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무영 여행이야기] 청풍호와 청송을 품에 안은 - 신령스러운 영산 “월악산 영봉”

소천 정무영 승인 2023.09.11 13:49 의견 0

월악산(月岳山 )은 설악산, 치악산, 운악산, 삼악산과 함께 한국의 5대 악산(岳山)의 하나로, 2개 도(충청북도, 경상북도), 4개 시군(충주시, 제천시, 단양군, 문경시), 9개 읍면 34개 리에 걸쳐 있는 산으로 1984년 12월 31일 월악산과 주변 일대가 우리나라 23개 국립공원 중 17번째로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었다. 월악산은 소백산을 지나 속리산으로 연결되는 백두대간 중간에 위치한다. 월악산은 주봉인 영봉을 비롯한 십여 개의 봉우리와 계곡 청풍호 조망이 화려한 매력을 뽐낸다.

예로부터 월악산은 신령스러운 산으로 알려져 왔다. ‘산꼭대기 바위덩어리에 달이 걸리는 산’이라 월악산(月岳山)이라고 한다. 주봉우리가 신령스러운 봉우리라고 해서 ‘영봉(靈峰)’이라고 불리는데 일설에는 주봉이 영봉인 산은 백두산과 월악산 단 두 곳뿐이라고 한다. 몽골의 침입 당시 이 지역으로 사람들이 피난하여 몽골군이 쫓았는데 날씨가 갑자기 사나워져 몽골군이 월악산의 신령이 노했다 여기고 추격을 포기했다는 얘기도 있다고 한다. 오래전부터 나라에서 손꼽는 명산으로 여겨져서, 신라 때 국가에서 제사를 지낸 장소 가운데 하나였다.

산 자체가 여자산신령이 머무는 곳이라 음기가 강하다는 얘기가 있다. 산의 지형도 여인의 모습이라고 해서 충주호 쪽에서 올려다보면 여인이 긴 머리를 늘어뜨린 채 누워있는 모습이고, 제천 덕산 쪽에서 보면 영락없는 여인의 젖가슴이라고 한다. 또 미륵리에서 보면 부처님이 누워있는 형상이라고도 한다. 덕주사에는 남근석이 3개나 서 있고 주위에 남근석이 종종 보이는데 이건 산의 강한 음기를 누르려는 민간신앙의 흔적이다.

주봉인 영봉(靈峰)의 높이는 1,097m이다. 삼국시대에는 월형산(月兄山)이라 일컬어졌고, 후백제의 견훤(甄萱)이 이곳에 궁궐을 지으려다 무산되어 와락산이라고 하였다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세종실록지리지(世宗實錄地理志)에 “명산은 월악이요”, 신증동국여지승람(新增東國輿地勝覽)에 “월악산이 군 남쪽 50리에 있다.”, 여지도서(輿地圖書)에 “월악산이 부의 서남쪽 40리쯤에 있다. 산의 형세가 여러 고을에 걸쳐 있다. 산의 동쪽 한 줄기는 모두 청풍 땅에 속한다. 산 정상에는 옛 성터가 뚜렷하게 남아 있다.”고 기록되어 있다. 이 밖에도 여러 옛 지도에 월악산은 빠짐없이 기록될 정도로 중요한 산으로 인식되어 왔다.

월악산국립공원의 가장 남쪽에는 포암산(布岩山: 962m)이 솟아 있으며, 만수봉(萬壽峰)을 비롯해 많은 고봉이 있다. 정상의 영봉은 암벽 높이만도 150m나 되며, 이 영봉을 중심으로 깎아지른 듯한 산줄기가 길게 뻗어 있다. 청송(靑松)과 기암괴석으로 이루어진 바위능선을 타고 영봉에 오르면 충주호의 잔잔한 물결과 산야가 한눈에 들어온다.

