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관 20주년을 맞이한 대전예술의전당의 김덕규 제8대 관장

최성미 기자 승인 2023.08.07 15:54 의견 0
대전예술의전당 김덕규 관장

문화 일류도시를 꿈꾸는 대전 문화예술의 중심 대전예술의전당의 김덕규 관장은 작곡, 합창지휘, 예술행정가를 두루 거치며 전문음악인이자 교육자, 행정가의 길을 걸어왔다.

가는 곳마다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열정과 도전으로 성장과 변화의 원동력이 되었기에 개관 20주년을 맞이한 대전예술의전당을 바라보는 기대가 자못 크다. 나아갈 30년을 꿈꾸며 바쁜 걸음 내딛고 있는 김덕규 관장을 만나본다.

◆ 안녕하세요. 먼저 대전예술의전당 관장 취임을 축하드립니다. 취임 100일을 지나며 소감 먼저 부탁드립니다.

◇ 제가 대전예술의전당(이하 예당)에 와서 느낀 점은 두 가지입니다. 첫째로는 예당의 업무가 너무도 방대하다는 겁니다. 12년간 시립청소년합창단 지휘자로 예당과 함께했고 또한 대학에 있으면서도 평생 예당을 떠나본 적이 없다고 생각했어요. 많이 이해한다고 생각했는데 와서 보니 생각했던 것 보다 업무의 다양성과 결정해야 할 사안 등 업무의 폭이 너무도 방대해요. 둘째로, 올해가 개관 20년인데 그동안 어떻게 이렇게 잘해왔을까 살펴보니 예당의 모든 직원들이 각 팀마다 조직적으로 시스템 화해서 열정과 헌신으로 20년을 지탱해 온 거죠. 밤낮없이 일하는 직원들이 함께 이 많은 방대한 일을 해내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저도 정말 열심히 해야만 되겠다는 생각하고 있습니다.

◆ 중부권 문화예술의 중심이라고 할 수 있는 대전예술의전당의 가장 당면한 과제는 무엇이라 생각하시나요?

◇ 제가 생각하는 가장 당면한 과제는 대전 만의 콘텐츠를 만드는 것입니다. 예당은 대전예술의 나아갈 방향을 설정하며 비전을 제시하고, 예술인뿐 아니라 문화예술에 관련된 모든 것이 집결되는 상징체라고 생각해요. 여기서 무엇을 결정하고 앞으로 어떻게 해나가야 할 것인가는 무척 중요합니다. 대전 만의 콘텐츠를 고민해 볼 때, 하나는 대전이 자랑하는 대전만의 전통의 가치를 담아내는 예술적 콘텐츠가 무엇인가를 찾는 것이고, 또 하나는 미래가치를 담아내는 예술적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것이 시급한 과제라고 봅니다. 그동안 열심히는 했으나 안타깝게도 대전하면 떠오르는 게 없어요. 저는 예당과 함께 대전하면 떠오르는 대전만의 콘텐츠를 만들어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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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대해 보겠습니다. 특별히 올해는 예당의 20주년이 되는 해입니다. 그동안의 성과는 무엇이며 올해의 계획은 무엇인가요?

◇ 대전예술의전당은 서울 예술의전당을 제외하고 중부권 이하 최고의 예술의전당으로 각광 받고 있어요. 쉬운 말로 대전의 문화예술은 ‘비포 예당 애프터 예당’이라고 해요. 물론 지리적 요건의 강점도 있지만, 수준 높은 제작 기획공연으로 함께 만들어 온 역량에 대한 관객들의 호응과 수준을 종합해서 나오는 평가라고 생각하는데 지방 공연장으로서는 최고의 수준이라는 평가가 그동안의 가장 큰 성과라고 봅니다.

올해는 개관 20주년을 맞이하여 10월 첫 주부터 둘째 주까지 ‘해피버스데이 위크’로 정했어요. 많은 공연 등 여러 가지가 준비되고 있지만 가장 크게 준비하는 것은 야외광장 축하 공연으로 10월 5일 예당 야외광장 무대에 많은 시민과 시민을 대표하는 분들을 포함해서 3000여 분 모시려고 합니다. 등받이 없는 의자를 놓고 앉을 수 있는 수용 가능 인원을 이미 조사했어요. 그날은 과거 활동 자료 영상 감상 등 지금까지 대전예술의전당과 함께 호흡했던 지역 예술인들을 살펴보고, 그리고 차세대 예술인들은 또 누구인지를 생각해보는 개관 20주년 축하 공연을 준비하고 있어요.

