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재 이돈주 시인을 만나다

민순혜 기자 승인 2023.05.09 15:27 의견 0
금재 이돈주 시인

한민족 시인으로 유명한 금재 이돈주(李燉周) 시인은 전형적인 충청도 사람이다. 그의 선대가 오래전부터 충남 공주에서 집성촌을 이뤄 세거(世居)해왔기 때문이다. 그의 호 금재(錦齋)는 공주의 향리 마을 지명인 금동(錦洞)에 문학 관련한 여러 가지 책을 많이 소장해 왔기에 금동서재(錦洞書齋)를 ‘금재’라 줄인 데서 이름했다고 한다.

이 시인의 조부는 향리의 선비 이명하 어른이고, 부친은 교육자로 고 이은빈 님이다. 이 시인은 충남 공주군 장기면 송선리 금동 212번지에서 출생, 장기국교, 공주중·고, 공주교육대학 및 한남대 그리고 공주대대학원국어교육과를 졸업하였다. 이후 교사의 길을 걸어왔다.

대전삼성초등학교에 있는 한밭교육박물관에 들어서면 ‘명예의 전당’이 있는데, 1991년부터 지금까지 우리 교육의 미래를 위해 기증해 온 분들의 성함이 주욱 나열되어 있다. 유심히 들여다보면 그중에 가장 많이 뵈는 이름이 ‘이돈주’다. 1993년부터 30년 동안 쉼 없이 민족 고유의 넋이 어린 교육자료를 꾸준히 수집하고 기꺼이 기증해 온 것이다. 기증품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건 ‘기자동(祈子銅)’이라고 한다.

기자동(한밭교육박물관 소장)

기자동(현재 한밭교육박물관 소장)은 예전에 아이를 갖고자 부녀자가 숨겨 허리끈에 달아 차고 다니던 도끼 모양의 구리 유품이다. 이는 근래 저출산 시대에 가치와 의미를 새롭게 비춰 줄 수 있는 소중한 유물인 것 같다. 이 시인은 “이기적인 세태에 공익적인 선견지명을 가지고 미래 세대를 위해 기증을 실천하신 많은 분이 계시다는 걸 새삼 고맙게 느끼고 초·중·고 학생의 추억과 희망을 위한 교육의 전당, ‘한밭교육박물관’이 우리 대전에 있다는 것이 뿌듯하다.”고 말했다.

이돈주 시인은 1982년 구재기, 김용재 시인의 권유로 충남문인협회에 가입하여 시 쓰기를 시작했다. 이후 홍주문학에서 활동하며 홍성지역의 문학 활성화에 노력하는 한편, 당시 전국적인 이 지방 충남·대전 詩 전문 동인지 ‘시도’와 ‘오늘의 문학’을 통해 꾸준히 작품을 발표하였다. 1989년 본격적으로 ‘시와 의식’을 통해 등단한 이후 첫시집 <고개를 넘으며> 외 5권의 시집과 3인 공동시집 <꽃살미 가는 길>을 출간했다. 또한 1990년부터 자유민주주의에 입각한 민족통일문예 확산에 참여, 활동했다.

1991년 이 지방 순수시전문동인지 <풀무문학>을 창간하여 어려움을 무릅쓰고 23집까지 출간, 배포하여 문학의 대중화와 활성화에 앞장섰다. 한편 미시적 관점에서 나고 자란 고향인 공주지방 향토지 <송선의 옛이야기>와 5년여 월 1회 칼럼으로 쓰고 있는 금강일보의 <대전 옛이야기>를 나누어 2권을 낸 바 있는데, 이 책들은 그의 죽마고우가 전액 무조건 지원해 출간했다는 아름다운 우정의 일화를 가지고 있다.

2003년 대전문협(대전문인협회) 이사로 선임된 이후 단 한 번을 빼고, 연속하여 대전문협을 이끄는 중추적 역할로 이사, 감사 및 부회장, 수석부회장을 두루 역임하며 20년 동안 대전문협의 향도로서 문학의 저변확대와 대전문학의 획기적 발전 및 위상을 높이는데 봉사와 헌신을 다해 왔다. 특히 매년 개최되는 한밭전국백일장의 공헌은 매우 커 지울 수 없는 공적이다. 현재는 ‘한국문인협회’ 서정문학연구위원으로 재차 선임되어 자강불식 이어 내려온 한국문학의 본질과 민족 서정 탐구, 앞으로의 방향 정립에 깊이 침잠하며 사색 중이라고 한다.

한운야학(閑雲野鶴)이란 말이 있다. 이돈주 시인은 일주일에 한 번 공주 향리에 들른다. 낡은 시골집과 작은 마을을 소요하면서 흙냄새를 기꺼이 맡는다. 개인 의지로부터 동떨어진 메커니즘의 거대하고 육중하며 삭막한 현실 상황 속에서 자연은 푸근한 안식처다. 그런 면에서 근·현대에 걸쳐 격동하는 시대를 거쳐온 시인의 눈에 비치는 고향은 어떤 모습일까.

요즘 이돈주 시인은 시 창작을 자제하는 느낌이다. 시가 내·외부 세계로부터 받는 일체의 감각적 인식이며, 현실 세계가 지닌 모순과 진실을 직감적으로 수용, 예민하게 작품화하는 과정이라면 이러한 감성 모색의 숙성기간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새로움에의 혜안과 자연스러움이 간절한 세태다.

이런 면에서 이돈주 시인은 세인들의 기대와 주목받기에 충분하다. 지난한 시대에 맑은 샘물 같은 이 시인의 시가 우리 곁에 흘러넘치기를 바라 마지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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