 감성 세대들과 같은 시간을 간다”

남편의 목소리는 오히려 여성적이며 맑고 투명하다. 아내의 목소리는 낮고 허스키한 것 같으면서 또 청아한 울림이 크다. 이름짓자면 아내는 ‘가을 색’, 남편은 ‘봄 색’인데 부부의 하모니는 들을수록 매력적이고 중독성 있어 매번 재생 버튼을 클릭하게 된다.

서로를 너무 잘 아는 부부이기에 둘은 무대에서도 이심전심으로 통한다.

“이 부분에서 화음을 넣어 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며 시선을 맞추면 아내는 바로 알아듣고 이를 맞춰준다. 내가 박자를 못 맞춰 노래가 밀리는 때가 있었는데 아내가 알아서 잘 따라오더라. 그러다 웃음이 터지기도 한다.”

마음의 본바탕인 ‘마음자리’를 듀엣 이름으로 정한 이 부부. 심지 깊고 후덕해 보이는 눈빛도 닮은꼴이었는데, 연신 미소 짓는 부부의 모습이 ‘노래할 수 있어 우리는 행복해요.’라고 말하고 있다.

“아마추어 시절을 지내고, 이제 당당히 음반을 낸 프로가수가 됐다. 저희 곡을 발표했다는 게 무척 뿌듯하다.”

마음자리 부부는 지난해 12월 싱글앨범을 발표하며 전업가수의 길을 시작했는데, 최근에는 팬들이 보내오는 선물들로 인기를 체감하고 있다.

음악에만 집중하고 싶다는 소망 오랫동안 품어, 비로소 싱글앨범 발표

직장을 다니며 10년 전부터 음악실을 운영해온 부부. 온전히 음악에만 집중하고 싶다는 소망을 오랫동안 품고 있었는데 최근 싱글앨범 발표를 계기로 그 꿈을 이루게 됐다.

“이제 전업가수로서 입지를 다지고 싶다. 우리 곡이 없었을 때는 아마추어, 취미활동이라는 시선도 느꼈지만, 저희는 한결같이 프로정신으로 노래했다. ‘마음자리 노래에 위안을 받는다.’는 팬들을 보며 힘을 얻는다.”

마음자리는 최근 행사 섭외를 많이 받고 있다. 글램핑장, 각종 오프닝 행사, 기념행사, 단체 야유회 행사 등이다. 유튜브로 중개되는 마음자리 공연의 파급력은 전국을 넘어 해외로까지 이어져 국내는 물론 외국에서도 팬이 호응해 온다.

부부의 노래는 집 거실이나 한정된 장소에서 소박하게 촬영되고, 중계되지만 노출은 세계적이라는 효과를 설명하며 남편이 옹골찬 포부를 드러냈다.

“맹목적으로 인기를 목표로 삼지는 않는다. 마음자리다운 목소리를 꾸준히 내는 게 더 중요하다. 요즘에 통기타 가수로 크게 각광 받기는 힘들다는 것을 안다. 통기타노래는 5, 60대 감성이다. 그 세대들과 마음자리가 같은 시간을 가면 된다.”

유튜브 촬영

코로나가 새로운 기회로 작용… 유튜브로 라이브공연 중계 시작, 조회수 16만 회 달성

남편 백인선 씨가 10년 넘게 운영하던 ‘대전 통기타 사랑방’을 코로나 위기로 정리하게 된 일이 도리어 듀엣의 인지도를 올리는 계기가 됐다. 음악 자료를 유튜브에 옮겨야겠다는 생각으로 유튜브를 시작했고, 마음자리의 노래는 많은 사람들이 쉽게 접근해 들을 수 있게 됐다.

수통골 공영주차장에서 일요일 오후면 어김없이 열리는 버스킹 공연으로 유튜브 조회수 16만 회를 기록했으며, 실시간 방문객도 400명에 육박했다. 수통골 공연장에는 현장 관객도 몰려 분위기가 한껏 고조됐다.

이후, 마음자리는 전문적 장비도 없고, 온전한 음악실도 없지만,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매주 수요일 저녁이면 거주하는 아파트에서 공연을 하고 유튜브로 중개했다. 방송을 보다보면 집에서 기르는 고양이가 갑자기 화면에 등장하기도 하고, 내복 차림의 아들 지수가 노래하는 부부에게 다가오기도 한다. 그들은 자연스러운 생활 방송을 실천하며 이런 정겹고 진솔한 그들의 매력에 팬층은 오히려 두터워진다.

부인 김은주 씨는 유튜브의 팬 댓글에 일일이 답글을 달고, 실시간 방송에 입장하는 팬의 이름을 한 명 한 명 불러주며 각별한 애정을 표현한다.

“수많은 댓글 중 병석에 계신 분, 여러 힘든 일을 겪고 계신 분, 그런 분들께 특별히 힘과 용기를 주고 싶다. 저희 방송으로 위안을 얻는다며 사연을 전해오며 기다리시는 분들을 생각하면 하루도 방송을 쉴 수가 없다.”

