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1호 바이오벤처이자 유전자 전문 기업 ‘바이오니아’ 박한오 대표이사

세계 최초 RNAi 탈모 화장품 출시
신약 개발 지속… 연매출 10조 원 넘기는 글로벌기업 목표
30년 동안 연구개발 투자 박한오 회장의 뚝심이 만들어낸 결과

정다은 기자 승인 2023.07.06 12:27 | 최종 수정 2023.07.06 12:28 의견 0
바이오니아 박한오 대표 2022년 역사관 384 합성기

코로나19 팬데믹 시기 퀀텀점프에 성공한 기업이 있다. 국내 1호 바이오벤처이자, 유전자 전문 기업 바이오니아다. 이 회사는 분자진단 기술을 활용한 진단키트로 지난 3년간 매출이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2019년 연결 기준 363억 원이었던 매출은 2021년 2237억 원으로 급증했다. 지난해에는 기술성장기업부에서 우량기업부로 한국거래소 코스닥 소속부가 승격됐다.

회사가 팬데믹 특수를 톡톡히 누릴 수 있던 것은 운이 좋아서만은 아니다. 30년 동안 연구개발 투자를 아끼지 않은 박한오 회장의 뚝심이 만들어 낸 결과이기 때문이다. 서울대 화학과를 졸업한 후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생화학을 전공한 박 회장은 1992년 바이오니아를 창업했다. 당시는 국내 바이오 기업이 대부분 유전자 기술을 미국에서 수입해서 쓰던 시기였다. 그는 ‘유전자 기술의 완전 국산화’를 목표로 매년 연 매출의 30%를 연구개발비로 지출해 왔다.

올해 바이오니아는 또 한 번 퀀텀점프를 준비 중이다. 최근 출시한 세계 최초 리보핵산간섭(RNAi) 기반 탈모 완화 화장품 ‘코스메르나’를 통해서다. 나아가 RNAi 신약도 개발, 궁극적으로 연 매출 10조 원을 넘기는 글로벌 기업이 되겠다는 포부다. 바이오니아 박한오 대표를 만나 포부를 들어봤다.

개발 중인 합성기를 Fisher팀에 설명 중인 박한오 대표 (1998년)

Q. 정부출연 연구소인 유전공학센터(현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연구원이라는 안정적 직장을 그만두고 1992년 국내1호 바이오벤처기업 바이오니아를 창업하셨는데 창업 동기는 무엇인지요?

A. 유전자 연구에 필수적인 PCR 장비·시약과 DNA 합성기 등 핵심 연구 기자재들을 국산화하지 않으면 똑같은 아이디어로 연구를 시작해도 특허와 사업화 경쟁에서 뒤처져 우리나라 생명공학의 미래가 없다고 생각해 창업을 결심했습니다.

국산 연구 기자재를 사용해 연구를 수행하면 바이오니아뿐만 아니라 국내 기업들의 국제 경쟁력도 높아져 생명공학 산업이 발전하여 국가경제 발전에 기여할 수 있거든요. 창업 전에 7년가량 유전공학센터(현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연구원으로 근무하는 동안에 국내 유전자 연구용 제품 시장이 급속하게 커지면서 수요자도 꽤 늘어나 ‘이제 국산화·상용화에 뛰어들어도 좋겠다.’는 판단도 했습니다.

빌앤멜린다 게이츠 재단과 함께 (2022년)
포스코청암상 수상 (2023년)

창업 당시 PCR에 필요한 합성 DNA 가닥인 DNA 올리고(oligonucleotide)나 시약을 미국 기업에 직접 주문하거나 국내 대리점에서 구입하면 1개월 이상 지나야 배달되었고, 가격도 미국 현지보다 2배가량 비싼 비용을 지불해야 했습니다. 미국에 비하면 우리나라의 연구개발비가 절대적으로 적은데 시약과 장비들을 비싸게 사서 연구하면 도무지 경쟁이 되지 않는 상황이었습니다.