봄에는 다양한 봄꽃과 함께하는 꽃 산행, 여름에는 깊은 계곡과 울창한 수림을 즐기는 계곡 산행, 가을에는 충주호와 연계한 단풍 및 호반산행, 겨울에는 설경산행으로 인기가 높다. 특히 동서로 8km에 이르는 송계계곡의 월광폭포(月光瀑布), 자연대(自然臺), 청벽대(靑壁臺), 팔랑소(八浪沼), 망폭대(望瀑臺), 수경대(水境臺), 학소대(鶴巢臺) 등 송계팔경과 16km에 달하는 용하구곡(用夏九曲)의 폭포와 천연수림 등은 여름 피서지 가운데서도 으뜸으로 꼽히고, 용하구곡 발원지인 문수봉과 대미산을 넘으면 12km의 선암계곡이 이어지며, 단양군 단성면 장회리에서 제천 옥순봉과 구담봉이 금수산과 마주하여 서로 자태를 뽐내며 청풍호의 푸른 물과 어울려 선경을 빚어낸다. 그 밖에 덕주사(德周寺), 산성지(山城址), 신륵사(神勒寺)와 중원 미륵리사지(彌勒里寺址: 사적 317) 등 문화유적과 사적이 많고, 사자빈신사지석탑(보물 94), 중원 미륵리 삼층석탑(충북유형문화재 33), 중원 미륵리 석등(충북유형문화재 19), 제천 신륵사 삼층석탑(보물 1296) 등 문화재가 많다.

보덕암에서 영봉으로

아침 일찍 서둘러 보덕암 주차장에 도착했지만 주차장은 벌써 만차다. 보덕암 주차장은 30여 대 정도가 빠듯이 주차할 공간이 전부다. 수산리에서 올라오고 내려가는 길은 교차가 어려운 좁은 외길이라 서로 마주치면 곤란한 길이다. 주차할 자리를 찾지 못하면 2.2km 아래 수산리에서부터 걸어 올라야 한다. 다행히 일출산행 후 하산하시는 분이 있어서 보덕암 화장실 앞에 자리를 얻어 주차하고 보덕암으로 올라간다.

보덕암 조망터를 지나자마자 좌측으로 올라가면 하봉으로 올라가는 가파른 계단이 시작된다. 보덕암부터 하봉까지의 2.4km 가파른 오름길이 오늘의 가장 어려운 구간이라 할 수 있다. 장마철 비 갠 날 아침이라 땀이 비처럼 흐른다. 사다리 같은 계단, 계단 같은 사다리…… 계단천국. 힘들어 “악~!” 소리가 날쯤 충주호가 빼꼼히 얼굴을 내민다. 모든 힘듦을 보상해주는 청풍호의 풍광에 감탄이 나온다. 뒤돌아보고 또 돌아보고 하봉에서 맞이하는 청풍호는 멀리까지 산그리메를 보듬고 있다. 구담봉, 옥순봉, 제비봉, 가은산, 금수산 청풍호반의 모든 명품산하를 한눈에 담아준다. 눈이 황홀하도록 충주호를 내려다본다. 참 좋다. 앞으로 올라야 할 중봉과 그 뒤로 영봉이 올려다보인다. 중봉의 멋짐에 이끌리듯 중봉으로 향한다. 중봉에서 충주호 조망이 최고다. 하봉에서 보이는 청풍호에 하봉과 청송이 더해져 최고의 풍광을 뽐낸다.

중봉을 내려간다. 내려가면서 걱정한다. 또 영봉을 올라야 하는데 자꾸 가파르게 내려간다. 다 내려가 자리를 잡고 삼삼오오 앉아 휴식하면서 고민한다. ‘신륵사로 내려갈까? 덕주사로 내려갈까? 아님 다시 되돌아올까?’ 갈등을 뒤로하고 부지런히 영봉에 오른다. 와우, 좋다. 온 세상을 내려다본다. 영봉 한 바퀴 둘러보고 영봉 정상석 힘껏 안아주고 인증사진 한 장 남기고 바로 되돌아 내려선다. 다시 중봉으로 하봉으로 한여름 산행 체력이 부친다. 신륵사에서 보덕암으로 돌아오는 택시비 3만 5천 원대신 다리가 고생한다. 다시 중봉 오를 때와 또 다른 풍광이 다시 한번 감동을 안겨준다. 다시 하봉 하산길의 여유만큼 청풍호의 구석구석이 보인다. 저기 멋진 다리, 저기 멋진 바위, 저기 멋진 나무…… 하나하나가 한 폭의 동양화다. 힘듦 만큼의 감동을 안겨준다.

