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날 특집] “부모로부터 사랑받아야, 타인에게도 사랑받는다.” 최희숙 원장

‘행복의 뿌리’는 유아기에 만들어진다

정여림 작가 승인 2023.05.08 14:50 의견 0

최희숙 새싹나라 유치원 원장
도토리숲 키즈파크 대표
문학박사

5월 어린이날을 맞아, 40여 년 유아교육에 몸담아온 베테랑 교육자인 최 원장을 만나 부모들에게 전하는 당부를 들어봤다. 그는 행복의 뿌리는 유아기에 만들어지며 ‘나는 참 중요한 사람, 참 귀한 사람이다.’라는 자존감이 아이 인생에서 꼭 필요한 자원이라고 강조했다.

“가장 소중한 사람은 너야.” 아이에 맞는 적기교육 필요

최 원장은 ‘행복의 뿌리’는 유아기에 만들어진다고 했다. 행복의 뿌리가 제대로 형성되지 않으면 뒤늦게 밑거름 주고 영양제를 놓아도 회생이 어렵다며 ‘적기교육’을 강조했다.

어린 딸인 자신을 위해 ‘방석 하나를 더 내주실 수 없겠느냐?’고 주인댁에 부탁하는 아버지의 모습은 평생 사진처럼 최 원장의 뇌리에 박혔다. 존중이라는 단어는 아버지의 ‘방석’이라는 물품으로 대변된 추억이고 그의 평생 교육이 철학이 되었다.

또 그의 오랜 교육 경험과 체험은 ‘부모로부터 사랑받는 아이가 모든 이에게 사랑받는다.’는 지론으로 학부모 교육에도 열성을 보였다. 자존감이 아이 인생에서 꼭 필요하다는 생각으로 그는 유치원 설립과 동시에 ‘자존감 체험현장’을 만들었다. 자신의 원아들을 위해 다실(茶室)을 열었고 그곳에 정갈한 방석을 준비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저를 만나는 원아들을 귀하게 키우고 싶다. ‘아이들이 차 맛을 알겠냐?’ 보다는 ‘넌 소중하고 귀한 사람이야.’라는 메시지를 또렷이 주고 싶어 원장인 제가 손수 아이들에게 차 대접을 하고 있다. 내가 대접해 주는 대로 아이들은 자신을 인식한다.”

도토리숲 키즈파크에서 바라본 전경

세종시 ‘도토리숲 키즈파크’… 자연, 어린이 그리고 꿈! 가족이 함께 힐링하고 응원해줄 수 있는 곳

“너, 또 달라졌네!”

자연 학습장을 체험한 아이들의 감탄이다. 숲에 갈 때마다 달라지는 사계의 자연을 아이들은 잘도 알아챈다. 나뭇잎의 크기, 색깔, 전해지는 숲 냄새의 변화마저도 아이들은 유심히 관찰하며 감성을 키워 간다며 최 원장이 덧붙였다.

“숲에서 체험하고 온 날이면, 아이들이 자연의 에너지를 듬뿍 받아서인 얼굴이 환해지고 밝아진다.”

최 원장은 자연 속에서 아이들이 가장 행복하다는 것을 알고 세종시 장군면에 1만 평 가까이 넓은 부지에 새싹나라 유치원 아이들과 함께 ‘도토리숲 키즈파크’를 준비하고 오픈한 지도 11년여. 체험장 이름은 아이들의 의견을 존중하여 아이들과 함께 지었다며 설명했다.

“자연에서 노는 아이들은 자연을 닮아 간다. 어떤 정형화된 교육보다 자연에서 얻는 배움이 크다. 순리와 법칙이 숨어있는 자연을 접하며 아이들은 질서와 배려와 약속도 배운다. 그렇게 행복한 어른으로 성장한 우리 아이들이 좋은 에너지로 세상을 위해 좀 더 아름답게 쓰일 것이라 믿으며, 파크를 열심히 가꾸고 있다.”

이 숲 놀이터에서는 미꾸라지 잡기, 비둘기, 강아지, 잉어 밥 주기를 하며 동물과 교감한다. 꽃, 나무, 자연을 맘껏 접한다. 하늘의 뭉게구름도 보고, 비 오면 빗소리를 듣고, 떨어지는 낙엽도 두 손 모아 받아들며 아이들 감성은 커 간다. ‘안 돼!’라는 통제의 목소리에서 벗어나 신나서 맘껏 소리도 질러보고, 언덕에서 미끄럼타기를 즐긴다. 때로는 엉덩방아 찧지만 혼자 툭툭 털며 일어난다며 최 원장이 당부한다.