또, ‘대전예술의전당 개관 20년사’를 만들려고 해요. 과거 우리는 무엇을 했나 어떻게 했나 이것을 한번 짚어보고 반성하고 무엇을 잘했나 어떻게 해야 하는가를 생각해보려고 합니다.

50년을 주기로 했을 때 지나온 20년을 정리한다면 앞으로 30년 미래는 어떻게 할 것인가 하는 미래를 내다보는 장기 비전을 위한 미래 포럼 세미나를 예술인뿐 아니라 과학자 및 기타 공연예술계의 석학들을 모시고 가질 계획이에요. 카이스트, 서울 예술의전당 관계자들 섭외해서 준비 중입니다.

부대 사업으로는 예술의전당과 관계있는 재미있는 사진들을 시민들로부터 제공 받아서 지하에서부터 시민들이 참여하는 사진전을 하며 지난 20년을 회고하고 추억에 젖어볼 수 있는 시간을 가지려고 합니다. 당일 깜짝 이벤트도 마련하려고 합니다.

◆ 많은 준비가 진행되고 있군요. 다음으로 대전은 카이스트 등 연구단지가 자리 잡고 있는 과학예술의 도시입니다. 과학과 문화예술의 융합과 관련해서 어떤 계획이 있으신지요?

◇ 이제는 공연문화도 4차 산업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시대입니다. 과학 수도라고 할 수 있는 대전에서는 예술과 과학이 만나는 ‘아티언스’라는 말을 이미 써오긴 했지만 실질적으로 피부에 와닿진 않았던 것 같아요.

저는 예당 관장으로 가면 하고 싶은 일이 있었어요. 바로 아티언스 대전을 구현해 보는 건데요, 미래극장이라 불리는 실험 무대를 통해 해보려고 합니다.

예를 들면 두 발로 걷는 로봇 ‘휴보’가 지금까지 산업용으로 쓰였다면 이제는 문화예술과 함께 하는 거예요. 더 이상 로봇이 산업용 보조용이 아니에요. 이 로봇들이 작곡도 하고 글을 쓰고 지휘도 하고 그림도 그리고 다 하고 있어요. 그 미래극장을 열어서 사이언스 과학자들과 협업하고 어떻게 로봇과 사람이 공존할 수 있는가를 시도해보려고 해요. 대전에 가면 미래극장이라고 하는 실험 무대가 열린다고 하는 것이죠. 비록 이것이 실험이고 실패할 수 있을지라도 도전해보려고 합니다. 카이스트와 업무 협약을 비롯 관련 교수님들과 여러 사안을 계획 중에 있어요.

또한, 카이스트뿐 아니라 26개 출연연구소에 그들이 가지고 있는 공연장을 대전 예당에 집중된 대관 수요를 분산하여 지역 곳곳에서 공연을 접할 수 있도록 하려고 합니다. 카이스트홀, 에트리홀 등 우리 콘텐츠와 출연연과의 교류를 계획 중입니다.

◆ 문화예술은 다수의 시민들의 공감으로 그 영향력이 발휘됩니다. 대전 시민이 함께 공감하는 기획에 대하여 소개해주세요.

◇ 이미 대전 시민교향악단이 단원 50명으로 창단이 되었고 내년에는 80명으로 늘어날 예정이며, 시민합창단 또한 만들어질 것입니다. 시 소속 5개 단체와는 구별하여, 대전시 어디를 가도 편하게 시민교향악단이나 합창단의 소리를 들을 수 있도록 시민들 속에 널리 깊숙이 들어가며 시민과 함께하는 시민예술단이 만들어지는 거죠. 외에도 지역 예술인들과 함께 봄을 여는 시즌 공연 ‘스프링 페스티벌’, 가족들이 아이들과 함께 와서 보고 즐기는 ‘빛깔있는 여름축제’, ‘잠들기 전 심야극장’, ‘아침을 여는 클래식’ 등 시민들과 더 가까이하며 함께하는 공연, 더 만족을 드리는 공연을 기획하고 있습니다.

