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무영의 여행이야기] 지리산 청학동에 숨은 신비한 성전 ‘삼성궁’

소천 정무영 승인 2023.08.11 16:43 의견 0

삼성궁(三聖宮)은 청학동 도인촌(道人村)이 있는 골짜기 서쪽능선너머 해발 850m에 있는 곳으로 정식 이름은 ‘지리산 청학선원 배달궁전 삼성궁’이며 1984년에 삼성사(三聖祠)를 삼성궁으로 개명하였다. 묵계 출신 강민주(한풀선사)가 1983년부터 성황당에 기원을 담듯, 소원을 빌며 지리산 자락에 돌로 솟대를 쌓아 고조선 시대의 소도(蘇塗)를 복원하고 있다. 궁의 이름은 환인, 환웅, 단군을 모신 궁이라는 뜻으로 지었다 한다. 도인촌과 달리 외부인의 출입을 제한하고, 한풀선사를 중심으로 3,333개의 솟대를 쌓아 성전을 이루고 우리 민족 고유의 정신 문화를 되찾아 홍익인간(弘益人間)과 이화세계(理化世界)를 이루고자 무예와 가, 무, 악을 수행하는 도장이다.

도인촌(道人村)은 지리산 삼신봉의 동쪽 능선 아래, 해발 800m 고지 산비탈 자락에 자리 잡은 청학동에는 현재 30여 가구 200여 명의 주민들이 살고 있다. 마을 주민들 대부분은 유교, 교, 독교 사상에서 좋은 점만 모아 민족종교와 접목시킨 유불선 합일 갱정유도(更定儒道)를 믿으며, 우리 고유의 흰색 한복을 입고 상투를 틀고 있는 등 독특한 생활 방식을 취하고 있다. 청학이란 털 빛깔이 푸른색인 학을 이르는 말이며, 이곳은 나라 안에 아무리 큰 난리가 터져도 전혀 해를 입지 않는다는 명당터 10군데, 즉 십승지지중 한 곳이라는 기록이 전해 내려온다.

삼성궁의 솟대는 기러기 모양을 깎아 긴 삭대 끝에 꽂아 마을입구에 세우던 원래의 것과는 전혀 다르다. 마치 전북 진안 마이산 돌탑과 비슷한 것이 있는가 하면 항아리 혹은 맷돌로 쌓은 것 등 다양한 형태의 솟대가 뜰 이곳저곳에 우뚝 서 있다. 기이한 모양의 돌탑이 주변의 청학동 경관과 어우러져 장관을 이룬다.

수행자들은 새벽에 일어나 삼법수행을 하고 해맞이 경배를 드린 뒤 선식으로 아침을 먹고 활쏘기·검술 등 전통무예와 선무를 익히며, 오후에는 솟대를 세우거나 밭을 일구고, 저녁에는 법문을 공부한다. 한풀선사와 수행자들이 이곳이 소도라는 것을 알리기 위해 솟대를 쌓고 있다. 한반도와 만주를 상징하여 조성한 연못, 한낮에도 햇빛 한점 들지 않는 토굴, 전시관, 전통찻집 아사달, 천궁, 숙소 등이 여기저기 흩어져 맷돌·절구통·다듬잇돌 등으로 꾸며진 길과 담장과 함께 짜임새 있게 가꾸어져 있다.