제가 창업하기 전 유전공학센터 분자세포생물학연구부 연구원 시절 주로 다루었던 미국산 DNA 합성기는 우리나라에 하나밖에 없는 첨단 장비였는데 고장 나면 직접 분해하여 수리해 사용할 수밖에 없었어요. 그 과정에서 합성기의 원리를 파악한 뒤 문제점을 극복한 더 나은 장비를 개발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죠. 창업 이후 30여 년간 DNA 합성, 증폭(PCR), 염기서열분석(sequencing) 자동화와 질병 단백질을 만드는 mRNA를 분해해 질병을 치료하는 짧은 이중 가닥 RNA(siRNA) 신약 시대를 열어준 4개의 노벨 화학상·생리의학상 수상 기술을 국내 처음으로 상용화했어요. 이를 기반으로 생명공학·신약 연구개발과 분자진단에 필요한 300여 종의 효소·단백질·시약·장비 등을 합리적 가격에 신속하게 공급해 우리나라의 생명공학 연구개발 환경을 선진국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데 기여했다고 자부합니다.

1992년 대전 농가 창고서 창업

Q. 지금까지 바이오니아의 성장 스토리를 간략하게 설명해 주세요.

A. 창업 초기에는 자본금이 적고 벤처캐피탈 등이 없는 데다 은행에서 돈을 빌리기도 어려워 적자가 나면 문을 닫을 수밖에 없었어요. 그래서 지출을 줄이기 위해 대전 외곽 농가 창고를 임대해 사업장으로 쓰고, 점심값 2,000원을 아끼려고 사업장에서 밥도 해먹었습니다.

수요가 있는 PCR용 DNA 올리고 합성 서비스와 내열성 중합효소를 국내 첫 상용화하며 창업했기 때문에 매출은 작아도 3개월 만에 흑자를 내기 시작했어요. 다른 아이템들도 하나둘씩 국산화해 판매했고 이익이 나면 연구개발에 재투자했는데 1999년까지는 구멍가게 수준을 면치 못했죠.

2000년대 대전 대덕구 문평동 사업장

그러다 2000년 1월과 3월 벤처 투자 붐에 힘입어 기관투자가를 대상으로 한 제3자 배정 유상증자로 각각 32억 원(액면가의 16배), 280억 원(액면가의 80배)을 투자 받아 세계적 규모의 DNA 합성 공장을 대전에 지어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게 됐습니다. 국제 컨소시엄이 인간 유전체(genome) 지도 초안 발표를 앞둔 시점이어서 유전자 특허 등으로 막대한 수익을 거둘 것으로 기대되는 유전자 기술 기업에 대해 전 세계적으로 대대적인 투자가 이뤄지던 시기였죠. 국내에서는 바이오니아가 PCR, DNA 합성과 염기서열분석 등 유전자 연구에 필요한 장비와 시약들을 개발한 유일한 기업이어서 기관투자자들이 서울 여의도에서 버스를 대절해 청주 사업장으로 찾아왔고 대규모 투자로 이어졌습니다.

매출이 작았던 창업 초기에는 흑자를 냈지만 연구개발에 투자할 여유가 없었습니다. 투자를 많이 받자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연구개발에 많은 투자를 하면서 적자를 내기 시작했어요. 하지만 그런 투자 덕분에 세계적 규모의 DNA 합성 공장을 완성하고 RNA 올리고도 양산할 수 있게 됐죠. 또 DNA·RNA 기술을 기반으로 감염병 분자진단, siRNA 신약 등 개발로 영역을 확장할 수 있었습니다. 바이오니아가 체외진단 의료기기인 분자진단 키트와 장비 시장에서 주목을 끌기 시작한 것은 2009년 신종플루(H1N1 인플루엔자)가 대유행할 때였습니다. 그해 1월 국산 분자진단장비 1호인 Exicycler™를 의료기기로 허가받았고 신종플루가 해외에서 확산하자 신속하게 진단키트를 개발했죠. 신종플루가 7월 국내 상륙하자 유일하게 의료기기로 긴급승인을 받아 200만 명 검사분을 공급했습니다. 우리나라가 환각 등 신경정신계 이상반응을 일으켜 논란이 끊이지 않았던 치료제 ‘타미플루’를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73만여 확진자에게만 처방하고 감염 확산을 막는 데 기여했죠. 이어 2020년 코로나19 대유행기에 진단키트와 장비를 세계 90여 개국에 수출해 그동안의 누적 적자를 웃도는 흑자를 냈고, 분자진단 매출 1조 원 시대를 열어갈 축구장 6배 넓이의 글로벌센터를 개소하는 등 더 높이 도약할 수 있는 발판도 마련했어요.

