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무영의 여행이야기] 대추가 익어가는 속리산

‘말티고개’와 ‘꼬부랑길’에서 가을빛을 담다.

소천 정무영 승인 2023.11.10 13:56 의견 0

‘말티고개’라는 이름은 동국여지승람(중종 26년(1532))에 의하면 “고려 태조왕건이 속리산 행차 때 임금이 다니는 길이라서 고개 위 1.6km에 걸쳐 얇은 돌로 포장하여 길을 닦았다.”는 기록이 있으며, 조선의 세조가 ‘피부병으로 요양 차 속리산에 행차할 때, 험준한 이 고개에 다다라 타고 왔던 어연에서 내려 말로 갈아탔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는 이야기도 있다. 또 말의 어원은 ‘마루’로서 ‘높다’는 뜻이니 말티고개는 ‘높은 고개’라는 뜻이라는 이름유래도 전해지고 있다. 자동차로 넘기도 힘든 이 길을 걸어서 열두 번 굽이 돌아 오르고 올라서야 넘어가니 오르고 내리며 쉬는 큰 숨만큼이나 사연도 많았을 것이다. 사실 이 고개의 역사는 고려 이전, 큰 절 속리산 법주사의 창건시기인 통일신라 때로 거슬러 올라가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왕의 행차를 위해 얇은 박석을 운반하여 길을 정비하여 인도의 형태로 존재하다가, 현대적인 형태의 길로 개설된 것은 1924년이었다. 당시 충청북도지사 박중양은 사찰들을 방문하기 위해 속리산을 방문했는데 진흙탕으로 된 길에 분개하여 당시 보은군수 등을 종용하여 오르는 길을 포장하게 하였다. 이때 최초로 자동차가 오를 수 있는 길이 개통되었다. 1967년에는 도로 폭을 10~15m 정도로 확장했다.

말티고개와 닮은 꼴, 말티고개 ‘꼬부랑길’

보은에서 속리산 가자면 꼭 넘어야 했던 말티고개는 성족리 동학터널과 갈목리 갈목터널이 건설되면서 매연을 검게 내뿜는 대형트럭을 뒤따르며 ‘비실비실’ 오르던 모습도 없어 졌으며, 대중교통인 시외버스를 타고 오르내리며 멀미하는 일도 없어져 이제는 운치 있는 드라이브코스와 사진 명소로 사람들이 즐겨 찾는 문화의 길로 바뀌었다. 2016년 말티고개의 고갯마루 정자와 쉼터를 조성하면서 고갯마루에서 시작되는 ‘말티재 꼬부랑길’이 그 해 10월 조성되어 둘레길 벗 삼아 오고 가는 사람들로 많은 사람들이 찾는 곳이 되었다. 꼬부랑길은 평균 고도차 30m 내외의 10.4km 길이의 임도로 걷는 동안 관절에 무리가 없으며, 평균 해발고도 400m를 웃도는 고지여서 전망을 즐기며 걷기에 좋다. 말티고개와 닮아 산모퉁이를 굽이 도는 자락길이라 수시로 변화하는 조망의 멋스러움이 걷는 동안 지루하지 않다. 2020년 개장한 말티재 전망대는 2층(폭 16m, 높이 20m)의 전망대 및 조형물로 12굽이의 말티고개를 한눈에 내려다 볼 수 있는 사진 명소이다. 특히 가을철 해질녘에 찾으면 울긋불긋한 굽이굽이를 돌아돌아 오르는 고갯길과 넘어가는 해의 석양이 어우러져 환상적인 풍경을 볼 수 있다.

해마다 보은 대추축제가 열리면 주말에 시간을 내어 축제장을 찾아가 어린아이 주먹만 한 사과 대추도 구경하고 농장마다 수확한 대추를 판매하는 매장에서 대추를 맛보며 친환경 농작물을 한아름 사들고 오곤 했는데 지난 몇 년 동안은 코로나로 축제가 열리지 않아 찾지 못했다. 올해부터 다시 축제가 열린다하여 오랜만에 만나는 고교동창생들과 축제장을 찾아 간다. 주말마다 근교의 산책길을 찾아다니는 친구들 나와는 다른 산행 취향이지만 함께 아는 친구를 통해서 주말 산책 소식을 듣고 있던 터라 대추축제와 꼬부랑길을 동행하기로 하고 약속 장소에서 만났다. 학교 졸업 후 어언 40년 만에 만난다. 중간에 이런 저런 애경사에서 스치듯 만나고 참 오랜만에 만남이지만 어제 본 듯 친근하다. 눈가에 이마에 그려진 세월이 아름답기도 하다. 소풍가는 아해들처럼 신났다. 도란도란 지나온 세월을 나누다보니 벌써 축제장에 도착하고 골목골목을 돌아 주차를 하고 천변 축제장으로 내려선다. 벌써 축제장은 만원이다. 먼저 대추판매장을 찾아 대추 맛도 보고 왕대추도 사들고 대추가래떡도 사먹고 먹거리 장터에서 시장국밥과 파전에 막걸리 한잔으로 이른 점심을 먹는다. 역시 장터는 삶의 현장이다. 먹거리 볼거리 즐길거리가 풍성하다. 가을빛만큼이나 풍성하다.

