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백 칼럼] 부산 엑스포 유치 실패

김동백 교수 승인 2023.12.11 16:03 의견 0

안타깝게도 2030 엑스포의 주인공은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가 되었다. 대한민국 부산은 엑스포 유치에 실패했고, 비등한 수준에서의 대결이 아닌 완전히 압도적으로 패배를 맞았다.

엑스포는 세계 3대 국제행사인 올림픽, 월드컵과 함께 언급되는 세계박람회(엑스포)의 일종이다. 세계박람회는 세계박람회기구(BIE)에 의해 공인된 행사로, 인류의 발전에 관련된 다양한 주제를 다루고 국가와 기업의 혁신과 협력을 촉진하는 글로벌 대화의 장이다.

2030 엑스포를 준비한 부산의 주제는 ‘세계의 대전환, 더 나은 미래를 향한 항해’였다. 부산은 세계 10대 항만물류 도시이자 우수한 MICE 인프라와 관광시설이 돋보이는 곳이다. 또한, ‘세계 유일의 피란 수도’라는 역사를 가지고 있어 등록엑스포가 지향하는 ‘인류 공동의 번영과 평화’라는 메시지를 전하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다.

부산은 엑스포를 유치할 경우, 2030년 5월 1일부터 10월 31일까지 총 6개월간 부산광역시 북항 일원에서 엑스포를 개최할 예정이었다.

2023년 11월 29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BIE 총회에서 2030년 세계박람회 개최지 투표 결과가 발표되었다. 그 결과,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가 119표를 얻어 개최지로 최종 확정되었고, 부산은 29표라는 초라한 성적으로 고배를 마셨다.

정부는 지난해 7월 국무총리 직속 유치위원회를 발족한 뒤 509일 동안 1989만 1579㎞를 이동하며 유치에 총력을 기울였으나 ‘오일 머니’를 앞세운 사우디아라비아에 밀려나고야 말았다.

부산이 2030년 엑스포 유치에 실패한 배경에는 여러 가지 요인이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세계적인 여행 제한과 사회적 거리두기가 이어지면서, 부산의 유치 홍보와 외교 노력이 제대로 전달되지 못했다. BIE 실사단 현장 심사도 비대면으로 진행되었고, 유치위원회의 해외 방문도 제한되었다. 하지만 이건 우리나라만의 악조건이 아닌, 모든 국가의 공통 조건이었다.

또한, 코로나19로 인해 세계 경제가 위축되면서 엑스포의 개최가 부담스러운 선택이 되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자국의 경제적 여력을 강조하며, 엑스포 개최에 필요한 모든 비용을 부담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는 다른 후보국들에게는 따라갈 수 없는 매력적인 제안이었던 것이다.

또 부산은 엑스포의 주제와 개최지의 매력을 강조하며, 세계적인 관광 도시로서의 이미지를 홍보했다. 하지만, 이는 다른 후보국들과의 차별화가 부족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엑스포를 통해 자국의 개혁과 혁신을 알리고, 중동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이끌겠다고 강조했다. 또한, 사우디아라비아는 BIE의 규칙을 잘 활용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이를 이용해 부산의 주제와 유사한 ‘인류의 대전환’이라는 슬로건을 내세웠다. 이는 부산의 주제가 사우디아라비아에게 더 잘 어울린다는 인식을 심어주었기 때문이다.

부산은 엑스포 유치를 위해 민관이 원팀으로 최선을 다해 외교전을 펼쳤다. 포스코그룹은 태스크포스를 새롭게 발족해 최정우 포스코그룹 회장이 부산엑스포 민간위원회 유치위원으로, 정탁 포스코 사장이 집행위원으로 활동하는 등 각 그룹사 리더들이 주축이 돼 해외 교섭 및 홍보에 총력을 기울였다. 윤석열 대통령도 “국가의 명운을 걸고 유치하겠다.”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노력들이 성과를 거두지 못한 이유는 사우디아라비아의 강력한 로비와 연관이 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자국의 석유 수출을 통해 세계 각국과의 경제적 관계를 구축했고, 이를 바탕으로 엑스포 유치에 필요한 표를 확보했다. 하지만 이것을 로비라고 말하면 합리화가 될까? 이 자체가 외교이고 전략인 것이다.

부산은 엑스포 개최를 통해 지역 경제의 활성화와 도시의 브랜드 가치 향상을 기대했다. 엑스포 개최를 위해 부산은 1조 7000억 원의 예산을 편성했고, 2만 5000개의 일자리 창출과 1조 8000억 원의 부가가치 창출을 목표로 했습다. 또한, 엑스포 개최를 계기로 부산의 도시 인프라와 환경 개선, 문화예술과 관광 산업의 발전, 국제적인 교류와 협력의 확대 등을 추진했다.

또한, 엑스포 개최를 통해 코로나19로 인해 위축된 국내 경제와 사회를 회복하고 새로운 미래를 열어가고자 했다. 하지만 결론적으로 우리나라의 국제적인 입지와 위상이 낮아졌다는 인식이 확산되었다. 또한, 엑스포 유치에 실패한 원인과 책임에 대한 논란과 비판이 일어나면서, 정부와 민간의 갈등과 분열이 심화되었다.

2030 부산 엑스포 유치 실패는 부산과 우리나라에 큰 아쉬움과 후회를 남겼다. 하지만 이번 실패를 통해 우리는 엑스포 유치에 필요한 전략과 조건, 그리고 엑스포 개최의 의미와 가치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보는 계기가 된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비록 엑스포 유치에 실패했지만 실망한 마음을 잘 다독이고, 앞으로도 새로운 도전과 기회를 찾아가는 대한민국이 되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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