글로벌센터 - 2022 창립 30주년

Q. 기업을 운영하면서 가장 어려웠던 시기는 언제였나요?

A.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와 그 전후의 두 차례 화재 등을 꼽을 수 있습니다.

창업 3년차인 1994년 DNA 올리고 합성 서비스 주문이 늘어나 미국산 합성기를 3대로 늘렸는데 1995년 초 컨테이너에 설치한 DNA 합성실이 난방용 가스난로 과열로 새벽 1시쯤 불이 나 잿더미가 됐어요. 합성기를 미국에 주문하더라도 국내로 들어오기까지 2개월 이상 기다려야 해 고객들이 다 떨어져 나갈 위기를 맞았죠. 이런 어려움 속에서도 그해 매출이 11억여 원으로 전년의 2배로 늘어나고 흑자를 내 9명의 직원을 새로 뽑았어요.

두 번째 화재는 후유증이 컸습니다. 2000년 투자를 원하는 기관투자자들을 대상으로 유상증자를 실시해 조달한 280억 원으로 DNA 합성에 사용되는 원료(A, T, G, C DNA phosphoramidites)를 양산할 플랜트와 384종의 DNA 병렬합성기 40여 대와 자동 정제기·분주기를 세팅할 당시 세계 최대 규모의 DNA 합성 공장을 지었는데 2002년 5월 말 원료 생산 플랜트 시운전 중 정전기로 불이 났어요. 화재보험에 가입돼 있어 플랜트 피해액을 반 정도로 줄일 수 있었고 그해 9월 플랜트를 복구해 양산한 원료와 기존 합성기로 DNA 올리고를 합성 서비스하기 시작했죠. 하지만 미국 기업의 안티센스 DNA 신약 임상시험 실패까지 겹쳐 대규모 수요처가 사라졌습니다. 2003년 4월 하루 최대 3만 종의 DNA 올리고 합성시설 1단계 가동에 들어갔지만 막대한 잠재수요를 예상하며 세계 최대 규모의 DNA 올리고 합성 공장을 짓고 인력을 대거 채용했다가 혹독한 대가를 치렀어요.

보호종료 청소년 자립지원 성금 기탁 (2021년)

회사 분위기가 뒤숭숭했지만 자체 개발 합성기로 대량생산한 올리고는 2004년 산업자원부로부터 ‘세계일류상품’으로 선정되고 ‘신기술’ 인증도 받았습니다. 단백질을 만드는 mRNA를 분해함으로써 특정 유전자의 발현을 억제하는 RNA 간섭(interference) 현상을 활용한 유전자 기능 연구와 신약 개발에 필요한 siRNA 등 RNA 올리고로 탈출구를 모색하며 고난의 행군을 이어갔죠. 결국 난치병 치료제가 될 잠재력을 가졌지만 혈액·세포에서 쉽게 분해되고 간 이외 장기·조직으로의 전달 효율이 크게 떨어지는 siRNA의 약점을 해결할 수 있는 ‘초분자 siRNA 나노 구조체(SAMiRNA)’를 발명해 세계 각국에 특허 출원·등록하고 탈모 완화 화장품과 폐·신장 섬유증, 치매의 주된 원인인 알츠하이머병 등 난치병 치료제 개발에 물꼬를 텄습니다.