배도 든든히 채우고 한 잔 술로 기분도 좋고, 걷고 싶은 길, 걷기 좋은 길 꼬부랑길로 간다. 꼬부랑길은 말티재 고갯마루에서 시작한다. 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데크길을 걸어 올라가면 말티재 쉼터 광장이고 광장 끝으로 꼬부랑길로 올라선다. 꼬부랑길은 맨발로 걸어도 좋을 정도로 자연 그대로 잘 정비되어있다. 코스모스, 들국화 등 가을꽃들이 길가에서 한들한들 손짓하고, 울긋불긋 단풍이 들고 있고, 시원한 바람이 등을 밀어주는 굽이굽이 산길이 상쾌하다. 아~ 좋다. 아~ 시원하다. 한마디씩 컬러풀한 감탄사를 하면서 가을을 누린다. 한 바퀴 다 돌면 10km남짓이지만 굽이굽이 목탁봉까지 가면 2km정도 된다. 목탁봉 에서는 속리산을 다 들여다 볼 수 있는 최고의 전망대가 있다. 왼쪽부터 묘봉(874m), 관음봉(983m), 문장대(1028m), 문수봉(1018m), 신선대(1028m), 입석대(1012m), 비로봉(1008m), 천왕봉(1058m) 등 8개의 봉우리가 병풍처럼 펼처진다. 발아래로는 멀리 정이품송(천연기념물)까지 내려다보인다. 우리 땅의 골간을 이루는 백두대간이 속리산의 연봉들을 타고 흐르는 장관을 가슴 벅차게 맞이할 수 있다. 여기 목탁봉은 솔향공원에서 올라오는 모노레일 정류장이기도 하여 모노레일을 타고 올라 올수도 있으며, 내려갈 때는 인근 짚라인 탑승장에서 짚라인을 타고 내려갈 수도 있다. 우리는 목탁봉 전망대에서 백두대간 국립공원 속리산을 바라보고 돌아가기로 한다. 목탁봉에는 100년 된 살구나무 목탁이 있다. 목탁을 세 번을 치면 소원이 이뤄진다니 정성들여 목탁을 세 번 치고 소원을 빌어본다. 걸어 올라온 길을 되돌아 여유로운 발걸음으로 말티재로 돌아간다. 속리산은 백두대간 그리고 한남금북정맥의 기점이기도 하다. 천왕봉에서 시작되는 한남금북정맥은 증평군의 좌구산(667m)을 거쳐 경기도 안성군의 칠장산(492.4)까지 뻗어나가 충청도와 경기도를 잇는 능선을 형성한다. 한강의 남쪽, 금강의 북쪽에 위치하고 있어 한남금북정맥이라 한다. 꼬부랑길을 시계방향으로 돌면 한남금북정맥길로 이어진다.

말티재로 돌아오면 우리가 마지막으로 가야할 곳 꼬부랑길의 백미 백두대간속리산관문이 우뚝 서있다. 관문은 3층 터널로 조성했는데, 아치형 생태 통로를 만들고 양쪽에 자비성과 보은성 현판을 걸었다. 1층은 차량 통행 터널이고, 2층에는 생태 문화 교육장과 상설 전시관, 꼬부랑길카페를 마련했으며, 3층은 야생동물이 오가는 생태 숲으로 복원되어있다 2층 꼬부랑길카페를 지나 전시관을 통과하여 말티재가 한눈에 들어오는 나뭇잎 모양 전망대로 올라간다. 초록 나뭇잎 모양 나선형 전망대에 오르면 열두 굽이 말티재가 한눈에 들어온다. 툭 튀어나온 전망대 끝을 향해 조심스레 발을 내디딘다. 나무 데크가 바람에 흔들려 아찔하다. 시간이 맞아 넘어가는 해를 여기서 보면 가을을 누리는 최고의 선물이 될 것이다. 가을이 익어갈 무렵 해마다 열리는 보은 대추축제와 속리산 단풍나들이는 해마다 찾아가야 할 버킷리스트에 올리길 추천하며 건강을 챙기고 단풍을 즐기는 맘이 풍성한 가을 되기를 소망해본다.


