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원 정봉숙 화가 ‘백제의 미소’ 로타리클럽의 여장부

Sold out, 여인으로 다시 태어나다
DIAS대전국제아트쇼 2021, 22, 23 3년 연속 최우수 작가상 수상
“어머니, ‘봉수기’, 캔버스의 여인. 그 세 여인은 닮아있다.”

김경희 작가 승인 2023.12.07 14:21 의견 0

‘국제아트페어 3회 연속 베스트 작가’라는 타이틀만으로도 그녀(정봉숙)의 진가는 미루어 짐작할 수 있었다. 미디어를 통해 먼저 만난 그녀의 캔버스 속 여인들도 마치 그녀의 자화상처럼 ’봉수기‘를 닮아 있었다.

그림 속의 여인들이 우리에게 말을 걸어온다. 사랑스러운 입술로, 따듯한 눈빛으로…….

신비스러운 여인들의 근원은 어머니로부터 비롯된다.

30년 동안 쇠락해가는 어머니를 모신 8남매 막내딸의 ‘찐사랑’이 그림 속 여인들로 투영된다.

애잔한 그리움, 고혹적인 눈빛, 사랑스러운 입매.

편찮으신 중에도 크레파스로 따뜻한 사람을 그린 어머니, 그 어머니의 혈맥인 그녀도 다시 아름다운 여인을 탄생시켰다.

캔버스에 담긴 여인들은 소장가의 집으로 자리를 옮기지만 그녀의 자화상 같은 여인들은 내내 따듯한 그리움으로 박제되어 우리 곁에 머문다.

그리고 다시 아름다운 여인들의 탄생은 멈추지 않는다.

꿈같은 ‘국제아트페어 3회 연속 베스트 작가’

매년 DIAS대전국제아트쇼는 약 200개 부스에 지역작가와 전국 40여 개 갤러리, 니카라과, 독일, 러시아, 몽골, 미국, 베트남, 스페인, 영국, 중국, 폴란드, 프랑스, 호주 등 해외 20개국이 참여하며 출품 작품 수는 약 6000여 점으로 다양한 미술세계를 선보인다. 이에 따라 ‘다양한 미적체험을 할 수 있는 국제미술박람회’라는 것이 주최측의 설명이다. 특히 국내외의 유명 작가들은 물론 신진작가들까지 참여해 펼쳐지는 행사이기 때문에 국가 간 문화소통 뿐만 아니라 이를 통한 대전 미술시장의 자생적 활성화에도 목표를 두고 있다.

해마다 다양한 작품들이 전시되고 관람객들의 호응을 유도한다. 미술계도 사회적인 흐름과 결을 같이 하다 보니 ‘그림시장’도 침체된 경기의 영향권에서 벗어날 수가 없다. 땀 흘린 작가들에게 주어지는 명예들이 전처럼 빛을 발하기 어려운 시점임에도 불구하고 정봉숙 화가의 작품들은 눈길을 사로잡았다.

그림에 조예가 깊은 소장가의 눈을 사로잡고 마음을 훔친 ‘100호 아름다운 여인’은 한 가정으로 자리를 옮겼다.

첫 번째 베스트 작가는 우연인 듯이 선정되었고, 두 번째는 운이 좋았다고 생각했다. 올해 세 번째는 두 번의 선정만으로도 감격이라 기대도 하지 않았는데 또다시 선정되어 그녀에게 감동의 선물이 되었다.

어머니께 드리는 진혼곡, 그녀의 아름다운 여인들

30년 모신 어머니를 93세로 먼저 보내드리고 다시 붓을 잡아 어머니의 향기를 닮은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부농의 재산을 일군 태산 같은 어머니가 3살 아기로 변하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눈물샘이 말랐고 유학의 꿈도 포기했다. 61살에 쓰러진 어머니, 지금의 그녀와 비슷한 나잇대에 어머니는 육체적 정신적으로 쇠락의 길을 걷게 되셨다.

아버지가 먼저 돌아가시면서 공허해진 어머니의 눈빛은 갈피를 잡을 수 없었다. 그 마음을 채워드리려는 딸의 마음으로 어머니의 왼손 손가락에 크레파스를 쥐어드렸다. 척척 그림을 그리는 어머니를 보면서 한참동안 잊고 있던 그녀를 다시 발견했다.

‘아, 내가 엄마를 닮았구나.’

학습 능력이 없던 분이었지만 어머니에게 그림을 그리게 하고 어머니는 작품을 만들기 시작했다.

어머니 그림으로 전시회를 열면서 그림이 세상과 소통하는 가장 따뜻한 통로가 될 수도 있겠다는 확신을 하게 됐다. 붓을 쥔 그녀의 손은 더 강해졌고 붓은 더 따뜻한 그림을 그리게 되었다. 아픔만큼 성숙해지는 진리는 경계를 구분하지 않는다. 우리가 존재하는 어느 영역에서는 그 빛을 발한다.

어머니, ‘봉수기’, 캔버스의 여인. 그 세 여인은 닮아있다. 그녀(정봉숙 화가)의 어머니도 쇠락해진 손가락으로 그림을 그렸다. 정봉숙 화가에게 핏줄로 이어진 그림의 맥이었다. 캔버스 위에 고혹적인 꽃으로 피어난 여인들도 그녀를 닮았다. 천진한 눈빛, 발그레한 뺨, 사랑스런 입술 어느 한 시절의 그녀를 캔버스위로 옮겨놓았다.

‘耳順을 넘어’라는 그녀의 전시회 明이 무색한 그녀. 華甲전을 넘긴 그녀의 나이를 엿볼 수 없는 그녀의 사랑스런 눈빛은 그녀의 인생과 많이 닮았다. 그림 속 여인들이 그토록 아름다운 까닭을 그녀의 삶을 통해 짐작할 수 있다. 70, 80세가 넘어도 여전히 사랑스러울 그녀는 겨울의 한가운데 시스루 드레스로 멋을 내는 용감한 예술가였다.