◆ 관장님의 취임사 중 대한민국의 중심, 문화예술의 명소 대전예술의전당으로 이끌겠다는 포부가 인상적이었습니다. 지역을 넘어 수도권을 앞서나가 세계 속의 대전예술의전당으로 가기 위한 준비는 무엇일까요?

◇ 저는 취임사에서 우리가 2등을 넘자, 2등을 넘어야 한다고 말씀을 드렸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첫째, 어떤 공연이 얼마만큼 빨리 오는가가 중요하고, 다음으로 대전예술의전당이 관객들에게 어떤 서비스를 하는가가 중요하다고 봅니다. 좋은 공연이 온다는 것은 세계적인 아티스트들이 와서 그들의 예술혼, 열정을 다 풀어내고 거기에 시민들은 감동을 받는 것이죠. 그런 공연 정보 교류를 위한 AAPPAC(아팩:아시아태평양 공연예술센터 연합회)에 재가입했고 오는 9월에 참석할 예정이며 25년 우리 예당에서도 주최하고자 하는 제안이 되어있습니다. 더 많은 교류를 통해 더 좋은 것은 빨리 들여오고 아티언스에서 일어나는 우리만의 콘텐츠가 있다면 오히려 팔 수도 있다고 봅니다.

서비스 분야는 사실 아직 멀었는데요. 메타버스를 공부하면서 그 수준에 이르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싶어요. 메타버스로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한눈에 볼 수 있는 그런 서비스 기반을 만들기를 원해요.

◆ 대전 시민들에게 있어 관장님은 대전 시립 청소년 합창단의 열정적인 지휘자로 많이 기억되는 것 같습니다. 합창단의 지휘자에서 대전 문화예술 행정의 지휘자가 되셨는데요, 음악인의 길, 또한 행정가의 길을 가게 되신 계기가 궁금합니다.

◇ 제 고향은 공주 유구인데요, 어린 시절 초등학교 친구들이 거의 교회를 다니다 보니 초등학교 때 여름성경학교에 참가하고, 크리스마스 행사를 통해서 연극을 하고, 성가대를 했던 경험들이 제가 음악을 하게 된 계기가 된 것 같아요. 고등학교는 사대부고를 나왔는데 사실 아버지는 법대를 가기를 원하셨어요. 당시 특별활동으로 합창경연대회를 일 년 내내 연습하곤 했는데 그때 공주여고 음악선생님이 어느 날, 저를 보시고 넌 작곡을 하면 잘할 것 같다고 말씀하셨어요. 처음에는 작곡이 뭔지 잘 모르다가 매력을 느끼게 됐고 결국 그 선생님 한마디가 제 일생을 바꾸게 되었어요. 음악을 한다는 말을 들은 아버지는 실망하셨고 저는 재수를 하면서 작곡과를 가게 되었는데 그때 인생의 많은 어려움을 겪었어요. 이후 돈 벌어서 유학을 가야겠다고 마음먹고 음악 선생님을 했었고, 학비가 없는 독일 뢰벤스부르그 유학 후 중부대학에 교수가 되었어요. 그런데 정말 하고 싶은 것은 합창지휘였어요. 43세에 가족들의 만류를 뿌리치고 미국으로 합창지휘를 공부하러 갔어요. 공부를 마치고 오니 시에서 지휘자로 불러주셔서 청소년 시립합창단 지휘를 12년간 했어요. 전공을 합창지휘를 했으니 저한테는 아이디어가 많았고 또 하고 싶은 공부를 하다 보니 보다 많은 것을 받아들여서 그 열정을 합창단에 쏟아부었던 것 같아요. 그 후에 대학에서 당시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통폐합으로 예술대와 체육대를 합치게 되었고 학장을 맡게 되었는데 쉽지 않은 일이었고 그때 2년간 행정을 많이 배웠어요. 그리고 막연한 자신감이 붙었어요. 예당 등 보다 폭 넓은 예술 행정에 관심을 갖게 되었지요.

◆ 끝으로 대전예술의전당을 찾는 시민들에게 당부 말씀이 있다면?

◇ 예당을 많이 많이 찾아와주시고 많이 사랑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사실 여기 민원도 많고 어려운 일들이 많은데 저를 비롯하여 직원들이 밤낮없이 노력하고 있습니다. 자주 오시고 사랑해주시고 기대해주시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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