속리산의 관문 ‘정이품송’과 ‘정부인송’

나무가 벼슬품계를 가지고 있다. 속리산의 입구에 위치하고 있는 600~800년이 된 천연기념물로 보은 속리 ‘정이품송’ 이다. ‘지나가는 길에 / 오래 묵어 나이 많이 잡수신 느티나무를 만나거든 / 무조건 그 나무를 향해 경배할 일이다.’ 안도현의 시 ‘산이나 들판으로 소풍을 가면’ 중 일부 시 구절이다. 시 속의 그 나무는 아니나 속리산에는 ‘오래 묵어 나이 많이 잡수신 소나무’ 두 그루가 있다. 그 중 한 나무는 안도현의 시를 들추지 않더라도 길을 지나던 많은 사람들이 알아서 다가가 발걸음을 멈춘다. ‘천연기념물 제103호 정이품송’이 그것이다. 일찍이 조선의 왕과 연을 맺어 장관이 된 지체 높은 소나무다. 세조(1455~1468)가 속리산 법주사에 행차할 때 이 나무를 지나는데, 연이 걸리지 않도록 가지를 들어 올렸다는 신통한 이야기 있다. 세조가 타고 가던 연이 나뭇가지에 걸릴 것을 염려해 ‘연이 나뭇가지에 걸린다!’ 소리치자 일어난 이야기다. 초자연적 현상을 목도한 세조는 즉시 가마를 세워 나무에 정이품의 벼슬을 내렸고, 감투에 감복했는지 나무는 또다시 초자연적 힘을 발휘한다. 세조가 법주사에 머물다 돌아갈 때 비를 내려 쉬어가게 했다는 이야기다. 수령 600살은 훌쩍 넘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는 이 소나무는 높이 14.5m, 어른 가슴높이 둘레 4.77m이다. 1980년대 초 솔잎혹파리의 피해 때문에 집중 치료를 받기도 했다. 1993년에는 폭설과 강풍으로 서쪽 큰 가지가 부러져 단정하고 아름답던 그 모습 상한 채 지금에 이르고 있다. 속리산국립공원의 남단 외곽에 위치한 서원리에는 정이품송과 부부사이라 하여 ‘정부인송’이라 불리는 소나무가 있다. 정이품송의 외줄기 곧게 자란 모습이 남성적이고, 이 나무의 생긴 모습이 여성적으로 비유되기에 그렇다. 나이는 정이품송과 같은 600살, 키는 15.2m. 정이품송보다 작다. 밑동의 둘레 5.0m, 정이품송의 어른 가슴높이 둘레보다 약간 더 두꺼운 줄기는 밑동에서 두 갈레로 갈라져 두 줄기 모두 가지가 무성해 보기에도 건강하다. 문화재청과 산림청은 2002년부터 정이품송 후계목을 길러내기 위한 사업을 진행해왔다. 실제 정이품송의 수꽃가루를 정부인송의 암꽃에 인공수분 시킨 후 1년 뒤 씨앗을 받아 2004년부터 키워오고 있는 것. 후계목 400여 그루는 충북 산림환경연구소에서 자라고 있다. 오래전부터 마을 사람들은 매년 정부인 소나무에게 마을의 평안을 비는 제사를 지낸다. 태고적부터 이어온 우리 고유 민속신앙의 실체인 셈이다. 그런 면에서 정부인송은 우리 민속의 한 면을 들여다 볼 수 있는 소중한 문화자원으로서, 민속적·생물학적 자료로서의 보존가치가 높아 천연기념물로 지정하여 보호하고 있다. 공식 명칭은 ‘서원리 소나무’이다.


보은대추축제

보은대추축제는 임금님께 진상하였던 명품 보은 대추와 보은의 청정한 자연에서 자란 우수한 품질의 농특산물을 온라인장터 및 생대추 주문 콜센터를 통해 쉽게 받아볼 수 있으며, 대추 및 농특산물 판매, 개폐막식 등 공연프로그램, 다양한 체험활동 등을 즐길 수 있다. (축제장소: 충청북도 보은군 보은읍 뱃들로 54 뱃들공원 일원)

보은대추

속리산 자락의 보은은 일조량이 많고 토양이 비옥하여 대추재배 적지로 밤과 낮의 기온 차가 큰 지역에서 생산되어 당도가 매우 높고 고품질을 자랑한다. 허균이 지은 음식품평서인 ‘도문대작’에는 대추에 대하여 보은에서 생산된 것이 제일 좋고 크며 뾰족하고 색깔은 붉고 맛은 달다고 기록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세종실록지리지, 동국여지승람 등에서도 보은 대추를 으뜸으로 꼽고 있으니 이미 오랜 세월 동안 그 맛과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대추의 효능

대추는 따뜻한 성질을 가지고 있어 혈액순환을 개선시켜 수족냉증에 도움이 되며, 대추를 꾸준히 섭취하면 장을 따뜻하게 만들어 우리 몸에 안정을 주고 혈액순환까지 도와줍니다. 대추씨를 제거하지 않고 달여서 마시면 숙면에 도움을 주고 불면증에 효과적이고, 특히 수험생들이 꾸준히 마시면 머리가 맑아지고 기억력 향상에 도움이 된다. 이외에도 혈관질환 예방, 이뇨작용, 피부미용, 노화방지, 호흡기질환 예방, 면역력 강화, 소화기능 향상, 소염작용, 항암작용까지 다양한 효능이 있다.

추천코스

말티재 꼬부랑길(4km)
말티고개 쉼터 → 꼬부랑길(반시계방향) à 목탁봉(속리산 능선 조망) → 말티고개

속리산 법주사 세조길(3.8km)
속리산탐방지원센터 → 법주사 → 세심정갈림길(세조길) → 속리산탐방지원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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