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무영의 여행이야기] 자연이 품은 섬, 거제 내도 동백숲을 걷다

공곶이 수선화 화원

소천 정무영 승인 2023.04.07 14:43 의견 0

봄기운이 가득한 3월 어느 일요일, 동백을 만나러 이른 아침 친구와 함께 버스에 오른다. 오늘의 목적지는 남쪽으로 달려 ‘한려해상국립공원 거제도’에 있는 거제 8경(1경 내도 외도 비경, 2경 거제 해금강, 3경 학동 흑진주 몽돌해변, 4경 여차 홍포 해안비경, 5경 거제 계룡산, 6경 바람의 언덕과 신선대, 7경 동백섬 지심도, 8경 공곶이) 중 지중해 해변을 옮겨 놓은듯한 이국적인 모습의 ‘1경 내도’와 종려나무 숲 촬영지로 수선화가 넘실대는 ‘8경 공곶이’에서 봄맞이를 하려고 한다.

한려는 한산도와 여수 두 지명의 첫 글자를 합한 것으로 ‘한려해상국립공원’은 1968년에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어 ‘거제 지심도’에서 ‘여수 오동도’까지 바다와 섬으로 이루어져 있다. 아름다운 섬 한산도에 위치한 한산대첩의 성지 제승당, 소매물도의 등대섬, 신선도 쉬어간다는 바다의 금강산 해금강, 원시자연의 아름다움 지심도 동백터널, 동박새와 직박구리가 쉼 없이 노래하며 섬을 찾는 탐방객을 흥겹게 하고, 가슴에 오래도록 남을 풍경인 바다와 섬이 이루어낸 아름다운 경치가 있는 ‘한려해상국립공원’에는 다양한 동식물이 서식하는 해양생태계의 보고로서 각종 동식물의 삶의 터전이다.

거제도는 우리나라에서 제주도 다음으로 큰 섬이며, 동백꽃이 아름다운 거제속의 숨은 섬, 거제1경 ‘내도’는 공곶이 해변에서 남서쪽으로 500m 해상에 위치하며 구조라항에서 손을 뻗으면 닿을 듯 가까이 보이고, 거제도 본섬에서 보면 바깥섬(외도)보다 안쪽에 있다 하여 안섬(내도)이라 불리운다. 또한 거북이 떠 있는 모양이라 해서 거북섬, 모자를 벗어놓은 모양이라 해서 모자섬으로도 불리기도 했다는 해안선 길이 3.24km의 바다의 정원 같은 섬이다. 멀리 대마도 근처에 있던 외도(남자섬)가 내도(여자섬)에 반해서 떠 오다가 현재 자리에 멈춰서 있다고 전해지며 원시림 상태의 동백나무, 후박나무, 구실잣밤나무 등의 온대성 활엽상수림이 어우러져 아마존 정글의 비경을 드러내는 국내 최고의 자연보고이기도 하다. 또한 거제도는 2010년 행안부 주관 ‘명품섬 BEST 10’, 2011년 국립공원 전국 ‘제2명품마을’로 선정된 대한민국의 명소이다.

