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신 대전광역시 중구청장, 시간 걸리지만, 공약 실현불가한 것은 없다

1호 공약 ‘중촌벤처밸리’ 지식산업센터 부지 확보

정여림 작가 승인 2023.04.06 14:32 의견 0
김광신 대전광역시 중구청장

대전시청, 중구청, 충남도청 등에서 30여 년 행정을 두루 경험해 행정에 막힘이 없다는 평을 듣는 김광신 청장. 지난해 대전 중구 지자체장 선거에 나서, 대전의 원도심 중구의 쇠락을 지적하며 중구 재활성화를 약속해 당선됐다. 중구청장으로 일해온 지 8개월여, 그는 자신을 ‘정치인’이라 부르는 호칭에는 아직 물음표를 붙이며 ‘실현 가능한 일만 말하는 행정가’로 불리길 원했다.

그는 나지막하고 차분한 음성에 하회탈과 같은 미소를 줄곧 지으며 인터뷰에 임했는데 이야기가 이어질수록 중구 부활에 대한 그의 의지는 강해 보였다.

중촌동 재건축 현장 점검

정치인? 나는 영원한 행정가… ‘실현가능한’ 일만 내세운다
‘중촌벤처밸리’ 지식산업센터 부지 확보, 공모사업, 민자유치 등으로 운영 두루 구상 중

“공무원으로 일할 때나 구청장이 된 지금이나 똑같다. 나를 정치인이라 하는데 나는 거기에 물음표를 붙인다. 정치인은 실현 불가한 것을 많이 내세우는데 행정가는 실현 불가한 건 아예 얘기 안 한다. 나는 자신이 행정가라 생각한다. 공약 중에 기간은 걸리더라도 실현 불가한 것은 없다.”

그의 호언장담에 제1호 공약으로 내세운 중촌벤처밸리의 추진과정을 물었고 젊음과 혁신으로 경제성장을 견인할 것이라 약속했던 스마트팜(smart farm) 육성 계획도 확인했다.

“중구의 노인 비율은 22.7%로 초고령 사회다. 통계를 낼 때마다 늘고 있다. 거꾸로 보면 젊은 사람이 없든지, 있던 사람들이 나갔다는 얘기다. 젊은이들이 활동할 공간이 필요하다. 젊은이들에게 양질의 일거리를 만들어 줘야 하는데, 그 요체가 중촌벤처밸리 지식산업센터다. 중촌역에 지하 공용주차장 부지를 조성하고, 지상에는 지식산업센터를 만들면 부지 하나에 두 가지 목적이 달성된다. 공용주차장 부지는 도시계획으로 이미 확정됐고 대전시에서도 승인했다. 이제 예산만 내려오면 된다. 지식산업센터 운영은 공모사업, 민자유치, 구청 직접 투자 등을 두루 검토 중이다.”

도시형 스마트팜 예비창업자를 위한 경영고문 위촉

스마트팜 사업도 여러 사항을 검토했고 대전시에서 지원이 있을 예정이라 설명했다.

“현재 스마트팜은 대전시에서 동구와 중구가 시범적으로 운영 예정이다. 중구는 화교소학교가 공터로 있어 부지 사용 승낙을 받았다. 그 외 관련 부지 소유 관계로 줄 당기기가 좀 필요하고 활용안은 거의 확정돼 있다. 토끼는 위기상황을 대비해 미리 세 개의 굴을 파 둔다고 하는데, 이 사업도 여러 가지 가능성에 대비한다.”

도시형 스마트팜 관련 규제 개선 요청

“다른 구와 중구가 자꾸 비교됐다. 쇠락한 중구, 필요한데 없는 게 많다.”
중촌공원 내 구립도서관부지 확보, 예산 투입되면 건립 예정

그는 오랜 공직생활을 떠나 야인으로 7년 있을 때, 공직 30년 축적된 경험을 사장하기보다는 살려서 지역을 위해 소진하고 싶다는 열망이 일었다 한다.

