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무영의 여행이야기] 백화산, 반야사에서 호랑이의 기운을 받다

소천 정무영 승인 2023.06.13 15:56 의견 0

해발 933m의 백화산(한성봉)은 충청북도 영동군 황간면과 경상북도 상주시 모동면의 경계에 위치하고 있는 산으로 바위가 많고 한 폭의 그림과도 같은 빼어난 자연경관을 자랑하고 있는 산이다. 이곳에선 백화산이라고 불리고 있으나 지도상에는 한성봉으로 표기되어 있다. 한성봉은 충북 영동군 황간면에서 자동차로 20분 정도 북쪽으로 가면 반야사 입구가 나오는데 이곳에서 오르고 있으나, 낙타등과 같은 능선을 하고 있는 경북 상주시에서 오르기도 한다.

경상북도 상주쪽 산행 들머리에는 조선 숙종 때의 옥동서원과 백옥정, 보현사 등이 있으며, 충청북도 영동 반야사 입구에서 오르는 코스는 신라 성덕왕 때 창건된 고찰 반야사가 등산객을 반긴다. 백화산은 수원이 풍부하고 기암절벽이 많은 산으로 반야사 산중턱에는 ‘저승골’이라 불리는 협곡이 숨어 있어 모험가들의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곳이다. 현재 경북 상주는 몽고항쟁기념비 조성 등 호국의 길을 조성하여 둘레길을 정비하였으며, 또한 충북 영동에서는 달도 쉬어 간다는 월류봉에서 반야사까지 월류봉 둘레길을 조성하여 달과 함께 걷는 조용한 힐링의 길을 만들었다.


상주는 서쪽으로 백두대간의 지맥인 소백산맥이 있고, 동쪽으로는 낙동강으로 인해 넓은 들이 펼쳐져 있는 아름다운 고장입니다. 일찍부터 내륙교통의 결절지로서 영남지역으로 들어오는 선진문물교류와 신라 북방진출의 중심지였다. 특히 백화산은 경북 상주와 충북 영동에 걸쳐져 있어 동서 문화를 이어주는 역할을 하였다. 백화산은 상주의 남서쪽에 위치하며 백두대간의 상주지역에 속하는 8개의 지맥 중 팔음지맥에 속한다. 백화산은 신라가 백제를 정벌할 때 영토 확장의 전진기지 역할을 하였으며 고려시대 몽고군의 침입도 물리치는 등 역사적 고비나 국난기마다 중요한 역사적 현장이 되었다.


또한 황희와 황효헌의 학문과 덕을 기리기 위해 지은 옥동서원을 통해서 조선시대 유학의 기품과 향기를 느낄 수 있다. 특히 <世宗實錄地理志>에 기록된 上品磁器所의 위상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는 대규모 자기가마 유적을 확인하는 등 백화산 일대는 여러 시대에 걸친 다양한 문화유산의 보고라 할 수 있다.


여유로운 숲으로의 산행

해마다 한두 번씩 반야사를 찾아와 호랑이 기운으로 기도를 하거나, 여름이면 석천을 따라 위쪽으로 ‘백화산 호국길’을 걸으며 더위를 식히거나, 아래쪽으로 월류봉 둘레길을 따라 걸으며 자연을 품기도 하였지만 백화산은 어언 8년 만 다시 오른다. 반야교를 건너 오른쪽으로 한성봉 들머리는 여름철이면 석천으로 합류하는 계곡 입구에 차박 여행객이 붐비는 명소이기도 하다. 반야사에서 바라보면 산이 높아 보이긴 하지만 평온해 보인다. 그러나 산으로 들어서면 밀림 같은 숲이 여유롭지만 만만치 않은 암릉을 잔뜩 품고 있는 악산이다. 들머리를 지나 오르면 먼저 편백숲이 보인다. 예전보다는 많이 자란 느낌이다. 여기저기 도란도란 편백숲을 즐기는 분들의 정겨움이 여유로워 보여 좋다. 편백숲을 돌아 능선에 오르면 전망대에 이르고 여기부터 능선은 암릉으로 정상까지 이어진다. 그래도 예전과 달리 군데군데 안전을 위한 손길이 느껴진다. 밧줄도 있고, 안전 난간도 설치되어 안전해졌다는 느낌이다. 조심조심 바위를 오르면 한성봉 933m 정상이다. 잠시 숨을 돌리고, 생각은 올라온 길로 내려갈 궁리를 하는 듯하다. 예전에 한성봉에서 주행봉 가는 능선에서 투덜거리면서 저리는 발을 옮기던 기억이 났기 때문인 듯하다. 아무런 안전시설도 밧줄도 없이 칼바위 능선을 네발로 기어서 넘어갔었다. 어느 칼바위 앞에서는 돌아갈까 하는 생각도 했었다. 오늘은 생각보다 몸이 빠르다. 생각이 결심하기 전에 몸은 벌써 주행봉으로 출발한다. 시간이 지나도 오르락내리락 산길은 똑같지만 안전시설이 설치되어 맘이 편하다. 오늘은 멀리 조망도 보이고 산 아래로 보이는 골프장의 멋진 페어웨이도 눈에 들어온다. 무서움보다는 여유가 있어 푸른 산과 파란하늘을 느낀다. 데크길 안전손잡이의 암릉길을 지나면 하산 길은 거친 돌밭길이 여전하다. 그래도 발길은 서두른다. 벌써 마음은 반야사에 다다라 있다. 작년가을에 다녀가고 올해는 처음이라 반야사 호랑이는 잘 살고 있는지, 배롱나무가 잘 있는지, 문수전은 여전히 잘 버티고 있는지 궁금하다. 반야교에서 반야사 가는 길이 사람들로 가득하다. 부처님오신날이 다가와 불자님들의 발걸음과 더불어 멀리서 백화산행을 온 산객까지 합해져 반야사가 북적 거린다. 경내에 들어서 삼층석탑 옆에 서서 대웅전에 합장하고 먼저 배롱 나무를 둘러본다. 500년을 자리를 지키고 서서 매년 여름이면 꽃을 피우는 반야사의 주인이다. 그리고 템플스테이 사찰너머로 호랑이를 찾는다. 숲이 파랗게 호랑이를 감싸 안아 그 모습이 선명하다. 온 몸으로 기운을 받는다. 부적거리는 경내를 뒤로 망경대 문수전을 오른다. 한 걸음 한 걸음 역시 문수전에서 바라보는 백화산의 굵은 선과 내려다보이는 석천의 굽이치는 물 흐름이 온 세상을 휘감은 듯 황홀하다. 문수암을 돌아 내려와 반야사 앞 징검다리를 건너 수많은 소망으로 쌓여진 돌탑에 정성스럽게 돌 하나를 올리면서 소망 하나를 빌고 돌아 나온다. 늘 가까이에 아껴 두고 마음을 어루만지거나 힐링이 필요하면 바람처럼 다녀가는 곳, 오늘도 배롱나무 꽃피면 다시 오기를 약속하며 돌아간다.