Q. 현재 바이오니아의 주력 제품은 무엇인가요?

A. 별도 매출 기준으로는 분자진단 및 유전자 연구용 시약·장비·효소·단백질과 DNA·RNA 올리고가 주력 제품입니다. 질병 단백질을 만드는 mRNA를 분해해 질병을 치료하는 하는 짧은 이중가닥 RNA인 siRNA와 세계 첫 RNA 기술 기반 탈모 완화 화장품 ‘코스메르나’의 핵심 원료, PCR용 올리고(프라이머·프로브)도 DNA·RNA 올리고에 속합니다.

분자진단 및 유전자 연구용 제품은 시료에서 유전자의 핵산(DNA·RNA)을 추출하고 여기에 병원체 등의 표적 핵산이 있으면 실시간(Realtime) PCR 방식으로 대량 증폭해 감염병에 걸렸는지, 원인 병원체가 무엇인지, 환자에게 약물치료 효과가 있는지 판별하는 데 사용됩니다. 질병 단백질을 만드는 mRNA를 분해함으로써 표적 유전자를 억제하는 후보 약물의 효능 등을 평가하는 데도 쓰입니다.

분자진단 및 유전자 연구용 장비로는 시료에서 유전자의 핵산(을 추출하는 자동화 장비(ExiPrep™ 48 Dx와 ExiPrep™ 96 Lite), 추출한 핵산 중 표적 부위가 있으면 대량으로 증폭하는 실시간 PCR 장비(Exicycler™ 96) 등을 국내 첫 국산화하거나 아시아 최초로 개발해 선진국 수준의 진단·연구개발 환경을 만드는 데 기여해 왔습니다. ‘바이오 산업은 특허로 보호받는 제조업’이라는 모토 아래 국내외에 등록·출원한 특허도 630여 건에 이릅니다.

탈모 완화 화장품 ‘코스메르나’

올해 5월 초 자사몰(cosmerna.com), 6월 13일 아마존 영국 스토어를 통해 글로벌 시장에 출시한 탈모 완화 화장품 ‘코스메르나’도 유럽·북미를 포함한 세계 6대륙 모두에서 여성을 포함한 탈모인들의 구매가 잇따라 매출 성장에 큰 역할을 할 것입니다. 1~2주 간격으로 탈모 부위에 바르면 돼 편리하고, 국내와 유럽 인체적용시험에서 4개월 정도 바르면 남녀 구분 없이 탈모 증상이 완화된 데다 부작용 사례가 나타나지 않아 안전합니다. 저도 효능과 안전성 검증 차원에서 3년째 바르고 있는데 머리숱이 늘어나는 효과를 봤습니다.

연결 매출 기준으로는 코로나19 등 분자진단 제품의 매출 비중이 줄어든 반면 바이오니아가 한국인 산모에게서 분리 동정한 유산균주(락토바실러스 가세리 BNR17)로 체지방 감소 기능성 유산균 시대를 연 자회사 에이스바이옴의 비중이 커지고 있습니다. 에이스바이옴은 ‘비에날씬’ 등 판매로 2022년 매출 1,600억 원을 넘어섰고 올해도 고속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바이오니아의 연결기준 매출은 2019년 363억 원에서 코로나19가 대유행한 2020년 2,070억 원으로 급증한 이후 올해까지 4년 연속 2,000억 원대 매출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연구용 제품 일변도에서 일반 국민과 소비자들이 사용하는 분자진단, 기능성 유산균 제품, 탈모 완화 화장품으로 영역이 확장되면서 관련 매출이 급성장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충남대 명예 창업학박사 박한오 회장 (2023년)

Q. 제품의 핵심 기술이나 경쟁은?

A. 바이오니아는 창업 이후 30여 년간 생명공학 연구와 분자진단, 신약 연구개발에 필요한 300여 종의 효소·단백질·시약과 자동 핵산(DNA·RNA) 추출장비(ExiPrep™ 시리즈), PCR 장비(Exicycler™ 시리즈), 단백질 자동 합성장비(ExiProgen™) 등을 국내 처음으로 국산화하거나 아시아·세계 최초로 개발해 선진국 수준의 연구개발·진단 환경을 만드는 데 기여해 왔습니다. ‘바이오 산업은 특허로 보호받는 제조업’이라는 모토 아래 국내외에 등록·출원한 특허도 630여 건에 이릅니다.