“과거 중구 부구청장을 해, 중구를 알 만큼 알았다. 도·시청근무를 하면서도 서구나 유성구에 비해 중구가 과거의 영화를 잃고 위축됐다고 느꼈다. 보문산에서 내려다보면 동구가 훤히 내려다보이는데, 허허벌판이던 동구의 변화가 역력하고 볼 때마다 바뀌더라. 전공이 건축이다 보니 개발 수요· 발전 욕구가 많은 중구를 위해 더 일해보고 싶었다.”

중촌벤처밸리 시장 방문

그는 중구의 결핍에 대해 계속 이어나갔다.

“중구는 구민회관, 구립도서관, 소방서도 없고 노인회관도 없다. 청소년 센터도 필요하고 문화원도 노후화돼 할 일이 많고 갈 길도 멀다. 최근 중촌공원 내 구립도서관부지를 확보해 예산이 투입되면 건립될 예정이다. 모든 사업은 부지가 확보되면 반은 된 것이다. 여러 필요한 사업을 계획에 맞춰 골고루 안배해 추진하려고 노력 중이다.”

대전효문화뿌리축제 세족식

김 청장의 성장기는? “인생 총량의 법칙… 초년에 빨리 출세하면 나중이 힘들다.”

그는 충남 보령에서 태어났다. 아버지가 공기업 대천 변전소에 다녔다. 초등학교 때 대천읍 변전소 사택에서 살다 서울로 전학 갔다. 당시는 대천에서 장항선을 이용하면 대전 가는 것보다 서울 가기가 나았다. 고려대 건축공학과에 들어갈 당시는 건축 경기가 좋을 때였다. 대학 4학년 때부터 건축기술고시를 준비했다.

건축기술고시를 1·2차로 보던 시절이었는데 세 번이나 떨어져 고배를 마셨고, 고민 끝에 취업을 먼저 하고 이후 기술고시에 합격할 수 있었다.

소수 직렬인 건축직으로 공무원이 됐지만, 도청과 시청을 두루 거치며 9개국(局)의 요직을 두루 다 맡았다. 그늘 없이 승승장구하며 살아온 삶이 아니었냐는 질문에 손사래를 쳤다.

“고등학교도 후기로 들어갔고, 기술고시도 여러 번 떨어졌으며, 공직 승진도 여러 차례 누락 됐다. 인생에 총량제가 있다. 초년에 출세하면 가장 불행한 것이다. 출세가 앞서면 겸손하기 힘들고 어려운 사람을 이해하기도 힘들다. 인생이 처음부터 끝까지 계속 잘될 확률은 크지 않다. 젊어서 실패를 경험할수록 약이 된다고 젊은이들에게 말해주고 싶다.”

대전효문화뿌리축제 현장인 뿌리공원 일원 최종 점검

“한두 번은 괜찮은데 승진에서 서너 번 미끄러지면 좀 그렇잖나. 그래서 국장직 자리를 제가 만들었다고 봐도 되겠다.”

공무원의 여러 직렬 중 건축직은 최소수 직렬이다. 행정직이 10이면 소수 직렬은 3. 그중에서도 건축직은 더 적고, 따라서 승진 확률이 매우 낮다고 본다. 그는 전혀 꽃길만 걸은 것이 아니다.

“소수 직렬 중에서도 건축직이다 보니 두 배나 수가 많은 토목직과 항상 경쟁해야 했고 거기서 승진이 처졌다. 한두 번은 괜찮은데, 서너 번 승진에서 미끄러지면 좀 그렇더라. 고민 끝에 과장 시절 국장직 자리를 제가 만든 셈이다. 내가 도시환경사업개선사업단을 직접 기획해 각 부서에서 해결 안 되는 문제를 받아 단장으로 활동하며 뛰었는데 그 성과를 인정받아 동구청 도시국장으로 승진할 수 있었던 것 같다. 하하.”