청학동박물관(靑鶴洞博物館)은 삼성궁(三聖宮)에 부속된 민속 박물관이다. 지리산 국립공원 내 문화시설지구로 허가받은 삼성궁 내 여러 건축물 중 박물관 시설로 허가된 건물이다. 2001년 건립 당시 2층 규모로 지어져 2008년 도색을 새로 한 것 외에는 현재까지 그 모습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청학동의 연원과 전설에 따라 날개를 펼치고 있는 학 모양의 지붕으로 덮여 있어 찾는 이들의 시선을 사로잡고 있다. 박물관은 1층 미술관과 2층 박물관으로 되어 있다. 각 층은 165.29㎡이다. 미술관에는 토기, 찻잔, 토우, 검(劍), 찻사발, 전통 고대 악기, 민화, 고서화, 수석 등 다양한 유물을 보유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청동기 시대 토기가 주를 이루고 있다. 토기의 주요 용도는 일상용과 의식용으로 구분되는데, 일상용 토기는 주로 음식을 끓이거나 저장용으로 사용되며, 의식용 토기는 주로 제사용과 매장용이 있다. 청학동박물관에서는 주로 의식을 행할 때 사용하는 공헌용 토기를 많이 소장하고 있다. 그 외에도 선사 시대부터 조선 시대까지 민간인의 일상생활에 사용되었던 일용품, 예컨대 석유 등잔이나 숯불 다리미·풍로, 길쌈할 때 쓰던 빗솔과 삿갓 등 수백여 점이 소장되어 있다. 현재 대략 1만 2000여 점을 소장하고 있는데, 전시 공간의 부족으로 상설 전시보다는 소장 형태를 취하고 있다. 지리산 국립공원 내에 위치하나 현재 삼성궁에서 관리하고 있다. 연중무휴로 매일 오전 8시 30분부터 오후 5시까지 개원하며, 연평균 15만 명 정도가 다녀간다. 한 번의 입장으로 삼성궁 내 모든 것을 관람할 수 있다. 방문객에게 삼성궁 설명과 함께 간략한 안내 책자를 배포하고 있으나 그 내용이 매우 소략한 편이다. 박물관 내 유물은 삼성궁이 민족 문화를 지키기 위해 1960년대 초부터 유실되던 각종 문화재를 조금씩 소장해온 문화 애호의 결과이며, 이러한 문화애호의 결과를 일반 대중과 함께 공유하며 우리 민족의 전통문화의 맥이 어디에 있는지를 함께 공유하는 차원에서 비롯되었다. 삼성궁은 이를 토대로 향후 우리 문화재를 일반에게 관람시킬 수 있는 다양한 순회 유물전을 개최하고, 우리의 전통문화와 문화 유물을 복원시키는 다양한 작업도 병행할 예정이라 한다.

매년 10월 가을 단풍철이 되면 국조 단군왕검이 고조선을 개국한 날을 기념하기 위해 전통의 맥을 이어가며 ‘개천대제’라는 행사를 여는데, 이때 한풀선사와 수행자들이 닦은 무예를 구경할 수 있다.


지리산 청학동 삼성궁

지리산 청학동 신비한 나라 삼성궁을 찾아간다, 버스 안에서 반가운 분 내외를 만났다. 이렇게 예고 없는 만남이 더 반갑다. 잠시 안부를 묻고 일찍 나오느라 부족한 잠을 채운다. 늘 지리산을 보기 위해 삼신봉 가는 길에 있는 삼성궁인데 무심코 지나치곤 했다. 청학동탐방지원센터에서 자동차로는 5분, 도보로는 30분 정도 거리이다. 오전 일찍인데도 진입로는 차들로 빼곡하다.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펼쳐지는 광경이 신비롭다. 커다란 붕새가 머리 위에 있다. 궁금함이 더 커진다. 부지런히 매표소를 지나 들어가면 상상할 수도 없는 크기의 바위들과 돌탑의 향연이 펼쳐진다. 돌계단을 따라 올라갈수록 돌탑의 장엄함에 숙연함이 느껴진다.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인가 의아할 정도다. 사진으로만 보았다면 동남아의 어느 사원이라 해도, 고대의 숨겨진 도시의 오래된 성이라 해도 믿을 법하게 이국적이고 환상적인 느낌이다. 이곳을 만들고 수련하시는 분들은 모두 도사님들일 것 같은 숙연함이 든다.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 감탄으로 잠시 오르면 상상도 못 했던 고지대의 옥빛 호수가 펼쳐진다. 야호~ 이곳이 그 유명한 SNS 포토스폿인 그곳이다. 모두들 사진에 담느라 분주하다, 우리도 교대로 호숫가 바위에 기대어 기념사진을 남긴다. 호숫가를 걸어 다시 온 산이 돌탑으로 둘러쳐진 사잇길을 따라 오르면 돌탑 사이 창으로 호수를 내려다볼 수 있다. 돌탑들은 저마다 다른 의미를 지닌 문양을 하고 있으며, 성지순례를 온 듯한 느낌이다. 그렇게 돌탑성을 지나면 잠시 숲길로 능선에 오르고 능선을 넘어서면 또 다른 세상이 나타난다. 삼성궁과 여러 건물이 들어서 있고 세월의 흔적이 자욱하다. 능선의 앞쪽 못지않은 규모와 섬세함에 다시 한번 감탄한다. 잠시 삼성궁 앞에 앉아서 숨을 돌리고 능선길을 따라 내려서면 처음 입장한 곳으로 돌아간다. 다시 붕새가 반가이 맞이하고 반가운 분(김성규 선배님)이 먼저 내려와 준비해주신 콩국수와 파전으로 점심을 하며 그간의 안부와 정을 나눈다.