올라갈 때 아껴둔 보덕암으로 올라간다. 여유롭고 아늑한 보덕암 마당에 앉아 쉬며 월악산행을 마무리한다. 산사 처마 그늘 아래 뒹굴뒹굴 보덕암 고양이가 여름나절의 여유와 행복을 누리고 있다. 산객도 보덕암 물맛을 음미하며 그 곁에 앉아 행복을 만끽해본다.

청풍호를 끼고 옥순봉, 구담봉, 제비봉, 가은산, 포암산, 도락산, 금수산, 장회나루 등도 경관이 수려하니 따로따로 탐방의 기회를 가지길 추천한다. 이곳들도 월악산답게 난이도가 있다. 특히 제비봉의 깔딱고개 계단길은 시작지점에서 보면 한숨이 나올 지경이지만 내려다보이는 절경은 동양의 알프스다운 풍광을 선물한다.

보덕암 약수

보덕암 약수는 월악산봉으로부터 흘러나와 보덕암 법당 옆의 암반 속에서 샘솟는 석간수이다. 겨울에 따뜻하고 여름에는 손이 시리도록 시원하며, 100가지 병에 좋다고 하여 예로부터 약수로 애용되고 있다. 물맛이 시원하고 향기로운 약물로 수량이 일정하여 가뭄에나 장마에도 증감이 없다 한다. 백병에 주효하다 하여 영수(靈水)라 불리며 봄부터 이른 겨울까지 산객들이 그치지 않고 찾아온다. (충청북도 제천시 덕산면 후청골길 225(수산리 1060))

덕주사

구전으로 587년(진평왕 9)에 세워졌다고 전해진다. 더불어 신라의 마지막 공주인 덕주공주(德周公主)가 마의태자(麻衣太子) 일행과 이곳에 들렀을 때 이 절을 세워 절 이름을 덕주사라 하고, 골짜기 이름을 덕주골이라고 하였다는 전설도 전해지고 있다. 그러나 정확한 역사적 자료가 남아있지 않아 창건자와 창건연대는 미상이다. 그때 지은 사찰은 보물 제406호인 덕주사마애불 앞에 세워졌었는데, 6·25전쟁 때 훼손되었다. 현재의 건물은 원래의 사지에서 1.7km쯤 떨어진 곳에 1970년에 중창된 것이다. 당우(堂宇)는 법당과 요사채뿐이지만 어느 때 것인지 확실하지 않은 우탑(牛塔) 1기(基)와 조선시대의 부도(浮屠) 4기가 있는데, 이 우탑에는 다음과 같은 전설이 얽혀 있다. 덕주사에 승려가 많아져 절이 좁아서 새로이 부속건물을 지으려고 하는데, 난데없이 건장한 황소 한 마리가 나타나 목재를 어디론가 실어 날랐다. 뒤따라가 보니 지금 마애불이 있는 바위 아래였으므로 거기에 절을 짓고, 목재를 다 실어나른 황소가 죽은 자리에는 우탑을 세웠다고 한다.

■ 추천코스

○ 보덕암 → 하봉 → 중봉 → 영봉(정상) → 신륵사삼거리 → 신륵사 (7.6km, 4~5시간)
○ 덕주사 → 송계삼거리 → 신륵삼거리 → 영봉(정상) → 중봉 → 하봉 → 보덕암 (9.9km, 5~6시간)
○ 보덕암 → 하봉 → 중봉 → 영봉(정상) → 중봉 → 하봉 → 보덕암 (8km, 5~6시간)

■ 코스별 탐방시간

○ 영봉 → 신륵사삼거리 → 신륵사 (3.6km, 2시간)
○ 영봉 → 신륵사삼거리 → 송계삼거리 → 덕주사 → 덕주탐방지원센터 (5.9km, 3시간)
○ 영봉 → 신륵사삼거리 → 송계삼거리 → 동창교 송계탐방지원센터 (4.3km, 2시간 30분)
○ 영봉 → 중봉 → 하봉 → 보덕암 (4km, 2시간 30분)
○ 영봉 → 중봉 → 하봉 → 보덕암 → 수산교 (6.2km, 3시간)

■ 입산가능시간

○ 동절기(11월~3월) 5:00~13:00
○ 하절기(4월~10월) 4:00~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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