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태 칼럼] 우리 것을 알자

김형태 박사 승인 2023.05.19 19:03 의견 0

손자병법의 가장 대표적인 병법은 ‘자신을 알고 상대를 알면 백번 싸워도 위험하지 않다(知彼知己, 百戰不殆).’는 구절이다. 그만큼 자신을 바로 알기가 어렵고 또 중요하다는 뜻이리라. 우리 속담에 ‘등잔 밑이 어둡다(요즘은 ’형광등 위가 어둡다.’).’는 말이 있다. ‘업은 아기 3년 찾는다.’는 말도 있다. 모두 너무 가까이 있어 오히려 잘 모른다는 말이다. 자기의 결점을 자기만 못 본다. 우리 눈이 밖을 향해 있으니 자기 자신을 볼 수가 없는 것이다. 만약 거울이 없다면 우리는 영영 자기 얼굴을 보지 못했을 것이다. 그래서 오늘은 국악에 사용되는 전통악기를 살펴보려고 한다. 우리 민족은 기쁠 때나 슬플 때, 농사일이나 고기를 잡을 때 꽹과리나 징, 고딩이와 같은 악기를 치며 흥을 돋웠다.

먼저 관악기를 알아보자. ① 대금은 구멍이 13개 뚫려 있으며 중금, 소금과 더불어 삼금으로 불린다. ‘젓대’라고도 한다. ② 소금은 민속 음악엔 사용되지 않고 궁중음악에서만 사용된다. 관악기 중에 가장 높고 맑은 음색을 낸다. ③ 단소는 향악이나 가곡, 시조 등의 노래를 연주할 때 많이 사용되며 음색이 맑고 깨끗하다. ④ 향피리는 세피리, 당피리와 함께 전통음악 연주에 사용되는 세 가지 피리 중의 하나다. 구멍이 8개 뚫려 있으며 관악 협주나 무용 반주용으로 쓰인다. ⑤ 세피리는 향피리보다 작고 몸체가 가늘기 때문에 ‘가는 피리’라고도 한다. 세 가지 피리 중에 가장 나중에 배울 정도로 불기가 어려운 악기이다. ⑥ 당피리는 구멍이 8개 뚫려 있으며 폭넓고 활달한 소리를 낸다. 여러 당악기와 함께 중국 송(宋)나라에서 수입되었다. ⑦ 나발은 군대에서 행군하거나 신호를 보낼 때 쓰이고 간단한 몇 가지 소리가 나기도 하지만 길게 뻗어낸다. ‘나팔’의 옛 이름이다. ⑧ 나각은 큰 소라의 속살을 꺼내고 꽁무니 끝부분을 갈아서 만든다. ‘소라’라고도 한다. ⑨ 날라리는 나무로 만든 관에 구멍 8개를 뚫고 아래 끝에는 깔때기 모양의 놋쇠를 끼웠다. 입으로 불고 손으로 구멍을 막았다. 뗐다 하면서 소리를 낸다. 일명 ‘태평소’라고도 한다. ⑩ 생황은 고려 시대와 조선 시대에 궁중음악에 쓰인 대표적인 악기의 하나다. 음색이 하모니카 소리처럼 부드러워 지금도 단소와 함께 이중주로 연주된다. ⑪ 고딩이는 농부들이 공동으로 들일을 할 때 신호용으로 쓰는 농악기다. 오동나무의 속을 파서 만들었으며 ‘뚜우’라는 소리가 난다. ‘뗑갈’이라고도 불린다.

현악기도 알아보자. ① 가야금은 연주자가 책상다리를 하고 앉아서 소리가 울리는 공명판의 오른쪽 끝을 무릎 위에 올려놓고 왼쪽을 방바닥에 내려놓고 탄다. 명주실로 된 12개의 줄이 있다. ② 거문고는 가야금과 더불어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현악기다. 5세기 이전에 고구려에서 만들어져 신라에 전해졌다. 명주실로 꼰 6개의 줄이 달려있다. ③ 해금은 고려 시대 중국에서 전래됐으며 궁중음악의 향악과 당악에 사용됐다. ‘깡깡이’라고도 한다. ④ 아쟁은 거문고와 비슷하지만 머리편을 괴는 발과 줄 매는 법이 약간 다르다. 줄을 문질러서 소리를 내기 때문에 음이 오랫동안 울린다. ⑤ 비파는 삼국시대부터 조선 시대 말기까지 궁중에서 사용된 대표적인 향악기의 하나다. 통일신라 시대에는 거문고, 가야금과 함께 3현으로 꼽혔다. 5줄 된 향비파와 4줄로 이루어진 당비파가 있다.

이외에도 타악기에는 ① 징 ② 장구 ③ 북 ④ 꽹과리 ⑤ 소고 ⑥ 박 ⑦ 바라 ⑧ 앙금 ⑨ 편종 ⑩ 편경 등 10개 종이 있다. 이 중 꽹과리, 징, 장구, 북 등 4가지 농악기로 연주하는 음악을 ‘사물놀이’라고 한다. 여기에 쓰이는 네 종류의 악기들은 하나씩 연주하면 시끄럽고 불편한데 네 개의 악기를 동시에 연주하면 그 가락이 매우 흥겨워 듣는 이들이 어깨춤을 덩실덩실 추게 된다. 아프리카 사람들이 북소리를 들으면 흥분하듯이 한국인은 사물놀이 소리를 들으면 흥분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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