반야사

한성봉 자락을 끼고 도는 석천 계곡변에 있는 반야사는 신라 성덕왕 27년(728년) 원효대사의 10대 제자중 수제자인 상원화상이 창건한 천년고찰이다. 뒤에 고려 충숙왕 12년(1325년) 학조대사가 중수하였다고 전해진다. 예로부터 이 일대가 문수보살이 머무는 곳으로 알려져 절 이름을 반야사라 하였다. 반야(般若)는 바로 문수보살을 상징한다. 그러나 이 절이 들어선 지장산이 백화산(白華山)이라고도 불리므로 관세음보살이 머문다는 설도 있다. 세조가 이 절에 들렀을 때의 설화가 전한다. 세조가 대웅전에 참배하자 문수동자가 나타나더니, 세조를 절 뒤쪽에 있는 망경대(望景臺) 영천으로 인도한 후 목욕을 하라고 권하여 세조가 목욕을 시작하자, 문수동자는 왕의 불심이 지극하므로 부처의 자비가 따를 것이라는 말을 남기고는 사자를 타고 사라졌다 한다. 세조는 황홀한 기분으로 절에 돌아와서 어필(御筆)을 하사하였는데 지금까지도 보관되어 있다.


백화산 호국길(10.3km, 3시간) 몽골침입 때 고려가 대승 거둔 천년옛길

백화산 호국의 길은 상주시 모동면 수봉리(壽峯里) 옥동서원(玉洞書院)에서 시작되어 영동과 경계가 되는 반야사 옛터(현재 반야사는 하류로 약 1.3㎞ 떨어진 영동 땅에 있다)까지 이어진다. 구수천 물길 따라 펼쳐진 옛길을 복원해 조성한 길이다. 구간마다 호국의 역사와 비경이 펼쳐진다. 호국의 길이 조성된 백화산은 신라 태종무열왕 때는 삼국통일의 전초기지였고, 고려시대 몽골침입 당시에는 격렬한 전투가 벌어진 격전지였으며, 임진왜란 때에는 의병들의 주 활동지였다.


월류봉 둘레길(8.4km, 2시간 30분) 굽이치는 석천 따라 걷기, 마음에 물소리를 담다

월류봉 둘레길은 1구간 여울소리길(2.7km), 2구간 산새소리길(3.2km), 3구간 풍경소리길(2.5km) 총 3구간으로 구성되어 있다. 1코스 여울소리길은 유허비를 지나 물길을 따라 원촌교로 이어지고 원촌교를 건너면 석천 위를 걸을 수 있는 칼산 따라 목교가 조성되어 있고 목교를 걷다보면 석천에서 다슬기를 잡는 사람들이 눈에 들어온다. 2코스 산새소리길은 완정교에서 시작하여 걷다보면 목가적이 농촌마을 풍경과 이름 모를 야생화 꽃들이 목교와 석천이 어울러져 물 흐르는 소리를 들으며 걷는 길이다. 3코스 풍경소리길은 우매리에서 시작하여 징검다리를 건너 피톤치드가 많은 편백나무 숲과 반야사를 걷는 길이다.


추천코스

한성봉코스 4km, 4시간
반야교 → 편백숲 → 한성봉 933m(정상) → 반야교(석천) → 반야사

종주코스(주행봉에서 한성봉(정상)으로) 11.2km, 5시간 30분~6시간
반야교 → 주행봉 → 부들재 → 한성봉 933m(정상) → 편백숲 → 반야교 → 반야사

종주코스(한성봉(정상)에서 주행봉으로) 11.2km, 5시간 30분~6시간
반야교 → 편백숲 → 한성봉 933m(정상) → 부들재 → 주행봉 → 반야교 → 반야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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