지리산 청학동은 삼성궁뿐 아니라 청학동서당으로 잘 알려진 김봉곤 훈장이 사시던 곳이고, 지금은 훈장님보다 더 유명한 김봉곤 훈장의 딸 국악트롯요정 김다현의 생가터가 있으며, 지리산을 보고 싶으면 가끔 찾곤 하는 명당 삼신산 삼신봉이 있다. 삼신봉(1,284m)은 지리산 종주능선 전체를 조망할 수 있는 최고의 장소다. 좌측 노고단에서 반야봉, 삼도봉, 명신봉, 세석평전, 촛대봉, 연하선경, 장터목, 천왕봉까지 병풍처럼 펼쳐진다. 삼신봉에서 남부능선을 따라 지리산 종주능선으로 다가가면 세석평전까지 7.6km다. 삼신봉에서 독바위를 거쳐 쌍계사로 하산할 수도 있고, 삼성궁으로 하산하여 청학동으로 돌아올 수 있다. 이 원점회귀 코스를 선택하면 지리산 조망터 삼신봉에 올라 지리산 종주능선 모두를 조망하고 삼성궁으로 하산하여 청학동 삼성궁 탐방까지 하루에 할 수 있는 아름다운 코스다. 빛 좋은날 좋은 분들과 청학동 나들이를 추천한다.

삼성궁 창조자 한풀선사

한풀선사는 일찍이 낙천선사의 문하에 출가하여 선도(仙道)의 가르침을 받고 천부경(天符經), 삼일신고(三一神誥), 참전계경(參佺蹊徑)을 비롯한 삼륜(三輪), 오계(五戒), 팔조(八條), 구서(九暑) 등을 공부하였으며, 또한 삼법수행(三法修行)을 정진하며 우리의 춤과 노래, 그리고 선가무예(仙家武藝)인 선무(仙武)와 본국검(本國劍)을 사사 받았다. 한풀선사는 이 땅에 배달민족혼을 일으키고 민족적 구심점을 형성하기 위한 배달민족성전을 건립하고, 고조선 소도(蘇途)를 복원하여 고대조선문화에의 회귀를 꾀함과 동시에 오늘날의 잃어버린 선도문화(仙道文化)를 재조명하고 민족문화 활동을 도모하기 위함이다.

한풀선사는 낙천선사로부터 “한풀아 너는 앞으로 민족혼을 샘솟게 하는 우물을 파거라, 그러면 누군가 일부러 갖다 넣지 않아도 거기에는 작은 피라미가 생길 것이고, 미꾸라지나 붕어도 생기고, 못된 가물치나 메기도 생길 것이다. 하지만 목마른 자들이 샘을 찾듯 뿌리를 잃은 수많은 자들이 쉬어서 목을 축이게 하라.”는 말씀을 듣고 추위와 배고픔을 이어가며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50년이 넘는 세월 동안 1500여 개의 솟대 돌탑을 쌓아 올렸다. 한풀선사는 고대의 소도를 상징하는 돌탑과 조형물들로 4만 평이 넘는 감탄할 만한 대작을 그려내었고 삼성궁의 잠재력은 해마다 아름답게 모습이 바뀌며 우주의 섭리를 재연하는 창조의 진행에 있다.


▣ 지리산 청학동 삼성궁 찾아가기

-주소: 경남 하동군 청암면 삼성궁길 2(86-15) (묵계리 1738-3)
-운영시간: 동절기(12월~3월) 8:30~16:30 / 하절기(4월~11월) 8:30~17:00
-입장료: 성인 8천 원 / 청소년, 경로우대, 장애인, 국가유공자 5천 원 / 어린이 4천 원
-관람시간: 2~3시간 소요
-주차: 무료이용


▣ 지리산 삼신봉 탐방코스

청학동탐방지원센터 → 삼신봉 → 독바위 → 삼성궁 → 청학동탐방지원센터(원점회귀)
청학동탐방지원센터 → 삼신봉 → 독바위 → 불일폭포 → 쌍계사
청학동탐방지원센터 → 삼신봉 → 세석대피소(지리산 종주능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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