“자연이 만들어 내는 모습보다 더 아름다운 광경이 있을까? 자연에 취해 맘껏 접해본 아이들은 크레파스로 색칠을 하다가도 자연에서 본 색깔을 그대로 찾으려 하고 자연의 모습을 닮아 편안하고 순수해진다. 소나무 숲, 참나무 길, 돌담길, 시냇물의 싱그러움이 황홀한 시절이다. 이 5월에 가족이 같이 감상하며 자연을 즐기는 시간을 가지길 추천한다.”

※ 유아기, 인생이라는 집짓기 기초 시기에 부모가 유념할 것은?

유아 교육계 베테랑인 그에게 유아기, 학령기 부모가 유념할 사항을 묻자 그는 ‘가장 가깝고 중요한 교사는 부모’라며 몇 가지를 당부해 소개한다.

1.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 기본생활 습관은 평생 영향을 미친다

아동의 기본 생활습관을 잘 잡아주라. 그것은 가족 안에서 형성된다.

▶인사 잘하기, 남에게 피해 주지 않기, 공공장소 예절 등 생활 속의 바른 생활습관을 반복적으로 가르치고 습관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매사 ‘감사합니다.’, ‘미안합니다.’라는 말을 상황에 따라 적절하게 쓰도록 도와라.

▶잠자리 정리, 장난감 정리, 자기 방 질서 있게 잘 정리하기. 대수롭지 않을 것 같지만 주변을 잘 정리하고 관리하는 것이 정신자세에도 평생 영향을 미치고 바깥 사회활동의 연장선을 만든다.

2.“네가 해보렴.” 스스로 천천히 해보게 한다

씻기, 먹기, 자기, 물건 챙기기 등 일상에서 혼자 할 수 있는 일은 혼자 할 수 있게 해라. 정말 도와줘야 할 때만 부모는 개입해야 한다. 가족회의로 역할 분담을 해 봐도 좋다.

3. 인스턴트 음식보다는 엄마의 따듯한 음식을 먹이자

먹는 것으로 내 몸이 만들어진다. 아이들 건강과 정서를 생각해서 되도록 부모가 좀 더 부지런해지자.

4. 아이는 놀면서 배운다… 친구를 배려하는 기술도 알려줘라

친구들과 어울리는 기회를 많이 주고 양보하고 배려하는 방법도 알려 주라. 장난감이 하나면 내 가 갖고 싶은 마음을 접고, 친구한테 먼저 양보하면 관계가 더 좋아진다는 것도 알게 하자.

5. 유치부 때 초등학교 대비 선행학습 시키는 것은 지양해야

학습을 시키느라 그 시절 누려야 할 아이다운 행복을 놓치고 있다. 적시·적기의 발달 과제를 성취하는 것이 중요하고 아이들은 개인차가 분명히 존재하는데 절대 비교하지 말라. 우리나라 초·중·고 시기에 맞도록 정교하게 디자인된 정규과정을 신뢰하며 따라가 줬으면 한다.

자녀와 대화의 기술이 필요하다 자녀에게 ‘나 전달법’으로 말하고, 미안하다고 말할 수 있는 부모 돼야

초등생이 되고 학년이 올라갈수록 자기주장이 많아지고 반항적으로 변해 가는 아이를 보며 부모는 당황스럽다. 최 원장은 이때 비난형 질타보다는 내 마음을 솔직히 표현하는‘나 전달법’ 대화가 효과적이라며 이 시대의 부모들에게 전하는 마지막 당부도 놓치지 않았다.

“말하는 나를 주어로 내세워 ‘나는….’ 혹은 ‘엄마는….’과 같이 내 감정과 의견을 상대에게 전달하는 ‘나 전달법’으로 대화해 보자. ‘부모만큼 훌륭한 교사는 없다.’는 말처럼 부모의 모범이 무엇보다 중요하고 아이에게 미안한 일이 있으면 정직하게 사과하는 부모의 성숙도 필요하다. 바쁜 일상이지만 아이와 같이 있는 시간에는 아이에게 몰입해주자. 눈을 맞추고 한 번 더 안아주고 아이의 의견에 귀 기울여 주는 만큼 아이는 행복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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