이후 그는 대전광역시청 건설관리본부장을 맡아 대전 지하철 1호선 개통의 기념비적인 중책을 수행한다.

“지하철 개통에 필요한 업무의 스펙트럼은 부지기수다. 건축·토목·기계·전자·신호 체계 등, 이들을 종합적으로 운영·조율하고 체계를 수립해 계획대로 개통시켰다. 지금도 대전 지하철이 큰 사고 없이 잘 굴러가고 있으니 감개무량하다.”

중구 부구청장, 환경녹지국장, 문화체육국장, 자치행정국장, 안전행정국장, 의회사무처장 등 아홉 개국을 두루 역임한 만큼 공직에서의 경험이 다채롭다는 질문에 차분한 미소로 답했다.

“여러 도와주시는 분이 많고 운도 따랐지만, 감이 떨어지기만 기다리지 않고 노력도 했다. 다양한 업무를 할 필요성을 느꼈고 늘 공부 했다.”

중구청 직원들은 김 청장에 대해 ‘30년 공직생활로 여러 보직을 두루 거쳐 모르는 게 없다. 기술직으로 입사해, 여러 타 분야 국을 두루 거친 분으로 공무원 사회의 입지전적인 이력을 지녔다. 선비같이 점잖으면서도 해박하고 섬세하다.’는 평을 내놨다.

중촌벤처밸리, (주)KT와 공동연구 협약 체결

“큰소리를 못 친다.” 직장 생활은 호흡을 맞춰야 하는데, 질책도 웃는 얼굴로 해야

그는 운이 안 따르면 아무것도 할 수 없어 상사 운, 부하 운, 주변 관련자 운 등 매사에 주위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했다.

“혼자 되는 일이 없고 항상 주변 분들과 같이 일을 도모해야 한다. 내 성향이 큰소리를 못 친다. 직장 생활은 다 똑같은 입장이고 같이 호흡을 맞춰야 일이 된다. 업무추진에 있어 과거 직원들에게 화를 낸 적도 있는데, 절대 플러스가 안 되더라. 질책도 웃는 얼굴로 해야 일이 되더라. 지금 사회에 중추적인 역할을 하는 MZ 세대의 환경과 지금 우리 세대와는 성장 환경이 완전히 다르다. 그들의 정서와 방식도 존중해야 한다.”

중천축제 모습

김 청장 일과는 바쁘다. 평일에도 두 시간마다 회의가 열리기도 하고 중구청 관할 동이 17개, 관심 가져야 할 자생단체도 여러 곳이다. 주말에는 행사·경조사로 바삐 다닐 일이 많다. 건강관리 비결 질문에 ‘걷기밖에 더 있어요’라며 바쁜 와중에 다행히 짬이 나면 사는 아파트 옆 하천변을 걷는다.

인터뷰를 마칠 무렵, 집무실 책상 위 화분에 핀 꽃이 예쁘다는 취재진의 감탄에 김 청장이 벌떡 일어섰다. “더 이쁜 것도 여기 있어요”라며 집무실 한 편에 소담히 자리 잡은 화분 두어 개를 가리킨다.

“얼마 전 씨앗을 뿌려놨는데 싹이 올라왔어요. 이건 바질인데, 잎으로 요리하는 거라 주위에 나눠 줄 겁니다. 이건 올리브 나무고……. 바쁜 막간에 잠시 이런 식물을 바라보는 재미가 있어요. 파릇하게 나오는 싹을 보면 생명의 신비감에 감탄스럽고 내 일상도 충전하게 됩니다.”

제설 현장점검

만면에 웃음 지으며 자신의 화분을 자랑하는 소박한 모습, 근엄한 구청장님일 것이라는 나름의 예측에 의외의 친근함과 부드러운 인간미가 덧씌워진다.

그가 내세우는 ‘중구 부활’의 희망찬 씨앗도 무성한 잎으로 자라 중구민의 ‘희망 넝쿨’로 든든히 자리매김하길 기대하며 집무실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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