DNA 올리고의 경우 처음에는 외국산 합성기와 원료(A, T, G, C DNA phosphoramidites)로 합성 서비스했지만 2003년 기술자립을 달성했습니다. DNA 합성 원료 플랜트에 이어 이 원료로 염기서열이 다른 384종의 DNA 올리고를 양산할 수 있는 자체 개발 자동 합성기·정제기·분주기로 세계 최대 규모의 합성시설(하루 최대 3만 종 합성)을 구축한 결과죠.

바이오니아는 분자진단 장비·키트는 물론 키트의 핵심 원료·소재(DNA·RNA올리고, 프라이머, 프로브, 다크 퀜처, 자성 나노비드 등)까지 자체 개발·생산하는 국내 하나뿐인 토털 솔루션 기업입니다. 이런 사업 포트폴리오를 가진 기업은 전 세계적으로도 매우 드물어요.

이런 원천기술을 바탕으로 인류의 건강을 위협하는 각종 질병과 신종 감염병을 분자진단하는 첨단 장비·키트들을 지속적으로 개발해 우리나라가 세계 최고 수준의 감염병 진단 능력을 구축하는 데 기여했습니다. 2020년 코로나19 대유행기에 진단제품 공급 국가를 90여 개국으로 늘린 원동력이죠.

2000년대 초반부터 질병 단백질을 만드는 mRNA를 분해하는 siRNA 연구에 뛰어들어 2009년 기존 siRNA 약물의 문제점을 대부분 해결한 ‘초분자 siRNA 나노 구조체(SAMiRNA™)’를 발명해 전 세계에 특허 출원·등록했습니다. siRNA는 질병을 근본적으로 치료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졌지만 혈액·세포에서 쉽게 분해되고 표적 장기·조직으로의 전달 효율이 크게 떨어지는 단점이 있어요. 폐·신장·간 섬유증 치료제 후보물질의 경우 자회사 써나젠테라퓨틱스를 통해 올 하반기 호주 임상시험을 준비 중입니다.

Q. 지역의 대학이나 출연연 등과도 협력을 하고 있는데, 어떻게 교류협력을 하고 있나요?

A. 바이오 업종 특성상 제 ‘친정’인 생명공학연구원과 공동 프로젝트를 진행한 게 많은 편입니다. 바이오니아는 DNA 올리고 합성원료 플랜트를 2002년 9월 가동하고, 2003년에는 이 원료와 한 번에 염기서열이 다른 384종의 DNA 올리고를 생산할 수 있는 자체 개발 합성기(HT-Oligo 384)로 DNA 올리고 양산에 들어갔습니다.

이어 2003~2006년 산업자원부의 지원을 받아 생명공학연구원 국가유전체정보센터와 공동으로 ‘효율적인 siRNA 디자인 알고리즘’을 국내 첫 개발했어요. 유전자 기능, 질병 등과 관련된 다양한 정보를 활용해 대부분의 인간 유전자를 대상으로 설계된 siRNA의 유전자 기능 저해(knock-down) 효율이 우수한 3개씩의 프리메이드(Pre-made) siRNA 라이브러리도 세계 세 번째로 구축했습니다. siRNA가 표적 mRNA 분해를 유도해 표적 단백질 합성을 저해한다는 사실을 규명한 과학자들이 2006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하기 전에 이뤄낸 성과들입니다.

