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루티스트 이내리, 플루트와 함께하는 물 흐르듯 자연스런 삶의 이야기

플루티스트 이내리 독주회: 2023년 5월 27일(토) 오후 2시 대전예술의전당 앙상블홀

최성미 기자 승인 2023.05.08 15:18 의견 0

귀국 후 세 번째 리사이틀을 여는 플루티스트 이내리의 플루트와 함께하는 물 흐르듯 자연스러운 삶의 이야기를 담은 연주회가 오는 5월 27일 대전예술의 전당 앙상블홀에서 열린다. 공연에 앞서 플루티스트 이내리를 만나본다.

충남대 관현악과 실기장학생으로 수석 입학, 졸업하고 프랑스 제느빌리에 국립음악원에서 연주자과정과 최고연주자 과정을 심사위원 만장일치로 졸업한 플루티스트 이내리는 성악가이신 어머니 덕분에 어려서부터 자연스럽게 음악적인 분위기에서 성장했다. 여러 가지 다양한 악기 중 플룻을 전공하게 된 계기는 무엇이었을까?

“초등학생 때 리코더와 단소를 배웠는데 음악 선생님께서 소질이 있다고 하셨어요. 당시 이모가 취미로 플루트를 배우고 있었는데 평생 취미로 할 수 있는 악기 하나 정도는 있어야하지 않느냐고 권유해서 취미로 시작하게 되었죠. 저도 이렇게 평생 할 줄 몰랐어요.(웃음)”

초등학교 3학년 때 취미로 시작한 플루트가 지금은 평생 전공의 길이 되었다. 그렇다면 배우는 과정에서 가장 큰 어려움은 무엇이었을까?

“저는 사실 사춘기가 대학교 때 왔어요. 초중고 때까지는 정말 있는지도 없는지도 모르게 조용하게 지내다가 뒤늦게 사춘기가 온 거예요. 그때는 ‘나는 뭐지?’라는 생각이 들면서 방황도 많이 하고 악기를 계속 해야 하나, 그만두어야 하나를 심각하게 고민했던 것 같아요.”

그렇다면 어떻게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었을까?

“저희 가족은 음악가족이에요. 아버지만 빼고요. 어머니는 중부대학교 성악 교수로 정년퇴직했고 오빠도 성악을 전공하고 현재 독일에서 오페라 합창단 단원으로 있어요. 제가 극복할 수 있었던 것은 부모님의 기도 덕분인 것 같아요. 항상 기도하고 돌아올 거라고 믿어주신 덕분에 다시 마음을 잡고 악기를 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한 학기를 휴학하고 다시 복학, 졸업 후 어릴 때부터 꿈꾸었던 프랑스로 유학을 다녀왔죠.”

비교적 이르지 않은 나이 서른넷에 결혼하고 육아를 병행하며 연주자의 삶을 산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 번째 독주회를 준비하고 있는 연주자 이내리. 이번 공연의 테마는 무엇일까?

“제가 프로그램을 짜거나 공연을 준비하면서 항상 생각하는 것은 ‘지루하지 않게’입니다. 그래서 항상 다양한 장르를 준비해요. 이번 공연의 공통된 주제는 ‘물’이에요. 첫 곡 드뷔시의 시링스는 물의 정령들이 나타나 ‘판’ 신에게 쫒기는 시링스를 갈대로 변하게 하고, 갈대를 악기로 만들어서 플롯의 기원이 되는 이야기이고요, 라이네케의 소나타 운디네도 물의 정령 운디네의 이야기를 담고 있어요. 물은 자연스럽게 흘러야 하는 것, 내가 사랑하지만 그 사랑이 원하지 않으면 보내줘야 한다는 것이고 흘러가는 대로 흘려보내줘야 한다는 것을 뜻해요. 순리대로 사는 것을 의미하며 이번 공연을 보시면서 쉼을 얻어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준비했어요.

5월은 가정의 달이니까 너무 학구적이거나 어려운 것을 일부러 넣지 않았어요. 그냥 소풍 온 기분으로 힐링하고 치유되는 공연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그래서 마지막 곡은 클로드 볼링의 소풍 모음곡인데요, 게스트로는 기타와 재즈 피아노 트리오로 피아노 드럼 콘트라베이스가 함께 나오는 재미있는 무대가 준비되어 있어요.”

카르멘 판타지를 가장 좋아한다는 플루티스트 이내리의 꿈은 무엇일까?

“소소하게 앙상블이든, 작은 무대이든, 연주를 계속하면서 관객들과 소통하면서 계속 연주하는 삶을 이어가는 게 꿈이에요. 다음 기회가 있다면 프랑스 작곡가들의 소나타를 모아서 연주해보고 싶어요. 결혼 후 육아를 병행하면서 연주 기회가 적어지고 애기를 키우면서 하기가 쉬운 일이 아니어서 스스로 대견하다고 생각 하고 있어요. 연주를 준비하면서 행복하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리고, 악기를 배우고 싶은데 기회가 없다거나 하는 분들을 위해 아카데미를 만들고 저도 도움을 드리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아마추어 앙상블을 만들거나 가르치는 일도 보람 있는 일이라 생각해요. 연주는 내가 하면서 행복하다면 가르치면서 배우는 분들이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면서 보람을 느껴요.”

올해의 다른 연주계획은 무엇이 있을까?

“제가 속해있는 플루트앙상블 ‘에이카페’의 하반기 연주가 계획되어 있고, 보컬 박용권과 함께하는 ‘어쿠스틱 머신’이라는 밴드와 함께 버스킹 공연 등 크고 작은 무대를 준비하고 있어요. 기대해 주세요.”

흘러가는 물처럼 자연스럽게 순리대로 삶의 시간을 성실하게 채워나가는 플루티스트 이내리의 꾸미지 않은 무대가 기대된다. 대지도 공기도 온화해지는 5월에 가족들과 함께 플루티스트 이내리의 쉼의 무대로 초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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