구조라항 선착장에서 승선하여 배로 10분이면 내도 선착장에 닿는다. 최대 승선 인원 98명의 선실은 시끌시끌 바다내음과 신선한 바람이 어우러져 벌써 흥겹다. 선착장 방파제 위에는 낚시꾼들이 삼매경을 이루고 있으며, 공곶이 수선화에 물든 노오란 금빛 지붕의 카페와 펜션이 먼저 우리를 맞이한다. 선착장 앞 내도 탐방 안내센터는 작년 태풍의 피해로 무너진 상태로 아직 수리하지 못한 모양이다. 짠 바다냄새 그리고 지구 반대편까지 들여다보일 듯 맑은 바닷물과 몽돌의 해변이 어느 지중해 해변인 듯 이국적으로 느껴진다. 내도 안내센터 옆 포토존을 지나 왼쪽으로 카페를 끼고 건너편 공곶이 해변을 바라보며 시계방향으로 ‘내도 명품길’에 들어선다. 동백숲으로 올라가는 길 해발 100m의 낮은 산이지만 여느 높은 산 못지않게 시작은 가파르다. 언덕을 오르면 먼저 편백숲이 신선함을 선사한다. 에메랄드빛의 바다를 내려다보며 걷는 숲길이 행복하다. 숲길 간간이 정열의 붉은 토종동백이 수줍은 듯 얼굴을 내밀고 성질 급한 동백은 바닥에 누워 산객의 발길을 안내한다. 안내목 위에 삼삼오오 올려진 꽃들도 안내등처럼 이쁘다. 떨어진 동백을 모아 멋진 하트를 만들어 놓아 첫사랑의 추억을 떠올려야 할 듯하다. 편백숲을 지나 동백숲이 이어질 즈음 내도에 있는 3곳의 전망대 중 첫 번째인 ‘세심전망대’에 오른다. 세심은 ‘마음을 씻고 정화한다’는 뜻이라 한다. 세심전망대에서 왼쪽으로는 서이말등대가 보이며, 오른편 남쪽으로는 맑은 날이면 50km거리의 대마도가 보인다 한다. 다시 발길을 돌려 동백숲을 이어가면 남자나무와 여자나무 사이를 지나게 되는데 여기부터가 ‘내도 연인길’이다. 연인길 언덕을 연인처럼 밀어주듯 끌어주듯 오르고 잠시 내림길을 내려가면 바로 ‘신선전망대’가 기다린다. 신선은 ‘새로운 마음으로 거듭난다.’는 뜻이라 한다. 바로 앞으로 그 유명한 식물원이 있는 외도가 보이고, 외도 뒤로는 멀리 홍도가 보일듯하며, 오른쪽으로는 ‘거제 2경 해금강’이 손을 흔들어 인사한다. 간단한 간식으로 점심을 대신하고 연인길을 다시 올라와 연인길삼거리에서 왼쪽 ‘희망전망대’로 향한다. 걸어온 길을 다시 걷고 싶은 숲길, 동백꽃이 만개한 동백숲과 대나무숲 사이를 지나면 ‘희망전망대’다. 여기에서는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2경 거제 해금강’, ‘6경 바람의 언덕’, ‘3경 학동 흑진주몽돌해변’, ‘구조라항’, ‘8경 공곶이’까지 최고의 풍경을 보여준다. 명품 한려수도 해상국립공원 답다. 희망전망대를 뒤로하고 선착장쪽으로 환상적인 물빛의 바다와 동백숲 대나무숲 데크길을 내려가면 시계방향으로 한 바퀴 돌아 다시 내도선착장으로 돌아온다.


유명하고 화려한 외도가 서양화라면, 편백숲, 동백숲, 대나무숲, 명품길, 연인길 내도는 동양화라 해야 할까? 힐링의 섬, 쉼의 섬이라 할 수 있겠다. 돌아갈 배를 기다리는 동안 내도에서 유일한 찻집 내도 카페 ‘모해’에서 등 깊은 의자에 길게 앉아 바다를 바라보며 커피향과 함께 여유와 행복을 누린다. 바로 건너편이 ‘공곶이’다. 수영으로 갈 수 있을 듯 가깝다. 공곶이 수선화가 더 기대된다.

구조라항으로 돌아와 ‘공곶이’를 가기 위해 예구마을로 간다. ‘공곶이’는 지형이 궁둥이처럼 튀어나왔다고 지어진 이름이라 한다. 예구마을에서 공곶이 가는 길은 펜션길을 따라 산을 넘어가는 ‘공곶이길’과 해안숲길을 따라 남파랑길로 가는 ‘천주교순례길’이 있다. 편한 길 남파랑길로 오른쪽으로 걸으면 내도에서 바라다보이던 몽돌해변 바로 ‘공곶이’ 수선화 화원이다. 백발이신 할아버지, 할머니의 50년 세월로 가꾸어 놓은 수선화 화원이 야자수와 두 줄 돌담이 어우러져 이국적이다. 매년 3월 말, 4월 초면 넘실넘실 수선화 물결이라 하는데 올해는 작년 태풍피해로 수선화 꽃이 적다 한다. 시간이 허락하면 공곶이에서 남파랑길을 따라 4~5월에 돌고래가 출몰한다는 ‘돌고래전망대’까지 다녀올 수도 있다. 노란 수선화밭 아래로 몽돌해변이 펼쳐져 있고 바다 너머 바로 내도까지 한 폭의 수채화가 된다. 바로 조금 전 이곳을 바라보던 ‘자연이 품은 섬 내도’를 다시 감동으로 바라본다. 동백의 꽃말은 ‘최고의 사랑스런, 자랑’이라고 하며. 수선화의 꽃말은 ‘자아도취, 고결’이라 한다. 올해 최고의 봄을 고결하게 자연이 품은 섬 거제 내도, 공곶이에서 맞이하고 간다.

추천코스

■ 거제 내도
거제 구조라항 내도선착창 ↔ 내도 선착장(뱃길 10~15분, 왕복 12,000원)
명품길, 연인길 시계방향 한 바퀴 트래킹: 4km, 1시간~1시간 30분

■ 거제 공곶이
거제 예구마을 ↔ 공곶이 수선화 화원(돌고래 전망대)
공곶이길, 남파랑길 왕복 트래킹: 2.34km, 1시간(2시간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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