바이오니아는 알고리즘과 라이브러리를 질병 관련 유전자 검증, 질병 단백질 등 표적 단백질을 만드는 mRNA를 효율적으로 분해(표적 유전자 기능 저해 효율 80% 이상)하는 siRNA 설계 및 합성 서비스에 활용하고 있습니다. 생명공학연구원과는 2021년 mRNA 기반의 치료제·백신을 개발하는 연구소기업 알엔에이팜도 설립했습니다.

다른 국책연구기관들과도 한 번에 DNA 올리고 1만 8,800종을 소량씩 경제적으로 생산할 수 있는 유전자 합성용 1메가베이스(MB) 합성기, 공기 중의 휘발성 유기화합물(VOCs) 등의 성분을 실시간으로 정량분석할 수 있는 ppb급 휴대용 가스크로마토그래피(AccuGC™100) 등을 개발했어요. 1MB 합성기를 1회 가동하면 기존 HT-Oligo 384 합성기의 49배나 되는 1만8,800종의 DNA 올리고를 얻을 수 있고, 이를 유전체(genome) 설계도에 맞춰 연결하면 간단한 합성 생물체를 만들 수 있죠. 석유화학 제품, 의약품 등을 포함한 글로벌 물적 투입요소 중 60% 이상을 바이오 공정으로 생산·공급하는 합성생물학의 시대, 바이오 기반 경제의 기초 인프라가 될 것으로 기대합니다.

충남대와는 우리가 아시아 최초로 개발한 실시간 PCR 장비와 진단키트로 분자진단 인재를 양성하는 교육과정을 만들어 운영했습니다. 여기서 교육 받은 인재들은 우리나라가 분자진단 강국으로 발돋움하고, 코로나19 대유행 기간 미국 등 선진국보다 빨리 진단 제품을 만들어 전 세계로 수출하는 주춧돌 역할을 했습니다.

코스닥 상장 (2005년) / 범부처사업단 10대 대표 과제 현판 (2023년) - 생물공학 기업대상 수상 (2023년)

Q. 연구개발·마케팅·경영 등 다양한 지역인재 양성을 주장하고 계신 것으로 아는데 복안이 무엇인지요?

A. 과학기술 분야의 정부출연연구기관 등이 몰려 있는 대전은 과학기술 집적도가 미국 샌프란시스코·보스턴 등에 이어 세계 7위입니다. 한국생명공학연구원, 한국화학연구원, 한국전자통신연구원, 한국기계연구원 등 바이오 및 융합연구에 필요한 다양한 연구기관과 대학 등이 밀집돼 있어 바이오 이노베이션에 적합하죠. 대전권 바이오 기업들의 연구개발 혁신성도 세계적 수준입니다.

인도네시아 코로나19 분자진단

바이오 산업은 글로벌 시장을 공략해 수익을 올려야 성공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대전에 글로벌시장에서 기술이나 물건을 팔아 돈을 벌 수 있는 능력을 갖춘 기업과 무역, 국제 계약·입찰 전문지식 등을 갖춘 인재가 얼마나 될까요. 대전에는 우수 연구인력이 많지만 첨단 기술을 사업화해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시킬 수 있는 글로벌 마케터, 글로벌 마케팅·영업 역량을 가진 비즈니스 인재는 턱없이 부족합니다. 글로벌 비즈니스맨을 양성하는 MBA 과정이 있는 경영대학원도 없습니다. 그래서 첨단 기술을 가진 지역 대표 기업들도 매출 1조 원 이상하는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어요.

미국 샌프란시스코와 보스턴은 박사학위를 가진 인력의 1/3가량이 영업·마케팅·BD(business development) 영역에서 활약하고 있어요. 스탠퍼드와 버클리, 하버드와 MIT 등 세계 최고 수준의 경영대학원에서 평생 비즈니스 트레이닝을 받으면서 최고의 글로벌 비즈니스 전사들을 양성해 내죠. 글로벌 제약사들은 마케팅에 매출의 30% 이상을 투자합니다. 연구개발 투자의 2배죠. 전체 영업·마케팅 인력은 연구원 수의 10배가 넘습니다.