부부가 코로나에 확진됐을 때도 서로의 곁을 지켜 ‘확진 방송’을 이어나갔다는 부부. 오늘의 마음자리가 있기까지는 꾸준함과 한결같음 그리고 팬들을 향한 진정성이 있었기에 가능했음을 짐작할 수 있다.

부부 자작곡 ‘기억 속에’, ‘노래가 좋다 좋아’,‘외로운 이 길’, ‘캔디’… 마음 작사, 자리 작곡, 노래 마음자리

팬들이 알아서 부부의 애칭을 정해주었다. 팬들은 마음자리 듀엣 이름에서 부인 김은주 씨를 ‘마음 님’, 남편 백인선 씨를 ‘자리 님’이라고 나누어 명명한다. 이들은 지난해 자작곡 싱글 앨범을 냈는데 자리가 먼저 작곡을 하면, 마음이 선율을 들어보고 그 감성에 맞는 작사를 하는데, 일반적인 순서와는 다르다.

싱글로 발매한 ‘외로운 이 길’, ‘기억 속에’, ‘노래가 좋다 좋아’는 모두 자리 작곡, 마음 작사,로 완성된 곡이다. 아내 김은주 씨는 최근 좋은 반응을 보이고 있는 ‘외로운 이길’ 작사를 할 때의 사연을 들려줬다.

“아버지께서 2년 전 돌아가셨다. 이성으로는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을 아는데, 마음이 받아들이지 못해 많이 힘들었다. 새벽마다 그 허전함을 견디지 못해 눈이 와도, 비가 와도 수통골을 걸었다. ‘외로운 이 길’은 그때 작사했다.”

쉼 없이 이어온 버스킹… 유성구 수통골, 동절기는 ‘대복상회’ 등 문화 소외 공간 찾아 꾸준히 음악 선물 선행

처음 버스킹을 시작한 곳은 유성온천역, 서대전네거리역, 대전시청역 등이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지하철역 공연을 했다. 이런 마음자리의 노고를 인정받아 2017년에 철도공사 사장 표창을 받기도 했다. 수많은 버스킹을 해 왔지만 잠시의 멈춤도 없었다. 부인 김 씨는 임산부로서도 무대에 섰고, 출산 후에는 아기를 등에 업고 리허설을 했다. 나중에는 아들 ‘지우’를 관객석에 앉혀 눈을 맞추며 공연을 하기도 했다.

유성구 수통골 공용주차장에서도 공연을 이어오다 동절기가 되면 충남 공주시 동학사 부근 ‘대복상회’로 무대를 옮겨 라이브 공연을 하는데, 토요일에는 생방송 유튜브 중계도 한다.

사회복지시설 위문공연

그 외에도 마음자리는 공주·세종·대전 등의 문화 소외 공간을 찾아 음악 봉사를 해온 지도 오래다. 2014년부터 시작한 세종시 동곡요양원 위문공연은 가장 오래 연을 맺은 기관이다.

엔지니어링 기업 (주)윤성ENG 신윤섭 회장은 수통골에서 마음자리의 노래를 우연히 듣고 ‘찐 팬’이 된 이후 그들의 든든한 지원자가 돼준다. 그는 마음자리의 노래에 감동받고 그들의 선행에도 공감해 위문공연에 동참해 함께 노래하고 시설에 후원금도 기탁해 선행이 번져가는 훈훈한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기타 배우러 온 첫날 ‘저하고 노래하시죠.’ 제안… 듀엣 가수로 시작해 인생 듀엣 되다

오늘의 마음자리 듀엣이 탄생하기까지의 스토리를 쫓아 첫 만남으로 시간을 거슬러 가봤다. 아내 김은주 씨가 기타를 배우고자 남편 작업실을 방문했다. 그런데 백 씨는 그녀를 만난 첫날 프러포즈를 한 셈이다.

“처음 방문한 이 사람에게 노래를 한번 해보라 했는데 노래를 무척 잘했다. 그때 마침 듀엣으로 같이 노래 부를 사람을 찾던 중이었는데, ‘바로 이 사람이다!’ 싶어 ‘저하고 노래하시죠.’ 하고 즉석에서 그녀에게 말하고 말았다.”

인터뷰 말미에 ‘함께 늘 노래하는 부부인데, 그러면 성공한 인생일까요?’라고 물으니 의미심장한 답이 돌아왔다.

“어릴 때 꿈이 가수였다. 그런데 그 꿈이 중년인 지금 이때 이루어지는 과정에 있다. 너무 섣불리 꿈을 포기하지 않았고, 늘 꿈을 놓지 않았더니 이제 이루어지고 있다.”

아내의 얘기를 조용히 듣던 남편이 한마디 거든다.

“제일 잘 가르치는 기타강사는 ‘수강생이 포기하지 않게 하는 것’이다. 사람들이 자신의 꿈이 뭔지 생각해보고 그걸 항상 놓지 않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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