어머니를 30년 모셨다. 편찮으신 부모님을 모시는 그 세월은 함부로 재단할 수 없는 시간이다. 속이 타들어가는 아픔, 부서지는 몸, 그 가운데 오롯이 피어나는 사랑의 불꽃이 아픔을 견디게 한다. 태산 같았던 어머니가 3살 아기로 변화해가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그녀 또한 다르지 않다. 어머니를 모시는 30년의 시간이 정지된 시간이 아니었음을 어머니 사후 인사동에서 전시회를 성료하면서 증명했다.

어머니를 보내고 다시 화가로 제2의 탄생을 하며 그녀의 그림은 더 깊어지고 아름다워졌다. 향기를 품은 여인들의 그림이 그녀의 지난 시간을 대변하면서 어머니를 위한 아름다운 진혼곡이 되고 있다.

로타리클럽의 여장부

‘행복은 나로부터 미소는 봉사로부터’라는 슬로건을 만들어서 로타리클럽의 향기를 전파했다. 세상을 아름답게 만들고 더불어 우리도 아름다운 세상에서 살아가고픈 마음을 로타리 활동을 통해 마음껏 발휘했다. 지금도 ‘한 달에 한 번 노래방 가는 동아리’를 만들어서 즐겁게 열심히 사는 ‘우리’ 가 되자는 마음을 일상 속에서 실천하고 있는 ‘행복메신저’이다

백제의 미소 로타리! 법정 스님이 지어준 호 ‘백제미소’, 그 미소로 가가호호 방문하면서 로타리의 세상을 향한 아름다운 취지를 전달하며 24일 만에 42명의 회원을 만들었다. 로타리클럽 회원을 맨투맨으로 모집한다는 건 상상도 못할 일이지만 그녀는 해냈다. 공공의 이익을 위하는 단체임을 증명하는 그녀의 행보였다. 명예와 사적인 욕구만을 취하는 단체였다면 굳이 그녀가 그 번거롭고 불편한 경로를 통해 회원을 모집할 이유는 없었다. 그건 배짱도 아니고 용기도 아니다. 그저 함께 사랑하고 행복한 세상을 만들고 싶은 그녀의 꿈이 그녀를 움직이게 했다.

백제미소, 그림 그리는 행복 전도사로

법정 스님이 백제미소라는 법명을 주시고 그녀의 등을 툭툭 쳐주시며 “그림 잘 그려봐.” 하시던 말씀이 엊그제 같은데 이미 세상을 떠나 고인이 되시고 그녀는 남아 따뜻한 여인들의 미소를 그림에 담고 있다.

지역의 문화활동가로 종횡무진 활약하면서 재능으로 세상을 예쁘게 만들고 싶은 그 마음에 점하나 찍었다. 뜻한 바를 이루는 과정은 결코 수월하지 않아 가시밭길도 있었지만 이제 내려놓고 제자들과 함께 그림 그리는 향기로운 시간만 남았다.

제자들과 ‘300점 전시회’를 성료하고 여정의 남은 날들을 제자들과 그림 그리며 보내겠다는 의지를 더 굳혔다.

30년 세대를 아우르는 제자들, 그림에 문외한이었던 제자들에게 ‘물감놀이’ 하듯이 붓을 놀리라고 손에 힘 빼기부터 가르친다. 일상에서 벗어나 그림을 그리는 순간은 모두 걱정근심을 벗어던진 행복만 남은 시간이다. 그 시간의 중심에 ‘그림’이 있다.

그녀의 자산이며 그녀의 사명이다. 78세 어르신께도 50대 주부에게도 몰입하고 즐길 수 있는 세상을 열어주었다. 어느 어머니의 아들은 물감 사라고 용돈을 보내면서 그림을 택한 어머니에게 칭찬과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전시회에서 어머니의 그림을 구매하면서 어머니에게 감동을 선물했다. 그림이 아름다운 소통의 통로로 진가를 발휘하는 시간이다. 모든 과정이 사람을 살리고 세상을 향기롭게 만드는 ‘그림’의 순기능을 여과 없이 보여준다.

가천대의 이길여 총장은 90세가 훨씬 넘은 나이에도 현역에서 맹활약하시며 제자들을 키우고 의료계를 발전시키는 그 중심에 아직도 서 계신다. 미혼으로 살아오셨고 무척 멋지고 아름다운 분이다.

그녀 ‘정봉숙’ 화가를 보면서 이길여 총장님이 떠오른 건 그녀를 미화시키는 것도 아니며 이길여 총장님과 비슷한 행보를 걷고 있는 그녀의 발걸음이 그림 속 여인들처럼 아름다움의 극치를 이루었기 때문이다.

미소가 떠나지 않았던 그녀를 기억한다. 당당하게 ‘행복의 중심은 나로부터’라고 그녀가 전했듯이 그림으로 예쁜 세상을 만들기를 희망하고 실천하는 그녀의 행보에 응원보다 한걸음 더 곁에서 같이 걷고 싶다. 그녀의 향기에 이미 흠뻑 취했기 때문이다.

그림속의 그 여인들처럼 따뜻하고 사랑스러운 미소로 이 겨울을 지킬 진정한 백제미소의 향기, 정봉숙 화가의 그림도, 그녀의 인생도 내내 향기로울 것이다.

한동안 영하를 맴돌 수은주. 이 겨울을 따뜻하게 보낼 묘약을 하나 더 발견했다면, 바로 그녀 ‘정봉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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