합성 DNS 자동 분주

실리콘밸리에는 사업을 기획하고, 파트너십·라이센싱하고, 글로벌 마케팅·영업을 하는 비즈니스 인재(business developer)가 수없이 많아요. 대덕테크노밸리에 연구개발하는 박사가 2만 명 있으니 실리콘밸리처럼 되려면 글로벌 마케터를 포함해 2만~10만 명의 비즈니스맨이 있어야 글로벌 기업들이 많이 나올 수 있습니다.

대덕테크노밸리 기업들이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려면 지역대학 등과 협력해 실용적이고 전문적인 글로벌 비즈니스맨 육성 프로그램을 하루 빨리 운영해야 합니다. 현장에서 오랫동안 수많은 비즈니스 경험을 해본 최고의 전문가들이 여기에서 노하우를 전수해 주어야 하고요. 그래야 기업은 물론 지역 대학도 같이 발전하고 인재 양성과 지역균형발전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정부와 대전시, 대학과 기업의 협력이 필요합니다. 좋은 일자리를 찾으려는 세계 각국의 우수 인재들을 대전으로 끌어들이는 효과도 있습니다.

대덕특구 기업의 경쟁력 제고 차원에서 KTX로 1시간 안에 서울을 오갈 수 있는 대전역 역세권에 ‘헤드쿼터(본부) 빌딩’ 건립도 적극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습니다. 우수 인재들을 뽑고 해외 파트너 등과의 비즈니스에 큰 도움이 됩니다. 대전역에서 대덕특구로 이동하는 시간이 서울에서 대전역까지 오는 시간과 비슷해선 곤란합니다.

남공주산단 투자협약(공주시장, 충남지사) (2021년)

Q. 향후 바이오니아의 비전이나 꿈은 무엇인지요?

A. 대전을 기반으로 성장해 온 바이오니아를 삼성전자 같은 세계적 기업, 수십조 원 규모의 매출을 올리는 글로벌 헬스케어 기업으로 도약시키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 바이오니아는 ‘질병 예방·진단·치료 혁신기술을 창조하고 전 세계로 보급하는 미래 헬스케어 최고 기업’이 되자는 비전과 경영철학 실천을 위해 매진하고 있습니다.

대한민국이 선진국으로 진입하기까지 중화학공업, 전자·자동차·하이테크 산업의 성공이 큰 역할을 했는데, 명실상부한 선진국으로 확고히 자리 잡으려면 헬스케어 부문에서 세계적인 기업이 나와야 합니다. 국내 1호 바이오 벤처인 바이오니아는 글로벌 헬스케어 기업으로 발돋움하기 위해 분자진단, siRNA, mRNA 등 정밀의학 관련 원천기술 개발과 업그레이드 작업을 끊임없이 추진해 왔습니다.

분자진단 시장에서는 기존 장비의 문제점을 대부분 해결한 차세대 장비 2종(증상 기반 현장 분자진단장비 IRON-qPCR™, 전자동 대량 분자진단장비 ExiStation™ FA 96/384)과 진단키트들을 올해 하반기부터 글로벌 시장에 잇따라 출시해 머잖아 연 매출 1조 원을 돌파할 겁니다. DNA·RNA·유전자·유전체(genome) 합성, 나노 신소재와 자회사들이 영위하는 체지방 감소 BNR17 유산균 등 기능성 프로바이오틱스, siRNA 치료제, mRNA 치료제·백신 부문을 아울러 연결 기준 연 매출 10조 원 규모의 글로벌 헬스케어 기업으로 우뚝 서고자 합니다.

