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동환의 골프이야기] 준우승이지만 자랑스러운 신지애

육동환 편집위원 승인 2023.08.11 16:13 의견 0

신지애(35세)가 지난 10일 미국 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시즌 세 번째 메이저대회인 제78회 US 여자오픈(총상금 1100만 달러)에서 준우승을 차지했지만, 우승보다 자랑스럽다,

팬데믹 사태로 세상이 어수선하고 물가폭등으로 모두가 우울했는데, 신지애가 희망을 줬다.

IMF 사태로 국민이 시름에 빠져 골프채를 들고 다니는 게 눈치 보였을 때 박세리가 해저드에 빠진 공을 맨발로 쳐내 US 여자오픈 우승을 차지하여 국민에게 희망을 보였던 게 25년 전이다.

그 당시 신지애는 TV로 중계된 박세리를 보고 골프를 시작해 한국 여자골프 전성기를 만든 ‘세리 키즈’로 어느새 30대 중반에 접어들었다. 최나연과 김하늘은 은퇴했고 박인비는 얼마 전 출산하여 엄마가 됐다.

그러나 유독 신지애는 열 살쯤 어린 후 배들과 경쟁하며 여전히 정상급 성적을 냈다.

올해 일본 투어에서 2승을 올렸고 준우승을 3번이나 했다. 지난달 일본 투어 통산 30번째, 전 세계 통틀어 64번째 우승을 달성했다.

신지애는 광주에서 목사인 아버지(신재섭)에 이끌려 초등학교 5학년 때 골프를 시작해 중3 때 교통사고로 어머니를 잃고 함께 중상을 입은 동생들을 돌보며 피눈물 나는 훈련을 이어갔다. 155cm 작은 키와 어려운 가정 형편에도 지독한 연습과 강한 정신력으로 이를 극복했다.

2008년 영국 브리티시여자오픈을 시작으로 2013년까지 미 LPGA 투어에서 11승을 쌓았다. 장타력이 없어도 정확성이 뛰어났고 담력과 집중력을 앞세워 역전승을 거듭해 ‘파이널 퀸’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2010년 세계 랭킹 1위에 올랐다.

2014년 신지애는 일본 투어로 옮기겠다고 선언하고 미 LPGA 투어 카드를 반납했다. 그는 미국에서 손바닥 수술과 허리 부상 등에 시달렸고, 스윙 교정을 시도했다가 감각을 잃어 부진하여 수면제가 없으면 잠을 이루지 못할 만큼 압박감에 시달렸다.

신지애가 일본에서 성공적인 선수 생활을 이어갈 거라고 예상한 사람은 많지 않았다. 한동안 후원 기업을 구하지 못해 로고 없는 흰 모자를 썼다.

신지애는 일본 투어에 전념한 첫해부터 우승을 쌓아나갔다. 가족과 친구들을 자주 만나고 즐거운 마음으로 골프를 하면서 감을 되찾아갔다고 한다. 몸 관리를 철저히 해 2018년 일본 투어 사상 최초로 한 시즌 메이저대회 3승 기록을 세웠고, 이듬해 1년 평균 타수 70타 벽을 처음 깼다. 현재 상금랭킹 2위인 그가 1위에 오른다면 한·미·일 3국에서 상금왕을 차지해본 최초의 선수가 된다.

10일 US 여자오픈에서 준우승한 서른다섯 살 신지애를 많은 팬이 반가워했다. 4년 만에 출전한 페블리치 링크스코스에서 개최된 US 여자오픈에서 그는 전성기로 되돌아간 듯 정교한 샷과 노련한 경기운영과 자신감 넘치는 미소를 보여줬다.

지난해 팔꿈치 수술을 받고 재활한 그는 “1·2라운드에는 어린 선수들의 힘과 스피드를 따라 하려다 템포를 놓쳤지만 3라운드부터는 내 게임을 하자고 마음먹었다. 새로운 후배세대를 지켜보며 감명받아 더 잘하고 더 열심히 해야겠다고 결심했다.”며 “내일 더 발전하는 선수가 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신지애가 자랑스럽다.

팬데믹 사태로 세상이 어수선하고 물가폭등으로 모두가 우울했는데, 신지애가 희망을 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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