일억불 수출의탑 수상 (2021년)

신약의 경우 섬유화증, 치매의 주된 원인인 알츠하이머병 등을 유발하는 질병 단백질을 만드는 mRNA를 선택적으로 분해시켜 별다른 부작용 없이 근본적으로 치료할 수 있는 초분자 siRNA 나노 구조체(SAMiRNA)를 발명했으며 자회사 써나젠테라퓨틱스가 이를 기반으로 한 혁신적 치료제들을 개발 중입니다. 선도 프로젝트로 폐·신장 등을 망가뜨리는 섬유화증을 치료하는 신약후보물질에 대해 올해 하반기 호주에서 임상시험에 들어갈 계획입니다.

바이오니아가 지난 5월 세계 첫 상용화한 RNA 기술 기반의 탈모 완화 화장품 ‘코스메르나(CosmeRNA)’는 잠재시장이 의약품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큽니다. 세계 남녀 탈모 인구가 20억 명에 이르고 대량생산을 통해 가격을 낮추면 1억~2억 명의 고객을 확보할 수 있는 엄청난 포텐셜을 갖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 대당 생산량을 10배 늘린 차세대 대용량 합성기를 개발하고 부지 공사가 끝난 남공주산업단지 6만여㎡ 부지에 월 100만 개의 코스메르나 완제품을 만들 수 있는 특허 원료 공장을 2025년까지 완공할 계획입니다. 적극적인 글로벌 마케팅으로 코스메르나를 탈모 시장의 게임체인저로 자리매김해 나가겠습니다.

범부처사업단 10대 대표 과제 현판 (2023년)

시장조사기관들에 따르면 세계 탈모관련 의약품·의료기기 시장(Grand View Research)은 2021년 78억 달러에서 2028년 142억 달러로, 탈모관련 샴푸·화장품 시장(The Insight Partners)은 같은 기간 236억 달러에서 315억 달러로 커질 전망입니다.

바이오니아 박한오 대표

바이오니아 박한오 대표이사

학력

우신고등학교
서울대학교 자연과학대학 화학과 학사(1984년)
한국과학기술원(KAIST) 화학과 석사(1986년)
한국과학기술원(KAIST) 화학과 박사(1992년)

경력

1992년 ~ 현재 (주)바이오니아 대표이사/사장
2019년 ~ 현재 (주)써나젠테라퓨틱스 대표이사
2021년 ~ 현재 (주)알엔에이팜 대표이사
1986년 ~ 1992년 생명공학연구소 분자세포생물학 연구원
2001년 ~ 현재 한국바이오협회 부회장
2006년 ~ 2010년 한국과학기술원 바이오 시스템학과 겸임교수
2006년 서강대학교 바이오융합기술협동과정 겸임교수
2011년 국가교육과학기술자문회의 자문위원
2011년 ~ 2013년 교육과학기술부 미래인재포럼 위원
2011년 ~ 현재 (사)한국화생방방어학회 부회장
2011년 ~ 2013년 국가과학기술위원회 평가전문위원
2012년 ~ 2014년 세계경제포럼 생명공학분야 글로벌아젠다 자문위원
2013년 ~ 2014년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자문위원
2015년 한국생물공학회 부회장
2015년 대한화학회 부회장
2015년 ~ 현재 한국공학한림원 회원
2018년 한국미생물생명공학회 부회장
2019년 ~ 2022년 한국연구장비산업협회 회장

수상

1997년 중소기업대상 창업부문 대상
1998년 벤처기업대상 국무총리 표창
2000년 중소기업청 신지식인 선정
2002년 벤처기업대상 대통령 표창
2008년 발명의날 기념 발명유공자 표창
2012년 중소기업 지식재산 경영인대회 대상
2013년 무역의날 산업발전 유공자 산업통상자원부장관 표창
2016년 KAIST 자랑스러운 동문상
2019년 산학협력유공자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 표창
2020년 보건의료기술 진흥 유공자 보건복지부장관 표창
2020년 대전시 경제과학대상 수상 및 바이오산업발전 유공자 대전시장 표창
2021년 벤처창업진흥 유공자 금탑산업훈장 수훈
2023년 생물공학 기업대상
2023년 포스코 청암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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